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목요일 계속 Buyer가 와서(그것도 중요 거래선) 저녁을 먹었다. 덕분에 오늘 아주 피곤하다.

수요일 저녁에는 북창동의 유명한 장어구이집에서 장어를 먹었고,
(아저씨들 장어 무진장 좋아한다. 일본은 장어 무지하게 비싸다.
그 아저씨 일본말로 "이빠이" 먹었다.)
어제 점심은 "희원"에서 한정식을 먹었고,
(도대체 점심에 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굶어 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버리다니....)
어제 저녁은 "예성가든"에서 꽃등심을 먹었다.

이렇게 Buyer들이 왔다 가면, 정말 피곤하다.
밥을 먹는게 뭐가 그렇게 피곤하냐구?
미팅 자료 만들어야지,
미팅할 때 긴장하지,
미팅하고 나서 보고서 만들어야지,
미팅 Memorandum 써서 보내 줘야지,
미팅 때 결정된 사항 실행해야지.....

왜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하냐구?
직업의 세계 작가냐구? 우하하.

Buyer들하고 비싼데서 맛있는거 먹었다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워 한다.
특히 내 사랑스런 동생 봉구는 마구마구 부러워 한다.

영업사원(특히 해외영업)을 하다보면,
정말 "산해진미"를 먹을 일이 많다.

시드니 출장가면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랍스터를 먹고,
뉴질랜드 출장가면 사슴 스테이크를 먹고,
일본 출장가면 그야 말로 싱싱한 "사시미"를 배터지게 먹고,
말레이지아 가면 한국 왕새우의 큰아버지뻘은 될 것 같은 디따 큰 왕새우들을 질리도록 먹고,
유럽 출장가면 한국에서는 감히 마시지 못하는 와인의 향연이 벌어진다.

가서 먹는 만큼 또 거래선들 들어 오면,
한정식에 갈비에 때로는 한국의 집 같은데서 부채춤 까지 보면서 난리가 난다.

나는 시드니에 출장을 참 많이 갔다.
시드니항은 달력에서 본 사진 처럼 정말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야경도 참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면 싸이의 노래 처럼
정말 "지상 낙원"이다.

그 아름다운 시드니항.
세계적인 조형물 오페라 하우스.
참~ 멋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정말 억.수.로 비싸다.

그런데....
이렇게 황홀한 곳에서 거래선들과 저녁을 먹으면 행복한가?

물론 때때로 좋을 때도 많다.
미팅 잘 끝나고 나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우아하게 칼질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많다.

호주 영어....진짜 알아듣기 힘들다.
입에서 웅얼웅얼하는 그 귀여운(?) 발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영어 들어가면서,
농담 따먹기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제품 관련 질문이나 판매동향을 들으면서,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거래선들하고 식사할 때는 항상 긴장한다.
아니 긴장해야 한다.
차라리 좀 썰렁하면 그만인 것을,
오버하다가 말 실수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아무리 좋은 음식,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랍스터를 먹는 것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떡라면을 먹는게 훨씬 행복할 수 있다.
뭐 365일 중 300일 이상 먹으면 지겹겠지만....ㅋㅋ

"무엇을 먹느냐?" 보다
"무엇을 누구와 먹느냐?"가 행복하기 위해서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떡라면을 먹어도,
아니 라면에 떡이랑 계란 빠진 그냥 라면을 먹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맘 편하게 먹으면 훨~씬 행복하다.

드디어 오늘은 금요일.
이번 한주. 성대리 정~말 힘들어다.
( 여러분! 뜨거운 박수를! ㅋㅋ)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또 좋은 친구와
푸~욱 쉬고 싶다.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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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0-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퍽퍽한 자리에 음식마저 맛없으면 더 정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마 몇 년 후, 제가 그런 자리에 앉게 되면 "그나마 음식이라도 맛나니까..." 라고 생각하며 귀 쫑긋 세우고 식탁앞에 앉아있을 것 같네요...

아,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