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눈 앞에서, 정말 바로 앞에서 통근버스를 놓쳤다.
짧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1분만 일찍 집에서 나갔다면,
아니면 무단횡단을 했다면,
통근버스를 탈 수 있었다.

[Sliding Doors]
정말 내게 커다란 "impact"를 준 영화다.
문이 막 닫히려는 지하철을 아슬아슬하게 탔을 때와,
지하철을 놓치고 택시를 탔을 때,
그 짧은 시간의 차이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눈 앞에서, 바로 앞에서 놓치는 것들이 참 많다.
통근버스 뿐만이 아니라...

Lotto 숫자도 하나, 단 하나에 따라 엄청난 상금이 날아오거나, 날아가고,
커트라인에 딱 걸린 애와 1점 차이로 떨어진 애의 인생은 또 달라지고,
몇 달간의 핑크빛 모드가 어이 없는 실수 하나로 아작이 나고,
1초도 안 되는 차이로 금메달이 은메달이 되거나, 아예 메달을 못 따거나 하고,
100대 한정 할인행사 줄을 서 있을 때, 바로 내 앞에서 상품이 떨어지거나 하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손절매를 하며 주식을 팔았는데 바로 며칠 후 상한가를 치기도 하고....

그런데....
또 길게 보면... 당장 손해를 보거나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그래서...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다.

당장 넘넘 억울하고 화가 치미는 일들도
한참 지나서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인 일들이 있다.

요즘 재테크 전문가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특히 변액 유니버셜 판매하는 보험회사 컨설턴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장기적인 투자"

요즘은 수명도 기본적으로 "100세"로 계산한다.
100살까지 살아야 하는데, 경제활동은 몇 살까지 할 수 있느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처럼 자산이 자산을 증식시켜야만 한다.
한국 주식 시장의 체질이 달라졌다.
"장기적인 투자",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마치 종교적 사명처럼 말한다.

"장기적 관점",
길게 봤을 때,
오늘 속상하거나 안타까운 일들이
나중에 생각하면 "천만 다행인 일"로 기억되는 일들도....살다 보면 많다.

그러니..... "一喜一悲" 에 너무 촐싹거리면 안된다.
감정소모도 크고, 스스로 힘들다.

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
내 주위 사람들이 일으키는 크고 작은 사건들,
황당하고 어이 없는 신문 기사나 미친 것 같은 인터뷰/사설,
입이 딱 벌어지는 해외 토픽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아침에 통근버스 놓치고 하는 말치고 너무 비장하거나 또는 오버지만,
오늘 아침 이런 결심을 해 본다.

"一喜一悲"에 촐싹거리지 말자.
인생....길~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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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1-1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잖수. 요즘 내가 맘에, 입에 달고 사는 말. '흔들림도, 떨림도 없이'
월요병, 컨트롤 할 만 해요? 써글 전자결재가 몇번이고 먹통-_-되는 천인공노할 사태를 맞이해서 심호흡 흡- 흡- 하며 오늘 벌써 커피 세잔째에요. ㅋㅋㅋ...
좌우간. 나흘만 있음 주말이닷! ^_^o-

드팀전 2006-01-1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이에요.ㅋㅋ ... 다들 조만간에 도사가 되실 듯 함돠.ㅋㅋ
불교에선 이분법적 사고 또는 감정에 대한 단절을 말하지요."양단"이라고 합니다.양쪽을 모두 자른다는 것인데..그 양쪽이란 것이..기쁜일/나쁜일,선/악,행복/불행,사랑/미움 등등 세상을 구성하는 주관적인 호불의 감정이라지요.그렇다고 무슨 감정의 기계적 중용을 가지라는 것은 아니구.세상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그 두 감정이 하나임을 깨우치며 미망을 없애라는 것이겠지요.
통근 버스가 오늘 아침 님께 또 하나의 화두를 얹어주었네요.숙고하여 실천하는 나날이 되시길...

moonnight 2006-01-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선님 ^^ 출근해서 작은 일로 보글보글 끓고있던 속좁은 제게 마음다스리는 법을 알려주시네요. 맞아요. 멀리 내다보면 지금 곧 죽을 것처럼 난리칠 일 없겠죠. 수선님 덕분에 좀 더 느긋한 맘으로 편안히 하루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점심시간이네요. 맛있는 거 드세요. ^^

코마개 2006-01-1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는 눈에 안들어 오고, '100세까지 산다면'이라는 끔찍한 말만 눈에 쏙 들어옵니다. 보험에는 '너무 일찍 죽을 위험'과 '너무 오래 살 위험'두가지 위험을 상품전략에 넣는다는데, 100세까지 산다는 가정은 넘 끔찍해...

끼사스 2006-01-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통근버스를 놓치신 후 알라딘에 주옥같은 글을 쓰고 많은 이웃들이 감탄하고… ^^

kleinsusun 2006-01-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매너! 음...글쿤, 나흘만 있으면 주말이네. 그러니까...네번만 힘을 내서 새벽에 일어나면 되는구나. 오호....기분 좋아라! ㅎㅎ 월요병은 거의 극복했어. 매너도 즐거운 오후!

kleinsusun 2006-01-1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그 두 감정이 하나임을 깨우치며 미망을 없애라는 것이겠지요." - 드팀전님, 참으로 와닿는 말이네요. 결국...두 감정은 하나죠. 순간순간 크게 반응하고 난리치지만, 한참 지나서 보면...
근데...오늘 우리의 대화가 너무 진지하지 않나요? ㅎㅎ

kleinsusun 2006-01-1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제가 어제 좀 우울했었는데 그 기분이 오늘 아침까지 이어지더라구요. 어제 꿈에도 시달렸고, 아침에 버스까지 놓치고 계속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다가....까잇거~ 사소한 일들에 넘 연연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ㅎㅎ
뭐 거창하게 마음다스리는 법까진 아니지만, moonnight님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용.^^

2006-01-16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1-1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아...그렇군요. 너무 오래 사는 것도 "위험"이군요.
참...아이러니네, 보험사는 너무 빨리 죽을 위험과 너무 오래 사는 위험, 두개로 다 돈을 벌다니...저도...두개 다 가입하고 있어요.ㅎㅎㅎ

훈성님, 주옥 같진 않지만......아침엔 정말 속상했답니다.^^

속삭이신님,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 서재에 글 남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