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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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은 책 표지의 느낌과 제목에서 풍겨오는 느낌만을 놓고 봤을 때 딱히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아무리 '조선 최고의 예언서 <비취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는데 책을 펼쳐 든 순간부터 그 이야기에 쑥 빠져들어버렸다. 어린 시절에 소설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이문열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성서외경의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어 한 것 처럼 이런 류의 예언서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내는 그 무한한 상상력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소설 <비취록>은 고서 감정 전문 역사학자인 강명준 교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정체불명의 사내가 고서의 감정을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취록이라는 고서를 본 강명준 교수는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지만 며칠 후 다시 찾아오겠다며 비취록의 요약 복사본만 건네주고 사라져버린다. 그 후 그가 고서점을 운영하는 최용만이라는 사람임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실종 사고를 접수한 강력계 형사의 방문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 후 얼마되지 않아 최용만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그와 막역한 사이였지만 최용만의 실종 직후 사라져버린 살인 용의자 안기룡 역시 살해당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실종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두 사람의 행적을 쫓는 형사와 최용만이 갖고 있던 고서 비취록을 찾고 싶어하는 강명준 교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서로 협조하며 살인범과 비취록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데....  

 

비취록의 이야기는 교수와 비취록과 관련되어 보이는 계룡산에 있는 사찰 쌍백사의 승려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되면서 조금씩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고서점 운영자와 친구의 죽음뿐 아니라 쌍백사 승려의 갑작스런 죽음이 돌연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그 죽음을 풀어내려는 승려 유정의 이야기는 그들의 죽음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뭔가 거대한 음모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연쇄 살인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예언서로 지칭되는 고서 '비취록'의 내용과 우리 역사의 이야기가 접목되면서 그 흥미로움을 더 높여주고 있다. 더구나 어찌보면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예언서의 내용을 통해 미처 청산하지 못한 일제시대의 친일행적에 대한 단죄를 소설을 통해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조금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한가지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예언서라는 측면에서 조금은 허황되어 보이지만 "정감록에서 내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예언 내용이 아니다. 선조의 지혜와 통찰력, 예지력도 아니다. 이 책 저변에 깔려있는 백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다. 살가운 문장 속에는 백성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절절하게 묻어나왔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정말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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