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한글의 날.
예전 같으면 아주아주 행복했을 휴일.
노태우 정권 때 10월에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국경일에서 쏙 빠졌다. 슬프다.

그런데 더 슬픈건 10월의 유일한 국경일 개천절 마저 올해는 일요일이었다는 거다. 작년 12월에 올해 달력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일본어를 배우기로 작년 부터 내내 결심했던 수선.
( 참 시작하는데 오래도 걸렸다.)
이번달, 억수로 피곤하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드뎌 일본어 주말반 초급반을 등록, 10월 9일에 첫수업을 받았다.

일본어 첫수업은 항상 똑같다.
글자 배우고, 글자 읽는 법 배우고, 다음 시간까지 히라가나 몇번 써오라고 숙제 내주고...

그 다음 시간엔 인사 배우고,
" 소레와 난 데스까?" 이런가 하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석을 하기 시작한다.
일본어 학원들은 커리큘럼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지겹게 가르키냐?

어쨌든 이번만은 꼬~옥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서
일본 소설을 읽고야 말테다. 꼬~옥!!!
( 번역의 한계를 너.무.도 절실히 느낀다.)

수업을 마치고 강남역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어서
진솔문고에 갔다.
진솔문고 바로 옆에 사는 친구랑 진솔문고에서 만나기로 했다.

거의 6개월만인가? 오랜만에 진솔을 찾는 발걸음이라 사뭇 기대가 되었다. (난 쾌적하고, 사람 많지 않고, 책 배치가 잘되어 있는 진솔문고를 아주 좋아한다.)

기분좋게 진솔문고에 들어서는 순간, 난 깜짝 놀랐다.
책장이 텅텅 비어있고,
책들은 바닥에 마구잡이로 쌓여서 울고 있었고
선반 정리를 하는건지 철수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디따 큰소리로 못질을 하고 있었다.
쿵쾅쿵쾅.
정말 깜짝 놀랐다.

그냥 나오려고 하다가 반대편을 보니,
진솔문고의 반쪽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놀라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니,
원래 진솔이 건물 두개 자리를 썼는데 ( 지하를 터서)
계약기간이 끝나서 면적의 반은 안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아무래도 강남교보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공간을 줄이는것 같다고 했다.

이유가 뭐건 아주아주 실망했다.
난 친구가 올 때 까지,
흉물스런 빈 책장들이 가득한 나머지 반쪽에서 울려오는
못소리를 들으며 책구경을 했다.
못소리도 자꾸 듣다보니 리듬감이 느껴졌다.

문학코너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왔다.
우리는 거의 한시간 동안 천천히 책구경을 했다.
저녁 먹기 전의 애피타이저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책이 꽤 많았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로 하고
찜한 책을 폰카로 사진만 찍어 두었다.
책은 달랑 두권만 샀다.
나 같은 얍쌉한 소비자의 달라진 소비유형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하나 문을 닫고 있느건 아닌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달랑 두권, 무슨 책을 샀냐구?

For me, <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 ( 에스테 빌라 저 /조선희 역/ 황금가지) .
- 일단 제목에 feel 꽂혀서 책을 뽑았다.
그런데.... 이 책은 <마님 되는 법> 처럼 남자를 부려먹자 이런
가벼운 얘기가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그 유명한 에스테 빌라.독일의 유명한 의사이자,
사회운동가다.
남자를 우려 먹는 여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여성억압이란 허구이며, 오히려 여자들이 남자들을 이용한다는
얘기다.흥미롭지 않은가?
이 책을 보자마자 동생이 재미있겠다고 가져 갔는데,
( 내 동생은 대단한 독서광이다. 미술,음악,문학 너무도 재능
많은 그녀!)
나도 빨리 읽고 싶다.

For my friend, <웬디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2>(예담)

미술코너에서 우리들의 대화.
친구 : " 웬디수녀 책이 그렇게 재미있다며?"
수선 : " 어... 나 <유럽미술 산책> 읽었는데 진짜 재미있더라.
잘난 척 하고 어렵게 쓰는 다른 평론가들하고 전혀 틀려.
그림 하나하나에서 미세한 감정을 잡아낸다.
그리고 할머니답지 않게 아주 날카로워."
친구 : " 어...그래? 꼭 읽어봐야 겠네."
수선 : " 그래? 그럼 내가 한권 선물할께"
( 호기 좋게 책을 뽑아 계산대로 걸어가는 수선.
계산을 하고 친구에게 말한다)
" 그럼 우리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우하하하.
책 한권 선물 받고, 저녁을 살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친구!
토요일 저녁, 맥주를 참 맛있게 마셨다.
그날 따라 어찌 그리 달던지....ㅋㅋ

진솔문고의 반쪽화
정말 정말 아쉽다.

교보여! 너만은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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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릴라 2004-10-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종종 들어와서 서재를 둘러보고 갑니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나봐요?
음...저도 요즘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졌는데 당최 시작하기가 쉽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작가 유미리를 좋아하는데 얼마전 유미리 홈피가 있는걸 알았거든요. 근데..일본어! 번역 싸이트가 있긴 하지만...쩝.
후훗~일본어 열심히 하세요! 저도 언젠가는 시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