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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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것은 감정보다는 오히려 지능에 가깝다,라는 문장이 뇌리에 박히듯 남아있다. 그러니까 나의 학창시절,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후배가 그 미묘한 변화에도 어떤 감정인지를 (그나마) 가장 잘 아는 것이 나라는 것을 후배가 인정했었는데 나는 그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세심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것은 감정에 대한 섬세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대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지능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 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은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처럼 결국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론에서 침팬지와 유아의 비교실험에서 얻은 결과물, 즉 "우리 인간은 엄지 손가락이 마주 보고 있어서 혹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재주가 있어서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서 지구를 정복했다."(20)라는 말은 우스개소리처럼 한번 웃고 넘겨버리기에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는 총 4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첫부분 '오해의 탄생'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으며 오랜시간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과 오해일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사물에도 마음이 있는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두번째 부분에서는 비인간화와 의인화에 대한 심리학적 실험의 결과를 통해 드러나는 유의미한 차이점들을 흥미롭게 펼쳐놓고 있다. 스스로의 인식으로는 별차이 없다고 느끼고 있겠지만 실제로 사물에 마음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다면 그에 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 선입견과 오해에 빠져있는 부분들을 수많은 실험 결과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오해와 선입견이 있지만 또 그것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같이 손을 흔들어 줄 것이라 믿고 더 자주 손을 흔든다면 삶은 더 유쾌해질까? 가까운 이웃을 생각없는 사물로 보기보다 일상에서 좀 더 자주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당신은 더 행복해질까?"라는 물음의 답은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106)는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타인의 마음은 절대 펼쳐진 책 같을 수 없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비결은 상대의 보디랭귀지를 해독하는 능력이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끔 공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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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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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에코의 책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래서 자꾸 망설여지지만 또 에코의 책은 묘하게도 자꾸만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래서 '적을 만들다'라는 뭔가 한번 더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이번만큼은 진중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더구나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니.

 

에코의 책을 읽을때마다 - 물론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지만 그가 쓴 소설이나 산문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은 너무 흥미로우면서 재미있고 또 어떤 부분은 도무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때가 있다. 그 차이가 뭘까..싶었는데 아무래도 내게 있어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아는 만큼 그의 글에 대한 흥미를 느끼며 즐길 수 있다는 뭐 그정도?

2천년대 이후에 쓰여졌다는 이 글들은 아주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매체에 실린 것이며 강연을 하고 조금 더 다듬고 추가해서 정리한 글도 있다. 그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쓴 글도 있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 실려있는 열 네편의 이야기가 모두 다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몇몇의 이야기는 쏙 빠져들만큼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물찾기'였는데 아마도 몇년 전에 이미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수도 있고, 나 개인적으로는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봤던 성인들의 유물, 유품들이 떠오르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떠올라서일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예전에 이스라엘에 갔었던 분에게 십자가를 선물 받았는데, 그 십자가 나무의 아랫부분에는 유리성구함처럼 만들어져 있는에 그 속에 골고타 언덕을 오를 때 예수 그리스도가 짊어진 십자가의 조각이랬나 뭐랬나 그랬는데, 그때 선물을 한 사람이나 받는 나 역시 이 세상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조각을 다 모으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거대 십자가가 나올꺼야라는 농담을 한 기억이 난다. 에코의 글은 바로 그러한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한 수도사와의 대화를 언급하며 그 보물들에 대한 다른 관점으로의 접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성유물을 견학할 때 과학적인 태도로 접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로 본다면 신앙심을 잃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세기 독일의 한 성당에 열두 살 나이의 세례자 요한의 두개골이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나는 아토스 산에 있는 한 수도원에서 도서관 사서 수도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그가 파리에서 롤랑 바르트의 학생이었으며 1968년의 저항 운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가 교양과 의식을 갖춘 사람이라 여기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그가 매일 아침 새벽에, 그리고 한없이 이어지는 장엄한 종교 의식 동안에 마음을 다해 입을 맞추는 그 성유물들이 진짜라고 믿는지. 그는 이해한다는 눈빛을 담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제는 성유물의 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에 있으며, 그는 성물에 입을 맞추면서 신비스러운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요컨대 성유물이 신앙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그 유물을 만든다는 것이다.(107)

이처럼 에코의 글을 읽다보면 뭔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놓으며 맹목적인 믿음이나 어리석은 생각에 대한 풍자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한번 더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적을 만들다,라는 것 역시 시작은 무척 가볍다. 누군가 이탈리아에 적이 있냐고 묻지만 그는 단연코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곧 진정으로 이탈리아에는 적이 없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외부의 적은 없지만 진짜 적이 누구인지 결코 의견합일을 볼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부의 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풍자처럼 느껴지고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도 있는 것 같지만 우리 역시 진짜 적이 누구인지 의견합일을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너무도 많아서 어느 하나를 톡 끄집어 낼 수 없다던가.

 

이제 에코의 글은 무조건 어렵다 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주제와 풍자, 철학들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을테니 괜한 조급함으로 그의 모든 글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왠지 이제는 에코의 글은 재미있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먼저 떠오를 것만 같다.

"사물이 존재하거나 흘러가는 방식은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증명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벽을 통과하려다가 내 코가 깨진다는 것도 있다. 죽음과 그 벽은 우리가 의심할 수 없는 절대의 유일한 형태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때, [노우!]라고 말하는 그 벽의 현존은 아마도 절대의 수호자들에게는 아주 소박한 진리의 기준일 것이다. 하지만 존 키츠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것이 그대가 이 세상에서 알 수 있는 전부요, 알아야 할 전부>다."(70) 라는 글을 읽는 느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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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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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작가의 공간. 나는 책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거나 혹은 그러한 열망으로 가득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글들이 마음깊이 와 닿을 것 같지만 그러한 마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예상과 다르다며 그냥 술렁술렁 읽어넘겨버리고 마는 책인 것이다. 나는 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굳이 진지하게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물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글을 쓰게 될 때 명확하고 간결하며 깊이가 있는 좋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열망은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언제나 글쓰기만을 생각하며 글쓰기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같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게 이 책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총 8부로 나뉘어 있다. 물리적 공간, 집, 정신적 공간, 정서, 성찰, 상상, 공적인 공간과 실존의 공간까지 크게 보면 실질적인 개념 그대로 물리적인 공간과 의식의 공간으로 나뉘어 그 공간에서의 글쓰기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왠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야 할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일은 없으며 글이 안쓰일때는 평소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바꿔주는 것으로도 새로운 기분으로 글쓰기가 시작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고 조금 더 노력하는 것으로 글쓰기가 이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맞을지 잘 모르겠지만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무엇이든지 잘 될 것만 같은 희망이 넘쳐나는 그런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을 잘 쓰기를 바라기는 커녕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글이 쓰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그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지 현실적인 방법과 효과적인 방법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말마따나 이 책은 가라앉아 있는 창작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는 글이다. 실제로 각 장의 말미에는 실천지침들이 적혀있는데 실행이 어렵지 않으면서 그대로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펜을 잡고 뭔가를 쓰고 싶은 의욕이 넘쳐나게 되는 듯 하다. 글을 잘 쓰는 글쓰기 방법론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에서라도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집이라는 익숙한 일상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공간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든지 가끔을 글을 쓰기 위해 까페로 나가보기도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조금은 예상이 되는 것들이지만 저자의 글은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글쓰기를 회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며 작가로서의 글쓰기가 갖는 의미와 무엇을 쓰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까지 작가로서 가져야 할 글쓰기의 자세에 대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함을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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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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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에서 단지 '우리'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나는 한없이 가벼운 대중적인 보편성을 떠올렸다.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기는 하지만 그런 책의 대부분이 자신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며 느끼는 주관적인 이야기들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의 선택은 그러한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한 것이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서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태어나서 이사만 서른 여섯번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 옮겨다닌 국가만 해도 몇개국일런지.. 저자에 대한 첫느낌은 진짜 길 위에서 생활하는 노마드, 여행 방랑자였다. 그러한 그녀의 여행이야기는 내가 평소에 읽던 낯설고 색다른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담고 있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즐거움과 삶의 벅찬 행복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길 위에서의 여행같은 삶의 이야기, 삶과 같은 여행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국적도 없이 이름도 없이 직업도 없이 친근하길 바란다. 우리의 취향은 옅으므로 당신도 나도 많은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취향이 옅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떠나왔다는 취향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아, 그러니까 나는 미리 짐작하여 우리의 취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책 첫머리에서부터 그녀는 우리의 취향이 옅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나왔다는 것을, 나의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삶과 여행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믿을 수 있었기에 마음편히 책 속으로 그녀의 여행을 따라갔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느껴지지만 그 사이로 또한 그녀의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영국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는 오히려 나의 마음을 더 옥죄이는 듯 했다. 언제나 낯선 곳에서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은 지금도 무조건 피하고 싶은 상황인데 그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를 너무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 자신에게 영어를 알려주었던 이웃집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역시 너무도 담담하게 펼쳐놓는 것을 보니 그녀는 진정한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삶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았을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었는데 항상 길 위에서 지내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이 그녀를 냉소적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에는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는 그녀가 그 어느곳에서든 사람을 만나려하고 그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따뜻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세상 구석구석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마음들을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상상도 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재밌고 나는 제법 괜찮다. 대신 나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힘을 내자'라든지 '일어서야 해'라든지 '나는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같은 말을 일기장에 적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죽는게 조금 덜 두려워졌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해졌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악이나 최고도 아닌 미래를 상상할 줄도 알게 되었고 그 정도만큼 나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도 알게 되었다."(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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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유럽편 한 달에 한 도시 1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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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이런 유형의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내가 그 얘기를 들은 것은 좀 오래전이었고 체계적인 체인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무료로 비어있는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나눔의 형태였다.

처음엔 그저 한 달에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생활한다는 것에 부러움만 가득했고 이 책에서도 왠지 색다르고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들, 여행지에서의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설렘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는데 이야기의 진행방향은 내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예상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여러가지 장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외에도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 각 지역의 현지 주거형태에 머물면서 각각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라고 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리 많은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의 호텔마다 샤워시설과 수도꼭지 트는 방식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서 숙박하면서 그 사용법을 익혔던 것조차 기억에 남아 있으니 정말 현지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주거의 형태에 직접 들어가 생활해보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울까 싶어진다.

 

'한 달에 한 도시'는 결혼 1년차 부부가 그 맛있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맛을 직접 보기 위해 떠나야겠다는 핑계(!)로 2년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사항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여행기가 아니라 에어비앤비라는 숙박시설을 이용하여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각 지역의 특색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부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느낌에 대한 것이다. 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있지만 좀 더 여성성을 지닌 남편 백종민의 글이 많고 젊은 부부가 겪을만한 의견차이와 감정차이에 따른 싸움에 대해서도 흘려넣고 있어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면서도 부부의 생활에세이가 되기도 하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멋진 풍경 사진과 세계 각국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와는 조금 다르게 유명관광지에서 약간 벗어난듯한 곳에서 한달을 숙식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를 나누는 이야기 역시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세계여행을 떠난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며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여행을 위해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고 있을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항상 다라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안정된 생활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욕망이 강렬했고 그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312)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역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여행생활자이든 생활여행자이든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그 '행복'이 내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가기 직전의 일정까지 기록되어 있다. 뉴욕을 거쳐 남미를 여행하고 - 애초에 이 부부는 아르헨티나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스테이크 맛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이기에 위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반드시 여행하리라 생각되는 남미를 지나 아시아를 여행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는 왠지 남미 사람들의 화끈한 친교와 아시아 사람들의 정 넘쳐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어서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그들은 꽤 괜찮은 여행자라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낯선 나라에서 눈을 뜨고 문밖을 나서면 책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들을 말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자 여행은 정말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뎌졌다. 감사한 마음도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마음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뜻밖의 기회가 이탈리아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의 자격은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자의 자격은 떠나던 순간의 마음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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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10-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꿈꾸기는 하지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제게 무리네요. 아쉬움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제 타입.

chika 2014-10-17 10:13   좋아요 0 | URL
흠,,,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저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생활이네요 ㅠㅠ
지금은 딱 일주일만 여행을 떠나도 완전 만족할 것 같은 기분이예요. 휴가같은 휴가를 보낸지 너무 오래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