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영화 <사랑을 놓치다>

주인공 설경구는 "조정" 선수로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왜 하필 "조정"일까?
화면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송윤아 고향의 양어장과 함께 물이 흐르는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

조정에 대해 잘 모르지만,
TV에서 조차 조정 경기 한번 본 적 없지만,
"비인기 종목"일꺼고, 조정으로 밥 먹고 살기란 쉽지 않을꺼다.

영화에서 우재(설경구)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우재가 잔뜩 어질러진 집에서
TV를 보며 혼자 캔맥주랑 빵쪼가리를 먹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연락 없이 올라오신 아버지.
이러 저리 뒹구는 빈 캔들과 쓰레기를 급하게 치우고 문을 여는 우재.

아버지는 난닝구 차림에 혼자 빵을 먹고 있는 아들을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한다.

" 야 이놈아! 야구도 있고 축구도 있는데, 왜 하필 조정이냐? "

조정. 바로 그 조정.
내 주위에 前 국가대표 조정 선수가 있다.
누구냐면....헬스클럽 트레이너다.

어제 영화에서 설경구를 보면서 헬스클럽 트레이너 N이 생각났다.
나이도 영화 속의 설경구랑 비슷한 거 같다.91~93학번?
키는 189, 온몸이 근육이고 약간은 느끼한 스타일이다.

요즘 헬스클럽에는 요가,ABS, 스텝 이런거 그룹으로 하는 GX 프로그램이 있는데(이거 없으면 장사 안된다), N은 body shaping 강사다. 이게 뭐냐면...아령 들고 춤추는 거다.
한시간 동안 양손에 아령 들고 춤추면 진짜....힘들다.

난 어설프게 따라한다.
이런 자세 하지 말라고 툭하면 지적 당하는 어설픈 자세지만,
한 시간 동안 따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난....운동에 심각한 컴플렉스가 있다.
"난 운동을 못해."
"난 몸치야."
"난 몸이 말을 안들어."

어렸을 때 부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운동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래서....운동을 피하고 안하게 되었다.

난 방향감각이 완전 꽝인데,
(정말 대단한 "길치"다. 어렸을 때는 신발 짝짝이를 구별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학교 다닐 때 체조할 때는
마주보고 체조를 하는 선생님을 따라 하다 보니
다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릴 때, 혼자 왼쪽으로 돌려서
무안을 당하곤 했다.

어쩌다 볼링장이라도 가면
내 차례가 될 때 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특히 팀별 대항 게임비 내기 이런거 하면
나 때문에 질까봐 마구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런데....얼마 전 헬스에서 N의 동작을 따라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정말 운동을 못하는걸까?"

난 달리기를 잘한다.(오래 달리기 말고)
운동회를 하면 "릴레이"에 나가곤 했다.

난 내가 달리기를 잘하는건
그저 "승부정신"에 의한, "정신력"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난 운동을 못해! 못하니까 하기 싫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운동을 못하는걸까?"

나...영어 잘한다.
사람들은 제대로 영어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는 "어학에 재능이 없다." 또는 "해도 안된다."라고 말한다.

어학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처음엔 무조건 외워야 한다.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어학 연수 아닌 달나라 연수를 가도 아무 소용 없다.

나...고등학교 때 성문종합영어 20번 봤다.
이렇게 하면 사람 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지간해서 영어를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다.

그런데....하물며 운동은 더 연습이 필요한거 아닐까?
N이 그런 근육을 만들고,
그런 자세가 나오기 까지는
정말 "기계처럼" 연습을 했을 텐데,
그런 과정은 다 생략하고 생전 운동은 안하면서
"나는 운동을 못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근거는 뭘까?

생각해 보면 이런 악순환이 가능하다.

1."나는 운동을 못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한다.
2. 그래서...운동을 피하고 안한다.
3. 갈수록 운동신경이 둔해지고, 믿음은 더 강해진다.

이게 꼭 운동 뿐만이 아닐 꺼다.
잘하는 건 계속 파고, 못하는 건 피하는 양극화(?) 현상.

"난 정말 운동을 못하는걸까?"

답을 알기 위해, 이번에 한번 제대로 운동을 해봐야 겠다.
해봐야 아는 거니까...진짜로 못하는건지, 못한다고 생각한건지...

"난 정말 운동을 못하는걸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01-3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그래도 릴레이선수까지 하셨네요. 전 달리기라면 완전 젬병에 운동신경이 둔한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저 아이스스케이트(스피드) 만 2년 타고 있는데요 지금은 제법이랍니다^^ 사랑을 놓치다, 에 조정선수들 실내에서 트레이닝 하는 거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수선님 좋은 하루~~

아영엄마 2006-01-3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열심히 하시면 잘 하실 거예요. ^^(성문종합영어 20번이란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갑니다. 뭐든 열심히 하고 봐야 해!! @@)

moonnight 2006-01-3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릴레이선수까지 하신 분이 운동을 못한다 하시면 저는 .. 우흑흑 ㅠㅠ;; 성문종합 20번에 허걱 하고 놀라며 ^^; 그거 한 반만 열심히 하신다면 N트레이너를 깜딱 놀라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 저도 가끔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거 못해. 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내게 감옥이 되는 거 같아요. 우리 수선님.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

마늘빵 2006-01-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심각하게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하게 돼요. 아 아직 이 정도면 내 몸은 괜찮아, 양호한데 머, 이러면 안하게 돼요. ㅋㅋ 제가 한동안 그랬죠.

mannerist 2006-01-3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나라 연수를 가도 아무 소용 없다.

=> 달나라 퇴깽이들도 영어를 쓴단 말임까... 원 투 쓰리 포오 함시롱 떡방아내리치며... 꺼이이... 구여운 토끼들한테 떡한쪽 얻어먹으려 해도 아임 헝그리 쿠드 유 기브 미 썸 라이스 케잌 플리즈 이래야 한다니... 달나라까지 침투한 尾문화제국주의를 먼저 몰아내야겠어요. 으흑흑 ㅜㅡ

각설하고. ㅎㅎㅎ 무조건 외워야 한다에 한 표.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가르치던 때, 한 과외소녀가 고용주 엄니에게 항의했담다. "엄마. 영어선생님 따로 구해줘. 선생님말야, 수학시간엔 되게 세세하게 잘 가르쳐주시면서 영어시간엔 맨날 외우란 소리밖에 안해." 좌우간 매너 취직의 최대 의의는 사교육계 탈출이라니깐요. ㅋㅋㅋ

kleinsusun 2006-01-3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우와....스케이트 배우시는군요. 곧 선수로 데뷔하시는거 아니예요?^^
저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시퍼요. 대회 나가시면 얘기해 주세요.홧팅!

아영엄마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홧팅!

moonnight님, 맞아요. 못한다는 "생각"이 감옥인 것 같아요.
사실...못한다는 "근거"도 없는데 말이예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고.ㅎㅎㅎ
이번 기회에 운동을 열씨미 해볼꺼예용.^^


kleinsusun 2006-01-3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맞아요. 필요성을 절감하는게 중요해요.
그래야 다른 일이 생기고 핑계가 생겨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매너야, 울산엔 잘 도착했니?
내일 부터는 또 출근이 시작되는구나. 아....자야겠지? ㅎㅎㅎ
어학은 무조건 외워야지 어쩌겠니? 쉬고 있는 일본어가 생각나네.
이번주는 3일만 출근하면 되네. 힘내자구.무사안일!

다락방 2006-02-0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말씀에 아주 심각하게 동의하지만 말예요, 그런것도 있잖아요. '하기 싫다'는 생각. 하기 '싫으'면 이건 정말 구제할 방법이 없는거겠죠? 흠..

kleinsusun 2006-02-0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맞아요. 하기 싫은건 정말 어쩔 수 없어요.
전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몸치라 두렵고 쩍팔려서 안한거였거든요.ㅎㅎㅎ
라틴댄스를 배워 보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요?

2006-02-04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5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