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시 23분.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내일 아침을 생각하면 자야 하는데...

지지난주 대만 출장에서 울트라 슈퍼 우먼을 만났다.
거래선의 구매 담당자인 S는 애 셋의 엄마이다.
S는 일년에 거의 반은 중국으로 출장을 다닌다.

S는 자기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더 바쁘다고 했다.
애 셋과 강아지 6마리를 키우므로....
합이 아홉이라나? 헉.....

일본어 학원에 같이 다녔던 S경제연구소의 L과장.
중학생,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 40대 여자.
새벽 같이 일어나 애들 도시락을 싸고,
애들이 집에 오면 한입에 쏙쏙 먹게 과일까지 깍아 놓고 나온다고 했다.

주말에는 일주일 반찬을 미리 만들어서
한끼 단위로 포장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 둔단다.
애들이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그러니까 토요일에는 대청소 및 빨래, 집안 정리를 하고,
일요일에는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고,
만든 반찬을 한끼 단위로 포장을 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고...

이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 난 말했다.
"와!!! 과장님, 넘 대단해요. 전 제 한몸 챙기고 나오기도 힘든데..."

L 과장은 말했다.
" 나도 결혼전에 그랬어.걱정하지마,닥치면 다 하게 된다니까!"

그렇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환경의 동물인 이상 닥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북극에 가도 살 수 있고, 아프리카 한 복판에 가도 살 수 있다.

그런데...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살기 싫다.
무슨 극기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L과장에게 물어봤다.

수선 : 일하는 아줌마 안 부르세요?
L 과장 : 애들이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싫어해.
→ 배고프면 다 먹는다. 이건....불변의 진리다.

수선 : 남편은 집안일 안해요?
L 과장 : 가끔 청소기는 돌려. 마트 심부름도 잘하구.
→ 왜 이것만 시킬까?

많은 결혼한 여자들이 말한다.
남편이 집안일 하는걸 보면 답답하다고...
또는 깨끗하지가 못하다고...
그걸 보고 있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게 속편하다고....

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나 보다 뭘 못하는 남자는 드물테니깐....ㅎㅎ

울트라 슈펴 우먼들이 주위에 여럿 있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다 챙기고 잘 하려고 아둥바둥한다.

난....그러기 싫다.
콩쥐의 구멍난 독을 두꺼비 등으로 메꾸듯
해도 해도 끝없는 일을 내 노동력으로 처절하게 메꾸며 살아갈
자신도 없거니와, 그럴 생각도 없다.

사실....대만에서 슈퍼 울트라 우먼을 만나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 이 여자는 애 셋에 강아지 여섯 마리를 키우면서도 이렇게 일을 하는데....난 너무 게으른게 아닐까? 잠도 좀 줄이고, 좀 더 부지런해져야 겠어.'

이런 생각으로 며칠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했다.
왜 나는 이렇게 게으른걸까? 하며...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함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과 비교하고 자기를 닥달하는 이 좋지 못한 태도.
항상 바쁘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

뭐...<아침형 인간> 스트레스도 받았던 적이 있으니....ㅎㅎ

울트라 슈퍼 우먼.
그렇게 되기도 힘들겠지만 되고 싶지도 않다.

듬성듬성, 약간은 널널하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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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12-20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L 과장님이나 S씨 같은 분은 남성으로 태어나서 울트라 슈퍼 남편이 되어주지 않는 걸까요? 개를 여섯마리나 키워줄 수 있는 남자라면 체형에 관계없이 섹쉬할텐데! ^^

이리스 2005-12-20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 으하하하.. 으하하.. 아침부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요. 마지막 문장이 압권입니닷!!! 수선님 ... 네, 맞아요. 뭐 그렇게 살 이유 있나요. 서로에게 울트라 슈퍼가 되지 말고 그냥 이따금 슈퍼.. 정도면 전 딱 좋을 듯. ㅋㅋ

BRINY 2005-12-2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말이 그말이여요. L과장님같은 남자는 어디 없답니까??

코마개 2005-12-2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우먼들은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애들 밥 안먹는다고 따라다니며 먹이고, 남편 옷 일일이 골라 입히고...석달 열흘만 굶겨봐. 안먹긴 뭘 안먹어. 일주일만 옷 안빨고 내버려 둬봐. 다림질 까지 스스로 해서 입게 되어 있어~~

로드무비 2005-12-2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즐기는 부분도 있는 거죠.
강쥐님의 말을 이어......ㅎㅎ

kleinsusun 2005-12-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개 여섯 마리를 키워 줄 수 있는 남자를 알고 있어요.
만나 보실래요???? ㅎㅎㅎ

kleinsusun 2005-12-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맞아요 맞아. 그냥 이따금씩, 가~끔씩 "슈퍼". 가끔 노래방에서 100점 나오듯이...ㅎㅎ

천리향 2005-12-2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시는 결혼생활은 참을성만 있으면 왠만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설겆이한 된장 뚝배기에 흘러넘친 된장 자국이 그대로 있어도 참고
남편이 청소한 마루에 먼지 뭉치가 그대로 굴러다녀도 참고
남편이 널어 말린 빨래가 쭈굴쭈굴해도 참고
남편이 끓여 준 국이 정체모를 맛이어도 참고......
곱손이 아닌 이상 계속 하다보면 잘하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참, 이따금 남편이 약간 불쌍해보여도 참아야됩니다.
근데 남편이 '넌 왜케 집안 일을 안 하는 고야!!!' 하면서 대들면
'까불면 아기 안 낳아준다이!!!' 하면 됩니다.

쩝, 애들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 잘 모르니까
제가 함 해보고 이담에 또 알려 드리께요.

kleinsusun 2005-12-2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어딘가 있지 않을까요?
근데 너무 챙기는 것도 좀 피곤할 것 같아요. ㅎㅎ

강쥐님, 그게 정답이네!!! 왜 따라 다니면서 밥을 먹이는지 몰라...
자기가 없으면 큰일 나는지 아는 사람들이 있죠. ㅎㅎ

로드무비님, 음....즐기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넘 피곤해 보여용.
로드무비님처럼 요리에 맛술 넣다가 술도 마시고 그렇게 즐겁게 살면 좋을텐데...ㅎㅎ

kleinsusun 2005-12-2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노님, 책을 한권 쓰셔도 되겠어요!!!
지노님의 가르침은 진산의 <마님되는 법>과 같은 내용입니다.
근데 지노님 글이 더 재미있어요.ㅎㅎ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p.s) 저는 언제쯤 이론수업을 벗어나 실습을 해볼 수 있을까요? ㅎㅎ

천리향 2005-12-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이 있었......이런, 작은수선화님 집에서 리뷰까지 본 책이군요ㅠ.ㅠ
히히 제가 쓴 리풀을 다시 보니까 또 왠지 제 자랑같군요.
사과하는 의미에서 실습을 위한 소개팅을 해드리겠다고 방금 결심했습니다. 헤헤

혜덕화 2005-12-2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주변에서 그런 사람 참 많이 봅니다. 아이가 시험친다고 엄마도 함께 밤 새고, 아이를 대신해서 숙제를 해주고는 다음날 피곤하다고 난립니다. 그래서 왜 숙제를 엄마가 하느냐는 제 물음에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 맞냐는 눈으로 오히려 더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내신이 있어서 잘해야 한다나- 게으른 엄마인 저를 돌아보게 하죠. 그래도 반성보다는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살까 하는 비판 선에서 끝나지만....^*^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좋은 엄마 강박 관념이 있어서, 자신이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자식이나 남편이 수퍼 우면의 강박 관념의 희생자일 수도 있는데......

kleinsusun 2005-12-2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노님, 자랑하셨다는걸 이제야 아셨군요.음하하하.
어머! 실습을 위한 소개팅이라굽쇼?^^

혜덕화님, 네...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제 자신을 한번 돌이켜 봅니다. 알게 모르게 제 자신을 강박관념으로 몰아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몸은 부지런하지 않지만, 머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릴 때가 많거든요. 혜덕화님, 행복하고 의미 있는 연말 보내세요!

moonnight 2005-12-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렇게 무서운 사람은 저도 되고 싶지 않아요. ㅠㅠ 그냥 게으르고 행복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요.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전 그냥 집에서 푸우욱~ -_- 쉴 예정이랍니다. 수선님은 좋은 계획 있으신지.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