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은....아무한테나 선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이야 "빨간 내복"을 입는 사람도 없지만
첫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관습(?)은
혈연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님을 향한
"친밀함"의 상징일 것이다.

이성에게 속옷을 선물한다는 것은
친밀함에 더해 상대방의 몸에 대한 "소유"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빼빼로 데이로도 모자라
작년에 보니 "브라데이"라는 것도 있던데,
(11월 8일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브라를 선물하는 날이라나?
어떤 란제리 회사에서 만들어 냈는지 참으로 신선하지 못한 마케팅 전략이다.)
속옷을 선물하려면 당근 싸이즈를 알아야 하고(그만큼 친밀해야 한다!),
선물한 속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 또는 "나만 보여줘!"라는
의미 또한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월급을 받았을 때(헉! 벌써 10년 전이다!)
나도 부모님께 속옷을 선물했다.
부모님 뿐이랴?
외할머니랑 고모 할머니께도 내복을 선물했다.

뭐..."효도"라기 보다는
"저 이제 돈 벌어요!" 라고 자랑질을 하고 싶었을 꺼다.

보통 엄마들은 엄청 아낀다.
아무리 추워도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수도 없이 지나가는 빈택시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는 천원짜리 한장 함부로 쓰지 않는 게
많은 엄마들의 모습이다. 돈이 많건 없건!

그래서 god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러니....레이스 달린 예쁜 속옷을 선물할 수 있는 건
딸들만의 특권 아닐까?

난 오늘 앙징 맞은 레이스가 달린 고운 분홍색 속옷을 선물했다.
사랑하는 S교수님에게.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출장을 가면 아무리 가방이 무겁고 피곤해도
뭐 하나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 면세점을 둘러보게 하는 사람,
서점에 갔다가 좋은 책을 보면
"이 책 읽으셨을까?" 혼잣말을 하게 하는 사람,
맛있는 거 먹을 때
"나중에 같이 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내게 S교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다.

내가 힘들 때 같이 울어 주시는,
내 글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읽어 주시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문자를 보내 주시는
가슴 짜~안 하다 못해 눈물이 나게 만드는 S교수님.

엄마는 올해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이제는 정말로 방을 빼라고 퇴각 명령을 내렸다.
"자식이 웬수"라는 말을 3일에 한번 듣고 사는 주제에
S교수님께 효도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교수님의 "딸래미"가 되기로 했다.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면
뽕빨 브라더스의 노래 <나는 문제 없어>를 크게 틀어 놓고
미친 척 하며 춤을 춘다.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그 때 마다 떠올랐던 S교수님의 얼굴!

제가 앞으로 효도(?)도 많이 하고 속도 많~이 썩여 드릴께요.
후회 되시면 저희 부모님께 A/S를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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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1-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효도하고 싶은 교수님이 한분 계신데...제가 효도를 조금이라도 하기 전에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셨네요. 사모님께 안부편지라도 보내야겠습니다. 사모님 뵌지도 2년이 다 되가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7-01-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 교수님이 어머님 아니시죠? 읽으면서 막 헷갈렸어요. ^^;

마늘빵 2007-01-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8일 기억해야겠군요. ^^

2007-01-22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1-2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이 반, 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말. 좋습니다^^

잉크냄새 2007-01-2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싯구가 떠오릅니다.^^

2007-01-2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4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