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남자들이 "에쎄" 같은 삐쩍 마른 담배를 핀다.
"버지니아 슬림" 같은 슬림한 담배들은 니코틴 섭취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패션"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근데...
난 남자들이 온갖 폼 다 잡고 이런 삐쩍 마른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그것도 아저씨들이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에쎄를 피우고 있으면...

끊을려면 끊던지,
피울려면 그냥 통통한 놈을 맛있게 피우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금연빌딩 23층에서 고속 엘레베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서 오들오들 떨면서 에쎄를 피우는 모습이란...
딴 생각을 하며 애써 웃지 않으려 해도 웃음이 난다.우하하하하하.

이 추운 날에,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모습으로,
짧고 두리뭉실한 손가락으로 삐쩍 마른 길쭉한 담배를
오들오들 떨면서 피우고 있으니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담배들의 이름이 자꾸 길어진다.
OOOOOOO Light
OOOOOOO Super Light
이제 좀 있으면 "Ultra" Super Light도 나올꺼다.

담배에도,음료에도 Light,Super Light, Ultra Super Light....
조금이라도 몸에 나쁜 성분이 덜한걸 사라고 광고들이 꼬신다.

"디지털"이 한참 유행할 때는 술집 안주까지 "디지털"이런게 있더니,
이젠 어디가나 "웰빙","웰빙"이다.

얼마 전 회사 지하 식당가가 보수를 하고 새로 문을 열었는데,
라면집 이름이 "웰빙"이다. 웃기다.우하하하하하.

라면 처럼 환경을 오염시키고, 몸에 나쁜 음식도 드문데,
라면에 산삼 넣어서 끓여 주는것도 아닌데
왜 하필 하고 많은 이름 중에서 라면집 이름을 "웰빙"이라고 지었을까?

구천원 짜리 "웰빙세트"도 있다.
김밥 + 순대볶음 + 쫄면 + 만두.
뭐가 웰빙인지는....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웰빙이란 뭘까?

먹는거, 마시는거, 피우는거를 고를 때,
사람들은 "Light"를 찾고,"Super Light"를 찾고,"웰빙"스러운걸 찾는다.

콜라 중독인 사촌동생이,
살찔까봐 코카콜라 라이트를 마시고 있던 내게 말했다.
"그거 무슨 맛으로 먹냐? 차라리 마시지 말지?"

그렇다.
스트레스 넘치게 받고, 디스 플러스 대신 에쎄를 핀다고 해서
건강해지지는 않을거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된다.
담배갑에 "Light" 써있는거 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인생을 "Light"하게 사는게 중요하다.

가볍게,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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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처럼~랄랄라~!~

icaru 2005-02-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Light"하게라~...
마자요...몸이 무거우면...기분이라도 라이트하게...룰루~!

세벌식자판 2005-02-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한테 종종 잔소리 하거든요.
건강 생각해서 담배 좀 끊으라고요...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임마! 담배 만큼 정신 건강에 좋은 식품(?)이 있늘 줄 아냐?! ^^; " 라구요.

안 피는게 좋죠 뭐... ^^;

moonnight 2005-02-0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
술 좀 작작 마시라는 -_- 지인들에게 기분좋게 마시면 약이라고 주장했거든요. ^^; 물론 많이 마시면 안 되지만요. ㅠㅠ
웰빙.. 요즘 정말 어딜 가나 등장하는 말인거 같은데 수선님 말씀처럼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이겠지요.
스트레스 덜 받기, 많이 웃기, 가볍게 가볍게.. 저도 인생을 lighter하게 살아볼래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추천!! ^^

코마개 2005-02-0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먹어 스트레스 받느니 먹고 즐겁자. 가려먹고 골라먹는다고 무공해 청정 되지도 않을거...근데 죽으면 꼭 화장해야지. 각종 약품으로 천년만년 안썩을지도 모르니 ㅎㅎㅎ

글샘 2005-02-0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바로 수선님 글이 좋은 이유랍니다. 가볍게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일관성 있는 <생각> 말이죠. 담배 옆구리에 보면 타르 양이 적혀 있는데요, 라이트가 그 수치가 낮은 거래요. 글쎄, 담배나 술 안 피우고 안 마시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텐데요... 웰빙 바람은 상업용이니 그렇다 쳐도, 정말 '잘 사는'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좌충우돌 성대리의 글을 읽는 맛도 '잘 사는'걸 도와줍니다. 잘 읽고 갑니다.

nemuko 2005-02-0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기분도 light 해 지셨는지^^ 명절이건 뭐건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 그래도 결혼을 하고 나니 제 맘대로 무관해 지지 않네요. 맛난 떡국이라도 꼭 드시구 설연휴 푸욱 쉬시길 바래요^^

2005-02-06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