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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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선정 이후 본서를 정말 늦고 늦게 받아보게 되었다. 기대하던 부분이 있던 책이라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읽어볼 작정이었는데 늦게라도 서평단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본서의 저자 댄 애리얼리 씨는 행동경제학자로서 유명 저자이기도 하다는데 본서를 통해 처음 접해 봤다. 본서는 음모론을 비롯한 대중적이면서도 보수 언론이 전하는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관점과 보수적 시각에서 부정적 관점으로 비판하고, 그런 이들에 대해 저자 나름으로 분석했으나 굉장히 일반적이고 보수적인 비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을 굉장히 귀찮게 했다는 음모론자와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음모론자들을 몇 차례 실례로 들기도 하는데 그들에 대한 서술이 본서의 서술 방향을 이야기해주지 않나 싶다. 대개의 경우 저자가 묘사한 내용들을 몇 마디로 정의하자면 상식적이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광신도적이거나 이단의 교주 같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을 묘사하고 있다. 물론 과격한 표현은 직설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상식을 벗어난 신경증적인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음모론이라는 개념과 대중의 중론이 아닌 시각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동일시하고 있고,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오신자로 번역하고 있던데, 이 말 자체가 음모론이란 개념처럼 하나의 밈으로 다가왔다.

 

책 전체적인 내용이 대중적 상식이나 보수 여론의 주장에서 벗어난 개념을 수용하는 이들을 오신자로 정의하며 이런 사람들의 정신과 이성과 감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요소로 저자는 심리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요소의 4가지 요소를 들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맥락을 짓는 인간의 속성(나라는 착각에서 그레고리 번스도 언급했다)에도 따르면서, 성격적인 개인차에 따라, 소외받고 있거나 소외받지 않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을 따른다는 것이 책 한 권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견해다. 저자의 주장에 이르는 예들을 보면 저자는 일반 상식으로도 대중이 되돌아볼 만한 견해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견해들을 섞어서 나열하며 이것이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의 견해들이라고 아우르는데 포용하기에는 보수적인 식견을 넘어서 다분히 선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이런 사례로 가장 자주 드는 예가 코로나와 백신 음모론에 대한 예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이 저작이 미국에서 출간된 2023년부터 미국의 상식이 바뀌기도 했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인구감축을 위해 제작되고 유포되었다는 설과 미국이나 중국의 연구실에서 특정 목적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설까지 들며 낭설이고 음모론이라고 싸잡아서 논하고 있다. 이런 문제 중 인구 감축을 위해 제작되었다거나 미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설은 낭설일지 모르겠으나 저자가 든 예에서도 그렇고 시중에 떠돌던 정부와 보수 언론이 주장하던 설들이 오히려 가짜뉴스였던 사례들이 코로나와 백신 문제에서는 더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개발설이나 개발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설이 트럼프 전 정권 때부터 있었지만 트럼프 전 정권에서는 중국을 언급도 못하게 했고 이런 언급 자체를 음모론과 가짜뉴스라며 검열하고 삭제했었다. (각 매체의 자체 검열의 사례는 유투브의 계정 폭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에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개발설이 기정 사실로 확정되었으며 몇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정권까지 우한 연구소에 미국 CDC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개발과 치료 목적으로 (팬데믹으로 전파되었을 경우 대응안을 마련하기 위해 바이러스 개발에서 의례있기도 하는) 인간에게 전파되도록 바이러스를 개량하는 기능획득 연구에도 미국 CDC에서 연구 개발비를 중국의 우한 연구소에 지급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백신 문제에 있어서도 집단 면역력이 형성된다던가 아이들에게는 접종하지 않을 거라던가 부작용이 있으면 정부가 책임진다던가 백신 부작용은 미미할 거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 가짜뉴스가 되어버리는 현실도 각국 국민들이 보았다. 오히려 가짜뉴스의 전파자들이 진짜 백신과 면역학의 선구자들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바이러스학자 뤽 몽타니에 박사(2022년 중 별세)mRNA 기법의 최초 개발자인 로버트 말론 박사 그리고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된 한국의 면역학자 이왕재 박사님 같은 경우 모두 mRNA 백신 접종을 급구 만류했다. 백신에 대한 저항이 음모론에 입각해 있다면 이들 전문가들이 백신 음모론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망자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송에서 백신 접종으로 사망할 것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문제였으므로 그로 인한 사망은 자살과 같다며 자살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백신 접종 사망건은 자살이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가짜뉴스급 사건인데 이 음모론적인 판결이 사실이다. 2022년 중반에 미국 보험사 조사로는 백신 접종 이후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 중 34~44세 사이의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의 초과 사망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통계로 백신 접종 개시 이후 2022년 중반까지 35세 이하 운동선수 895명이 사망했는데 동일한 조건의 운동선수 사망률의 통계로는 급격한 최고치이다. 또 미국 법원이 화이자에게 백신에 대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그 이후 밝혀진 사실로는 코로나 백신의 치명률은 3%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다들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각국마다 다르기는 해도 대개 0.01~0.1%였다. 한마디로 10000명 중에 1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에 10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의 300명을 죽이는 길을 각국의 질병청이 각국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모두가 가짜뉴스 같은 현실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핵심 언론이 아닌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진실을 알리면 정부와 매체들이 검열하고 삭제해온 것이 팬데믹 시기의 현실이었다.

 

이런 가짜뉴스 같은 현실을 사는 대중에게 다수가 믿는 것만 믿고 대중이 믿지 않는 모든 정보와 주장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은 음모론이라는 밈과 함께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을 더해 대중 스스로가 진실에 다가서는 판단을 검열하고 삭제하도록 만들려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판단되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의 편견 또한 무섭다는 사실로 다가서게 만든다. 행동경제학이 태동한 이후 서구의 각국이 행동경제학자들을 유입해 정부 산하 조직으로 대중심리 유도를 위한 부서들을 창설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1984]라는 소설의 진실부라는 조직처럼 대중적 정보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조직까지 갖추었다. 이런 조직이 정부 산하에 있다는 것은 대중의 상식을 정부가 통제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선 이상의 정보에 대중이 접근하는 것을 정부가 꺼린다는 말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는 정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정보를 선별할 판단력을 길러야 하는 수밖에는 없다.

 

20세기까지 음모론이라고 치부되다가 21세기 들어 진실인 것이 밝혀진 사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 흑인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차원에서 매독균을 살포하고 연구 관찰했다는 사실과 미국 정부와 군부가 미국 자국인을 상대로 한 최면과 LSD라는 마약을 통한 심리통제를 ‘MK 울트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실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군부가 이런 실험들을 민간인이나 군인 등 국민에게 시행하던 시대를 가까운 과거에 거친 것이 인류다. 그리고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현재는 UAP(미확인공중현상)으로 달리 명명되기는 했으나 과거부터 은폐되고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사실들에 대해 미국에서부터 실제 경험자인 군인들과 담당자들의 법정 증언들이 잇따르며 뉴스화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상식이라고 정의하고 어디까지를 개인적 문제들이 야기한 잘못된 믿음으로 정의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인 관점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 본서가 아닌가 싶다. 어디까지가 보수적인 학자의 편견이 개입한 서술이고 어디까지가 상식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대중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다. 문제의식을 지니면 읽어볼 만한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확증편향을 부추길 수 있을 책일 것이다. 가려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겠지만 읽어봐도 좋을 책임은 분명하다.


@book_withppt 님을 통해 청림출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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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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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한글 제목보다 [Underdog]라는 영어로 된 부제가 이 책의 주제와 스토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책 같다. 평소 역사 분야의 저작들을 좋아는 하지만 학술적인 저작보다 대중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에 책들이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역사를 통해 할 이야기가 이것뿐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이라는 본서의 출간과 함께 서평 제의가 들어와 기다렸다는 듯 응하게 되었다.

 

본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들의 스토리라는 것이 너무 끌렸다. 역사의 꼭지를 맡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마이너의 이야기이니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비슷한 서사들의 연속에 답답한 분들이 계시다면 남다른 시각의 본서에서 다른 감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는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5개의 주제 의식으로 각 장을 이루며 여러 나라와 여러 인물로 역사의 변곡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스페인, 핀란드 등 나라가 굴욕을 감당하다가 당당히 골리앗에게 대항하고 자신을 지켜낸 역사를 읊기도 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 목수 게오르크 엘저나 관동 대학살에 맞선 오카와 쓰네키치,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이자 부조리인 기업의 횡포에 맞서 매치스틱 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영국의 성냥공장 여직공들, 또 노동조합을 만들며 회사의 횡포에 당하면서도 옳음을 지키고자 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과 그들의 편에서 사진사 이기복, 문명의 힘 앞에서 부서져 가면서도 사랑의 이름으로 굽히지 않은 사우디의 공주 미샬 빈트 알 사우드, 식민지 개척 시대에 포르투갈을 상대로 협상과 전쟁을 하면서도 자국의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 가는 것을 막은 은징가 음반데 공주(후에 여왕이 됨), 격동하는 파리에서 자신의 옳다는 것을 위해 굳건히 저항한 여성 운동가 루이즈 미셸, 묻혀버린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은 청소년 헨리 스콧의 이야기 등이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본서의 주제와 결이 맞는 이야기로 기억에 깊이 남았다. 아마도 역사적 인물이나 관료 등의 영웅보다 소시민들의 저항이 문명이란 거대한 바퀴 앞에서 버티고 선 사마귀 한 마리 같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본서는 첫 장을 펼치고는 얼마 안 되어서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갖추어야 할 점들을 이르는 거라 생각되어 병법서나 책략에 관한 책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는 그 깊이와 무거움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 책은 낱낱의 이야기들 속에서 과연 약자인 개인이 강자를 이기기 위한 처신은 어때야 하는지 국가가 강대한 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나 문명 앞에서 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가야만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가벼운 제목의 책인데 깊은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 앞에 인류는 또 문명 앞의 개인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는 그 넓고 깊은 물음에 독서 후 참 남다른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저자의 책은 처음 대하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이 책을 쓴 저자 김형민 씨의 저서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른 시각의 역사 대중서를 찾거나 깊은 사유를 안겨줄 만한 저작이지만 대중적인 책을 찾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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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안다는 착각 - 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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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의 강연으로 유명해지고 미국 샌디에이고시립대학에서 미국사를 가르치는 한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남다르게 평가되는 김봉중 교수의 신작이다. 이분 저서로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를 읽어보기는 했다. 본서 [미국을 안다는 착각]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부제 또한 매력적이라 선뜻 눈길이 갔다. 미국인들 시각으로는 미국사를 가르치는 이국의 남자일 이분의 독특함이 더욱 남다른 관점으로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인이 간과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서는 5장의 구성으로 POLITICS, ECONOMY, REGION, SOCIETY, CULTURE의 분야로 나뉘어 서술된다. POLITIC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시 이어진 연방과 주 정부간의 소송전을 다루며 미국 정부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총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에서 밀려 선거에서 질 수도 있는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나, 선거를 좌우하는 미국의 중도층을 다루고 있기도 하며, 트럼프의 간격을 둔 재출마가 미국사에서 갖는 의미를 짚기도 한다. 먼로 독트린을 훼손하면서도 테러국가에 대응한 미국의 외교원칙 변화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다른 강대국들과 간결하게 비교한 대목도 있다. ECONOMY에서는 미국 독립시기 월가가 형성된 이야기로 시작해 달러의 위상과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으로 미국의 기업과 경제가 자국 이익 추구의 형세를 갖춘 것을 짚기도 한다. REGION에서는 13개에서 50개 주로 확장하며 영토확장에 얽힌 타국과의 역사 그리고 미국인들의 의식 변화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원주민 정책으로 문명과 야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미국의 실상을 짚어보기도 한다. SOCIETY에서는 총기 규제가 어렵고 그 현안으로 갈등을 반복하는 미국의 문화가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로 인한 갈등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갈등 무엇보다 흑백갈등은 현재의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미국에서 아직까지 이어지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짧지만 흑백갈등의 양상이 어떠한지 언급하고 있기도 하며, 역사적으로 중국인 차별과 함께 시작된 반이민 정서를 담론하기도 한다. 동성 결혼 합법화 문제를 논하며 미국의 정치적인 추구와 지역 간 문화적인 차이를 논하기도 한다. CULTURE에서는 미식축구와 야구의 기원과 미국인들의 열광을 번갈아 보여주기도 하고 스포츠를 통해 다민족들을 미국인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하려 노력해온 역사적 노력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국의 학력 인정과정과 대입 과정을 언급하며 그 속에서 아시아 학생들의 탁월한 성적 때문에 성적 기준이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주어지며 그것이 아시아인 입학세로 불리는 현실과 이런 불평등이 오히려 대입 과정에서의 평등과 공정을 위해서라고 인식되고 있음을 짚고 있기도 하다. 할리우드가 플랫폼화되는 과정과 미국의 패스트푸드가 기업화되고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위상과 문화가 더 높아지고 보편화된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

 

본서는 미국에 대해 인류사적인 관점에서도 두루 깊이 언급하고 있는 저작으로 역사라는 규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사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적인 여러 대목을 깊이 다루고 있다. 애초에 김봉중 교수만의 특별한 시각과 시야를 기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충족되는 책이라기에는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역사와 정치, 경제. 지역과 사회, 문화라는 축들을 씨줄과 날줄을 얽듯이 엮으며 다채로운 영역에서 미국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미국을 알고 싶은데 미국사 책을 읽기에는 무겁고 건조하고 분량이 부담된다는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보듯 미국도 여느 나라처럼 산재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고 이 책은 그에 대해 언급하기는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수의 국가들이 띠고 있는 문제들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그 해결책이 제시될 수도 있지 않을까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타국가의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가 안은 문제를 직시할 수도 있겠기에 이런 책들은 많은 분들이 상식으로 많이 읽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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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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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대중적 학자로 자리매김한 마이클 샌델 씨의 저작이다. 출간 초기에는 이렇게 광고했겠지만 현재는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저자의 대표저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책이다. 다만 나로서는 두 저작 다 유명세는 알았으나 생소했고 이 책의 초중반까지 읽으면서는 이 저서에 몰입되지 않았다. 중반에 이르고 후반까지 독서를 진행하고서야 저자의 이야기가 주목되는 바가 있었다. 초중반까지는 몰입되지 않은 데 대하여 많은 분이 번역에서 문제를 찾기도 하던데 나로서는 정치철학적 접근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철학적 논지의 전개는 사실 대중이 몰입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싶고 중후반부터는 실제 와닿는 현실과의 접점들이 이어지기에 쉽게 몰입되지 않은 것인가 싶다.

 

성공의 척도가 부의 축적이 된 마당에 공정을 논의한다는 건 필요한 관점이면서도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도 언급한 도박장 업주나 마약상으로서 부를 축적한다고 해도 현재는 (법적 문제를 배제한다면) 나도 그렇게 부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많을 사회이기도 하지 않은가? 정당함, 정의, 공정보다는 성공이 목적이 되고 이 성공이란 것은 이제 돈이라는 권력의 변이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부터 공정은 먼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저작의 시작에 미국의 입시비리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은 조국이란 사람과 그 자녀의 불법을 통해 이미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사안이다. 그리고 결론은 조국의 국회 입성으로 보여지고 있다. 성취의 과정이 비리여도 상관없는 사회가 되어버렸고 이재명은 아마도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정의, 공정, 도덕 따위를 문제 삼더라도 콧방귀도 안 뀌는 시대가 되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고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서양 격언이 어떤 수단이든 다 된다로 대중을 호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정의나 공정을 논하는 저작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본서는 능력주의, 학력주의, 성공주의 등을 비판하는 저작이다. 이 책이 문제 삼는 부분들이 주목되기는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문제해결은 사실 문제 해결로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대입에서 수험생이 갈 대학 결정을 제비뽑기로 하자는 대목에서 빵터질 지경이었다. 이런 대안이 실천되자면 이미 대학 입학을 하려는 사람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사회가 된 이후일 것이다.

 

저자의 문제 제기들은 좋았다. 부의 불평등과 같이 엘리트 계층도 세습되고 있으며 학습에 있어서도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는 지적이 그렇다. SAT에서도 부유층과 특권층의 자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라는 것, 역사 이래 최고의 대학들 출신 부모의 자녀가 그 대학의 입학이 거절된 사례가 없다는 것,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은 이미 학업에 몰입하기 충분한 배경이 되는 환경으로 출발선이 다름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의 성공 공식은 자신의 성공은 그럴만해서 그런 것이고 타인의 실패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는 등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출발선에서는 평등과 공정이 주어져야 하지만 대부분 이걸 간과하게 만드는 사회적 밈에 취해있다는 식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던 것은 사회가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각국의 정당 지지율, 정치인 지지율은 명확히 학력에 따른 편차를 보이는데 미국에서 저학력층이 트럼프를 지지해 당선시켰듯 코로나 시기부터 각국의 정당 지지도는 저학력층이 지지하는 정당의 득세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마이클 영이라는 분의 미래예측으로는 2034년 즈음 저학력자 계층의 사회 주도권 전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는 데 이미 코로나 시기부터 이런 양상이라고 한다.

 

저학력층의 사회전복을 우려할 만도 한 게 이미 노동자 계층의 평균 연봉과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 격차가 300배가 된 것이 2014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라는 저작에서는 평사원들 평균 연봉과 CEO 계층 평균 연봉의 격차를 364배인가로 지적한다. 이 말은 CEO1년 버는 금액을 노동자나 평사원 계층이 벌자고 하면 360년이 넘게 걸린다는 말이다. 이쯤이면 사회전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의아한 지경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의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자신의 능력이 없는 데서 찾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그 대다수는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사회적 밈과 가치체계가 문제란 것을 말이다.

 

유재석의 수입과 소방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의 수입의 격차가 이렇게 나야 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성공이 그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느냐에 달렸다는 이 시대의 신화 같은 공식에 과연 합치되는가 하는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며 능력주의의 이점을 보던 사람들과 그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일어서는 순간이 곧 올 거라고 예측된다. AI가 대다수의 생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말이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색깔을 지정했고 사회의 분열을 주도했다. 그리고 사회의 갈등은 능력주의를 통해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의 저작에서도 저자의 지지 정당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서술은 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포퓰리즘을 앞세워 득세했다고 하는데 그들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도 성공적인 포퓰리즘이다. 저자도 그걸 알만한 사람이지만 저자 역시 한 측으로 기울어있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능력주의의 폐해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는 바이겠지만 이것을 혁신하기는 쉽지 않도록 사회 깊숙이 그리고 개인의 무의식 깊숙이 아로새겨진 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각하는 데서부터 문제해결의 여지가 있을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본서와 같은 저작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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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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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는 운명론적이라 다소 거슬렸지만 [사피엔스]는 3개의 혁명으로 인류의 발전상을 해석하고 있으며 인지혁명 중 상상하는 것을 믿는 특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깊이, 통찰로 다가왔다. 인류의 발전상을 달리 해석하는 [위어드]와 [호모 사피엔스]가 궁금한 것도 [사피엔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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