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 밤,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치느라 한시가 훌쩍 넘어서 잤다.
수요일 저녁에 문득....
설날이 다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력을 확인해 보니.... 1월 말.
하필 설날은 일요일.달랑 3일 연휴다.
추석은 유럽에 출장을 가는 기묘한 일정으로 자~알 넘어갔다.
그런데...설날이 다가오는구나.
어디에 갈까? 생각했다.
명절에 집에 있으면...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
친척들은 할 말이 그렇게도 없을까?
세배를 하면서 "올해는.....꼭....." 이런 말 듣기 싫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일본 유휴인이 생각났다.
큐슈에 있는 작은 온천마을이다.
몇년 전 부터 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으나 가지 못했다.
노천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차가운 공기가 주는 상쾌함과
따뜻하게 몸을 안아주는 포근한 온천수....
온천을 하면서 마시는 뜨거운 사케 한잔....
아...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일본 료칸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낮에는 느긋하게 온천을 하고,
저녁에는 유카타 차림으로 잘 차려진 상을 받아 편안하게 저녁을 먹고....
수요일 밤에 사진들을 보면서 너무도 설레였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그러나....
일단 설연휴에 후쿠오카 가는 비행기는 벌써 매진.
대기예약은 할 수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료칸의 비용은 인당이기 때문에
2박 3일 후딱 가는 여행치고는 상당히 경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이번 설날에는 가지 못하지만,
강력한 06년 여름 휴가지로 정하기로 했다.
출장과 여행은 정말 다르다.
출장 갈 때 비행기에서는
잔머리를 굴려가며 자료를 본다.
여행 갈 때 비행기에서는
느긋하게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출장 가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그날 그날 미팅 보고를 해야 한다.
여행 가서는 핸드폰 전원을 끊다.
회사 일, 골치 아픈 일, 싹 잊어 버린다.
출장 가서는 거래선들이랑 저녁을 먹고 들어오면 지쳐 쓰러진다.
여행 가서는 밤의 끝을 잡고 놀고 싶다. 놀아도 놀아도 피곤하지가 않다.
다음 주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 오면
12월 세째주가 시작되고, 슬슬 송년회가 시작된다.
그 다음주는 크리스마스고....
그러다 보면 올해가 훌쩍 가겠지....
05년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밍기적 넘어가지만,
어느새 또 06년 목표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시간....정말 빠르다.
06년엔 꼭....유후인에 가야지. 누구랑?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