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즈의 마법사 (한글+영문) -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더클래식 세계문학 76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손인혜 옮김,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 더클래식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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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중인 이북 중에 웬일인지 오즈의 마법사에 뜬금없이 관심이 가 독서하게 되었다. 도대체 느닺없이 오즈의 마법사에 왜 꽂힌 건지 모르겠지만 읽고 나서의 감상은 원작자의 14권 시리즈를 다 읽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동화로 출간 이후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과 요구로 14권까지 이르게 된 작품이다. 작가는 14번째 작품을 출간하며 돌아가셨다는데 출간은 못 보고 사망했다는 것 같기도 하다. 독자들이 작가에게 편지로 양철나무꾼은 왜 다시 먼치킨 소녀에게 돌아가지 않는가 등 세세하게 집필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소설 속 작품 소개에 보면 한국의 드라마 촬영에 팬들이 댓글로 영향을 끼치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골수팬들이 많은 동화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신승훈 씨가 도로시의 열렬한 팬으로 자신 회사의 소속가수 이름을 도로시에서 도를 빼고 로시로 짓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 중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미국에서는 1900년 초판이 출간되고 이후 뮤지컬과 영화로 승승장구하던 이 동화를 공산주의와 연관 지으며 1950년대에는 금서로 지정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 등을 노동자로 은유해 동화를 빙자한 체제 저항으로 인식했다는 이야기다. 그 시절에 금서 목록에 오른 저작들을 몇몇 듣기는 했지만 이미 1930년대까지 브로드웨이를 거쳐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한 미국을 대표하는 이 작품을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금서로 지정했다는 게 자못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책의 작품 소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종교계에서까지 반발이 심했다는 설도 들은 적이 있는데 종교인들의 주장은 이 동화의 배경과 서사 그리고 설정 하나하나를 들어 설명하며 이 동화가 오컬티즘과 비교철학에 기반한 사타니즘을 퍼트리는 책이라는 것이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석심리학에서라면 집단무의식에 담긴 원형을 이야기하며 넘길 듯한데 종교인들 눈에는 이 작품에 담긴 함의나 은유가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이니 신기하기도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역시 주목하게 된 대목은 이 작품에 페미니즘적 색채가 짙다는 것이다. 나도 설정의 4 대목에서 의문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 시간이 흐르니 다 잊게 되었지만 기억나는 하나는 허수아비와 만나 시간을 보내던 도로시가 자신만 먹은 빵의 바구니를 다 먹고 나자 당연하다는 듯 허수아비에서 건네어 그가 들게 하고는 길을 나서는 장면이었다. 허수아비를 남성으로 본다면 남성이라면 당연히 무슨 수고든 여성을 대신해 해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장면이고 허수아비를 도로시와는 다른 종으로 봤다면 엄연한 인종 차별로 인식될 수도 있는 장면이다. 도로시와는 다른 인종은 당연히 도로시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해석이 가능한데 이런 사안들이 문제인 건 동화를 읽으며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런 태도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장모는 페미니스트이고 작가가 그녀의 영향을 무척이나 받아 그의 작품들에서 페미니즘적 성향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고 작품 소개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상심리를 가진 여성들의 태도와 사고와 행동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어느 성별이나 인종이든 자신들에게 필요한 바는 자신이 가장 잘 알며 자신들의 권리는 스스로가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기에, 페미니즘이 이상야릇하게 변질되지만 않는다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를 여성이 주장하고 찾아야 하듯 남성도 남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불합리한 충돌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본서에서 얼마간의 페미니즘 빛깔이 드러난다 해도 문제될 것도 비판될 사항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한 작품을 볼 때 그 작품이 어떠한 빛깔인지는 인식할 수 있도록 제시되는 것 역시 당연할 것이다.

 

나는 남성 인권을 남성이 지키고 찾아야 한다는 주의지만 내가 쓴 단편들을 보면 페미니즘적인 빛깔이 완연하다. 왜냐하면 등장 인물이 여성인 경우 그 여성이 건강하고 바른 의식을 지녔다면 여성의 권리는 자기 스스로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기에 그런 빛깔이 나의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페미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에 나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페미니스트이지만 반페미주의자들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성향을 보이도록 설정했다.

 

앞으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를 조금씩 들어서 볼 작정인데 작가의 페미니즘 성향도 제발 거북하지 않은 선까지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오즈의 마법사는 여러 비판과 지적이 있는 동화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독자를 사로잡는 동화임에는 분명하다. 이런저런 이 동화에 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모르고 또는 알고 본다 해도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약속하는 작품이다. 권할 만한 동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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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3-12-31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진 리뷰에 저도 꼭 읽어볼랍니다, 하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하라 2023-12-31 22:42   좋아요 0 | URL
칭찬 너무 감사합니다.^^ 젤소민아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루피닷 2024-01-01 0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하라 2024-01-01 08:2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