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하나.

주일학교 교리반을 원래 여자애와 남자애들을 나누려고 했는데, 숫자가 적다고 굳이 합반을 시켰다. 내가.
그런데 아무래도 남자애들이 많은데다가 어릴 땐 또 남자애들이 말이 많아서 자꾸만 남자애들에게 시선이 간다. 칭찬받을 짓도 그녀석들이, 욕들을 짓도 그녀석들이, 중간중간 끼어들면서 말 끊어놓는 것도 그녀석들이, 대답도 그녀석들이... 상대적으로 꼴랑 셋 있는 여자애들 중에 말많은 녀석 하나가 나오지 않으니 두녀석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녀석들에게 자꾸 말을 시키는데...도 여전히 말은 끊기고. - 아, 그러고보니 말 않고 가만히 있는 내게 자꾸 말 시켜볼라고 하는 강사의 심정이 이해된다. 흑~
ㅠ.ㅠ
그건 그렇고, 고민인 건, 여자 애 중 한명이 친구도없이 미사 때 동생 손 잡고 와서는 교리시간에 쓸쓸히 혼자 들어와 구석으로만 가서 앉으려고 한다. 말이 없고 고개를 자꾸 숙이려는 녀석인데, 그래도 말을 건네면 할 수 있는 대답은 잘 해준다. 다만 문제는. 여자애치고 목소리가 굵고 낮아서 (꼭 변성기 걸린 남자애처럼)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목청을 좀 높이면 이쁜 목소리가 날텐데 그럴 의지가 없어보인다. 고개까지 숙여서 안으로만 웅웅거리며 얘길하니까... 안그래도 말귀를 잘 못알아먹는 내가 그 말을 알아들을리가 없지.
오늘도 발표를 할 때, 그녀석 차례가 되었는데 솔직히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처음엔 그냥 '니들이 떠들어서 안들리잖아!' 했지만, 딴녀석들도 말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니까 자연스레 조용해졌는데 그때도 뭐라 얘기하는지 알아듣지 못해버렸다. 그때의 당혹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나 어렸을 때도 꼭 저랬겠지? - 아니, 지금도 수업시간에 그러지 않는가. 아아, 정말 비극이다.

이제 한 녀석, 한 녀석 개성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친해지고 어떻게 공유해나갈지 걱정이다. 그리고 말귀를 못알아먹는 녀석에 대해서는 어찌해야할지. 성당 잘 나오던 녀석들이 안나오면 또 어찌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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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7-03-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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