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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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는 2011년 히브리어로 출간된 이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사실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들어본 책임에는 분명한 책이다. ‘유발 노아 하라리라는 저자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로 이 책과 함께 인류 3부작으로 불리는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제언]을 저술하였고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본서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먼저 읽었는데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가 융성하게 된 배경으로 환경을 꼽은 운명론적인 학자라면 유발 노아 하라리는 인류가 번성하기까지의 요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며 인류 발전에 대해 운명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발전의 서사를 짚으며 발전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향방을 결정한 요인을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이렇게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농업 혁명 보다 인지 혁명을 앞서 놓은 이유는 그가 괴베클리 테베 유적을 예로 들며 농업혁명이 있고 나서 문화(종교)가 일어난 게 아니라 종교가 발흥한 자리를 중심으로 농업 환경이 배치된 걸 유적 발굴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금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실험실과 대학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 대부분의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그 연구가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누군가 믿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인류가 어떻게 해서 앨러머고도와 달-수많은 다른 목적지가아니라-에 도착했는지를 이해하려면, ... ... 다른 방향들을 무시하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밀어붙인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고려해야 한다.”

 

픽션을 창조하고 그것을 믿고 따르는 인간의 인간 의식의 독특함을 따라 종교, 정치, 경제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게 이 책 전반부의 중요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과학의 발전 역시 종교적 정치적인 경제적인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역설하기도 하는데 이제까지 이런 의심을 해온 학자나 개인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주장이 이런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는 본서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 문명이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현재도 그런 제국의 시대라고 주장하는데 앞서 말한 픽션을 믿고 따르는 인류의 독특한 습성이 이런 제국의 시대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서와 제도, 정치와 종교가 어우러진 현실은 인류가 픽션을 창조하고 믿고 따르기에 가능한 거라는 것도 수긍이 가능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인류 발전의 서사를 전개하며 저자는 인류의 발전이 타 동물군의 멸종을 불러오기도 했으며 인류가 평등을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계층과 인종, 성별의 차별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제국에서는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예술인 할 것 없이 평화의 가치를 알고 평화를 추구하며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최근에 이르기까지 힘 있는 국가의 정치인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타국가를 침략, 정복, 지배하기를 반복해왔고 911 테러시기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이 부자들과의 회합에서 부자 여러분 더 부자 여러분 여러분은 저의 기반입니다라고 말하며(911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이 장면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각인되어 벌써 몇 번째나 예로 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방산업체들의 잇속을 채워준 전례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늘 전쟁은 이윤 추구의 장이었다. 이익이 오고 갈 수 있다면 정치인들도 경제인들도 평화만을 부르짖지는 않을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일 사피엔스의 역사가 정말 막을 내릴 참이라면, 우리는 그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데 남은 시간의 일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인간 강화' 문제라고도 불리는 이 질문에 비하면 오늘날 정치인이나 철학자, 학자, 보통 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는 논쟁은 사소한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이 책은 인류의 지금까지의 서사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현재에서 미래까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데 [호모데우스]로 이어지는 저자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은 무책임하다고는 했지만 인간을 으로 정의하는 부분이다. 나 또한 2014년까지는 인간이 신이 되는 미래를 그렸으나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이기는 그 순간부터 인류세는 이것으로 끝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존재의 대사슬이 이야기하는 진화의 계층대로라면 진화의 정점이라고 믿던 인간이 다음 시대의 신으로 예비된 존재인 기계신을 창조한 여기까지가 인류세의 끝이 아닐까 우려한 것이다. 몇 차례나 이야기했지만 앞으로의 인류의 내일은 초인공지능의 아량에 달린 일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고양이 집사의 노릇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지만, 초인공지능이 인간 집사라며 우스개를 하며 만족할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 즈음에서는 본서가 집필된 시기의 한계도 다소 느껴지고 저자의 편향이 다소 다가오기도 하지만 분명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처럼 재미있는 책이라는 감상이 깊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조금씩 읽은 책인데 새해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하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이런 심정을 [사피엔스]를 읽으시는 모든 분이 느끼실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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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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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사이지만 대개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도 축구와 자동차, 나치와 홀로코스트, 난민수용과 메르켈 총리 외에는 독일에 대한 키워드 조차 떠오르는 게 없어 더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이 책은 그런 파편적이고 짧디 짧은 독일에 대한 상식을 조금이나마 확장시켜 주지 않을까 해서 기대했던 책이다.

 

책의 분량을 볼 때 그다지 짧다고 여겨지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라는 제목이기에 의아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보니 출판사에서 번역과 함께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추가한 [역사 속의 역사]라는 28개의 장이 더해져서 그렇지 본문만으로는 상당히 간소하게 정리한 책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역사 속의 역사][독일 여행자를 위한 핵심 가이드]가 추가되지 않았다면 역사서치고는 상당히 짧은 분량의 책이었을 것이다.

 

상당히 촉박하게 읽다 보니 제대로 이 역사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다. 서술된 역사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서술 방식에 대해 짚어야 할 것 같다. 본서는 [1부 게르마니의 탄생 기원전 58~526, 2부 게르만, 로마를 복원하다 526~983, 3부 게르만을 위한 전쟁 983~1525, 4부 두 갈래 길로 가는 독일 1525~1924, 5부 독일, 유럽의 미래 1924~현재] 구성되어 있는데 독일사를 영국인이 서술하다 보니 유럽 타국가에서 바라보는 독일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가 정리되는 느낌도 다소 들게 했다.

 

카이사르가 야만족의 땅이라는 의미로 게르마니아로 이름 지은 이 지역에서 메로빙거와 카롤링거 왕조를 거치며 정체성을 찾게 된 과정부터 나치 독일의 출현까지 그리고 동서독의 분리와 통일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돌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득문득 외국인이 쓴 독일사구나 느껴지기도 하는 때가 있는 게 1차 세계대전을 기술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될 1차 세계대전 전쟁배상금 문제를 짧은 언급 하나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본서는 독일사 전반을 신속하게 약술하고 있어 역사적인 주제들에 주목하자면 국내 출판사가 추가한 [역사 속의 역사]라는 28개의 장을 통하지 않고는 그다지 재미를 찾을 수 없기도 하다. 그렇긴 하지만 유럽인이 아닌 이국의 시선에서 중요하다고 주목되는 대목이 다르고 유럽인이 애써 외면하거나 간과하는 대목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서는 전체가 빠르게 지나가는 크로키와 같이 약술로 서술되어 지나가는 느낌이고 그걸 크로키가 아니라 스케치라고 본다면 [역사 속의 역사]라는 장들이 다소나마 스케치에 암영과 빛깔을 주는 느낌의 책이기도 하다. 세계대전 대목은 특히나 [역사 속의 역사]란 장이 없다면 독일인들이 나치당에 주목하게 된 대목만이 부각된 서술로만 기억하게 되었을 듯하다.

 

전체사를 짚으면서도 일화별로 주목할 서술에 주의했다면 다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따분하게 서술되어 있는 책은 아니고 제법 쉽게 읽히는 번역이다. 번역자의 노력과 주의가 담긴 번역이 책을 살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독일사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윤곽은 잡고 싶다는 분들께서 선택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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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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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사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윤곽은 잡고 싶다는 분들께서 선택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독일사를 크로키처럼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느낌인데 [역사 속의 역사]라는 장에서 암영과 빛깔이 다소 주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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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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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소개평과 리뷰와 한줄평들이 하나 같이 극찬 일색이다시피 해서 자못 기대하고 독서한 책이다. 다 읽은 감상은 도대체 이 책이 왜 이렇게까지 절정의 평들을 듣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이 책의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관찰과 노력이 필요하니 신중하라이게 다다.

 

[티핑포인트]를 읽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단언은 못하겠지만 말콤 글래드웰의 저작(중 내용을 기억하는 책으로는)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유명세가 대단해서 그의 저작인 이 책에 대한 기대가 과했는데 과한 만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 판단 신중하게 하라외에 탁월한 통찰이나 남다른 제시 무엇 하나 없는 이런 책이 그토록 유별난 평가를 받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다만 수록된 실례들과 서술 자체가 몰입하게 하는 면은 뛰어나긴 하다. 400쪽에 이르는 책을 순식간에 다 읽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몰입하며 읽은 이유는 무언가가 더 있겠지” “결론에서는 남다른 통찰이나 제안이 있을 거야하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허무하다. 나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제시된 예들 외에 주제와 결론은 이미 초중딩 사이에 스스로 내린 결론과 다를 바 없었는데 뭐하러 읽었을까. “내 시간 돌려다오

 

아마 이 리뷰를 읽고나면 정말 별 통찰이 없는데 유명세만 뛰어난 책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말하고 싶다. 이제까지 넋두리는 거짓이고 정말 좋은 책이라고. “이런 젠X! 나만 당할 순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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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역사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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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사건들이 역사 의식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의 확장을 가져다주기에 적절할 조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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