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을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 시무식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올해는 꼭 좋은 일 있으세요!"
보다 직설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국수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의 새해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결혼이 무슨 목표야? 좋은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
이렇게 말하면 주위에서 참 말 많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거지" 라거나,
"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한 거야." 등등.....

사실 작년에는 부모님 등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했는데,
내가 너무 남들의 싸이클에 비해 뒤쳐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도 몇 번 보고 그랬는데,
솔직히 지금은 결혼에 별 생각이 없다.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한다.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한 결혼", "적당히 눈높이를 맞춘 결혼",
"노후 안심형 보장 결혼", "남들 다하니까 하는 결혼"등은 절대 하기 싫다.
이런 말 하면 주위에서 아직 정신 못 차린다고 말하는데
난 아직 "soul mate"를 믿는다.
만나지 못한다면...그냥 혼자 살면 그만이다.

자....이제 본론에 들어가서...
05년 나의 목표는 책을 내는 거다.
책 앞날개 저자 소개에 "성수선"이란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는 책.

그게 내 목표다.

소설이냐구? 아니다.
독서일기냐구?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뭘 가지고 책을 한 권 쓰냐구?

바로 내 일상 이야기다.

전인권(들국화의 전인권 오빠 아님) 교수는 자신의 책 <남자의 탄생>에서
지극히 사적인 자신의 유년기를 살펴 보고 고백함으로써
"한국 남자" 가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한국 남자의 "정체성" 이 형성되는지를
보여 준다.
정.말, 지.극.히 사적인 개인적 삶의 고백이다.
하지만 개인적 삶은 "보편성"을 담고 있다.
교수가 쓴 책이니 어렵냐구?
천만에....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라.
아버지랑 어머니랑 부부싸움을 어떻게 했고, 화해는 어떻게 했고,
언제까지 젖을 먹었고,
어머니 계 모임에 따라간 이야기 등등 자신의 지나간 일상을 고백했을 뿐이다.
개인의 "일상"으로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과 "보편성"을 알 수 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언니는 말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일상을 책으로 엮겠다.
지금의 위치, 지금의 감수성, 지금의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를...
나중에는 하지 못하는 얘기를....

이 프로젝트에 결정적 용기를 주신 분이 있다.
바로 <흡연여성 잔혹사>의 저자 서명숙 선생님이다.

12월 31일, 04년의 마지막 날,
서명숙 선생님과 차를 마셨다.

서명숙 선생님 : " 나한테 하는 이런 얘기들을 책으로 써봐."
수선 : " 할 수 있을까요? "
서명숙 선생님 : " 너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거야.
베스트셀러 되기는 힘들겠지.
그런데...모든 일에는 시점이 있는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는 지금만 할 수 있어."

난 97년부터 영업의 최전선에서 일했다.
즉, 빡센 조직생활을 했고 그 빡센 조직에서 난 항상 유일한 여자였다.
오랜 세월동안 조직의 문화는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인 것이었다.
조직에 아예 여자가 없었으니까...
난 그 동안 없었던 자리를 만들어 내려 낑낑거렸다.

조직은 내게 만만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잡아서 침대에 눕힌 후
침대 길이 보다 키가 큰 행인은 잘라 버리고,
침대 길이 보다 키가 작은 행인은 늘여 버리고 했던
프로쿠르스테스 처럼....
트렌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싸움하듯이,
하리수가 남자로 살아 보려 힘겹게 노력했다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남들과,그러니까 남자들과 똑 같아 지려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똑같아지지 못했다.
그러면서 남들 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탓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을 생각하며,
내가 조직에 맞추지 못하는 것은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도....같이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남자들만 있는 조직이 아니다.
여자 후배들이 하나, 둘씩 늘어 가고 있다.
언젠가는 조직의 반이 될 것이다.
조직의 문화도 이런 변화를 수용하며 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

난 내 일상을 소재로 한 책을 통해,
조직생활을 하는 여자의 "정체성" 문제,
가끔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 같은 당혹감과 어려움,
세상 속에서 소통하며 성장하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잔잔하게 말하려 한다.


내가 세상에 내놓을 책은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그녀에게선 바람소리가 난다>
같은 성공한 여자들의 얘기도 아니고,
멋있고 cool한 얘기도 아니다.

엎치락 뒷치락, 아둥바둥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
그 일상을 고백함으로서 공감대를 만들고 싶다.

이것이 바로 05년 나의 목표.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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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1-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누나 화이팅! '돈 주고 초판 사서'읽을 책이 출현하겠군요. ^_^o-

로드무비 2005-01-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계획입니다.

수선님 책 나오면 다섯 권은 제가 소화할게요.

파이팅!!^^


icaru 2005-01-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으로 만나는 수선님의 독자가 될 준비되어 있습니다!!

클라인 수선님 아자아자!!!

드팀전 2005-0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다니며 가장 재미있게 들었고-교수님께 사랑받았던-과목이 '여성학'이었지요.그러고 보니 아는 친구중에도 여성학 선생이 한분계시군요.

여성이 일상에서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억압받은 존재라는 것에 대해 전적동의 합니다.그런데 또한 여성의 억압에 여성이 '동의'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이건 '대중'이 독재에 '합의'를 해주는 것과 유사한 이중성인데...이 여성들이(물론 좀 기초적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억압사회에 길들여져 남성성이 내재화된것이라 말하고 끝내지만) '남성중심주의'에 '합의'해주는 지점에 대한 현재적 고민과 해결법(대개 교육으로 결론지어지지만)도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새해에 바라시는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 책 한권 내는게 소원인데....돌아가신 전우익 할어버지처럼 삶과 앎이 이어질 때쯤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야클 2005-01-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요오~~~ 내가 책 내시라고 했잖아요오~~~ ^^* 개인적으로는 수선홈피의 Essay글들이 참 맘에 듭니다. 꼭 내세요. 수선님! 화이티잉~~~~!!!

글샘 2005-01-0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목표네요. 바라는 일 이루기를 빌어 줄게요. 대신,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쉴 수도 있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빡센 직장에서, 더 빡센 책쓰기를 하려면 ^^ 병나기 십상일 거 같애서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게 부럽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leinsusun 2005-01-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어트 계명에 이런거 있쟎아요. "주위 사람에게 알려라!"

그래야 자기가 공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도 하고, 주위의 격려도 받고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다구요.

저도 그런 이유에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새해 목표를 외쳤습니당.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홧팅!

세벌식자판 2005-01-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 있기를 빕니다. 화이링~~!! [^o^]/

사고뭉치 2005-01-0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방 왔는데 이 글이 딱 눈에 띄어서 들어왔어요. 저도 그 책 읽어봤는데 내가 자라온 환경도 돌아보게 되고 인간을 이해하는? 바라보는? 눈이 하나 더 생겼더랬죠. 전 책 낼 그릇은 못되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결혼식 안 하고 책 한 권 써서 주변 사람들한테 돌리고 가는 걸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름 기억해놨다가 책 나오면 사볼게요.


바람이되다 2005-01-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선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 올한해도 좋은일 + 소원성취 + 소울메이트 만나시길 기원할께요. 소울메이트... 저두 강력 동감+ 공감합니다. 동성친구, 이성친구 모두 진정한 소울메이트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이 많게도~!! 저는 둘다 만났습니다. ^^ 수선님께서도 빨리 만나시길 빌께요~ 꾸벅~

마냐 2005-01-1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근사해요. 저까지 두근두근임다...엄청 기대되는군요....(근데, 저 2003년인가 목표가 바로 저거였어요. ^^;; 다신 그런 목표 안 세우기로 했는데...엣, 이건 쓸데없는 걱정인가요? ^^)

오렌지향 2005-03-18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오늘 수선님 글 발견하고 반해버렸어요. 용기 잃지 마시고 성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