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y Pretty! " 필리핀 거래선 K社의 Nonie 언니는 항상 내게 이렇게 말한다.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Nonie 언니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애가 넷이고 막내가 대학생이라 하니 적어도 40대 후반은 되는 것 같다. Nonie 언니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항상 명랑하고 상쾌,유쾌,통쾌하다. 어찌나 잘 웃는지.... 한국 드라마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비"랑 "조인성".작년 7월 필리핀 출장 때, 비 공연실황 DVD를 사다 줬더니 거의 기절했다. 한동안 매일 저녁 "Rain"의 콘서트를 보며 열광했다고 한다. ※동남아에서 한국 드라마 VCD는 무진장 싸게 살 수 있지만(물론 license 없는 카피) 공연실황 DVD는 구하기 힘들다. Nonie 언니는 나를 참 귀여워 한다. 필리핀 출장 때는 내게 깜찍한 테디 베어와 과자, 손뜨개한 숄을 선물했다.그 테디 베어는 내 노트북 가방에 매달려 온갖 나라에 같이 다니고 있다.Nonie 언니는 항상 메일 첫 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Dearest "beautiful" Susan, 뭐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Nonie 언니는 나를 처음 봤을 때,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회의 할 때 내 얼굴만 쳐다 봤단다. (구매 담당자들은 싸게 사기 위해 "립 서비스"를 잘한다. ㅎㅎ) 그 때부터 Nonie 언니는 항상 내 이름 앞에 "beautiful"을 붙이고, 전화할 때 마다 말한다. " Stay pretty! "평소 때는 " Stay pretty! " 들으면 그냥 재미있고 유쾌하고 그랬는데,12월에는 좀 짜증이 났다. 11~12월에 계속 되는 술자리와 송년 모임, 운동 부족과 수면 부족으로 살이 많이 쪘고, 얼굴은 거의 늘 부어 있었다. " 살이 많이 쪘네." " 얼굴이 달덩이 같아." 보는 사람마다 말했다. 심지어 울 상무님은 "신장이 안 좋은 거 아니야?" 이런 말씀까지 하셨다.아빠는 젊은 애가 왜 "자기 관리"를 못 하냐고 하셨고, 엄마는 "딸아, 제발 살을 빼라!"라고 말씀하셨다. 주위 사람들의 이런 충고 또는 잔소리는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사실....난 "자기 관리"에 거의 "강박"을 느끼고 있다. 너무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비록 내가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시간관리를 초단위로 하고 계획에 목숨 거는 치밀한 인간은 아니지만, ( 오히려 난 공병호 이런 사람들한테 엄청난 거부감을 느낀다.) "자기 관리" , "자기 계발"의 강박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나름대로, 그러니까 정말 "나름대로"난 "자기 계발"을 위해 이것 저것 삽질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있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할 수 있다.단순히 "요즘 살 쪘네" 수준을 넘어, 왜 "자기 관리"를 못하냐는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은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게 했다.이런 상황에서, 뭐 유행하는 말로 이런 짱 나는 시츄에이션에서, Nonie 언니의 "Stay pretty!"는 기분 좋게 들리지가 않았다. "pretty"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꼭 "pretty"해야 하다는 건가? 유치하게도, 정말 유치하게도, 같이 웃자고 하는 덕담 같은 말에 나는 고딩 딸이 엄마한테 반항하듯이 저항을 느꼈다.(물론 티는 내지 않았지만...)운동을 시작한 것도 사실 이런 강박에서였다. 나를 위해서 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정말 주위 사람들의 지긋지긋한 잔소리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자존심이 상해서, 이러다 외모가 망가지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1월이라 건강 또는 다이어트를 다짐한 사람들로 헬스클럽은 넘쳐 나고, 게다가 원래 별로 회원이 많지 않았던 헬스클럽은 자금이 부족했는지 뭔지 "학생 방학 특별할인"을 하는 바람에 중딩, 고딩들이 넘쳐 난다.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탈의실에 사물함이 부족해서 간이 락카를 쓰는 걸 보면, 적정 인원을 초과해서 회원을 받은 것 같다. 그러니...헬스클럽에 갈 때는 즐거운 마음이 아니라 "의무감"으로 투덜투덜 걸어 들어갔다. 가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월초에 감기 걸리고 했던 통에 또 이런 저런 핑계로 운동을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운동을 안 하다가 다시 하니까, 술도 웬만해서 마시지 않고 나름 먹는 거 신경 쓰니까, 하루에 생수 2~3병씩은 꼭 마셔 줬더니 슬슬 몸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일단 얼굴에 붓기는 다 빠졌다. 슬슬 주위에서 "살 빠지셨어요?" 말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12월 대비 컨디션이 좋아지고, 몸이 편하다. 고딩들로 붐벼 터지는 탈의실을 생각하면 정말 넘 가기 싫지만, 운동을 하고 나오면 개운함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12월 대비 수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생각했다. 나의 "몸짱 프로젝트"는 나를 위한 거라고. 주위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기관리"에 강박을 느껴서가 아니라, 변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불타는 의지에서가 아니라, 그저 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좀 더 기분 좋고, 좀 더 편하고, 좀 더 가볍고, 좀 더 상쾌하고, 그래서....좀 더 행복하기 위한 거라고. 그래서...."몸짱 프로젝트"는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