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하게도 봄이 오는 느낌이 들어버렸다.
언제나 봄이 되면 친구도 없고, 세상에 적응도 못해 구석에 박혀 구겨진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런 모습에 짓눌리기 싫어서 괜히 더 감상적인 척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맘이 많이 약해지고, 존재감 없어지고, 세상 모든 일이 더 부질없이 느껴진다. 왜! 낙엽도 다 떨어지고 찬 바람 쌩 부는 11월이 아니라 햇살좋고, 나뭇잎 반짝이고, 온통 생동감 넘치는 봄, 봄에 이래야 되는거냐 말이지. 상대적으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더욱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인가?
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성격유형인데, 이러면서 또 성격유형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겐가... 아, 참 어렵네.

누군가 가르쳐 줘 어디로 가면 좋을까?
누군가 가르쳐 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올려다보면 비 뒤돌아보면 벽
평범한 경치마저도 애절함을 더하네
새벽이 오기 전 혼자서
정처없이 걸어도 보이지 않아
몇번이나 대답을 찾아도 생각한 것만큼 모르겠어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한걸음씩 걸어볼까
달을 올려다봐

그날 그때 빼앗긴 두근거림 되찾겠어 붉은 정열
그 검은 어둠을 넘어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마저도 지워줄께
보이지 않는 것에 맞설 희망 용기를 손에 넣어
내일로 이어지는 길을 한걸음씩 내딛어봐
미래에 기도하듯

저 검은 어둠을 넘어 찾는 거야 무한한 푸른하늘
아무리 계속 찾아도 대답을 모르겠어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마음 가는 대로 나아가는 거야
날이 밝아가네
보이지 않는 것에 맞설 희망 용기를 손에 넣어
내일로 이어지는 길을 한걸음씩 내딛어봐
미래에 기도하듯
달을 올려다 봐



혼자, 일이 없으니 이렇게 속편한 투정이나 하고 있다...라고 해야할까? 요즘 재미없는 책읽기가 이어지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나도 나름대로 뭔가 하고 있다라는 걸 느끼고 싶어하는 탓인지 그래도 꾸역꾸역 책은 읽고 있다. 뭔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니, 생각만 하고 있다.
자, 나의 혁명은 언제 시작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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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7-03-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을 때는 책을 확,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 늦장피우다 오늘에야 스티커 부쳐요. 죄송...

chika 2007-03-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확, 던지지는 않구요... 그냥 재밌는 만화책을 잡는데 요즘은 만화책도 귀찮아져부렀어요. 뭘 하면 재밌을까나아........
(아, 스티커!! 기대됩니다. 헤헤 ^^)

chika 2007-03-2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사가 다 귀찮아졌지만... 그냥 영화예매를 해 버렸다. 솔직히 혼자 저녁시간에 보는 것이 조금 끔찍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으~ 시체들,,,시체들....헉, 왜 시체만 떠올리는게냐!)

오늘,

나의 선택은 후회없는 짓,이기를!

 

 

고민 하나.

주일학교 교리반을 원래 여자애와 남자애들을 나누려고 했는데, 숫자가 적다고 굳이 합반을 시켰다. 내가.
그런데 아무래도 남자애들이 많은데다가 어릴 땐 또 남자애들이 말이 많아서 자꾸만 남자애들에게 시선이 간다. 칭찬받을 짓도 그녀석들이, 욕들을 짓도 그녀석들이, 중간중간 끼어들면서 말 끊어놓는 것도 그녀석들이, 대답도 그녀석들이... 상대적으로 꼴랑 셋 있는 여자애들 중에 말많은 녀석 하나가 나오지 않으니 두녀석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녀석들에게 자꾸 말을 시키는데...도 여전히 말은 끊기고. - 아, 그러고보니 말 않고 가만히 있는 내게 자꾸 말 시켜볼라고 하는 강사의 심정이 이해된다. 흑~
ㅠ.ㅠ
그건 그렇고, 고민인 건, 여자 애 중 한명이 친구도없이 미사 때 동생 손 잡고 와서는 교리시간에 쓸쓸히 혼자 들어와 구석으로만 가서 앉으려고 한다. 말이 없고 고개를 자꾸 숙이려는 녀석인데, 그래도 말을 건네면 할 수 있는 대답은 잘 해준다. 다만 문제는. 여자애치고 목소리가 굵고 낮아서 (꼭 변성기 걸린 남자애처럼)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목청을 좀 높이면 이쁜 목소리가 날텐데 그럴 의지가 없어보인다. 고개까지 숙여서 안으로만 웅웅거리며 얘길하니까... 안그래도 말귀를 잘 못알아먹는 내가 그 말을 알아들을리가 없지.
오늘도 발표를 할 때, 그녀석 차례가 되었는데 솔직히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처음엔 그냥 '니들이 떠들어서 안들리잖아!' 했지만, 딴녀석들도 말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니까 자연스레 조용해졌는데 그때도 뭐라 얘기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버렸다. 그때의 당혹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나 어렸을 때도 꼭 저랬겠지? - 아니, 지금도 수업시간에 그러지 않는가. 아아, 정말 비극이다.

이제 한 녀석, 한 녀석 개성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친해지고 어떻게 공유해나갈지 걱정이다. 그리고 말귀를 못알아먹는 녀석에 대해서는 어찌해야할지. 성당 잘 나오던 녀석들이 안나오면 또 어찌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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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7-03-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8679
 

주일학교 자료를 받았다. pdf자료다. 물론 자료를 다운받고 열어보고, 인쇄해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문서는 어떻게 수정을 하지? 갈수록 도태되는 나를 본다.
봄에, 우울증이 날로 심해지고, 자신감 없어지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한 마음이 바닥을 찾아 기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것조차 나를 비참하게 한다. 진짜 굴욕을 느낀다면 내가 바뀌게 되겠지. 하지만 난 그저 어리광을 부리고 있을뿐인지도 몰라. 아침부터 뭔꼴이냐.
난 정말, 어리광부리는 철없는 바보일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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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4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3-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네 자료를 수정하지 못하게 한 건지도. 별로 좋은 자료도 아니면서 공유하는 걸 꺼리고 교회- 아니, 이럼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성당 다닌다는 것들이 더 치사해. 그 신부님, 정작 본인은 여기저기 다른 자료들 짜집기밖에 안한거면서 자기네 자료 받아보려면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고 하고, 플래너 팔아먹고, 홈페이지 개편하면서 자료도 주일학교 바로 전날에야 올리는 만행을 부리고. 진짜 뭐라 한마디 날리고 싶었지만, 요즘 내 심정으로는 마구 내뱉어질 것 같아 참았다.
- 지금 내 댓글 보면 좀 느껴지지 않냐? 마구 내뱉는... ㅡㅡ^
암튼, 엑셀은... 한달정도만 학원 다니면 될 것 같은데. 사실 무궁무진하게 활용가능한 것이고, 또 그렇게 사용하려면 기본이상을 배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2007-03-24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3-2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어제 어쨌냐면....
수업전에 강사가 학생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 무척 쉬운 말로 이런저런 걸 물어보고 난 맘 편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질문이 내게 떨어지는 거야. 그래서 그 수준으로 떠듬떠듬 대답하고는 이제 안심이다, 하고 방심했지. 그리고 바로 이어진 질문을 잘 못들었는데, 그냥 얼핏 언니를 가끔 만나냐,라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그래서 가만히 있으려니 질문을 반복해주는거야. 근데 그 순간 내 머리속에서는 '어, 내가 못들은 단어가 있는거 아냐? - 언니를 만난다는 물음으로 생각한 순간 '만나다'라는 단어자체가 떠올라 버려서 강사의 문장에는 그 단순단어표현은 없으니까 순간 당황하기 시작하는거지. 그래서 또 가만히 있었지. 그랬더니 아...주 천천히 다시 물어봐. 그때 난 이미 포기상태지. 몰라! 해버린다는.
정말 바보같지 않냐? 겨우 그런 물음에, 겨우 열명도 안되는 사람들 앞에서 얼어버리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서 ... 별것도 아닌거에 얼굴빨개지는 것도 싫고, 말도 못하는 내가 싫고, 못한다는 생각에 입도 못떼는 건 더 싫고... 거기다가 급하면 다 하게 되어있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는 얼빠진 생각도 싫고.

요즘처럼 그렇게 한심하게 느껴지던 때가 또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주 많았구나.
한심할뿐만아니라, 어이없는 짓도 많이 했네. 다들 내가 성격이 강한거 알면 말도 잘하고, 사람들앞에서 선동도 잘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외로 당황해서 떨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머릿속도 텅 비어버리면서 얼어버린다는 걸 몰라. 자기가 그런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사람들 앞에 서면 뻔뻔하게 잘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그럴 수 있는 경우는 정말 내가 제정신이 아닐때 뿐이었을거야.
그래도 나는 그게, 정말 그게 나의 또다른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변화되었고, 앞으로 또 무궁무진하게 밝은 성격으로, 사람들앞에서 낯가림이 좀 덜한 사람으로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려.
아니, 사실 그런 사실조차 잊고 이게 내 성격이려니.. 하고 있었던거지. 근데 왜, 왜 요즘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걸까. 왜? 정말로, 왜?

 


chika 2007-03-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 그니까.. 나도 내가 말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ㅜㅡ

2007-03-24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3-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있어? 라고 생각해야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못할까, 라는 생각에 빠져드는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
뜻밖에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거,라고 생각하는 걸 대다수가 모른다면 가끔은 '아, 그래도 내가 나은부분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야하는데, 그런건 없이 그저 단순하게 '왜, 난 이렇게 못해?'라는 거.

근데,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너, 잘 못하잖아, 라고 되내이고 마는. 악순환, 악의고리...?

chika 2007-03-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화장실에 갔다가, 문득 떠오른 '외로움'이라는 거.
난 어렸을 때 전혀 외롭지 않았었는데, 왜 커서는 외로움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한낱 감정이 만들어 낸 사치스런 감상.
근데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의식적인거 아냐?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라고 하지만 솔직히 난 그게 뭐 중요하냐,라고 생각해.
그니까 퇴근준비를 서두르면서 내 생각을 재빨리 정리해보자면,
나는 나 스스로 나의 삶을 즐기고 있고, 잘 살 수 있는데 관계안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해버리지 못하는 체면치레같은 허울때문에 점점 더 가라앉고 있다는 거. 내가 만들어 낸 거지, 어쩔건가.

- 이건 맨 첨 올린 페이퍼 내용과도 코멘트에 대한 코멘트와도 전혀 상관없는 또다른 페이퍼. 헷갈려하지 말라고. 페이퍼를 계속 쓰지않고 그 날 하루에 나오는 나의 이야기들은 앞으로 계속 이렇게 코멘트로만 이어서 쓸꺼야. 설명도 귀찮지만, 코멘트를 계속 남기는 댁이 헷갈려할까봐. ㅡㅡ;;;


2007-03-24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3-2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ㅓ ㄱ - 는 내가 좀 싫어라~ 하는거 같은디... ㅜㅡ

예전에 동호회 모임 갔는데, 한 녀석이 갑자기 술 먹고 우는거야. 저쪽은 다들 신나서 웃고 떠들고 난린데, 이녀석만 내 옆 한구석에서 울고 있으니 어쩔꺼야....
여자애였어도 안아주고 다독여줄 생각을 못했을꺼라고 믿어.(ㅡ"ㅡ) 근데 남자애가 그렇게 훌쩍거리면서 우니까 어찌해야할지...쩝.
그래도 이젠 만일 또 누가 그런다면 토닥토닥거려줄 수 있다고 봐.

영화보고 싶었는데... 비도 오고 맘도 칙칙한데, 향수,를 보고 오기는 기분이 좀 그래서 그냥 집에 왔네. - 아, 근데 살짝 후회되네. 영화 볼 걸 그랬나? ㅜㅡ

chika 2007-03-2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번째. 삶을 건 존재의 투신....?

누군가 그랬다. 자기는 결혼하게 되면 아들, 오로지 아들을 원한다고. 아들이라야만 공주고받기 놀이도 하고 함께 즐거울 것 아니냐고. 딸과는 공주놀이 못한다나? 게다가 딸이 자라서 수많은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고, 저녁에 조금만 늦어도 걱정되고... 그래서 아들을 원한댄다.

왜, 공 주고받기 놀이는 아버지와 아들만 해야할까.
내가 어렸을 적, 내가 가장 많이 놀았던 친구는 아마 바로 위 오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로 만든 총, 칼을 가지고 전쟁놀이도 같이 했고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도 했었고.
물론 연습 상대가 없어서이기도 했겠지만, 태권도 발차기 연습 대상자(ㅜㅡ)가 되기도 했었고, 장기, 바둑 심지어 그림맞추기 고도리에 카드놀이까지 배웠다. 아, 물론 쌈치기가 가장 쉬웠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해주는 것이. ㅡㅡ;;;)

난 형제가 없는 아이는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일 아이를 갖게 된다면 될수 있는 한 많이 가지라고 하는데. 그리고 아이와 놀아주는 놀이에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필요하겠는가. 애가 재밌어하고 좋아하는거라면 충분히 같이 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공부, 하는 것도 그렇다. 나같으면 죽어라고 공부하라는 얘기만 하지 않고 같이 디카프리오 목소리 들으면서 환경 공부도 하고, 그림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재밌을텐데.
가끔 수녀님하고 얘기를 하면서, 내가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 줄 것인가,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데 그러면 수녀님은 꼭 그런 말을 한다. 정말 아이들에게 관심 갖고 있는 사람은 정작 결혼도 안해서 말야~ 애도 없고.... ;;;;;;;;;;;;(그래서 주일학교 교리교사 하는 거, 아니겠슴까? ㅡㅜ)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내 삶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라는 각오의 회피일 것이다.

내 회피 능력의 최고의 성과..... 도망치려고 하니, 벌써 하품이 나온다.
잠 자고 나면 모든 게 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그런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다가오게 될까?.....

 


chika 2007-03-2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 기록의 이유.
머리속에 담고 뒤죽박죽인 상태로 놔두면 감정은 극대화되고,  나의 생각은 전혀 발전적이지 않기때문. 물론 컴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튀어나오는대로 적어버리느라 역시 생각이 발전적이지 않게 되는 건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지만. 아, 그런의미에서 특히 요즘은 버벅대며 쓰는 일기장을 많이 써보려고 하는데. 자판을 두들기던 손버릇이 길들여지지 않아서 펜을 잡고 쓰려면 멍하니 앉아있거나 여전히 쓸데없는 글만 디립다 써대다가 관둬버리고 있다. 내친김에 오늘 진중하게 또 써봐야하나? 어쨌든.

주일학교 교리준비를 해야겠는데, 도무지 가닥이 안잡힌다. 아니, 아이들에게 할 교리는 지난 주에 한번 했었고, 자료복사를 다 했으니까 상관없는데 문제는 다음 주에 할 교안발표를 내가 하기로 했는데, 당연히 묵상자료를 올릴 줄 알았는데 이넘의 페스연구소에서 성서자료를 하나 달랑 올리고 끝이다. 도무지 진중하게 할 수 없는 교사들과 무슨 성서 묵상 나눔을 한단 말인가. 아, 점점 더 교사회가 싫어질텐데. 이젠 두렵기까지한다.

가만 보니 나의 모든 생활이 맞물려 돌아가버리고 있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존재감은 회복하기 힘들고 그래서 내가 하는 모든것에서 한걸음씩 물러서고 있다. 사람들이 무서워. 이건 내가 아니야. 빚청산은 안됐지만 그냥 관두고 싶어..하다가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뭔가,를 떠올리면 더 무서워진다. 사람보다 더 무서운 건 불확실한 나의 미래였나보다. 나이가 문제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아닌 것 같아. 확실히 나의 문제는 내가 꿈꾸는 세계를 향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꿈을 슬며시 놓아버렸고, 이제는 내가 어느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하는지조차 모르게 되어버렸다는 거. 진짜 문제네. 그래서 하루하루가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보다 안도감이 더 커져버린. 그냥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될텐데 말이다.

 

 

878484

 

 

 

 

 

잠에서 깨어나 등반을 시작한 나레이터가
토롱 라 고개에서 곤경에 빠진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난 지금 내 평생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먼저 작별을 고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한다. 갑작스런 충동에 사로잡힌 나는 돌무지 옆에 무릎을 꿇는다. 좀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한 번 더 둘러봐도 나 혼자 있는 게 확실하다. 나는 재빨리 회교도처럼 엉덩이를 공중에 쳐든 채 몸을 앞으로 구부려 머리를 낮추고서 감사기도를 중얼거린다. 눈앞에 티베트 글자가 새겨진 금속판이 보인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장엄하고 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구절 같아 보여서 몸을 더 낮게 숙여 그 기도판에 입을 맞춘다.
바로 그 순간,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로 떨어지는 아찔한 구멍. 시간을 관통하는 관 저쪽에서 누군가 조심하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다.
나는 딱 붙어버렸다.

헉,,,,, 책을 가볍게 들고 읽다가 예상되는 이 현상에 키득거리지도 못하고 다음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 얘는! 어떻게 기도판에서 떨어져나갔을까...(궁금하신 분은 갠적으로 물어보시라. 기꺼이 대답해 줄 수 있다. 아무튼 기도판에서 떨어지기까지가 너무 비참했지만 한편으로 나오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웃어버린건 내가 너무 못되서일까,도 궁금하다)....

땅에서 일어난다. 내 기도는 끝났다. 혀와 입술이 뻣뻣하게 굳어있고 아프지만 그래도 다시 움직일 수는 있다. 마침내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 오늘 국장님은 외부 감사나가셨다. 오전 내, 급한 일은 없을 터이니 이제 다시 빠져들어야겠다. 롸~큰로올~!! (허나 외침과는 달리 난 지금 아주 조용한 곡을 듣고 있는 중이다. 친구녀석이 환장해미치다 선물까지 해 준 클레이, Clay Aiken 뭐 미국의 아이돌스타- 지금은 나이 먹었지만;;;;;-라고 한다. 무슨 프로그램에서 1등먹은 녀석보다 인기가 더 좋은 녀석이라고 한참 열변을 토했는데...다 까먹었다. 암튼 듣는 중)

아, 근데 난 아침에야 눈치챘다.
로큰롤 보이즈,를 신기하게도 니에미 아줌마가 썼네? 하고 있었다는 거. 뭔가 신기해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이런,,,, 미카엘 아저씨인듯. ㅜㅡ

 

음.... 그리고 영어공부,는 전혀 안하고 있다. 어제는 건방지게도 출석을 부르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만화책을 꺼내 읽었다. (사실 버스안에서도 열심히 읽었다. 누군가 힐끔거리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럽긴 했지만) 내가 고개 처박고 있으려니 강사가 별스럽게 내 영어이름(긍께 세례명)을 안부르고 진짜 내 이름을 부른다. 난 또 같은 이름인가 하고 고갤 휙 들었는데, 허허~ 거리며 웃는다. ㅡ"ㅡ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아, 이름 좋아요~'한다. 그래, 내 이름 좋지. 그러나 난 그냥 쳐다보다가 예의상 날리는 멘트, '고맙수'조차 하지 않고 다시 말없이 고개를 처박고는 만화에 빠져들었다. (설마.... 내가 보고 있는 책이 만화책인 걸 눈치채진 않았겠지? ㅡ,.ㅡ)
아아, 어쩔 수 없었다. 엊저녁에야 20세기 소년 22권을 드디어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근데! 정말 23권은 최종장,인게야? (왜 광고문구가... 친구의 또 다른 함정? 어쩌구인게냐고. ㅉㅃ)

으~ 이젠 책 읽어야지. - 수다 줄이겠다며? 근데 이 무슨 짓인게냐! (철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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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3-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는 죽음보다 강했다. 그것은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는 새싹이자 셔츠를 터뜨리는 흉곽이었고, 보드카를 능가하는 피의 세찬 질주였다.(263)

 


chika 2007-03-2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유레루를 봤다.
이걸 보기 위해 점심에 '밥'을 포기하고 빵을 사 들고 사무실에 틀어박혀 앉아 우물거리며 빵을 뜯어먹고 있었다. 양손으로 빵을 잡은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지는 걸 어쩐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유레루 음악을 듣고 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특히 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chika 2007-03-2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분명 낮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아니 하루 반나절을 그 음악을 들었는데도 괜찮지 않다. 생각하면 할수록 바보같아 자꾸만 그 일에 매달리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왜 사람들이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왜 혼자 중얼중얼 거릴때는 말만 잘하면서 누군가 쳐다보고 있으면 갑자기 생각이 멈추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얼어버리고 마는 걸까?
많이 뻔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겁없이, 건방지게, 어쩌면 생각없이 촐랑대는 듯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구나.
아니, 사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바뀌었고 진짜 내가 아닐지라도 일부분은 내 모습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자꾸 무리하는 내가 보인다. 그럼 안되는거지.
예나지금이나 남한테 말은 잘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모습은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어. 내 몸과 마음 모두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바닥은 아니었나보다. 좀 더 밑으로, 더 밑으로 가라앉아야 할 것 같다.
스스로에게 말해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마음이 더 밑으로 밑으로 바닥을 향해 가야해. 그래도 괜찮아. 내 마음의 바닥에는 어둠이 아니라 빛과 희망이 있는거니까.

 


chika 2007-03-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사는 오래비가 담주에 교육땜에 여기 온다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왔다. 통화하면서 자꾸 내 이름이 나오는 것 같아 나가서 얼쩡댔더니, 그 날 학원 빠지고 밥 먹자는 얘기였다. - 아아, 숱한 나날을 밥 먹느라 학원 빠졌다는 거 알면 배신감 땡길까? 지난달에도, 지지난달에도 내가 학원 빠진 이유는 순전히 친구들이랑 밥 먹기 위해서였고, 학원 가기 싫다고 떼써서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번달은 열심히 갔는데... 솔직히 열심히 가기만 하면 뭐하냐. 겨우 강사가 내 생각해서 질문하고 말문을 터 주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나는 입 꾹 다물고 겨우 한마디, 대답조차 않고 고개만 끄덕,거릴때도 많다. 에혀~
나도 이런 내가 좋진 않다구.
출석 부를때만이라도 바보같이 '허허~' 할 수 있을텐데. 버릇처럼 손만 번쩍, 들고 만다. 아, 그러고보니 작년의 그 민망함이 생각난다.
미사시간에 주일학교 교리교사 인사시키는데, 그냥 우아~하게는 아니더라도 고개만 꾸벅 숙이면 될 것을 신부님이 내 이름을 부르니까 손 번쩍 들면서 '접니다'라고 했던거. 아, 진짜 바보같다. 아니, 진짜 바보잖아!
에이씨.....
..........

chika 2007-03-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쒸, 내 서재 카테고리를 클릭했는데 전혀 엉뚱한 사이트가 열린다. 무려 다섯번씩이나! 이 무슨 해괴한 짓이냐.

플래쉬백,에 대해 얘기를 해서인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세계청년대회때 분명히 방송 내보내지 말라고 하고, 내 이름도 말해준적 없는데 단지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만 해주고 만 거를 전국방송으로 내보내버린 그 카메라맨! 우쒸.

그래, 별 싱겁지도 않은 얘기다. 이 밤중에 할 얘기는 아니지.
안그런척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바닥이다. - 아니, 내가 언제 안그런척했냐. 여기저기 징징대지 않았던가. 나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나 자신이 너무 못나서 한심하다. 이러고 살면 안되는거 아닌가, 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건 모두 내 탓이다.
내 고정관념과 나의 캐릭터를 바꿔야겠다. 괜히 자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건, 그들이 말하는 모습이 내 실제 모습이 아닐지라도 일정부분 내게 속하는 부분이라고 믿고 싶고 거기에서 위안을 삼으려는 이유때문이겠지. 그런 위안이 한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변한것이 아니면 아무쓸모없는 짓이 되는게다. 안그런가? 그러니까 이젠. 바/꾸/자.
또 한 층, 바닥으로 몰락하다.
 

카테고리 그대로....

추천해주심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83708

(이벤트 끝나면 바로 내 서재로 페이퍼 갖고 와버려야지;;;;;)

 

 

주일학교 녀석들 대다수가 메일을 안보냈고, 메일 보낸 녀석들은 이제 내 메일답장을 확인하지 않는다.
그나마 한 녀석이 답장을 보내왔는데, 미사때 독서하라고 하니까 '절대로 안해요' 한 문장 꼴랑 써서보냈다.
아, 절망 전단계.

요즘 날마다 모자를 쓰고 다닌다. 모자를 푹 눌러쓰면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보다도 사람들에게 내가 안보인다. 그렇게 나의 존재감을 지우고 다니는 중,이다. 내가 왜 이렇게 위축되어 있는 것인가. 단지 봄기운에 밀린 우울증 탓이려니, 하는 것 보다 조금 심각해지려고 해서 저녁엔 모자를 안썼다. 아무래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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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3-2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이 힘내자구^^

해적오리 2007-03-2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ckspace가 있었음 하는 나도 있소... ㅡㅡ;;

chika 2007-03-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나의 힘은 뭔가... 생각해보는 중이라우;;;;

chika 2007-03-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줄이기로 했다. 아니, 것보다 수다를 줄이기로 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영어를 너무 못해서 마음이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역시나 흐물흐물한 내 성격은 바닥에서도 흐물거리면서 '그냥, 그런거지~'하고 지나가고 있다. 잘하는 사람앞에서는 실력이 문제가 되고, 그냥저냥한 사람 앞에서는 표현이 문제가 되고.. 내가 아무한테나 수다를 떠는 성격이었으면 말도 빨리 늘었겠지만. (생각해봐라. 난 네살까지 말못하는 바보, 였다구.)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친구랑 떠들며 공부하는 것이 최고, 인 것 같은데. 역시 문제다.

2007-03-2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3-2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쌰으쌰! 넵! 저, 알고보면 좀 무딘데가 있어서 금방 기운내요. 히히~
감사합니다! 님도 힘내세요!!! ^^

2007-03-2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