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시티와 노란 벽돌 길, 그러니까 갈망하는 운명으로 향해 나아가는 그 길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들'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모든 스토리가 똑같이 좋은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이으려면 '올바른 스토리'를 재료로 택해야 한다.

 

경이로운 진실, 그것은 바로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의 셀프스토리는 현실이 되며,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는 자신이 무엇이 되어갈지,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강력한 예측 변수다.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한 스토리가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셀프스토리들이 전부 이롭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매번 들려줬던 스토리를 다른 스토리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금 더 바람직한 스토리를 선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장담컨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일단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은 거대한 빙산의 일부이듯이,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보를 수집해서 '스토리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선하고 공정한지, 무엇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무엇이 올바른 삶의 방식인지를 밝히는 단서를 평생수집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단 한 명의 청중과 공유한다.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의 스토리에는 역할이 있다. 이는 진화가 신중히 갈고닦은 역할로, 바로 우리를 '보호'하는 것, 나아가 종족을 보존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스토리들이 우리에게 가능성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셀프스토리를 통해 부족과 더 긴밀하게 연대해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 셀프스토리는 우리가 직면하는 간극을 메우는 작업, 예를 들어 승진을 하거나, 애인을 구하거나, 요금을 지불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훌륭한 스토리를 들으면 정신이 납치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스토리가 신경계를 장악해 우리의 뇌를 인질로 잡는 상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쉽게 피할 수 없다. 훌륭한 스토리는 우리의 뇌를 낚아채서 놓아주지 않는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뇌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기술을 '머릿속으로 연습'할 때도 실제로 그 기술을 연마할 때 발달하는 뇌 영역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이 입증되면서 시각화가 운동선수와 음악가의 뇌를 바꾼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뇌는 허구와 실화, 상상과 현실,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다른지 사실상 구분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스토리는 '여러분의 뇌와 몸에서 실제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

 

우리 선조들은 위험과 위험 요소에 주의를 많이 기울일수록 더 오래 살 확률이 높았다.... 그 결과 우리는 과학자들이 '부정 편향'이라고 부르는 성향을 지니게 됐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부정적인 일들을 더 자주 생각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또한 부정적인 경험에서 더 많이 배우고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 스토리에도 영향을 미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 경험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 서 있는 내면의 이야기꾼에 생기를 불어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강렬한 스토리와 현실이 교차하면 '현실이 변화'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스토리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든 바꾼다. 뇌에 스토리를 들려주면 뇌는 그 스토리를 실현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찾을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내면의 '스토리텔링 블랙 박스'를 거친다. 그렇게 블랙박스에서 스토리와 현실이 뒤섞인 후에야 우리는 행동하게 된다.

 

셀프스토리를 통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셀프스토리가 우리에게 불리하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특징들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 때까지 무의식은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 카를 융

 

스토리텔링은 신경에 내장된 기능이다. 대개 무의식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자기 강화적 과정인 스토리텔링을 우리는 계속 반복한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또한 여느 습관과 마찬가지로 어떤 스토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신경에 깊이 새겨지고 더욱 자주 반복하게 된다. 스토리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지금 있는 곳에 계속 붙잡아둘 수도 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셀프스토리를 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다.

 

나쁜 셀프스토리 습관을 고치려면 '가로막을' 기회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셀프스토리를 발견했다면 멈춰 세워서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스토리를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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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코타 (명사 스웨덴어) 1. 새벽에 자연으로 나가 첫 새소리를 듣는 것

일찍 일어난 새의 노랫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즐기는 '새벽 소풍"을 뜻하지만, 자연을 즐기는 마음을 포괄적으로 나타낸다.

 

스웬덴 사람들이 아침을 예코타로 시작한다면 황혼은 몽가타로 보낸다. 물 위에 길처럼 펼쳐지는 달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몽가타는 왔다가 사라지는 자연의 신비가 자아내는 명상적 분위기와 동시에 스웨덴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에서 즐거움을 끌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영어에는 애정을 담아 자연을 묘사하는 특이한 단어가 몇 가지 있다. 사이서리즘psithurism은 나무 사이로 속삭이는 바람 소리, 페트리커petrichor는 오랫동안 덥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던 끝에 비가 내릴 때의 향긋한 흙냄새를 가리키는 명사이다. 네덜란드에는 바람 속을 상쾌하게 산책한다는 뜻의 동사 아위트바인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른 봄의 따스한 낮과 신선한 밤, 즉 단풍나무가 달콤한 수액을 만들어내기 딱 좋은 날씨를 가리킬 때 슈가웨더sugar-weather라는 매력적인 표현을 쓴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나뭇잎 사이로 아롱지는 햇빛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코모레비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막힌 경치와 청명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는 황홀한 기분을 담은 아일랜드어 이브네스를 보면 우리 인간에게 최고의 연인은 바로 대자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휘게 (명사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1. 정서적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늑하고 포근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생활방식

 

단순히 '더 행복한 삶'뿐만이 아니라 그런 삶을 추구하는 방식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휘게이다.

 

프라스토르 (명사 러시아어) 1. 탁 트인 곳, 드넓은 공간, 광활함 2. 자유

드넓은 평야를 향한 갈망을 담은 프라스토르는 인간이 외적 풍경을 내적 풍경과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프라스토르와 밀접하게 관련된 단어로 영혼 또는 기백을 가리키는 러시아어 두샤가 있다. 끝이 없는 인간의 영혼, 즉 두샤는 프라스토르에서 자신의 외적 반영을 발견하며 내부와 외부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 깊은 감동이 찾아온다. 

신기하게도 두샤의 내적 광활함 덕분에 인간은 작은 공간에서도, 이를테면 훌륭한 책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프라스토르를 맛볼 수 있다. 좁다랗고 사방이 막힌 방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내면의 지평선을 넓히고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준다.

 

쿠치 (명사 웨일스어) 1. 벽장 또는 아늑한 공간 2. 껴안기 또는 포옹

쿠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연인, 친구, 가족 간의 낭만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에 두루 적용되는 단어이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와 깊이 관련되어 있기에 행복이나 안녕의 의미가 강하기도 하다.

 

투랑아와이와이 (명사 마오리어)

1. 발 디딜 권리가 있는 장소

2. 혈연관계와 혈통에 따라 거주와 소유의 권리가 있는 장소

 

투랑아와이와이는 사람의 토대, 다시 말해 지리적이든 문화적이든 개인이 가장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이 뿌리내렸다고 느끼는 장소를 말한다. 투랑아와이와이는 자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느끼는 곳, 강력한 행복의 원천을 가리킨다.

... 바깥 풍경과 내면의 풍경이 긴밀히 연결되는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신이 속한 땅은 삶을 정면으로 마주할 힘을 부여한다. 

스페인어 커렌시아 또한 고향에 있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힘과 의지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발타인잠카이트 (명사 독일어) 1 숲의 고독(숲에 홀로 있는 느낌)

발타인잠카이트는 울창한 숲의 고요한 그늘에 홀로 있다는 뜻이지만, 주로 낙관적인 삶의 고독을 가리킨다.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하고 정갈한 마음이다.

 

우분투 (명사 응구니 반투어) 1. 모든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됨

우분투 철학의 핵심은 공동체 전체에 이로운 것이어야만 개인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휘넌 (동사 네덜란드어)

1. 남이 무언가를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다

2. 다른 사람의 성공에서 만족감을 느끼다

 

... 휘넌은 받는 사람을 온종일 기분 좋게 만드는 친절을 가리킨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친절을 경험한 사람은 남에게도 친절을 베풀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한다.

 

라임 (동사 트리니다드 토바고 크리올어)

1. 친구와 음식과 술, 대화를 나누며 파티를 하거나 놀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라임은 기본적으로 사교 활동을 가리킨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섞고 재미를 한 스푼 넣은 칵테일과 같다.

라임의 어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순히 라임 나무 아래 느긋하게 앉아 있는 것 외에 딱히 급한 일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는 것이 정설이다.

 

페어슈테엔 (명사 독일어)

1. 이해 

2. 타인의 행동에 대한 깊은 공감, 또는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봄

 

페어슈테엔은 주어진 주제에 관해 타인이 왜 그런 의견을 품게 되었는지 더 깊이 생각해보는 개념(공감과도 꽤 비슷하다) 이다. 사람들은 사이좋게 지낼 때 가장 행복하고, 그러려면 진정으로 더 깊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멜마스티아 (명사 파슈토어)

1. 대가를 전혀 바라지 않고, 인종과 종교, 경제적 지위도 따지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보이는 호의와 깊은 경의 

 

이런 삶의 방식은 파슈툰왈리라고 불리며, 파슈툰족은 오늘날에도 가장 좋은 삶의 방식을 일러주는 이 관습을 따른다. 여기에는 정의, 자존감, 관용 같은 덕목뿐 아니라 복수(파슈툰왈리의 어두운 면에도 속한다)도 포함된다. 이 규범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특징은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차별하지 않고 넉넉한 환대를 베푸는 관습인 멜마스티아이다.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할 뿐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사람, 예를 들어 적을 피해 도망친 사람을 보호하는 이 관습은 파슈툰족에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칸이닌파 (동사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어(핀투핀족) 1. 안다 잡아주다

 

핀투핀족의 가치관이 깊이 뿌리내린 칸이닌파는 여러 맥락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의미는 '안는' 사람과 '안기는'사람 사이의 존중과 친밀함이라는 섬세한 관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실제로 칸이닌파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공동체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두 극단, 즉 개인의 독림과 집단의 소속감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의 균형을 가리킨다.

 

파삼 (명사 타밀어) 1. 애정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깊은 관계이다. 깊은 애정으로 묶인 관계를 뜻하는 타밀어 파삼은 산스크리트어로 '밧줄'을 뜻하는 파삼에서 유래되었다.

시바파(주로 이도 서부에서 널리 믿는 힌두교 종파)는 모든 영혼이 파삼으로 묶여있고, 모든 영혼과 그들을 묶는 강력한 힘인 파삼은 삼위일체를 이루는 위대한 존재 파티가 관장한다고 가르친다.

 

우니카까티기니크 (명사 이누이트어(이눅티툿)

1. 이야기가 지닌 힘, 공동체 삶에서 이야기의 역할

 

행복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고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 특징을 잡기 어렵고 말로 콕 집어낼 수 없는 정신적 태도일 때가 많다. 그런 유대감은 다름 아닌 언어, 즉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된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울고 웃고 심지어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이 바로 우니카까티기니크의 힘이다.

 

시수 (명사 핀란드어) 1. 의지력, 용기, 뚝심

시수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일지라도 용기를 가지고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 그러므로 시수는 위기의 순간에 종종 발휘되는 의지력을 가리킨다. 이러한 의지력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끌어올리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이 온다 해도 자기 안에서 변치 않는 여름을 찾을 수 있다. - 알베르 카뮈

 

이키가이 (명사 일본어) 1. 존재의 이유, 살아가는 목표와 보람

... '아침에 눈을 뜰 이유'라는 뜻의 일본어...

이것은 '삶' 또는 '살아 있음'을 뜻하는 이키와 '바라던 일의 실현'이라는 뜻을 가진 가이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이키가이를 찾아내려면 영혼을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랑스어 레종 데트르(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이키가이는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이상적인 목표, 다시 말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강조한다.

 

헝가리에서는 삶에 치이고 시달리는 기분이 들 때 "우지 셉 아즈 엘렛 하 자일릭"이라고 말한다. "계속되고 있다면 삶은 아름답다"는 뜻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의미다. 이것만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 아일랜드 사람은 "이스 마 언 스케일이 언 암시르"라는 말로 격려해줄지도 모른다. "시간은 뛰어난 이야기꾼이다"라는 뜻의 이 속담은 지나고 나면 상황이 이해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아란자르시 (재귀동사 이탈리아어) 1. 임기응변하다. 자신의 재주로 헤쳐나가다 

 

흔히 쓰이는 라르트 디 아란자르시, 즉 '임기응변의 기술'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제한된 수단만 가지고도 성공하는 기술과 창의성을 가리킨다.

포르투갈어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데젠라스칸소 문제에 대한 절묘한 해결책을 찾아냄으로써 까다로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가리킨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명사 영어) 1. 다행스럽거나 기분 좋은 뜻밖의 우연 

 

...이렇게 운 좋은 손간은 신비로울 정도로 좋은 우연의 일치를 가리키는 세렌데페테에 속한다. 여기에는 어떤 일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으며 어쩌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줬는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자기 운명은 자기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양문화권에서 세렌디피티는 꼭 나쁜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다디리 (명사 오스트레일리아 냥이쿠룽쿠르족어)

1. 깊이 듣기, 자연에서 자신의 자리에 대해 겸허하게 사색하기 

 

'사색'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만 단순한 명상적 사고 이상의 뜻을 담고 있다. 더 정확히 해석하면 '내면 깊이 귀 기울이기'나 '조용하고 차분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 또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을 때 느끼는 자연의 속삭임에 영적 파장을 맞추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디리는 생산적 사고라기보다는 매우 겸손하고 수용적인 태도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에 가깝다. 

 

케피 (명사 그리스어) 1. 들뜬 기분, 즐거움, 활력, 삶에 대한 사랑

 

그리스인에게 케피의 핵심은 상황이 어려울 때도 긍정적이고 기쁨이 넘치는 순간을 소중하게 즐긴다는 것이다.

 

윔지 WHIMSY (명사 영어) 1. 장난스럽게 하는 별나거나 기발한 행동 또는 농담

 

윔지컬하다는 것은 가볍고 자유분방하면서 좀 터무니없는 구석이 있다는 뜻으로 매우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형용사다.

윔지에는 기본적으로 변덕스럽고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묻어 있다.

진지한 삶에 맞서 가벼운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가끔은 현실 도피적이고 터무니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윔지컬한 여유를 즐기자.

 

주옌 펀 (명사 베트남어) 1. (운명적으로 이어진) 인연, 연분

 

베트남에서는 다른 사람의 영혼과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옌 펀이라고 부른다.

주옌 펀은 인생에서 가장 고양되고, 환희에 차고, 영적인 경험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아 드 비브르 (명사 프랑스어) 1. 삶을 풍부하게 즐김

 

환희로 가득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욕구는 말 그대로 '삶의 즐거움'이라고 해석되는 주아 드 비브르라고 불린다. 

영어권에서도 즐겨 쓰는 이 표현이 더없이 프랑스적인 이유는 삶의 목적이 항상 현실적인 것은 아니며 열정을 따라갈 수도 있다는 인식에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아 드 비브르란 손 놓고 기다리는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인생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고 음미하는 것은 적극적 행위이지 소극적 기다림이 아니다.

 

라곰 (형용사 스웨덴어) 1. 딱 알맞은, 적당한 

 

어떤 종류의 경험에도 딱 맞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그것을 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절제와 빈틈없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은 스웨덴에서 자주 쓰이는 라곰 에르 베스트라는 표현에 잘 담겨 있다. 말 그대로 '딱 알맞은 양이 가장 좋다'라는 뜻이지만, 절제가 곧 미덕이라는 의미로 번역되기도 한다.

라곰은 극단보다 적당함을, 광적인 축적보다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을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다.

 

아요르나맛 (숙어 이누이트어(이눅티툿))

1. 어쩔 수 없거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일을 차분하게 받아들임

 

아주 작은 사고부터 극단적인 비극에 이르기까지 아요르나맛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아요르나맛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원주민 문화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우웨이 無爲 (명사 중국어) 1. 힘을 들이지 않음. 자연이 순리대로 흐르도록 놓아둠 

 

케이프 (명사 터키어) 1. 여유롭고 평안하며 기분이 좋은 상태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

이스탄불에서 케이프는 대체로 조용하고 기쁨에 찬 휴식의 미학, 완전히 몰두한 평화로운 만족감을 가리킨다.

터키식 케이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든 활동을 멈추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바로 지금 이곳을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브레메사 (명사 스페인어)

1.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둘러앉은 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

 

한낮의 식사(사실은 2~3시에 시작한다)를 중시하는 지중해식 관습은 두세 시간 계속되기도 하고, 저녁에 일터로 돌아가기 전까지 낮잠(시에스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저녁은 밤 10시나 되어야 먹게 되므로 점심에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뜨거운 오후 햇살을 제외하고 스페인의 식사가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소브레메사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식사가 끝난 직후 식탁에 앉은 채 소화도 시킬 겸 느긋하게 수다를 떨며 보내는 시간을 가리킨다. 

 

초초그 (명사, 형용사 자바어)

1. 조화를 이룸

2. 부부가 됨

3. 알맞은

 

전통적으로 자연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바 사람들은 조화를 중요시한다. 이러한 자세는 초초그라는 단어에 잘 담겨 있다. 무언가 '딱 알맞아서' 완벽히 어우러지는 것을 초초그라고 하며, 상황이 초초그하면 모두가 행복하다. 이 단어는 음식이 맛있거나 약이 잘 듣는 등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두루 쓰인다. 

이렇게 어울림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일 것이다.

 

유카타스트로피eucatastrophe (영어)

1. 이야기가 지닌 특수한 초능력, 행복한 결말을 제공하는 힘

 

이야기 속에서 일련의 사건이 신속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소되는 것을 뜻하며, 일반적으로는 해피엔딩, 즉 행복한 결말이라고 불린다.

이 단어는 최고의 이야기꾼J.R.R. 톨킨이 그리스어 에우eu('좋은' 또는 '잘')와 카타스트로페katastrophe('전복' 또는 '급격한 전환')를 합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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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빈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특성에 집중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의 역학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결점에서 사회제도의 결함으로 관심이 초점을 옮겨야 한다."




"빈곤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구조적인 해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빈곤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압력에서 기인한다"

 



"1989년에서 2000년 사이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5.9% 감소한 반면, 최고 임원들의 평균 보수는 무려 342%나 증가했다. 그리고 2006년에 대기업 최고 경영자(CEO)들의 보수는 일반 노동자들 보수의 364배에 달했는데..."


"1968년에서 2004년까지 기업 수익은 85% 증가한 반면 최저임금은 41% 감소했다. 그리고 1980년에서 2004년까지 최저 임금 대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소득은 97배에서 952배로 급증했다."




"오늘날 부와 명성을 선망하도록 부추기는 광고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미국인들은 '시민문화'를 팽개치고 '소비주의 문화'에 매몰되어 있다."


"돈과 권력의 만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미국 정치의 우편향성을 더욱 강화 시켰다. 미국 정치는 노골적인 돈놀이가 되었다."


"빈곤문화에서 집착하는 가난에 대한 관습적인 견해는 빈곤 문제의 다른 일면, 즉 미국의 주류 문화가 특히 정부정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빈곤층의 지원과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구조주의자들의 반대에 직면하면서도 개인주의가 아직도 지배이데올로기로 군림하는 것은 개인주의가 권력층이 힘을 실어주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언론인들은 가난문제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이자 '정치생활의 목표와 가치를 두고 벌이는 충돌'이라는 사실을 외면함으로써 가난문제를 비정치화한다."


"(샨토) 이엔거의 주장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뉴스 보도가 어떠한 식으로 가난문제를 대중에게 전달하는냐에 따라서 가난의 원인과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주류 언론 매체는 지배이데올로기의 편에 선다. 주류 언론은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들을 조명하지 않고,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적 관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초부터 부유층 기부자들은 보수주의 운동을 진작시키고 여론을 우파 쪽으로 돌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과 재단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은 우파들이 무기고에 비축해둔 강력한 무기이다."


"사회제도는 권력집단에 호의적이고, 집단은 축적한 재원을 내부구성원에게 돌리는 성향이 있으므로. 특권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과분한 이득을 누리고, 비특권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부당한 고통을 받는다."


"가난은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니라 빈곤층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치시스템의 실패 탓이다.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하는 이 시대에 정치인들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미국인 수백만명을 돕기 위해 적극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빈부격차만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빈곤을 퇴치할 수 없습니다. 빈곤 퇴치는 사상전쟁이고, 이미지 전쟁이며, 스토리 전쟁입니다." - 복지 운동가 테리 매과이어


"빈곤은 권력행사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때문에 오로지 반대로 작용하는 권력을 동원해야만 근절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력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고군분투할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순전히 개인적인 노력이 아니라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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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설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연휴 보내세요.^^
날씨가 조금 더 차가워질거라고 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이하라 2019-02-0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께서도 설연휴 따뜻하게 보내시고 즐겁고 복된 새해 되세요^^

2019-02-03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 속으로 딱히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가 이 기본 상태가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뇌의 각 영역 들이 활성화된다. 


아동기에 만성 트라우마에 시달린 희생자들 중에는 자기 인식 능력이 심각하게 사라져 거울을 보고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이 자기 경험과 관련된 영역과 함께 기능을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느끼려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자기 감지 시스템이 망가졌다면 다시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기본적인 느낌을 인지하는 뇌 영역들이 모두 신체의 기본 생명 유지 기능인 호흡, 식욕, 배설, 수면과 기상 주기를 제어하는 영역과 가까이 위치한다... 


내수용감각 수준이 높을 수록 삶을 통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야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뇌의 감시탑인 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우리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그러한 반응도 불가능하다. 내측 전전두엽 피질을 강화하는 마음챙김 방식이 트라우마 치료에 초석이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어딘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에 고질적으로 시달린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내면의 안락함을 갉아먹는다. 이들의 신체에는 폭탄처럼 쏟아지는 강력한 경고 신호가 쉼없이 주어지고, 이 사태를 통제하기 위해 직감을 무시하고 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식하지 않고 둔감해지는 능력이 크게 발달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숨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공황 증상은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대 발생하는 신체 감각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몸의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면 그 대가로 정말 위험한 것, 실제로 해가 되는 것을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안전한 것,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함께 치러야 하는 대가다. 자기 조절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약이나 알코올, 끊임없는 재확인, 다른 사람의 소망에 충동적으로 응하는 행동 등 외부적인 조절에 의존해야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서 신체상 뚜렷한 원인이 없는 신체 증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만성 요통과 목의 통증, 섬유 근육통, 편두통, 소화 불량, 대장 경련, 과민성 대장 증후군, 만성 피로, 다양한 천식 증상 등이 그러한 증상에 포함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성인들은 자신의 느낌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신체의 감각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챌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지도는 정서적 뇌 안에 저장되어 있고, 이 지도를 바꾼다는 것은 중추신경계의 일부를 재평성한다는 의미다


...아기가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조화를 이루 때 신체적인 조화도 이루어진다.... 


유아기에 안전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커서도 기분과 정서적 반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심장 박동, 심박 변이도,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 면역 인자 감소 등 생리학적인 스트레스 징후도 나타난다. 


... 생후 첫 2년 동안 엄마가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아이와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그 아이가 성인기 초반에 해리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생애 초기에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전을 느끼지 못하면 자신의 내적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이 손상되고, 과도한 의존성이나 자해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무엇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없다. 또는 '뭐라도' 느끼려는 극단적인 노력이 면도칼로 자기 몸을 베거나 낯선 사람과 주먹다짐을 하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생애 초기 양육의 질적 특성이 다른 트라우마와 상관없이 아이의 정신적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린시절 학대를 당하거나 방치된 사람, 또는 성적인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내면의 지도에 그와 전혀 다른 메시지가 기록된 상태로 살아간다. 경멸과 수치심이 자기 자신에 대한 대표적인 느낌이 되고, '그는 (혹은 그녀는) 내 운명이야'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대우를 받아도 저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양육자와의 상호 관계는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알려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우리를 실망시킬 사람을 알아보게 하며,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이러한 정보는 뇌 회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저장되어 있고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의 틀을 형성한다. 이 내적 지도는 시간이 흘러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도가 경험을 통해서도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지한 사랑의 관계, 특히 뇌가 또 한 번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경험한 깊은 사랑의 관계는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양육자의 학대나 방치가 원인인 아동기의 트라우마 후유증에서는 감정 조절, 충동 조절, 주의력과 인지 능력, 해리, 대인 관계, 자기 자신과 대인 관계에 대한 사유의 틀(스키마)에 만성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관성 있게 양육된 아이들은 자기 조절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고, 일정치 않은 양육 방식에 따라 자란 아이들은 만성적 생리학적으로 흥분성이 높은 아이로 자랐다. 예측하기 힘든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관심을 얻기 위해 큰 법석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작은 어려움만 접해도 심하게 좌절했다. 흥분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만성적인 불안에도 시달렸다. 놀이를 하고 탐험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재확인했고, 커서도 만성적으로 긴장하고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다.


성폭력이 장기적으로 친구 관계와 연인 관계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는지......

학대 당한 소녀들은 사춘기 이전에 동성이든 이성이든 친한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드물고, 청소년이 되면 남자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 관계는 대체로 혼란스럽고, 그로 인해 큰 충격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 


성적 학대를 받은 소녀들은...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므로 동성이든 이성이든 친구가 없다. 자기자신을 증오하고, 생물학적인 변화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쉽게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완전히 멍해지는 상태가 되고 만다. 


사춘기 초반이 되자, (성적) 학대받은 아이들은 성욕을 증대시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안드로스테네디온의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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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극명히 나뉜다. 정신적 외상이 된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일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그 대상에 배우자나 자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라우마 희생자들에게 예전에 겪은 일을 말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신체가 자동으로 과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언제든 공격이나 폭력을 당할 태세를 갖추며 이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와 호르몬 반응을, 당시 이야기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위험 요소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신체가 깨닫고 주어진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결코 나아질 수 없다. 

-엘빈 셈라드 교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은, 생각이 아주 고귀하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업적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존재로 남는다


자기 몸의 상태를 본능적인 욕구 측면까지 모조리 인정할 수 있을 때만 비로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다... 


단순히 도망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동물이나 사람이 자유를 찾아가지는 않는다.

...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 역시 기회가 주어져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위험이 사라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다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게 확인됐다... 코르티솔이 몸에 '이제는 안전하니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맡아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종결시킨다...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경우 위험 요소가 다 사라진 후에도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서 불안과 공황 상태가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건강이 사정없이 파괴된다. 


반복되는 상황은 오히려 더 많은 고통과 자신에 대한 증오로 이어질뿐이다. 실제로 치료 과정에서 트라우마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일에 관한 생각에 사로 잡히고 집착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과거 사건의 재현과 재생은 어떤 면에서 트라우마 자체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트라우마 사건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종결되었다.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는 그 사건이 깨어 있을 때나 잠을 잘 때나 어느 때고 재현된다. 언제 다시 떠오를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트라우마 구성 요소들이 반복해서 되살아나면, 그로 인해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그 기억을 마음에 훨씬 더 선명하고 깊게 새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희생자들에게 그 일을 억지로 이야기하게 하면 혈압이 상승하는 사람도 있고 편두통이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또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져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연구를 해 보면, 공통적으로 심장이 달음박질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상태가 예외없이 포착된다.

이와 같은 반응은 앞뒤 없이 불쑥 나타나고 대부분 통제가 불가능하다. 제어가 불가능한 강렬한 충동과 감정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중요한 사실은 뇌의 인지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신체 반응에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이다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느끼고, 정확히 밝히고, 확인하는 것이 회복의 첫단계다.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이 과거 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자극을 접하면, 우반구는 그 트라우마 상황이 지금 일어난 것처럼 반응한다. 그러나 좌뇌가 적절히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라 당사자는 자신의 과거를 다시 경험하고 있으며 과거 일이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격분하거나 겁에 질려 펄펄 뛰고 수치스러워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다.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소한 자극에도 단숨에 불균형적인 수준으로 증가한다. 순식간에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서서히 영향력을 발휘해 기억력과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고 쉽게 짜증 나게 만들 수면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수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면 특정 상황이 위험한지 안전한지 잘못 해석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트라우마란 '영원히 지속되는' 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는 경험이다. 


따라서 시상이 망가지면 트라우마가 처음부터 시작, 중간,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되지 않고 당시의 이미지, 소리와 공포, 무기력감 등 어떤 강렬한 감정 상태에서 느낀 신체 감각이 뿔뿔이 흩어진 감각의 흔적으로 기억된다


머릿속이 멍해지는 증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성이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 극적인 변화를 겪고 감짝 놀라 자기 파괴적인 행동까지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이 같은 변화는 훨씬 더 큰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트라우마 스트레스 치료에서는 환자가 과거에 대해 느끼는 감각을 없애버리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감각을 없애면 반응성을 줄일 수 있겠지만,가만히 길을 걷거나 요리를 하고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그냥 스쳐 자나가 버린다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가지만 꼽는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한 유대 관계는 의미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만드는 필수 요소다.... 단지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만 하는 상황은 사회적 지지와 다르다.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만성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 


트라우마는 싸움 또는 도주 반응으로 표출될 뿐만 아니라 신체 기능이 중단되고 현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태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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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1-1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만성 질병이네요. 언제 아플지도 모를뿐더러 아픔의 고통이 사라진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이하라 2018-11-19 17:54   좋아요 0 | URL
치료법에 따라 벗어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몸은 기억한다라는 책이 그 치유방법들이 발전해온 역사를 전해주는 내용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