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진달래가 흐드러지는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를
연인과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대신
열람실 한 구석에 콕 박혀서 통계 문제를 "외우고" 있었다.

난 고등학교 때 심각한 수학 "phobia"에 시달렸다.
국어,영어는 만점이었으나 수학은 반타작도 하지 못했고,
툭하면 수학 시험시간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고 답안지를 내는
악몽에 시달렸으며,
그런 악몽은 가끔 보다 자주 모의고사 시간에 현실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가장 좋았던 건
수학과 채변에서 해방되었다는 거였다.

그런데...수학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대 내게 다시~

경영대학원에서 통계는 필수다.
제목은 <경영통계>로 그럴 듯 하지만
내용은 학부 수준의 <통계학 개론>이다.

대학 1~2학년 애들에게 오히려 쉬울 문제들이다.
기본적인 수학 실력만 있다면....

이런 문제들이 내게는 암흑일 뿐이다.
30대 중반에 적분을 하다니! 조합, 순열, 확률함수...
기억상실증 환자가 가족 이름을 떠올리는 수준이다. 오호통재라!

일요일에 도서관에 틀여 박혀서
기출 문제들과 공식을 통째로 외워 버렸다.

저녁에는 시험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어가 와서 갈비를 먹었다.
물론....기본으로 맥주도 마셨고
한국 소주를 홍보하기 위해 소주도 몇잔 마셔 주셨다.

웃고 떠들고 유쾌하게 소주를 마시면서도
낮에 달달 외운 공식들을 잊어 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다가 출근했다.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코에서 뜨끈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또 환절기 감기에 걸렸나...했는데
쌩뚱맞게 크리넥스에 방울 토마토 같은 핏방울이 얼룩졌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코를 감싸 쥐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덜컥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게 보통 몸 축나는 일이 아니다.
1학기 중간고사에 벌써 이렇게 지쳐서 어떻하지?
체력안배를 잘해야 겠다.

그런데....이 화창한 봄날에 연애는 언제하지?
이러다 연애세포가 다 죽어 버릴까봐 걱정이다.

이번 주말에는 찬찬히 당면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생각해 봐야겠다.
Am I doing what I need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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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4-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더 들이기 전에 때려 치는 건 어떨까요??? 너무했나?
수학 공부보담은, 차라리 책을 하나 더 쓰는 게 어떨는지... ^^
코피터질 일이기도 하지만... 훨~ 즐거울지 몰겠군요.
담엔 책 내기 전에 제가 교정봐드릴게요. ^^ 전문가는 별로 아니쥐만... 책 선물 받은 턱으루다가... 건강이 우선이랍니다.

2008-04-25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25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는 다시 재생이 됩니다. 연애세포도 물론이고요. 걱정마시고 시작한 일이니 열심히 하십시오~ ^^ 화이팅!!

조선인 2008-04-25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세포라니, 아이 귀여워라. 죄송.

마늘빵 2008-04-2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연애세포란게 있어요. 저도 슬슬 죽어가고 있다는...

BRINY 2008-04-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논문 발표할거냐는 전화가 왔는데, 논문이고 뭐고 정말 건강이 우선입니다. (20대때는 정말 며칠 밤새우다시피해서 논문 써도 코피 하나 안났구만..위염은 생겼지만..)지금 저 보약 먹으면서 그저 5월 연휴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세실 2008-04-2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안타까워라. 님 공부보다 지금 필요한건 뭐? 연애, 건강이라구요~~~
음 저도 고등학교때 수학선생님 좋아하긴 했지만 성적과 연결되지는 않았다는거~~~ 어려워요! 그래서 애들은 어릴때부터 수학학원 열심히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