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한글 제목보다 [Underdog]라는 영어로 된 부제가 이 책의 주제와 스토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책 같다. 평소 역사 분야의 저작들을 좋아는 하지만 학술적인 저작보다 대중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에 책들이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역사를 통해 할 이야기가 이것뿐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이라는 본서의 출간과 함께 서평 제의가 들어와 기다렸다는 듯 응하게 되었다.

 

본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들의 스토리라는 것이 너무 끌렸다. 역사의 꼭지를 맡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마이너의 이야기이니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비슷한 서사들의 연속에 답답한 분들이 계시다면 남다른 시각의 본서에서 다른 감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는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5개의 주제 의식으로 각 장을 이루며 여러 나라와 여러 인물로 역사의 변곡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스페인, 핀란드 등 나라가 굴욕을 감당하다가 당당히 골리앗에게 대항하고 자신을 지켜낸 역사를 읊기도 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 목수 게오르크 엘저나 관동 대학살에 맞선 오카와 쓰네키치,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이자 부조리인 기업의 횡포에 맞서 매치스틱 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영국의 성냥공장 여직공들, 또 노동조합을 만들며 회사의 횡포에 당하면서도 옳음을 지키고자 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과 그들의 편에서 사진사 이기복, 문명의 힘 앞에서 부서져 가면서도 사랑의 이름으로 굽히지 않은 사우디의 공주 미샬 빈트 알 사우드, 식민지 개척 시대에 포르투갈을 상대로 협상과 전쟁을 하면서도 자국의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 가는 것을 막은 은징가 음반데 공주(후에 여왕이 됨), 격동하는 파리에서 자신의 옳다는 것을 위해 굳건히 저항한 여성 운동가 루이즈 미셸, 묻혀버린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은 청소년 헨리 스콧의 이야기 등이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본서의 주제와 결이 맞는 이야기로 기억에 깊이 남았다. 아마도 역사적 인물이나 관료 등의 영웅보다 소시민들의 저항이 문명이란 거대한 바퀴 앞에서 버티고 선 사마귀 한 마리 같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본서는 첫 장을 펼치고는 얼마 안 되어서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갖추어야 할 점들을 이르는 거라 생각되어 병법서나 책략에 관한 책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는 그 깊이와 무거움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 책은 낱낱의 이야기들 속에서 과연 약자인 개인이 강자를 이기기 위한 처신은 어때야 하는지 국가가 강대한 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나 문명 앞에서 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가야만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가벼운 제목의 책인데 깊은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 앞에 인류는 또 문명 앞의 개인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는 그 넓고 깊은 물음에 독서 후 참 남다른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저자의 책은 처음 대하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이 책을 쓴 저자 김형민 씨의 저서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른 시각의 역사 대중서를 찾거나 깊은 사유를 안겨줄 만한 저작이지만 대중적인 책을 찾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세계사에균열을낸결정적사건들 #Underdog #약자가강자를이길때역사는새로쓰인다 #김형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도서협찬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을 안다는 착각 - 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의 강연으로 유명해지고 미국 샌디에이고시립대학에서 미국사를 가르치는 한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남다르게 평가되는 김봉중 교수의 신작이다. 이분 저서로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를 읽어보기는 했다. 본서 [미국을 안다는 착각]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부제 또한 매력적이라 선뜻 눈길이 갔다. 미국인들 시각으로는 미국사를 가르치는 이국의 남자일 이분의 독특함이 더욱 남다른 관점으로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인이 간과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서는 5장의 구성으로 POLITICS, ECONOMY, REGION, SOCIETY, CULTURE의 분야로 나뉘어 서술된다. POLITIC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시 이어진 연방과 주 정부간의 소송전을 다루며 미국 정부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총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에서 밀려 선거에서 질 수도 있는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나, 선거를 좌우하는 미국의 중도층을 다루고 있기도 하며, 트럼프의 간격을 둔 재출마가 미국사에서 갖는 의미를 짚기도 한다. 먼로 독트린을 훼손하면서도 테러국가에 대응한 미국의 외교원칙 변화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다른 강대국들과 간결하게 비교한 대목도 있다. ECONOMY에서는 미국 독립시기 월가가 형성된 이야기로 시작해 달러의 위상과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으로 미국의 기업과 경제가 자국 이익 추구의 형세를 갖춘 것을 짚기도 한다. REGION에서는 13개에서 50개 주로 확장하며 영토확장에 얽힌 타국과의 역사 그리고 미국인들의 의식 변화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원주민 정책으로 문명과 야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미국의 실상을 짚어보기도 한다. SOCIETY에서는 총기 규제가 어렵고 그 현안으로 갈등을 반복하는 미국의 문화가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로 인한 갈등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갈등 무엇보다 흑백갈등은 현재의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미국에서 아직까지 이어지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짧지만 흑백갈등의 양상이 어떠한지 언급하고 있기도 하며, 역사적으로 중국인 차별과 함께 시작된 반이민 정서를 담론하기도 한다. 동성 결혼 합법화 문제를 논하며 미국의 정치적인 추구와 지역 간 문화적인 차이를 논하기도 한다. CULTURE에서는 미식축구와 야구의 기원과 미국인들의 열광을 번갈아 보여주기도 하고 스포츠를 통해 다민족들을 미국인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하려 노력해온 역사적 노력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국의 학력 인정과정과 대입 과정을 언급하며 그 속에서 아시아 학생들의 탁월한 성적 때문에 성적 기준이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주어지며 그것이 아시아인 입학세로 불리는 현실과 이런 불평등이 오히려 대입 과정에서의 평등과 공정을 위해서라고 인식되고 있음을 짚고 있기도 하다. 할리우드가 플랫폼화되는 과정과 미국의 패스트푸드가 기업화되고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위상과 문화가 더 높아지고 보편화된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

 

본서는 미국에 대해 인류사적인 관점에서도 두루 깊이 언급하고 있는 저작으로 역사라는 규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사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적인 여러 대목을 깊이 다루고 있다. 애초에 김봉중 교수만의 특별한 시각과 시야를 기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충족되는 책이라기에는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역사와 정치, 경제. 지역과 사회, 문화라는 축들을 씨줄과 날줄을 얽듯이 엮으며 다채로운 영역에서 미국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미국을 알고 싶은데 미국사 책을 읽기에는 무겁고 건조하고 분량이 부담된다는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보듯 미국도 여느 나라처럼 산재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고 이 책은 그에 대해 언급하기는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수의 국가들이 띠고 있는 문제들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그 해결책이 제시될 수도 있지 않을까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타국가의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가 안은 문제를 직시할 수도 있겠기에 이런 책들은 많은 분들이 상식으로 많이 읽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을안다는착각 #김봉중 #빅피시 #미국사 #미국정치 #미국경제 #미국지역 #미국사회 #미국문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대중적 학자로 자리매김한 마이클 샌델 씨의 저작이다. 출간 초기에는 이렇게 광고했겠지만 현재는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저자의 대표저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책이다. 다만 나로서는 두 저작 다 유명세는 알았으나 생소했고 이 책의 초중반까지 읽으면서는 이 저서에 몰입되지 않았다. 중반에 이르고 후반까지 독서를 진행하고서야 저자의 이야기가 주목되는 바가 있었다. 초중반까지는 몰입되지 않은 데 대하여 많은 분이 번역에서 문제를 찾기도 하던데 나로서는 정치철학적 접근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철학적 논지의 전개는 사실 대중이 몰입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싶고 중후반부터는 실제 와닿는 현실과의 접점들이 이어지기에 쉽게 몰입되지 않은 것인가 싶다.

 

성공의 척도가 부의 축적이 된 마당에 공정을 논의한다는 건 필요한 관점이면서도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도 언급한 도박장 업주나 마약상으로서 부를 축적한다고 해도 현재는 (법적 문제를 배제한다면) 나도 그렇게 부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많을 사회이기도 하지 않은가? 정당함, 정의, 공정보다는 성공이 목적이 되고 이 성공이란 것은 이제 돈이라는 권력의 변이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부터 공정은 먼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저작의 시작에 미국의 입시비리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은 조국이란 사람과 그 자녀의 불법을 통해 이미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사안이다. 그리고 결론은 조국의 국회 입성으로 보여지고 있다. 성취의 과정이 비리여도 상관없는 사회가 되어버렸고 이재명은 아마도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정의, 공정, 도덕 따위를 문제 삼더라도 콧방귀도 안 뀌는 시대가 되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고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서양 격언이 어떤 수단이든 다 된다로 대중을 호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정의나 공정을 논하는 저작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본서는 능력주의, 학력주의, 성공주의 등을 비판하는 저작이다. 이 책이 문제 삼는 부분들이 주목되기는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문제해결은 사실 문제 해결로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대입에서 수험생이 갈 대학 결정을 제비뽑기로 하자는 대목에서 빵터질 지경이었다. 이런 대안이 실천되자면 이미 대학 입학을 하려는 사람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사회가 된 이후일 것이다.

 

저자의 문제 제기들은 좋았다. 부의 불평등과 같이 엘리트 계층도 세습되고 있으며 학습에 있어서도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는 지적이 그렇다. SAT에서도 부유층과 특권층의 자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라는 것, 역사 이래 최고의 대학들 출신 부모의 자녀가 그 대학의 입학이 거절된 사례가 없다는 것,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은 이미 학업에 몰입하기 충분한 배경이 되는 환경으로 출발선이 다름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의 성공 공식은 자신의 성공은 그럴만해서 그런 것이고 타인의 실패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는 등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출발선에서는 평등과 공정이 주어져야 하지만 대부분 이걸 간과하게 만드는 사회적 밈에 취해있다는 식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던 것은 사회가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각국의 정당 지지율, 정치인 지지율은 명확히 학력에 따른 편차를 보이는데 미국에서 저학력층이 트럼프를 지지해 당선시켰듯 코로나 시기부터 각국의 정당 지지도는 저학력층이 지지하는 정당의 득세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마이클 영이라는 분의 미래예측으로는 2034년 즈음 저학력자 계층의 사회 주도권 전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는 데 이미 코로나 시기부터 이런 양상이라고 한다.

 

저학력층의 사회전복을 우려할 만도 한 게 이미 노동자 계층의 평균 연봉과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 격차가 300배가 된 것이 2014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라는 저작에서는 평사원들 평균 연봉과 CEO 계층 평균 연봉의 격차를 364배인가로 지적한다. 이 말은 CEO1년 버는 금액을 노동자나 평사원 계층이 벌자고 하면 360년이 넘게 걸린다는 말이다. 이쯤이면 사회전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의아한 지경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의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자신의 능력이 없는 데서 찾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그 대다수는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사회적 밈과 가치체계가 문제란 것을 말이다.

 

유재석의 수입과 소방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의 수입의 격차가 이렇게 나야 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성공이 그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느냐에 달렸다는 이 시대의 신화 같은 공식에 과연 합치되는가 하는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며 능력주의의 이점을 보던 사람들과 그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일어서는 순간이 곧 올 거라고 예측된다. AI가 대다수의 생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말이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색깔을 지정했고 사회의 분열을 주도했다. 그리고 사회의 갈등은 능력주의를 통해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의 저작에서도 저자의 지지 정당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서술은 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포퓰리즘을 앞세워 득세했다고 하는데 그들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도 성공적인 포퓰리즘이다. 저자도 그걸 알만한 사람이지만 저자 역시 한 측으로 기울어있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능력주의의 폐해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는 바이겠지만 이것을 혁신하기는 쉽지 않도록 사회 깊숙이 그리고 개인의 무의식 깊숙이 아로새겨진 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각하는 데서부터 문제해결의 여지가 있을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본서와 같은 저작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균쇠]는 운명론적이라 다소 거슬렸지만 [사피엔스]는 3개의 혁명으로 인류의 발전상을 해석하고 있으며 인지혁명 중 상상하는 것을 믿는 특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깊이, 통찰로 다가왔다. 인류의 발전상을 달리 해석하는 [위어드]와 [호모 사피엔스]가 궁금한 것도 [사피엔스] 덕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무엇이 이것을 촉발했을까? ...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론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 우리는 이것을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라고 부를 수 있다. ... 하지만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를 일으킨 원인보다는 그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이래 행태를 신속하게 바꾸고 새로운 행태를 유전자나 환경의 변화가 없이도 미래 세대에 전달 할 수 있었다.


...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 바 없다.


5
인지혁명이 일어날 즈음 지구에는 몸무게 45킬로그램이 넘는 대형동물 약 2백 속이 살고 있었다. 농업혁명이 일어날 즈음 이들 중 남은 것은 약 1백 속에 지나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바퀴, 문자, 금속도구를 발명하기 한참 전부터 지구 대형동물의 절반가량을 멸종으로 몰아갔다. 이런 생태적 재앙은 농업혁명 이후에도 규모만 작아졌을 뿐 수없이 재연되었다.


6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7

어쩌면 수렵채집인들이 야생 밀 채취에서 집약적인 밀 경작으로 전환한 목적은 정상적인 식량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기존에 우리는 개척자들이 처음에 마을을 세우고 이것이 번영하면 그 중앙에 사원을 건설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괴베클리 테베가 시사하는 바는 그 반대다. 먼저 사원이 세워지고 나중에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8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9

기원전 3500~3000년 어느 시기에, 익명의 수메르 천재들이 뇌 바깥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대량의 수학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맞춤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수메르인들은 인간의 뇌에서 비롯되는 사회질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 왕국, 제국의 출현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0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히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11

1776년 미국인들이 수립한 가상의 질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위계질서를 확립했다. 이 선언서는 위계질서로 혜택을 받는 남자와 위계질서에 힘을 빼앗긴 여자 사이의 위계질서를 창조했다. 또 자유를 향유하는 백인과 평등한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흑인 및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위계질서를 창조했다. ... 미국의 질서는 또한 부자와 가난뱅이는 계층이 다르다고 선언했다


12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최초로 등장한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13

그러므로 인간의 경제사는 미묘한 춤과 같다. 사람들은 이방인과의 수월한 협력을 위해서 돈에 의존하지만, 그것이 인간적 가치와 친밀한 관계를 손상시킬까 봐 두려워한다. 한편으로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돈과 상업의 이동을 막아온 공동체라는 댐을 기꺼이 파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와 종교와 환경이 시장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막아줄 댐을 건설한다.


14

기원전 200년경 이래로 인간은 대부분 제국에 속해 살았다. 미래에도 대부분 하나의 제국 안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제국은 진정으로 세계적일 것이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이라는 환상이 실현될지 모른다.


15

우리는 세상의 신념들을 신 중심의 종교와 자연법칙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신 없는 이데올로기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일관성이 있으려면, 적어도 불교, 도교, 스토아철학의 일부 분파는 종교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목록에 올려야 한다. 그리고 거꾸로 많은 근대 이데올로기 속에 신에 대한 믿음이 계속 존재하며 그 중 일부, 대표적으로 자유주의는 그런 믿음이 없다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16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7

정부와 기업의 금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실험실과 대학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 대부분의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그 연구가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누군가 믿기 때문이다.


18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인류가 어떻게 해서 앨러머고도와 달-수많은 다른 목적지가아니라-에 도착했는지를 이해하려면, ... ... 다른 방향들을 무시하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밀어붙인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고려해야 한다.


19
15~16세기에 유럽인들은 빈 공간이 많은 세계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럽인의 제국주의 욕구뿐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이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빈 지도는 심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약적인 진전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세계의 많은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20
자본과 정치의 힘찬 포옹은 신용시장에서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어떤 경제가 지닌 신용의 양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이나 새 기계의 발명 같은 순수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체제 변화나 좀 더 대담한 해외정책 같은 정치적 사건들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1
소비지상주의 윤리가 꽃피었다는 사실은 식품 시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통 농업사회는 굶주림이라는 무시무시한 그늘 속에서 살았다. 오늘날의 풍요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만인데, 그 폐해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입는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22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값비싼 사치품에 돈을 흥청망청 썼지만, 농부들은 한 푼 한 푼을 아끼면서 검소하게 살았다. 오늘날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부자는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데 반해, 그만큼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자동차와 TV를 산다. 자본주의 윤리와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 부자의 지상계율은 "투자하라"이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계율은 "구매하라!"다.


23
점점 치밀해지는 국제적 연결망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서서히 약화시켜,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이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타이 국민들이 독립성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을지라도, 사실 그들의 정부는 독립적인 경제, 외교 정책을 수행할 수 없으며 혼자 힘으로는 전면전을 벌이고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도 확실하다.


24
3장 [제국의 비전]에서 설명했듯, 우리는 지구 제국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국 역시 그 국경 내에서 평화를 강제한다. 그리고 그 국경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25

사람들의 기대가 충족되었느냐의 여부, 쾌락적 감정을 즐기는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주된 질문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고대의 수렵채집인이나 중세의 농부보다 이런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을까?


26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7

만일 사피엔스의 역사가 정말 막을 내릴 참이라면, 우리는 그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데 남은 시간의 일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인간 강화' 문제라고도 불리는 이 질문에 비하면 오늘날 정치인이나 철학자, 학자, 보통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는 논쟁은 사소한 것이다.


28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