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 need talk? "

좋은 cafe에 앉아서,
같이 밥 먹어주고,
맥주나 칵테일도 마시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그 댓가로 돈까지 받는 직업이 있다.
대화 이상의 "찝쩍 거림" 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직업이 진짜 있냐구?

상하이에서 외국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거리가 있다.
이름하여 "신천지(新天地)".
신천지에 있으면 내가 중국에 있는건지 싱가폴에 있는건지 헛갈린다.

청담동 카페 정도 되냐구?
될데가 못된다.
청담동은 비싸기만 하고 너무 "local" 스럽다.

신천지는 말 그대로 新天地다.
cafe 건물 자체도 예술이고,
온갖 문화가 뒤섞여서 말 그대로 " Fusion" 이다.
웨이터들까지 다국적이다.

너무도 즐거웠던 추석연휴의 상하이 여행.
난 매일 신천지에 있는 cafe Luna로 출근했다.
왜 그 많은 cafe중에 한 군데만 갔냐구?

웨이터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왔다는데,
걔는 정말 허리우드에 진출을 한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신천지에는 남자 혼자 있거나,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을 찾아 다니며, "You need talk?"를 물어보는 중국 여자들이 있다.
뭐 별로 이쁘지도 않다.
그런다고 영어를 잘하느냐?
그냥 "Where are you from?"
"Are you working here?"
"Do you like Shanghai?"
뭐 이 정도의 실용영어회화 수준이다.
상하이에 대해서 떠듬떠듬 설명 좀 해 주고....

그런데 이 이쁘지도 않고, 영어도 잘 못하는 여자들이
있어 보이는 외국 남자가 혼자 있는 테이블에 가서
" You need talk?" 그러면 다 좋다고 한다.

곧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그 테이블에 앉아서
젤로 비싼 음식을 시키고, 칵테일도 하나 시키고
그 남자랑 "대화"를 한다.

남자의 나라 얘기,
상하이 얘기나 자기 고향 얘기(주변 도시에서 온 여자들이 많다.)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 좀 하다가
여자는 영어가 딸리니까 주로 남자가 얘기를 한다.
남자들의 표정을 보면,
알아 듣건 말건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얘기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절주절....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계속 얘기를 한다.
그럼 여자는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했으면서,
"Really?" , "Wow!","Great!" 등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진정한 over action이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실컷 얻어 먹고 여자는 100Yuan을 받는다.
우리 나라 돈으로 15,000원인데 중국에서는 엄청 큰 돈이다.
그리고 또 다른 cafe에 있는 남자들을 찾아 간다.

남자들이 원하는건 단지 "대화",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대화"도 아니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4박 5일동안 이런 남자들을 맨날 보니,
불쌍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약간 과장)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할 사람이 없으면,
밥 사주고 돈까지 주면서 말을 할까....

얼.마.나. 외로우면....

상하이 뿐 아니라 "You need talk?"는 이제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대화"를 해 주고 돈을 받는 직업.

Tokyo의 유명한 환락가 신주꾸.
요즘은 이상한 쇼하고 난리 치는 업체 보다,
조용히 얘기만 나누는 업체가 인기란다.

카운셀러나 신경정신과 의사 찾아가는 대신,
예쁜 여자한테 회사에서 있었던 스트레스, 부인 험담, 시시콜콜한 고민, 남이 들어주지 않는 잘난체 이런거 하고 돈내는 거다.

왜 이 난리일까?
얼마나 외로우면......

왜 갑자기 이 글을 쓰느냐구?
상하이 갔다 온지도 벌써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아까 저녁 먹으러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가방을 사고 있었다.
삼성생명 빌딩 지하 아케이드는 워낙 장사가 안되는 곳이라,
(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손님 한명 가면 점원이 두세명씩 달라 붙어서,
가증스럽기까지한 목소리로 오버 액션을 하며
닭살스런 일본식 친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거기서 그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이 가방, 저 가방을
걸쳐 보고 있었다. 그 할머니에게 진정 필요한건 가방이 아니라
"대화"와 "관심" 같았다.

쇼핑 중독중 환자들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며 주체하지 못하는 병을 얻는거라던데....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외롭게 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이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말을 할까?

그런데....
내 주변의 사람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할머니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랑 말하고 싶지 않을까?

오늘은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아빠랑 10분은 얘기하고 자야겠다.

문득.....
우리 아빠도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You need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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