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어의 탄생과 추위의 정복-2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의 20028월 발표에 따르면, 20만 년 전 언어와 관련한 유전자가 두 가지 중대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함께 퍼져나갔다고 한다. 저자는 이 변화가 현생인류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하는 돌연변이는비교적 늦게 진화되었으나 그 뒤 불과 1~2만 년 만에, 인간의 세대로 치면 800~1천 세대 만에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또는 이 이후 인간의 언어능력이 탄생하고 신장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다른 인류학적 증거와 현대의 수렵-채집 부족을 근거로 보면 인구 약 1~2천 명당 하나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 문장 다음 가로 안에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곳에는 약 270가지의 원주민 언어가 있었다는 세부 정보가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인간이 시베리아를 건너 알래스카로 갔을 무렵 세계 인구는 약 1천만 명이었으리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윌리엄 서덜랜드는 당시에도 언어 분포가 오늘날과 비슷했다는 가정 하에 당시 언어의 수를 6809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조셉 그린버그는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를 에스키모-알류트어, 나데네어, 아메리카 원주민어의 단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세 차례의 이주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하는데 최근의 DNA 증거에 따르면 아메리카로의 이주는 세 차례가 아니라 다섯 차례였으며, 한 번은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고 한다. 최초의 아메리카인들은 배를 타고 베링 해협을 건넜을 거라는 증거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품절된 [몽골리안 1만 년의 지혜]라는 책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승된 구술을 기록한 책으로 동북 아시아인들이 1만 년도 훨씬 전에 베링 해협을 건너 북아메리카까지 이동해 안주하게 된 경로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인류의 언어 탄생을 유추해 보고 인류의 언어가 전파된 과정을 이러한 예로 돌아보고 있다. 그 후 기술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언어의 조상어라고 하는 노스트라틱어가 전 인류 언어의 공통 조상어는 아니라는 데 참 뜻밖이었다. 이 책을 저술 당시 세계 인구는 60억 명 정도였는데 그 중 노스트라틱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40억 명이었다고 한다. 그 외의 인구는 이 어족의 공통분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에 신박했다. 바스크어, 중국어, 수메르어, 하이다어를 포함하는 어족은 데네-시노-코카시아어라고 한다.

 

이를테면 동이족과 지나족의 지배권 싸움은 동일 민족 내에서의 분파가 이루어지고 난 후의 계승권 싸움이었던 게 아니라 애초에 전혀 다른 문명의 충돌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동이족을 원류로 하는 민족들은 이후에도 노스트라틱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해왔음을 만주어나 카자흐스탄의 일부 종족 언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들 언어는 한국어나 일본어와 계열이 같지, 중국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중국이라는 국가로 문화가 전승되어 오기까지 숱한 문명적인 충돌과 흡수 통합이 이어졌고 소수의 동이 문화가 점조직적으로 남게 되고 대다수가 지나족의 문명에 통합되어버린 과정이 언어 발전과 분포의 양상으로도 짐작된다.

 

언어가 어떻게 정형화되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본서에서는 아직 그에 대한 문제에까지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고 다만 언어가 전파되는 과정과 언어의 계통이 큰 줄기로 이어져 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본서는 언어의 탄생만큼이나 흥미로운 의식의 탄생도 담고 있다. 직립보행의 한 가지 결과로 남성과 여성의 분업이 일어나며 핵가족이 형성되었고 고생물학자들은 이것만으로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 자아와 비자아의 차이에 관한 의식을 적어도 초보적인 형태로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리라고 말한다. 그 뒤 인간 집단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협력과 타 집단과의 경쟁이 늘어나자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고 자아의 감각이 계발되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조직 상태를 위해 미래 예측이 중요해졌을 것이며 친족을 식별하고 자신의 이익을 감추는 기술도 발달하며 자아 감각이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시간 대학대학교의 동물학자 리처드 알렉산더는 자아*비자아, 현재*미래의 두 가지 요소가 의식의 근간이자 도덕성의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방점이 찍혀야 할 대목은 자아 감각이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자아 감각을 위한 기본 구성요소의 핵심이나 의식의 근간을 자아*비자아, 현재*미래의 두 가지로 본다면 더더욱 인간 외 동물들의 자아나 의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거기서 더욱 의식과 자아 관념이 세밀해지는 진화를 거친 것이 인간의 자아와 의식이다는 정도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동물이 기뻐할 때와 실망할 때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육자가 놀아주던가 혼을 내는 행동들에 어떤 때는 크게 기뻐하고 크게 실망할 때가 있다. 자와 타의 구분이 있기에 (먹이를 뺏어 먹는다던가 하는) 타자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 타자의 행위에 실망해 타자를 무시하던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타를 구분할 수 있다면 자아 관념은 당연히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고 미래 예측을 하는 관념 역시 집단 사냥을 하는 동물군에서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 사냥 중 사냥감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사냥감이 이동할 지역에 다른 무리를 미리 보내 사냥 몰이를 할 수 없지 않은가?

 

인간의 의식이 차별화되는 것은 타 동물들에게 없는 자아관과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고 예측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더 세밀해졌다는 것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른 동물들의 언어에 비해 보다 구체화된 언어이기에 섬세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구분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차별화되는 면이지 언어만으로 자아상만으로 미래 예측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다. [언어가 있다. 자아상이 있다. 미래 예측을 한다.] 고작 이것만으로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그런 부분들이 다소 치밀해졌다는 것. 이것이 고작 다이자 절대적인 차별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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