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으며 "열정"과 "치정"의 차이를 생각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자신의 경험을 쓴 아주 자전적인 소설이다.소설의 형식을 빌린 "자기 고백"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한 남자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한 여자의 고백이다.
그 남자를 향한 열정, 그 남자를 향한 갈망은 '나'의 모든 것이다.

아주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말고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p12)
-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남겨놓은 정액을 하루라도 더 지니고 있기 위해 다음날까지 샤워를 하지 않았다.(p17)
- 차라리 밤에 강도라도 들어와 나를 죽여주었으면 싶었다.(p49)
- 어느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쟎아.'(p51)
( 에이즈라도 흔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고백을 읽다가 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정말 충격적이다.'나'에게 그의 부재는 죽음인 것이다.)
-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어떤 영화를 볼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립스틱을 고르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p58)
- 나는 그 사람의 모국어를 배우고 싶어했었다.그 사람이 마신 술잔도 닦지 않은 채로 보관하고 있다.(p72)

신문 사회면에는 매일 치정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토막기사로 난다.
변심한 애인을 칼로 찔러 죽인 남자,
변심한 애인 뿐 아니라 여자의 새로운 애인까지 죽여버린 남자,
자신을 떠난 남자의 통화기록을 뽑아서 남자의 새로운 애인을 괴롭히는 여자,
실연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자살 소식,
사랑하는 사람을 감금하고 미저리 역할을 하는 납치극,
분노한 배우자가 자신을 배신한 상대방과 그 애인을 간통으로 고소하는 일기예보 처럼 매일 나오는 기사들.....

두줄 세줄 짜리 기사의 주인공들도
아니 에르노 처럼 다스리지 못하는 감정의 질주,
상대방을 향한 너무도 강한 욕망과 집착으로 죽을것만 같은 광기와 고독, 외로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백번씩 질투로 정신을 잃고,
하루에도 몇백번씩 기다림에 지쳐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고,
하루에도 몇백번씩 자신의 외로움에 분노하고,
하루에도 몇백번씩 잊는다고, 다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기다리던 전화 한통에 달려 나가고 마는 치사하기까지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먹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폐인 생활을 했을 것이다.

두줄 짜리 치정극의 주인공들에게도 모두 사연이 있다.

그러면....
그러면 왜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을 향한 아니 에르노의 사랑은 "열정"이 되고, 그 체험의 고백은 훌륭한 문학작품이 되고, 베스트셀러까지 되어 엄청난 인세까지 챙기는데,

왜 두줄짜리 기사의 주인공들은 모두 감옥으로 가는가?
"열정"과 "치정"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아니 에르노의 그 처절한 사랑을 "열정"이라 말할 수 있는건,
에르노는 그 사람으로 인한 "열정"으로 자신을 세상과 더욱 굳게 결속시키고, 그 시간 속에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p72)

삶의 극한까지 치달은 사랑의 고통은 에르노를 성숙시켰고,
에르노는 그 고통의 시간들을 사랑했다.
그 열정은 에르노의 삶을 단단한 것으로 만들었고,
그 열정의 에너지는 발화하여 창조의 원동력이 되었다.

두줄짜리 기사의 주인공들은?
치정극의 주인공들은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어 발화시키지 못했다. 그 고통으로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하지 못하고,
물이 100도가 되어 끓을 때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한참 뜨거운 98도에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에르노는 자신에게 열정의 시간을 준 그 남자에게 감사했고,
치정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떠난 상대방을 증오했다.

열정의 주인공은 남들과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산 자신의 체험에 감사하며,
치정의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붙잡지 못할 바에야 송두리째 날려 버리고 싶어한다.

만약 누가 나에게 에르노와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겠다.

"No."

난 그렇게 죽을 것 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

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변함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 또한 나의 존재 자체에 신뢰감을 가지고 불안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에게 안식이 되어 주는 사랑.
좀 뜨뜨 미지근해도 좋다.
난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지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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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1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어요.
 

수요일, 목요일 계속 Buyer가 와서(그것도 중요 거래선) 저녁을 먹었다. 덕분에 오늘 아주 피곤하다.

수요일 저녁에는 북창동의 유명한 장어구이집에서 장어를 먹었고,
(아저씨들 장어 무진장 좋아한다. 일본은 장어 무지하게 비싸다.
그 아저씨 일본말로 "이빠이" 먹었다.)
어제 점심은 "희원"에서 한정식을 먹었고,
(도대체 점심에 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굶어 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버리다니....)
어제 저녁은 "예성가든"에서 꽃등심을 먹었다.

이렇게 Buyer들이 왔다 가면, 정말 피곤하다.
밥을 먹는게 뭐가 그렇게 피곤하냐구?
미팅 자료 만들어야지,
미팅할 때 긴장하지,
미팅하고 나서 보고서 만들어야지,
미팅 Memorandum 써서 보내 줘야지,
미팅 때 결정된 사항 실행해야지.....

왜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하냐구?
직업의 세계 작가냐구? 우하하.

Buyer들하고 비싼데서 맛있는거 먹었다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워 한다.
특히 내 사랑스런 동생 봉구는 마구마구 부러워 한다.

영업사원(특히 해외영업)을 하다보면,
정말 "산해진미"를 먹을 일이 많다.

시드니 출장가면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랍스터를 먹고,
뉴질랜드 출장가면 사슴 스테이크를 먹고,
일본 출장가면 그야 말로 싱싱한 "사시미"를 배터지게 먹고,
말레이지아 가면 한국 왕새우의 큰아버지뻘은 될 것 같은 디따 큰 왕새우들을 질리도록 먹고,
유럽 출장가면 한국에서는 감히 마시지 못하는 와인의 향연이 벌어진다.

가서 먹는 만큼 또 거래선들 들어 오면,
한정식에 갈비에 때로는 한국의 집 같은데서 부채춤 까지 보면서 난리가 난다.

나는 시드니에 출장을 참 많이 갔다.
시드니항은 달력에서 본 사진 처럼 정말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야경도 참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면 싸이의 노래 처럼
정말 "지상 낙원"이다.

그 아름다운 시드니항.
세계적인 조형물 오페라 하우스.
참~ 멋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정말 억.수.로 비싸다.

그런데....
이렇게 황홀한 곳에서 거래선들과 저녁을 먹으면 행복한가?

물론 때때로 좋을 때도 많다.
미팅 잘 끝나고 나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우아하게 칼질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많다.

호주 영어....진짜 알아듣기 힘들다.
입에서 웅얼웅얼하는 그 귀여운(?) 발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영어 들어가면서,
농담 따먹기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제품 관련 질문이나 판매동향을 들으면서,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거래선들하고 식사할 때는 항상 긴장한다.
아니 긴장해야 한다.
차라리 좀 썰렁하면 그만인 것을,
오버하다가 말 실수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아무리 좋은 음식,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랍스터를 먹는 것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떡라면을 먹는게 훨씬 행복할 수 있다.
뭐 365일 중 300일 이상 먹으면 지겹겠지만....ㅋㅋ

"무엇을 먹느냐?" 보다
"무엇을 누구와 먹느냐?"가 행복하기 위해서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떡라면을 먹어도,
아니 라면에 떡이랑 계란 빠진 그냥 라면을 먹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맘 편하게 먹으면 훨~씬 행복하다.

드디어 오늘은 금요일.
이번 한주. 성대리 정~말 힘들어다.
( 여러분! 뜨거운 박수를! ㅋㅋ)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또 좋은 친구와
푸~욱 쉬고 싶다.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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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0-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퍽퍽한 자리에 음식마저 맛없으면 더 정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마 몇 년 후, 제가 그런 자리에 앉게 되면 "그나마 음식이라도 맛나니까..." 라고 생각하며 귀 쫑긋 세우고 식탁앞에 앉아있을 것 같네요...

아, 박수... 짝짝짝~
 

점심 시간.

오늘 Buyer도 오고,
그럼 상담 끝나고 나서 땡기지도 않는 갈비도 먹어야 하고,
기분도 아닌데 오버하면서 농담 따먹기도 해야 하고,
배도 고프지 않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성대리의 유일의 딴짓.
인터넷 서점에서 책 구경하기.
(다른 대리들은 다 주식 보고, 부동산 보는데 자~알 한다.쩝)
구경만 하면 되는데, 또 세권이나 사버렸다.

점심시간.
사무실도 조용하고 해서 오랜만에 bugs를 방문.
앨범 고르기도 귀찮아서,<테마앨범>을 클릭.
그 중 젤 위에 있는 <어느 늦은 밤>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

<어느 늦은 밤>이라는 laden님이 선곡한 14곡의 list 中 세번째 곡 제목을 보고 난 기절할 뻔 했다.
( 오후 미팅을 위해 쉬면서 충전을 하려고 사무실에 남아 있었는데, 이 노래 듣고 지금 억수로 멜랑콜리 해졌다.어쩌나...)

3번째 곡의 제목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어떻게 이런 제목을 생각했지?
정말 정곡을 건드린다.
할 때는 너무 아픈데,
헤어질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지나가고 나면 그냥 마음의 사치였을 뿐.
그냥 지나간 기억일 뿐.
인생의 모든 것이 지나가듯이....

제목만 근사하고 후진 노래들이 많아서 기대반 혹시나 반으로 듣기를 클릭. 오.....기절하겠다.

김윤아.누구지?

지금 김윤아가 절규하고 있다.

" 그날 이후 나는 죽었소.
눈물 대신 말을 그는 토하고
피도 살도 영혼도 내겐 남지 않았소.
죽지 않은 것은 나의 허물 뿐.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가진 모든것을 다 소모해 버리고
그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닌것을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닌것을."

김윤아, 정말 누구지?
어떤 band의 vocal이었던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 같다.
정말 노래하다가 피 토할 것 같다.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싶다.

사랑....
지나가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사랑 뿐이랴....

인생은 지나간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고통도,
쾌락도,
슬픔도,
분노도,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다 지나간다.
아무리 붙들고 있으려 안간힘을 써도...

누가 말했더라?
인생은 파도와 같다고...
힘차게 솟구쳤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잠겼다가...
그렇게 싸이클을 타면서 인생은 지나간다.

그러니 기쁜 일이 있다고 너무 오버하지 말고
힘든 일이 있다고 세상이 다 끝난 것 처럼 난리 치지 말자.

지금 아주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기쁨이 오기 전의, 상승 직전의 싸이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 앞의 현실에 너무 기뻐하거나 너무 슬퍼하면서
에너지를 몽땅 소모하지 말자.

내 주위에 아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밤에 푹 자지 못할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기다리라고....
지금의 고통은 기쁨이 오기전의 전주곡이라고....

빨리 그 사람에게 달콤한 기쁨의 전주곡이 울렸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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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4-12-2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는 자우림의 리드보컬이죠? 아마도...(아, 기억력이 감퇴되는 듯... 자신이 없는...)
 

" You need talk? "

좋은 cafe에 앉아서,
같이 밥 먹어주고,
맥주나 칵테일도 마시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그 댓가로 돈까지 받는 직업이 있다.
대화 이상의 "찝쩍 거림" 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직업이 진짜 있냐구?

상하이에서 외국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거리가 있다.
이름하여 "신천지(新天地)".
신천지에 있으면 내가 중국에 있는건지 싱가폴에 있는건지 헛갈린다.

청담동 카페 정도 되냐구?
될데가 못된다.
청담동은 비싸기만 하고 너무 "local" 스럽다.

신천지는 말 그대로 新天地다.
cafe 건물 자체도 예술이고,
온갖 문화가 뒤섞여서 말 그대로 " Fusion" 이다.
웨이터들까지 다국적이다.

너무도 즐거웠던 추석연휴의 상하이 여행.
난 매일 신천지에 있는 cafe Luna로 출근했다.
왜 그 많은 cafe중에 한 군데만 갔냐구?

웨이터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왔다는데,
걔는 정말 허리우드에 진출을 한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신천지에는 남자 혼자 있거나,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을 찾아 다니며, "You need talk?"를 물어보는 중국 여자들이 있다.
뭐 별로 이쁘지도 않다.
그런다고 영어를 잘하느냐?
그냥 "Where are you from?"
"Are you working here?"
"Do you like Shanghai?"
뭐 이 정도의 실용영어회화 수준이다.
상하이에 대해서 떠듬떠듬 설명 좀 해 주고....

그런데 이 이쁘지도 않고, 영어도 잘 못하는 여자들이
있어 보이는 외국 남자가 혼자 있는 테이블에 가서
" You need talk?" 그러면 다 좋다고 한다.

곧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그 테이블에 앉아서
젤로 비싼 음식을 시키고, 칵테일도 하나 시키고
그 남자랑 "대화"를 한다.

남자의 나라 얘기,
상하이 얘기나 자기 고향 얘기(주변 도시에서 온 여자들이 많다.)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 좀 하다가
여자는 영어가 딸리니까 주로 남자가 얘기를 한다.
남자들의 표정을 보면,
알아 듣건 말건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얘기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절주절....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계속 얘기를 한다.
그럼 여자는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했으면서,
"Really?" , "Wow!","Great!" 등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진정한 over action이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실컷 얻어 먹고 여자는 100Yuan을 받는다.
우리 나라 돈으로 15,000원인데 중국에서는 엄청 큰 돈이다.
그리고 또 다른 cafe에 있는 남자들을 찾아 간다.

남자들이 원하는건 단지 "대화",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대화"도 아니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4박 5일동안 이런 남자들을 맨날 보니,
불쌍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약간 과장)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할 사람이 없으면,
밥 사주고 돈까지 주면서 말을 할까....

얼.마.나. 외로우면....

상하이 뿐 아니라 "You need talk?"는 이제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대화"를 해 주고 돈을 받는 직업.

Tokyo의 유명한 환락가 신주꾸.
요즘은 이상한 쇼하고 난리 치는 업체 보다,
조용히 얘기만 나누는 업체가 인기란다.

카운셀러나 신경정신과 의사 찾아가는 대신,
예쁜 여자한테 회사에서 있었던 스트레스, 부인 험담, 시시콜콜한 고민, 남이 들어주지 않는 잘난체 이런거 하고 돈내는 거다.

왜 이 난리일까?
얼마나 외로우면......

왜 갑자기 이 글을 쓰느냐구?
상하이 갔다 온지도 벌써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아까 저녁 먹으러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가방을 사고 있었다.
삼성생명 빌딩 지하 아케이드는 워낙 장사가 안되는 곳이라,
(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손님 한명 가면 점원이 두세명씩 달라 붙어서,
가증스럽기까지한 목소리로 오버 액션을 하며
닭살스런 일본식 친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거기서 그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이 가방, 저 가방을
걸쳐 보고 있었다. 그 할머니에게 진정 필요한건 가방이 아니라
"대화"와 "관심" 같았다.

쇼핑 중독중 환자들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며 주체하지 못하는 병을 얻는거라던데....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외롭게 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이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말을 할까?

그런데....
내 주변의 사람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할머니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랑 말하고 싶지 않을까?

오늘은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아빠랑 10분은 얘기하고 자야겠다.

문득.....
우리 아빠도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You need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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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한글의 날.
예전 같으면 아주아주 행복했을 휴일.
노태우 정권 때 10월에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국경일에서 쏙 빠졌다. 슬프다.

그런데 더 슬픈건 10월의 유일한 국경일 개천절 마저 올해는 일요일이었다는 거다. 작년 12월에 올해 달력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일본어를 배우기로 작년 부터 내내 결심했던 수선.
( 참 시작하는데 오래도 걸렸다.)
이번달, 억수로 피곤하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드뎌 일본어 주말반 초급반을 등록, 10월 9일에 첫수업을 받았다.

일본어 첫수업은 항상 똑같다.
글자 배우고, 글자 읽는 법 배우고, 다음 시간까지 히라가나 몇번 써오라고 숙제 내주고...

그 다음 시간엔 인사 배우고,
" 소레와 난 데스까?" 이런가 하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석을 하기 시작한다.
일본어 학원들은 커리큘럼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지겹게 가르키냐?

어쨌든 이번만은 꼬~옥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서
일본 소설을 읽고야 말테다. 꼬~옥!!!
( 번역의 한계를 너.무.도 절실히 느낀다.)

수업을 마치고 강남역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어서
진솔문고에 갔다.
진솔문고 바로 옆에 사는 친구랑 진솔문고에서 만나기로 했다.

거의 6개월만인가? 오랜만에 진솔을 찾는 발걸음이라 사뭇 기대가 되었다. (난 쾌적하고, 사람 많지 않고, 책 배치가 잘되어 있는 진솔문고를 아주 좋아한다.)

기분좋게 진솔문고에 들어서는 순간, 난 깜짝 놀랐다.
책장이 텅텅 비어있고,
책들은 바닥에 마구잡이로 쌓여서 울고 있었고
선반 정리를 하는건지 철수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디따 큰소리로 못질을 하고 있었다.
쿵쾅쿵쾅.
정말 깜짝 놀랐다.

그냥 나오려고 하다가 반대편을 보니,
진솔문고의 반쪽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놀라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니,
원래 진솔이 건물 두개 자리를 썼는데 ( 지하를 터서)
계약기간이 끝나서 면적의 반은 안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아무래도 강남교보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공간을 줄이는것 같다고 했다.

이유가 뭐건 아주아주 실망했다.
난 친구가 올 때 까지,
흉물스런 빈 책장들이 가득한 나머지 반쪽에서 울려오는
못소리를 들으며 책구경을 했다.
못소리도 자꾸 듣다보니 리듬감이 느껴졌다.

문학코너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왔다.
우리는 거의 한시간 동안 천천히 책구경을 했다.
저녁 먹기 전의 애피타이저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책이 꽤 많았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로 하고
찜한 책을 폰카로 사진만 찍어 두었다.
책은 달랑 두권만 샀다.
나 같은 얍쌉한 소비자의 달라진 소비유형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하나 문을 닫고 있느건 아닌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달랑 두권, 무슨 책을 샀냐구?

For me, <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 ( 에스테 빌라 저 /조선희 역/ 황금가지) .
- 일단 제목에 feel 꽂혀서 책을 뽑았다.
그런데.... 이 책은 <마님 되는 법> 처럼 남자를 부려먹자 이런
가벼운 얘기가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그 유명한 에스테 빌라.독일의 유명한 의사이자,
사회운동가다.
남자를 우려 먹는 여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여성억압이란 허구이며, 오히려 여자들이 남자들을 이용한다는
얘기다.흥미롭지 않은가?
이 책을 보자마자 동생이 재미있겠다고 가져 갔는데,
( 내 동생은 대단한 독서광이다. 미술,음악,문학 너무도 재능
많은 그녀!)
나도 빨리 읽고 싶다.

For my friend, <웬디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2>(예담)

미술코너에서 우리들의 대화.
친구 : " 웬디수녀 책이 그렇게 재미있다며?"
수선 : " 어... 나 <유럽미술 산책> 읽었는데 진짜 재미있더라.
잘난 척 하고 어렵게 쓰는 다른 평론가들하고 전혀 틀려.
그림 하나하나에서 미세한 감정을 잡아낸다.
그리고 할머니답지 않게 아주 날카로워."
친구 : " 어...그래? 꼭 읽어봐야 겠네."
수선 : " 그래? 그럼 내가 한권 선물할께"
( 호기 좋게 책을 뽑아 계산대로 걸어가는 수선.
계산을 하고 친구에게 말한다)
" 그럼 우리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우하하하.
책 한권 선물 받고, 저녁을 살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친구!
토요일 저녁, 맥주를 참 맛있게 마셨다.
그날 따라 어찌 그리 달던지....ㅋㅋ

진솔문고의 반쪽화
정말 정말 아쉽다.

교보여! 너만은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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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릴라 2004-10-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종종 들어와서 서재를 둘러보고 갑니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나봐요?
음...저도 요즘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졌는데 당최 시작하기가 쉽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작가 유미리를 좋아하는데 얼마전 유미리 홈피가 있는걸 알았거든요. 근데..일본어! 번역 싸이트가 있긴 하지만...쩝.
후훗~일본어 열심히 하세요! 저도 언젠가는 시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