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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정말 깜짝 놀랐다.
10년 후 한국경제가 암담하다면,
그건 <10년 후, 한국>에 기술된 공병호가 지적한 현상들 때문이 아니라, 이런 책이 "CEO를 위한 도서"로 추천되는 한심한 세태 때문이다.
이런 책을 추천하고,
이런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한국사회의 암담함 아닐까?
황당하게도 <10년 후, 한국>에는 10년 후의 전망이 없다.
그저 2004년 현재 한국의 현상들에 대한 비판만이 가득하다.그것도 논리의 오류로 가득한.
글의 전개는 극도로 감정적이며, 논거는 빈약하다.
이 책은
1.한국의 현재 : 무엇이 문제인가?
2.10년 후 한국 :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3.한국의 위기 :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가?
4.미래 준비 :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렇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한국의 현재"가 전체의 절반을 가볍게 넘는다.
모든 페이지가, 아니 한줄 한줄이 비약과 왜곡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11 대미외교,감정만으로는 안된다"라는 장을 보면,
공병호 아저씨는 한국을 로마에 멸망 당한 코린트와 비교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사의 한 대목이 있다.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명분에만 치우치는 민족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그 사례가 <로마인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다.아테네,스파르타와 함께 그리스 3대 국가였던 코린트의 비극적인 멸망이 그 예이다.
그리스 문화를 존경했던 로마인들은 그리스 민족의 독립과 자치를 존중해 주고자 했다.하지만 그리스인들은 로마의 태도를 힘 있는 자의 관용이 아니라 그리스 문화에 열등감을 가진 자의 저자세로 받아들이게 된다.결국 로마인들은 관용을 거두고 코린트에 군대를 급파하고,로마군에 의해 송두리째 파괴된 코린트는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p94)
코린트의 멸망을 곱씹으며 한국인으로서 되돌아봐야 할 것은 도대체 뭘까?
힘 있는 자 앞에서 까불다가 후회하지 말자?
공병호는 이런 식으로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로서
수많은 "인용"을 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인용한 저자는 우습게도 복거일과 공병호 자신이다.
"필자와 김정호 박사가 공동으로 집필한 <갈등하는 본능>의 내용을 인용한다."(p163)
이 부분에서는... 그 어떤 코믹북을 읽을 때 보다 큰소리로 웃었다.
세상에....책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로 자신의 다른 저서를 인용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공병호는 "한국 난리났다. 당신 큰일났다." 고 선동적으로 말한다.
그런데...공병호가 지적하는(?)- 대부분 일간지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현상들의 대부분은 한국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에 고성장을 한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겪는 현상들이다.
고성장을 한 후에 저성장기가 오는건 경제 싸이클이다.
이 책의 I맺는 글I에서 공병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강조해 두고 싶은 점은 현실을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자신의 방식대로 곡해해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인간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의 약점을 벗어날 수 있다면,세상에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없다.(p226)
참....알면서 왜 그러실까?
왜 공박사님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게다가 우기기 까지 하시는지?
공박사님, 앞으로는 번역만 하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