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의 뇌과학 - 움직임은 어떻게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되는가
캐럴라인 윌리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갤리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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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에디터라고 하며 생물학 학사와 과학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지닌 인물로 [뉴 사이언티스트]에 정기적으로 과학 칼럼을 기고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 외 이력은 더 있지만 그녀가 저술한 본서에 신뢰를 갖기 위한 정보로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전하는 움직임에 관련한 유익한 과학 지식은 전체 9장 중 8장까지 매장 이어진다. 9장은 최종 정리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부터 저자는 지능 검사가 시행된 이후 1980년대까지 해마다 상승하던 사람들의 지능(IQ)이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 이후부터는 10년에 몇 점씩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정적인 생활, 움직임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대서 들고 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그저 억측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본론의 장마다 이것이 억측이 아니라는 근거가 주어진다. 지능 이야기에서는 [이디오크러시]라는 영화가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코미디였구나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1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운동능력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 소뇌의 작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소뇌의 작은 부분만이 움직임을 만드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외의 부분들은 사고와 느낌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되어 있다는 정보는 자못 당황스럽기도 했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기존의 내용과 너무 상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내용은 이후 연구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전하는 인간의 생각은 움직임이 진화를 거치며 내면화된 것이라는 결론으로 확장된다. 움직임의 기능을 수행하는 뇌 부위가 사고와 느낌을 전문화하고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면 움직임과 사고와 느낌은 유사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결론도 낯설지 않은 것이지 않은가?

 

이미 1960년대부터 실험으로도 신체-정신 시스템이 우리 마음에 작용하려면 그 시스템이 미리 실제 세계의 움직임을 통해 훈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강해진 내적 경험은 세상 속 우리의 위치와 행동이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풍부하게 이해하게끔 도와주는데 이런 다양한 감각적 경험은 몸을 움직이고 세상과 신체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시작된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뇌를 주 컴퓨터로 보지 않고 몸 전체는 물론 주변 환경까지 아우르는 훨씬 큰 네트워크에 속한 하나의 "마디"로 여긴다고 한다. 이는 오욕칠정 즉 인간의 본능과 욕망과 감각과 정서를 뇌에서만 찾지 않고 오장육부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고 보는 한의학의 전승과 다르지 않다. 이미 동양에서는 한중일이 따르는 한의학만이 아니라 인도의 아유르베다에서도 상식인 내용을 이제는 서양 학자들이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2장에서 저자는 우리의 두뇌 시스템이 우리의 의도나 욕망이 지향하는 바와 달리 수렵과 채집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를 행복감을 느끼는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러너스 하이 등 운동에서 비롯되는 만족감에 연결되는 호르몬인 엔도카나비노이드에서 찾고 있다. 인간은 움직이면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 발에 내장형 압력 센서가 있다며 이 센서가 박동하는 심장과 협력해 뇌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낸다고 한다. 뼈 건강이 두뇌 건강과도 연관 있다는 것도 상식이라지만 내게는 새로웠다. 골 질량이 줄어들면 인지력이 저하될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뼈 형성 과정에 분비되는 오스테오칼신은 애초에 뼈를 강화할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정작 기억력과 관련 있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오스테오칼신은 혈액을 통해 뇌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분비된다고 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기억을 전담하는 해마의 특수 수용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쥐 실험에 의하면 오스테오칼신이 부족한 쥐는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처음 해결안을 주었던 문제에서 다시 헤맨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오스테오칼신 수치가 특히 낮다. 이 성분의 양은 성인 초기에 최고치에 이른다고 하며 여성은 30세 남성은 45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오스테오칼신은 기억만이 아니라 근육과도 소통한다고 한다.

 

앞으로 향하는 게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신선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과 보통 상태에서의 사람은 걸음걸이도 다르다는 것도 유익한 정보가 아닌가 싶다. 타자의 정서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울증이 아닌 상태의 걸음걸이로 바꾸어 의도한 정서를 유도해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전전두피질은 생각의 틀이라고 할 수 있을 고정관념 같은 사고를 하도록 유지하는데 이 부위는 성인 초기까지는 뇌의 다른 부분들과 완전히 통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정리한다. 전전두피질의 활동은 빠르지 않은 속도로 자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일시적으로 낮아진다. 저자가 보여주는 연구 데이터에 의하면 전전두피질이 활동을 멈춘 사람들이 창의적 제안을 두 배나 많이 내놓았다고 한다. 일상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창의력도 저하되어 미국의 전미경제연구소는 수십년에 걸쳐 연구활동은 매년 늘어나지만 연구 결과는 부진해지고 있다고 한다.

 

3장에서는 1985년의 25~35세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현대 남성들의 악력을 비교한 내용을 전한다. 1980년대 남성 악력은 53킬로그램이었던데 반해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의 악력은 44킬로그램에 불과했다. 1998년 이래 근력은 20퍼센트 근지구력은 30퍼센트 감소했다고 하며 그 추세는 2008년 이래 가속되고 있다고 한다. 근육의 약화는 사망의 원인이 된다. 쌍둥이들에 관한 10년간의 연구로는 중년의 강한 근력은 더 나은 기억 기능, 더 민첩한 두뇌와 연관된다. 전체적인 근력의 지표인 악력은 해마의 건강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육 훈련은 삶을 관리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화하면서 자존감을 높인다고 한다. 근력이 강해질수록 자존감이 높아지고 불안 증세가 줄어들며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 정적인 삶은 소위 "배경 감정"이라고 하는 보통 때의 일반적인 감정 상태를 우울 모드로 만들 수 있다. 불안과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작업 기억 능력이 악화된다. 근력 훈련이 불안과 우울증을 낫게 하고 배경 감정을 우울 모드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트라우마 외에 일생 동안 여러 번의 스트레스 경험을 한 후 발현되는 복합 PTSD에도 단 10주간의 요가 치료만으로 PTSD 기준을 충족하지 않게 되었다는 베셀 반 데어 콜크의 연구도 인상적이다. 이미 [몸을 기억한다]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움직임의 효과만을 다룬 본서를 통해 다시 보게 되니 새로웠다.

감정의 격변은 정서적 흉터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근력도 저하시킨다고 한다. 이를 역으로 근력을 강화하면 심신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이런 원인과 결과를 도치해 보는 시각은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 트라우마를 남길만한 사건 직후에 근력 단련을 함으로써 트라우마나 스트레스가 애초에 깊숙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4장에서는 박자가 뇌-신체 경로를 작동시킨다고 박자가 소리와 움직임에 관련된 뇌 영역 안에 동기화된 전기적 활성파를 통해 이런 일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박자가 주는 충동에 몸을 실으면 누구나 만족감을 얻는데 춤은 거듭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 마음 챙김 명상과 춤 치료는 정반대이면서도 뚜렷한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음 챙김은 사고와 정서에 관여하거나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다만 알아차리지만, 춤은 움직임 속에서 감정을 극대화하고 사고와 정서를 대하는 반응에 변화를 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기회를 준다고 한다.

 

5장은 코어의 힘을 논하는 장이다. “바른 자세는 바른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마음 상태를 갖는 것이다.”  일본 선불교 지도자 스즈키 순류의 말이라고 하는데 도가의 형전기장 形全氣壯의 원리와 같다. 자세라고 할 수 있을 참장 등을 통해 기를 기르고 바로 하는 양식과도 같은 이야기인데 이는 요가 아사나나 알렉산더 테크닉 등의 원리와 서로 통하는 바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신의 작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신(주로 부신수질)에서는 투쟁-도피 반응을 유발하는 아드레날린을 내보낸다 하지만 척수와 뇌에 이르는 직통라인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중요한 발견이라며 부신수질과 움직임이 연관된 두뇌 영역이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5장까지 읽고 나면 그리 놀랍지도 않다. 투쟁-도피 반응은 아니나다를까 당연히 불안과 공포 심리에 작용할 것이다. 움직임이 부신수질에 영향을 주고 부신수질은 투쟁-도피 반응을 자제하는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척추와 횡격막도 장의 안정에 작용하고 장은 앞서 나왔듯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코어의 단련은 정서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6장에서는 염증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다룬다. 염증은 신전되지 않는 육체에서 다발하고 육체는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스트레스에서 약한 염증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고 한다. 염증은 노화와 암의 발생이나 면역 상태만이 아니라 무기력함, 고통, 혼자 무력히 남겨지고 싶은 질병 행동이라는 상태 등 정서에도 작용한다. 염증을 비활성화 상태로 만드는 성분들 중 레졸빈이라는 성분은 스트레칭을 하면 농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요가와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염증 수치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칭과 움직임은 근막을 통해 림프로 들어가는 유체의 양도 전반적으로 높여 신경계도 안정화 시킨다.

 

다만 과신전 관절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투쟁-도피 반응이 민감하고 외부 감각 신호와 통증에 민감해 불안과 공황 장애가 16배나 많다고 한다. 또 감정 처리와 공포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가 평균보다 크고 공간 내 신체 표현과 관련된 뇌 영역이 작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칭이 아니라 근력을 단련해야 맞다. 또 현대 무용도 유익할 것 같다.

 

7장은 호흡 관련 장이다. 저자의 정보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느린 호흡으로 폐와 혈액의 작용으로 그리고 횡경막이 내려가며 장부에 안정감을 줘서 뇌파가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조식이던 지식이던 어느 호흡이라도 심장과 혈관계의 파장을 변화 시켜 뇌로 유입되는 파장에 쌍맥놀이 현상을 유도해 뇌파의 전반적인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리 샤넬라 씨의 [신비의 쿤달리니]에서도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이차크 벤토프 씨의 [우주심과 정신 물리학]에도 첨삭 되어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8장은 휴식이 꼭 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정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본서를 통해 움직임의 효용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앞을 향하는 움직임과 걸음과 자세와 의지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몸 수련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스트레칭과 근력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다. 잊지 않기 위해 또, 다시 편하게 돌아보기 위해 거의 요지는 다 정리했다.

 

정적인 생활이 컴퓨터의 등장 이후 조금씩 확대되다가 아이폰의 개발 이후 움직임과 멀어진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한 문제 제기만이 아니라 해법도 제시하는 책이라 활동이 적다 싶은 어느 분에게라도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이 아닌가 싶다. 움직임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딱히 행동의 동인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적극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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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속독법 - 10분에 한 권 당신도 속독할 수 있다!
사이토 에이지 지음, 박선영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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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를 읽고서 다른 어떤 속독서 보다도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최종 속독서가 이 책이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물론 짧은 분량이고 한국의 속독서들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연습 페이지들이 너무 적지 않은가 하는 불만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사실 연습 부분에 요구되는 페이지는 그리 길게 필요하지 않다 싶다. 시선 이동만이 속독의 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시선 이동은 같은 페이지로 반복하면 될 테고 활자 적응 부분은 실제 책으로 하면 되지 않은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속독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가진 하워드 s. 버그의 속독법을 저자가 개량한 속독법이 본서의 내용이다. 무엇보다 첫 번째 장의 속독법의 기본 노하우가 본서가 강조하는 내용들의 총체라고 생각되는데 3장의 속독 테크닉과 4장의 트레이닝은 기본 노하우들의 가지치기 확장이라고 생각된다.

 

본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목차를 보면 알겠으나 상식의 확장과 변화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스키마에 대한 부분은 배경지식이 있으면 속독에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책의 띠지, 표지, 목차, 색인, 머리말, 표제, 도표와 그래프, 요약문 등등을 통해 책에 대한 배경지식을 파악하고 독서에 뛰어들라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책을 선택하기 위해 읽는 출판사 리뷰와 소개글도 이런 스키마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독서 포인트에서는 5W1H라는 육하원칙이 독서에 꼭 필요하고 사고하는 독서로 이끌어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또한 상식적이다. 목적별 속독법에서는 분야별 독서의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의 내용은 본서의 목차만 보더라도 대강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굉장히 주요 내용을 주력하고 있으며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책이다. 쓸데없이 분량 잡아먹는 연습 페이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주변잡기식 이야기나 개인사나 개인 관점에 더 비중이 많은 한국 속독서 몇몇과는 차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점 이동 중심의 속독서만으로 독서의 질이 나아지지 않더라는 분들이 찾으시면 좋은 책이다저자의 언급 마따나 한국식 시독법은 이해에 한계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경우도 중학시절 한국식 속독법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어느 속독법 책을 통해 연습하고는 독서시간이 되려 길어져버린 적이 있다. 연습 페이지들을 통해 한자한자 인식하는 단계에서, 기존의 덩어리로 읽던 습관에서 탈피하자 시간이 거의 배에 가까이 걸리는 독서가 되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장 효과적인 속독법의 요지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속독법을 전하는 책들에서 만족스럽지 않더라는 분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다. 다만 연습 페이지가 그래도 욕심나는 분들에게는 다소의 불만족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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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에린 왕자 - 전라북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심재홍 옮김 / 이팝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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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방언 버전 애린 왕자에 이어 

전라도 방언 버전의 에린 왕자를 들으며 

같은 텍스트도 언어에 따라 

다른 각도의 감상을 불러올 수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물론 독자이자 청자인 내가 어리석어 

이미 느끼며 해석케 된 바를 잊고 

다시 새로이 느꼈다고 착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저 현재의 감상으로는 

경상도 방언 버전에서는 애린왕자가 

지구라는 별을 떠나는 대미에서의 애석한 서러움이 

절절히 느껴졌다면 

전라도 방언에서는 

장미와 에린 왕자의 이별 장면이 

더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지리학자와 어린 왕자의 대화에서 

장미의 한철이 무언지 깨달은 어린 왕자의 

심정도 깊이 공감이 갔고 말이다. 

 

장미 꽃들 사이에서 

자신의 장미가 결코 흔한 장미일 수 없음을 

우주 유일의 장미라는 것을 통감하는 대목도 

더 깊이 다가왔다.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는 

경상도 버전이 더 깊이 느껴졌지만 

무엇보다 장미와 에린 왕자의 이별이 

그리도 공감가는 연인의 이별 장면으로  

다가온 것은 전라도 방언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개인적 감상이지만 

서울말씨의 활자 어린 왕자는 

전 세대가 아울러 느껴졌다면 

경상도 방언의 애린 왕자는 

청년의 의식에서 다가왔고 

전라도 방언의 에린 왕자에서는 

중년에서 돌아보는 젊은 시절의 사랑 같았다. 

 

낭독자분이 소리꾼이시라는데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각 인물들의 개성이 확연히 분별되는 낭독이었다. 

 

간혹 낯선 어휘들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지만 

이미 서울말씨 텍스트를 알고 있다보니 

유추하기 어렵지 않았다. 

 

본서는 꼭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실만한 의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상도 방언과 전라도 방언 버전 

각각의 특징들이 명확히 느껴지고 

각 방언에 따라 제각기의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다채로운 감상을 느껴보시겠다는 분들은 

꼭 둘 다 들어보시기를 추천 드리고 싶다. 

 

읽은 게 아니고 들었지만 

애린 왕자와 에린 왕자를 통해 

같은 원전을 다양한 번역본으로 

읽어보시는 분들의 이유를 알것만 같았고 

같은 원전이라도 그래야 하는 까닭을 명확히 알게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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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11-25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나면 뭔가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이하라 2022-11-25 06:59   좋아요 0 | URL
네. 애린 왕자도 에린 왕자도 각 지방색이 확연히 느껴지면서 특유의 감상이 다르게 남더군요. 오디오북으로 감상해 보실만 해요.^^
 
마스터링 서스펜스 - 구조와 플롯
제인 클리랜드 지음, 방진이 옮김 / 온(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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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부를 읽고 마지막 2부는 오늘 읽었다.

이렇게 금새 읽을 수 있는 분량을 두고

왜 그렇게 오래도록 독서를 중단했던 건지 나로서도 의아하다. 

 

저자의 가독성이 높은 매끈한 필력에 

작가로서의 재능은

노력에 의해 키워질 수도 있는 것인가 보다 하는 감상이 가장 크게 남았다.

 

부제가 구조와 플롯이지만 

구성력만이 아니라 문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문장력이라는 것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읽으며 몰입하게 하는 것은 구성만이 아니란 걸 다시 느꼈다.

 

전체를 아우르며 구성을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저자의 문체 자체를 통해 거듭 문장력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되고 저자 자신도 매끄러운 문장을 위한 팁들을 전하고 있다.

 

다만 영문 소설에서의 팁과 우리말 소설의 팁이

다소 다를 거라고 판단하게 하는 장들도 이어진다. 

저자가 드는 예문 중 몇몇은

우리말 문장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72개 단어로 한 문장을 쓴다니 우리말 소설에서는 난감할 일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구성력과 문장력 둘 다의 중요성을 작가를 지망하는 누구나에게

새삼 상기하게 해주는 꼭 읽어볼만한 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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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10주년 기념 특별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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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소장만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프로이트에 관한 기억이라면 중2 병이 말기이던 중3 방학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과 꿈의 해석을 읽었다는 것이다.

 

초자아 자아 이드의 개념과

프로이트가 야릇하게 해석하는 어느 여자아이의 꿈 해석 정도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프로이트 저작에 대한 기억의 다이다. 

 

그 책을 읽을 때 즈음 고래잡이 수술을 자진해서 받았다. 

수술 시기의 기억이 융이 말하는 성인식 의례를 해석하는 대목과 

상당히 닮아 있고 수술 후 좀 전에 이야기 한 

그 여자아이의 꿈을 프로이트가 해석하는 대목에서 

너무 어딘가가 극도로 고통스러워 책을 던져 버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머릿속을 헤집어 봐도 프로이트의 두 저작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읽기에는 그 저작들이 너무도 지루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 

좀더 대중적이고 쉽게 풀이해준 책들을 검색하다가 

정신분석과 관련한 책을 세 권 구하게 됐다. 이 책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세 권 다 읽지 않은 장기 소장용이었다가 

이 책에 대한 3일 간의 독서를 어제 마쳤다.

 

본서는 정신분석에서 다루는 영역 중 

무의식과 방어기제에 대해 보다 쉽게 풀어내어 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방어기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좀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무의식에 대해 할애된 장들이 많지만 

정신분석학의 내용을 학문적으로 풀이해 준다기 보다는

정신분석의의 입장에서 심리상담을 해주 듯 자상히

특정상황들을 상정하여 분석해주고 있다. 

 

심리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에서는 적절하다고 생각되고 

정신분석학을 지적으로 다가서려

학술적인 정의들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안 맞을 수 있다.

 

심리 상담을 책값을 제외한 거의 무료로 받고 싶은 분들이라면

최적의 저작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그 많던 심리적 문제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지금 이 순간은 

그런 문제들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나날들이구나 하는 감상을 주었다.

 

프로이트 보다는 융을 더 신뢰하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의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에

정신분석의들을 찾는 내담자들도 그리 많지 않을까... 

그러니 알아두어도 좋은 분야가 아닐까 싶다.

 

참! 그리고 이 책의 부록란에 수록된 심리학 저작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꼭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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