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난 "손절매"를 했다.
아팠다.마~니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를 악물고 팔았다.

1월 초, 난 이름도 잘 모르는 코스닥 종목 OOO을 샀다.
정말....무모하고 대담하고 무식하다.
어떻게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샀을까?
당근 그 회사에서 뭐를 생산하는 지도 모르고, 그래프 한 번 보지 않았다.

1월 초 어느 날,
K과장이 확실한 소스가 있다며 OOO을 좀 사라고 했다.
곧 무슨 발표를 한다고...

K과장이 어떤 사람이냐?
돈 천원도 아끼는 사람이다.
재정적인 면에서 확실하게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런 K과장이 쌈짓돈을 털어 OOO을 샀다.

재테크의 대가 K2 과장도 OOO을 샀다.
K2 과장은 IMF 때 산 우량주를 아직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K과장과 K2 과장이 둘 다 사기에,
난 기회를 놓칠세라 급하게 OOO을 샀다.

며칠 후, 그 회사는 정말 무슨 발표를 했고,
상한가를 치지는 않았지만 10% 정도 올랐다.
며칠만에 10% 먹었는데 팔아 버릴까...했으나,
잠시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발표 다음 날부터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조정을 받는지 뭔지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서,
특히 코스닥이 무너지면서,
OOO도 마이너스 25%~30%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난 K과장과 K2과장에게 물었다.
"어떻하죠?"

둘 다 똑 같은 대답을 했다.
급한 돈도 아니고, 당장 대책이 없으니 그냥 묻어 두자고....
시장 자체가 하락한 거니까 기다리자고...
K과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밑지고 팔 수는 없쟎아요."

그래서....나도 그냥 묻어 두려 했었다.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손해 보고 팔기 싫다는 생각에...
묻어 두고 있으면 회복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주말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참말로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남의 말을 듣고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산 것이나,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까지 남의 의견에 기대는 것이나,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다.
작년에 장이 워낙 좋다 보니 펀드와 ETF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1200까지 갔을 때 "차익실현"을 위해 다 털고 나왔다.
그러고는 만족할만한 수익률 실현에 스스로 대견해 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주가가 1400을 넘어 계~속 쭉쭉 올라갔다.
난 "괜히 팔았다"고 발을 동동거리며, 더 먹을 수 있는데 미리 나온 걸 후회했다.
주가가 너무 올라서 또 뭘 하기는 겁나고, 뭐 괜찮은 거 없나...하던 차에
K과장의 말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서 OOO를 샀던 것이다.

어제....일요일 오후 내내 고민했다.
묻어 둘 것인가? 손절매를 할 것인가?
나름대로 그래프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난 "손절매"를 하기로 했다.

그냥 묻어 두고 있으면 몇달 후면 회복될지도 모른다.
아니 매수가 보다 더 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이런 식의 한심하고 무식한 투자를 근절하는 뜻에서
깨끗이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남의 말 듣고 산, 뭔지도 모르는 종목 갖고 있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오늘 아침 손절매를 하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이렇게 "멍청한" 일을 하지 말자고....
이런 경솔함은 내 자신의 시간과 노동과 자산을 존경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래도....소심한 성격 탓에 많이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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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0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 전 주식은 하지 않을래요. 거 신경쓰여서 자꾸. 주변에 주식으로 대박 난 사람도 없고 죄다 망했으니.

kleinsusun 2006-02-0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주식 신경 많이 쓰여요.그래서 저도 개별종목은 잘 안하는데,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마음고생을 했네요.ㅎㅎ 오늘 눈이 정말 많이 와요.출근하셨나요?^^

2006-02-0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2-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주식을 하시는 구나. 저도 회사법 배울때 주식 열심히 배웠지만 시험이 끝나는 순간 하얀 백지가 되어서 암것도 몰라요. 그냥 적게 벌어서 적게 먹고 적게 싸며 살아야지.ㅋㅋㅋ

야클 2006-02-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주식, 참 어려운 거죠. 사는 타이밍 보다는 파는 타이밍을 잘 못 잡아서요.
주위의 정보 듣고 사는 급등주 보다는 그냥 수익률 낮더라도 잘 아는 우량주에 투자하는게 안전빵이지요. 물론 사람투자도. ㅋㅋ

BRINY 2006-02-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말에 해외나갔다 왔더니만, 귀국편 비행기 안에서 집어든 경제신문 헤드라인이 '2달동안 번 돈 1주일만에 날리다'였어요. 같이 간 친구는 마중나온 남편 보자마자 주식 물어보면서 다시는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저같은 사람조차 솔깃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참.

moonnight 2006-02-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시원섭섭하시겠어요. 많이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건 역시 수선님 ^^ 전 주식의 주자도 몰라요. -_-; 가끔 제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고 요즘같은 재테크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인간인 거 같아서 한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냥 맘편하게 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