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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등반을 시작한 나레이터가
토롱 라 고개에서 곤경에 빠진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난 지금 내 평생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먼저 작별을 고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한다. 갑작스런 충동에 사로잡힌 나는 돌무지 옆에 무릎을 꿇는다. 좀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한 번 더 둘러봐도 나 혼자 있는 게 확실하다. 나는 재빨리 회교도처럼 엉덩이를 공중에 쳐든 채 몸을 앞으로 구부려 머리를 낮추고서 감사기도를 중얼거린다. 눈앞에 티베트 글자가 새겨진 금속판이 보인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장엄하고 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구절 같아 보여서 몸을 더 낮게 숙여 그 기도판에 입을 맞춘다.
바로 그 순간,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로 떨어지는 아찔한 구멍. 시간을 관통하는 관 저쪽에서 누군가 조심하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다.
나는 딱 붙어버렸다.

헉,,,,, 책을 가볍게 들고 읽다가 예상되는 이 현상에 키득거리지도 못하고 다음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 얘는! 어떻게 기도판에서 떨어져나갔을까...(궁금하신 분은 갠적으로 물어보시라. 기꺼이 대답해 줄 수 있다. 아무튼 기도판에서 떨어지기까지가 너무 비참했지만 한편으로 나오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웃어버린건 내가 너무 못되서일까,도 궁금하다)....

땅에서 일어난다. 내 기도는 끝났다. 혀와 입술이 뻣뻣하게 굳어있고 아프지만 그래도 다시 움직일 수는 있다. 마침내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 오늘 국장님은 외부 감사나가셨다. 오전 내, 급한 일은 없을 터이니 이제 다시 빠져들어야겠다. 롸~큰로올~!! (허나 외침과는 달리 난 지금 아주 조용한 곡을 듣고 있는 중이다. 친구녀석이 환장해미치다 선물까지 해 준 클레이, Clay Aiken 뭐 미국의 아이돌스타- 지금은 나이 먹었지만;;;;;-라고 한다. 무슨 프로그램에서 1등먹은 녀석보다 인기가 더 좋은 녀석이라고 한참 열변을 토했는데...다 까먹었다. 암튼 듣는 중)

아, 근데 난 아침에야 눈치챘다.
로큰롤 보이즈,를 신기하게도 니에미 아줌마가 썼네? 하고 있었다는 거. 뭔가 신기해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이런,,,, 미카엘 아저씨인듯. ㅜㅡ

 

음.... 그리고 영어공부,는 전혀 안하고 있다. 어제는 건방지게도 출석을 부르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만화책을 꺼내 읽었다. (사실 버스안에서도 열심히 읽었다. 누군가 힐끔거리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럽긴 했지만) 내가 고개 처박고 있으려니 강사가 별스럽게 내 영어이름(긍께 세례명)을 안부르고 진짜 내 이름을 부른다. 난 또 같은 이름인가 하고 고갤 휙 들었는데, 허허~ 거리며 웃는다. ㅡ"ㅡ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아, 이름 좋아요~'한다. 그래, 내 이름 좋지. 그러나 난 그냥 쳐다보다가 예의상 날리는 멘트, '고맙수'조차 하지 않고 다시 말없이 고개를 처박고는 만화에 빠져들었다. (설마.... 내가 보고 있는 책이 만화책인 걸 눈치채진 않았겠지? ㅡ,.ㅡ)
아아, 어쩔 수 없었다. 엊저녁에야 20세기 소년 22권을 드디어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근데! 정말 23권은 최종장,인게야? (왜 광고문구가... 친구의 또 다른 함정? 어쩌구인게냐고. ㅉㅃ)

으~ 이젠 책 읽어야지. - 수다 줄이겠다며? 근데 이 무슨 짓인게냐! (철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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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3-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는 죽음보다 강했다. 그것은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는 새싹이자 셔츠를 터뜨리는 흉곽이었고, 보드카를 능가하는 피의 세찬 질주였다.(263)

 


chika 2007-03-2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유레루를 봤다.
이걸 보기 위해 점심에 '밥'을 포기하고 빵을 사 들고 사무실에 틀어박혀 앉아 우물거리며 빵을 뜯어먹고 있었다. 양손으로 빵을 잡은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지는 걸 어쩐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유레루 음악을 듣고 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특히 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chika 2007-03-2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분명 낮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아니 하루 반나절을 그 음악을 들었는데도 괜찮지 않다. 생각하면 할수록 바보같아 자꾸만 그 일에 매달리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왜 사람들이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왜 혼자 중얼중얼 거릴때는 말만 잘하면서 누군가 쳐다보고 있으면 갑자기 생각이 멈추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얼어버리고 마는 걸까?
많이 뻔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겁없이, 건방지게, 어쩌면 생각없이 촐랑대는 듯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구나.
아니, 사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바뀌었고 진짜 내가 아닐지라도 일부분은 내 모습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자꾸 무리하는 내가 보인다. 그럼 안되는거지.
예나지금이나 남한테 말은 잘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모습은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어. 내 몸과 마음 모두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바닥은 아니었나보다. 좀 더 밑으로, 더 밑으로 가라앉아야 할 것 같다.
스스로에게 말해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마음이 더 밑으로 밑으로 바닥을 향해 가야해. 그래도 괜찮아. 내 마음의 바닥에는 어둠이 아니라 빛과 희망이 있는거니까.

 


chika 2007-03-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사는 오래비가 담주에 교육땜에 여기 온다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왔다. 통화하면서 자꾸 내 이름이 나오는 것 같아 나가서 얼쩡댔더니, 그 날 학원 빠지고 밥 먹자는 얘기였다. - 아아, 숱한 나날을 밥 먹느라 학원 빠졌다는 거 알면 배신감 땡길까? 지난달에도, 지지난달에도 내가 학원 빠진 이유는 순전히 친구들이랑 밥 먹기 위해서였고, 학원 가기 싫다고 떼써서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번달은 열심히 갔는데... 솔직히 열심히 가기만 하면 뭐하냐. 겨우 강사가 내 생각해서 질문하고 말문을 터 주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나는 입 꾹 다물고 겨우 한마디, 대답조차 않고 고개만 끄덕,거릴때도 많다. 에혀~
나도 이런 내가 좋진 않다구.
출석 부를때만이라도 바보같이 '허허~' 할 수 있을텐데. 버릇처럼 손만 번쩍, 들고 만다. 아, 그러고보니 작년의 그 민망함이 생각난다.
미사시간에 주일학교 교리교사 인사시키는데, 그냥 우아~하게는 아니더라도 고개만 꾸벅 숙이면 될 것을 신부님이 내 이름을 부르니까 손 번쩍 들면서 '접니다'라고 했던거. 아, 진짜 바보같다. 아니, 진짜 바보잖아!
에이씨.....
..........

chika 2007-03-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쒸, 내 서재 카테고리를 클릭했는데 전혀 엉뚱한 사이트가 열린다. 무려 다섯번씩이나! 이 무슨 해괴한 짓이냐.

플래쉬백,에 대해 얘기를 해서인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세계청년대회때 분명히 방송 내보내지 말라고 하고, 내 이름도 말해준적 없는데 단지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만 해주고 만 거를 전국방송으로 내보내버린 그 카메라맨! 우쒸.

그래, 별 싱겁지도 않은 얘기다. 이 밤중에 할 얘기는 아니지.
안그런척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바닥이다. - 아니, 내가 언제 안그런척했냐. 여기저기 징징대지 않았던가. 나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나 자신이 너무 못나서 한심하다. 이러고 살면 안되는거 아닌가, 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건 모두 내 탓이다.
내 고정관념과 나의 캐릭터를 바꿔야겠다. 괜히 자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건, 그들이 말하는 모습이 내 실제 모습이 아닐지라도 일정부분 내게 속하는 부분이라고 믿고 싶고 거기에서 위안을 삼으려는 이유때문이겠지. 그런 위안이 한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변한것이 아니면 아무쓸모없는 짓이 되는게다. 안그런가? 그러니까 이젠. 바/꾸/자.
또 한 층, 바닥으로 몰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