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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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부커상 수상 때까지도 그녀의 작품에 큰 끌림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녀의 작품들에 뚜렷한 비판적 시선이 끊이지 않기에 그게 더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채식주의자] 만큼은 역사 해석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이견을 신경 쓸 일 없이 서사와 그녀의 문학적 빛깔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선뜻 다가설 마음이 생겼다.

 

이 소설을 향한 눈길이 지속되며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시적 산문이라는 그녀의 문체에 대한 수식어로 인해 미사여구가 화려한 문체일 거란 선입견을 가졌는데 그게 가장 먼저 깨졌다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연상되리 만치 담백하고 직설적으로 다가왔다. ‘채식주의자’, ‘몽고 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폭력과 파괴와 목격이 건조하지만 붉게 흐르는 피처럼 다가오도록 만드는 그녀의 문체는 거북하면서도 다시금 그녀의 소설로 다가서도록 만들 것만 같았다.

 

자각 (채식주의자)

 

영혜의 남편 시선과 드문드문 이어지는 영혜의 시선으로 채식주의자는 가장 가까운 사이 마저 물들이는 인간의 태생적인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구나 싶었다. 그리고 영혜는 그런 인간의 폭력성을 꿈을 통해 마주하고 그런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살고 싶어한 거라 여겨진다. “꿈을 꿨어라는 그녀의 고백이 있기까지 그리고 그 꿈이 있기 전까지 또 그 이후에도 그녀는 인간이 만든 세상 속에서 인간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폭력과 야만을 경험하고 살았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녀 자신에게도 역시 그런 폭력과 야만이 있으리라는 깨달음이 그녀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에게 돌아온,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해치지 않으리라는 그녀의 발심에 대한 대답은, 가장 가까운 이들의 폭력이었다. 관계에 무심해진 그녀를 강간하는 남편, 그저 육식으로 대변되는 폭력에 저항하는 그녀를 향한 그녀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사람들의 태연한 방관. 이 모두는 그녀가 자신을 해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아마도 저항한다는 자각도 없었으리라. 그녀의 집에서 감자를 깎으며 상의를 벗어버린 또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병원 벤치에서 상의를 벗어버린 그녀의 행동 그리고 그녀 아버지의 폭력에 미친 마냥 자신의 손목을 그어버린 그녀의 행동들은 미미한 소소한 그러나 붉디붉은 항거였을 것이다. 그녀가 미쳐가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과정이 나로서는 하나의 자각이자 회복에 대한 여정이었다고 보였다. 인간의 본성이 야만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궁극의 본성이 깨달음이라면 그녀는 하나의 약한 본성에서 다른 하나의 강한 본성으로 전이하고자 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히브리인들이 죄를 과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듯 그녀를 보는 세상의 시선은 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과녁에서 벗어난 화살이 되어가는 듯하다.

 

자행과 흑화 (몽고 반점)

 

영혜의 형부 시선에서 그려진 다음 이야기는 아내에게 영혜의 몽고 반점 이야기를 듣고부터 처제인 영혜에게서 관능을 느끼는 형부와 그로부터 침범당하다 서로를 또 자신을 속이는 몸짓으로 이어진 일탈로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형부는 영혜를 탐하기 전까지 녹아가는 밀랍 같은 상태였으나 영혜에게서 관능을 느끼고부터 하나의 불길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자신의 아내를 향한 야만으로 범해지기도 한다. 그는 영혜를 자신의 그림으로 뒤덮고 그녀를 범하고자 하지만 영혜는 어떤 남자도 아닌 몸에 그려진 꽃에 끌리고 있다. 형부는 그런 그녀의 심리를 알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그녀의 관심을 돌리며 결국 그녀를 품는다. 그걸 목격한 영혜의 언니 인혜는 그 둘을 정신 병원에 넣는다. 우리가 덤덤한 일상이라고 느끼는 것들이 영혜와 형부와 인혜를 죽이고 있었듯 우리를 죽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죽음을 벗어나려는 반역은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우리가 무너지는 현실을 가져온다. 영혜는 채식주의자에서 세상과 자신을 자각했으나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영혜의 형부는 일상과 다른 불길은 안게 되지만 이 여정에서 자각을 얻지는 못한다. 이 둘의 마주침은 둘 다의 흑화를 낳는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필요한 과도기일 수도 있지만 이 둘 어느 누구도 깨달음이나 깨우침을 얻지 못하며 무너져버리는 계기만이 될 뿐이다. 영혜의 언니 인혜는 묵묵히 참고 감당하는 인물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영혜와 영혜를 범한 자신의 남편을 늪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녀 자신과 가족까지.

 

수용이거나 붕괴이거나 (나무 불꽃)

 

인혜의 시선에서 이제 자신이 무너지듯 동생 영혜의 몰락을 목격한다. 정신 병원의 영혜는 나무가 되는 자신을 꿈꾸지만 하혈하는 언니 인혜와 같이 희망과 회복은 그녀에게서 영영 떠난 이야기되어 간다. 인혜는 남편과의 이혼과 그 이후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을 그녀가 늘 그랬듯 묵묵히 감당한다. 영혜는 흑화가 절정에 치달아 자신의 보호자로 남은 인혜를 제외한 가족과 세상과의 관계가 끊어지지만 이런 흑화가 그녀에게 거듭남이나 깨달음을 안겨주지는 못하리란 걸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혜는 영혜 그리고 영혜의 남편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과 영혜가 손목을 그었던 날 또 자기 남편과 자신의 만남, 남편이 영혜에게 관능을 느끼던 순간, 또 둘을 병원에 입원시킨 순간 등 하나하나의 날들을 떠올리며 어느 순간을 바꿨다면 이런 현실이 오지 않았을까를 헤아리려 한다. 그러나 과거는 가정을 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이 마주한 야만과 혼란과 몰락과 붕괴는 우리 누구라도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일탈이 아니라 일상인 것이다. 무난하고 무던한 일상이기만을 바란다고 그런 날들이 영원할 수 있을지 우리로서는 자신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이런 야만과 몰이해와 자신과는 다른 이에 대한 배격이라면 당연히 인간이 일군 문명 역시 그런 속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 누구나가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마주한다면 우리는 침몰하거나 붕괴될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현실을 조금 비꼬고 과장한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나는 결단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고 이 이야기에서 거북함 이상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어쩌면 인간이 만든 세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축복만 받은 영혼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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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살해당할 것처럼 써라 -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창작법 65
루이즈 페니 외 지음, 셰리 엘리스.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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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를 간혹 읽는 편이다. 창작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작법서가 주는 매력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면에 대한 조언을 주는 것 같아서이다.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고 생의 주기를 분류해 볼 수 있게 되었고 타자와의 대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달라졌다. 웨일랜드의 [캐릭터 아크 만들기]를 읽고는 내 생의 주기에서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과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 차무진의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그리고 여러 한국 전문가들의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등을 읽으면서 생에서 자신의 색깔을 가름하는 건 결국 행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내면의 어두운 일면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안게 되었다. 그렇게 혼잣말부터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에는 자신을 고백하는 것이며 자신의 빛깔을 가름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걸 수용하게 되었다.

 

창작 글쓰기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들과 사건들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보여주는 과정이 결국에는 자기 이해와 자신과의 화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과거에 출간되었던 창작 글쓰기 3부작 중 하나가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책이다. 같은 삼부작 중 SF, 판타지, 서스펜스 분야의 책으로 제목을 바꿔 재출간 한 책이 [넷플릭스처럼 쓴다]이다. 로맨스 분야는 [로맨스로 스타 작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로맨스로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각 권이 각각 한 작가의 작법서이기보다 여러 작가들이 한 가지씩 자신의 노하우나 기법을 설명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해당 주제들 각각이 주는 알음알이가 나름 있는 책들이다. 각 주제에 대한 이해가 각 장르의 초보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서술이라 작법의 기본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본서는 미스테리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작법의 주요 사안들을 각각 통론적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작가들 개인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인물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기도 한데 인물은 배경이기도 하다는 작가도 있었지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통찰을 주는 작가도 있다. 생을 살아오며 운명론자가 되어버린 내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운명에 자신을 체념하지 말라 일어나 저항하라는 일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이긴 하지만 잠시 깊은 울림이 되는 것 같았다.

 

본서 자체가 미스테리 작법서이기에 미스테리를 부여하는 작법 등도 다루고 있기도 한데 이런 대목들은 미스테리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고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수혜가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지료조사부터 퇴고까지를 다루는 본서에서 사실 깊게 통찰을 얻지 못할 부분도 간혹 느껴지고 실제로 작법에 실용적일 것 같지 않을 대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간혹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르 소설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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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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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에 관심이 가게 된 이유는 책 소개에서 유쾌하다 눈물짓게 하고, 비극적이면서 사랑스럽다!’는 대목과 뉴베리 아너상과 함께 수상한 슈나이더 패밀리 북상장애에 대한 이해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라는 소개 글 때문이었다.

 

전체적인 감상을 남기기 전에 간략히 줄거리를 맛보기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먼저 책을 펼치면 첫 페이지에서 생존자들에게, 당신들은 모두 별입니다라는 문장이 먼저 눈에 띈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자는 출판사의 노력으로 생존자에 대한 언급이 왜 등장하는지 의아함을 품고 들어서게 된다.

 

첫 장부터 사이먼 가족이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지역이라 전파와 인터넷과는 완전히 차단된 그앤베 마을로 오마하에서 이사 온 계기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이야기가 나아가며 사이먼에게 숨겨둔 사연이 있음은 짐작하게 하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마을과 학교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이먼은 형제자매들이 모두 보석 이름을 가진 소녀 아게이트 그리고 엄마가 전파천문학자인 케빈과 친구가 되며 마을과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사이먼의 아빠는 카톨릭 부제(사제가 아닌 성직자)이며 엄마는 장례지도사이다. 그리고 아케이트의 가족은 소란스러운 대가족이다. 사이먼의 감상으로는 마을은 농장팀과 과학자팀으로 나뉘어 있다. 아게이트는 40년 간 아무 진전이 없는 전파천문학 연구소에 가짜 외계인 메시지를 던져 줄 계획을 꾸미고 있다. 케빈은 과학 영재이지만 전파천문학자인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자기 의사를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사이먼의 트라우마 문제는 살짝 엿보이기는 하지만 숨겨진 채 진행되다가 이야기의 중반에 드러나며 천주교 부제인 아빠의 예수다람쥐 사건도 재밌고 장례지도사 엄마의 잃어버린 시신 이야기는 극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책 소개에서 출판사도 자제한 스포일러를 완전히 다할 수는 없다 보니 여기까지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사이먼 가족과 아게이트 가족, 케빈 가족의 사연들은 모두 무겁지 않은 정도로 보여주고 있고 사이먼, 아게이트, 케빈의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아게이트의 함량 미달 안내견 토드의 아들인 예비 안내견 헤라클레스도 사이먼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사이먼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이라서 가능한 트라우마이고 전파천문학 연구소 설비를 위해 마을 전체가 인터넷도 못한다는 것과 연구소가 있는 지역을 가상으로 다시 설정한 것 등은 작가의 구상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참사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은 소재라는 면에서는 미국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고 서사로서 무리없이 그려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이런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회복 이야기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읽을 만하게 또 그러면서도 유려하게 써낼 작가들이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아동 소설치고는 분량이 있는 책이다 보니 나름 여러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는데 전혀 무리가 없이 진행되고 있고 사이먼의 실제 모델이 작가의 자녀라고도 하니 참 살기 쉽지 않은 곳이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참사에 생존자인 자녀가 모델이 되고 그 엄마가 작가가 되어 그려낸 이야기이면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무리를 주지 않는 희극적 소설이라니, 아동들에게 다채로운 정서적 동요를 불러일으키면서 감동으로 새겨질 책이 아닐까 싶다. 전원생활의 낭만과 남다른 모험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과 우정과 회복과 성장이 함께 그려진 이 아동 소설은 이 책의 참사와 같은 위협은 없는 대다수의 나라 아이들에게 어찌 비춰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각도의 감상을 안겨줄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초등 3학년에서 6학년 정도 자녀에게는 아니 중학생이라도 괜찮겠지만... 권해 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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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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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시작한 독서였다고 할까? 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무턱대고 고른 책이었다. 그래서 첫 단원을 시작하면서도 이제까지 이야기와 뇌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 인간이 진화적으로 이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내용 등에 솔깃하며 읽었다.

 

하지만 본서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만든 세계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야기로 해서 희망을 갖고 이야기로 인해 일어서지만 바로 그 이야기가 인간 세계를 불안과 위협으로 몰아넣으며 결국 세상을 바꿀 것도 이야기의 재구성을 통해서 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520여 쪽이 넘는 분량에 무수한 텍스트와 미디어가 회자되는 이 책을 이야기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장으로 삼으려 한 것은 나의 착각 때문이었다. 나는 그저 호소력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며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과 원리가 궁금했을 뿐인데 본서는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건드리는 한편의 칼럼집이다.

 

나처럼 책 소개글도 읽지 않고 독서하는 분은 없겠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볍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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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8-21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

이하라 2024-08-21 10:14   좋아요 0 | URL
열정어린 독서를 응원드립니다~~
 
작가를 위한 싸움 사전 - 전략, 심리, 무기, 부상
카를라 호치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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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장면 묘사와 부상의 묘사가 세부적으로 그려져 있을 책이리라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약간 다른 책이었다. 장면 묘사가 실례로 전달되기보다는 싸움 장면을 그리려 할 때 고려되어야 할 다양한 사실들의 전달에 치중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격투가로서 다양한 격투 기술을 익히고 작가이기에 여러 무기의 체계와 부상 사례를 수집한 여성이다. 그녀는 여러 격투기술과 무기술을 문자로 전달하며 글쓰는 사람들이 장면 묘사에서 어떻게 현실성 있는 장면을 그려낼지 가늠하도록 안배하고 있으며, 맨손과 무기 등을 통한 부상 사례도 현실적인 사례들을 수록하고 있다. 물론 출혈 장면에서 부위별 출혈의 다양한 사례를 문장으로 접하기를 바란 분들에게는 다소의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책인 것도 분명하다. 독물이나 가스라이팅 등의 사례는 이 책에서 기대한 범위를 벗어난 경우들인데도 각 장을 할애하고 있다.

 

이미 다른 텍스트들을 통해 전투와 부상에 대한 각 사례들을 익히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실 텐데 종합해보는 의의도 있을 것 같고 이 책을 통해 기본을 알고 다채로운 텍스트로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알아간다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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