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일단 기뻤다. 매우.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장정일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걱정된다.진정.
아......장정일, 돈이 없는가? 급전이 필요한가?
삼국지 인세만으로 부족한가?
도대체....왜 이렇게...왜 이렇게까지 망가지는가?

일단, 이 책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7>로 나왔어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의 부제목을 보고 쓰러지는지 알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진정....실소 또는 쓴웃음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이런 "뻔뻔한" 제목을 떡~하니 붙일 수 있는 출판사...몇 안된다.

"랜덤하우스"가 이런 요란한 제목을 붙이는 건 당연하다.
베스트셀러 만들려면 무슨 짓을 못하랴?

랜덤하우스 홈피에 들어가보니 장정일의 <공부>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조영헌 살롱>,<타짜>,
<일본 100배 즐기기>와 나란히, 보기에도 다정하게
"Best Book"을 장식하고 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6>과 다르게
이 책은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시오니즘, 반미, 민족주의, 나치, 레드 콤플렉스, 촘스키, 박정희 등등...

촘스키 책을 몇권 읽고 쓴 독서일기 <촘스키와의 대화>를 읽으며
커다란 "모순"을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의 세계는 이미 다국적기업에 의해 접수됐으며,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실적적인 의회가 된 지 오래다.......(중략) ...다시 말해 국가는 대기업에게 재난이 닥쳤을 때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존재하며, 국가의 개입으로 다국적기업이 커다란 혜택을 보기 위해 존재한다.(p311)

이게 장정일의 의견인지,
촘스키의 책을 요약/발췌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촘스키와의 대화"인지 또는 "촘스키 요약정리"인지)

장정일, 촘스키, 그리고 랜덤하우스는
참으로....어색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장정일의 <공부>를 출판한 "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세계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중앙M&B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퍼센트 순수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다.
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 미디어/출판 그룹 베텔스만.

"다국적 기업과 또 그것에 결탁하는 정치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촘스키"를 읽고 장정일은 울분을 토로한다,
또한 그 울분을 토로한 글로 세계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수익증진에 기여한다.

아.....블랙코미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정일의 <공부>을 읽으며 느낀 커다란 실망과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장정일의 다음 책이 나오면 또 살 것이다. 망설임 없이.
장정일의 오랜 팬으로서.

삼국지 10권을 집필하고,
김미화 언니랑 [TV 책을 말한다] 공동진행을 하고,
동덕여대에서 강의도 하고,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도 하고....

이제 외도는 질리게 하지 않았나?

장정일이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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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이 책 기대 많이 하고 있는데.

깐따삐야 2006-12-0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백퍼센트 동감이에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읽으며 흥분하고 감탄했던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드팀전 2006-12-0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공부>를 출판한 "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세계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중앙M&B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퍼센트 순수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다.
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 미디어/출판 그룹 베텔스만.

"다국적 기업과 또 그것에 결탁하는 정치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촘스키"를 읽고 장정일은 울분을 토로한다,
또한 그 울분을 토로한 글로 세계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수익증진에 기여한다..........

이건 아주 흥미로운 딜레마이자 많은 문화연구가들의 논문 주제가 되기도 했지요.논문쓴다고 들어간 바람구두 아저씨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던 것 같구..문화론에서는 '포섭'이론이나 '헤게모니'론으로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고 있긴 하지만...이것 역시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었던 듯 하지요.일부 실험적 대중문화 생산자들은 생산,유통과정의 자본주의적 방식을 거부하는 형태로 신념을 펴고 있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에 실험적인 사례들이지요.좀 심통맞긴 하지만... 이 문제를 대입 논술에 내면 어떨까? ㅋㅋㅋ 아이들이 머리 뜯다가 탈모증상 생기기에 딱 좋을거에요.강남의 유명한 논술 강사님들은 어떤 답을 주실까?^^

stella.K 2006-12-0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평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수선님의 평은 또 새롭군요. 그런 내막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6-12-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말씀 듣고 보니... 시기적으로 대입 논술 참고 교재로도 한몫 팔리기를 기대한 마케팅 전략도 없잖은가봐요..

2006-12-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2-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전 기대가 컸던지라 너무도 실망을....<독서일기 7>쯤으로 나왔으면 좋았을 껄 그랬어요. <공부>라는 제목이 뻘쭘하게 느껴졌어요.ㅠㅠ

깐따삐야님, 님도 읽으셨군요. 저도...<공부>를 읽고 그 옛날에 하늘연못에서 나왔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그리워했어요.^^

드팀전님, 궁금한 게 있어요.
출판사들도 연말에 송년회를 하잖아요. 저자들 초대해서...
그럼 장정일은 랜덤하우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여자의 인생은 모두 20대에 결정된다> 저자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실까요? ㅋㅋ

stella님, 아무 기대 없이 보면 나름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어요.
하지만..."인문학 부활"을 떠들기엔....ㅠㅠ

icaru님, 이 책을 논술 참고 교재로 보면....애들 대학 떨어져요.ㅋㅋ
(text에 대한 논증,비판 이런거 보다는... 격앙된 감정이 드라마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어요.)

2006-12-01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6-12-2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가 아니라 공부라는 거겠죠^^ 넘 소박한 이해인가요? 아직 공부중인지라 다국적 기업과 붙어보기는 이르겠죠...부제목은 정말 심하다 싶어요 ㅋ

하늘연못 2007-01-2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책을 말하다]를 뒤늦게 보니,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것은 출판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붙인 부제로 장정일 선생님 자신도 당황스러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책보면서 거창한 부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고 코웃음을 쳤었는데 장정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 책에 대한 장정일 선생님의 생각도, 그동안 써오던 [독서일기]의 후속작업으로, 고민하시는 문제를 정면에 놓고 책을 읽는다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정정일의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기 위한 독서일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정말 선정적인 부제 때문에 부담스럽긴 하지만, 돈 벌어야 먹고사는 출판사쪽 사정도 있겠죠.쩝.

kleinsusun 2007-01-2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역시!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붙힌 부제목이었군요. 어쩐지....
몰랐던 사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연못님^^

참! 아까 하늘연못님 서재 갔다가 <마광쉬즘> 보관함에 담았어요.
읽어보고 싶네요. Thanks to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