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생성형 AI다 -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바꾼 AI(인공지능) 생태계의 모든 것
김명락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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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슬로디미디어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에 대한 한줄 감상부터 시작하겠다. “생성형 AI에 대한 가장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해설이 담긴 부담 없는 분량의 책이라는 게 본서에서 가장 먼저 갖게 된 감상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하며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셨다는데, 그보다 먼저 와닿는 건 인공지능 개발사를 창업한 개발자이자 실무자로서의 경험을 지닌 저자라는 게 무엇보다 가장 미더운 부분이었다. 초전도체나 BCI 기술에 대한 대중서를 읽어본 경험으로는 전문가라고 해서 전문 분야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가져다주는 저술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책 [이것이 생성형 AI]의 저자분은 이과적 지식과 경험을 문과적 비유와 감성으로 확실히 해설해 주는 분이라는 감상도 컸다.

 

본서는 아무래도 전문 지식이 담긴 책이다 보니 비유와 해설이 문과적으로 변환되었다고는 해도 모든 대목이 한 번에 기억에 남기보다 키워드별로 기억되는 것도 사실이다. 본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기계학습, 전이 학습, 전문가 시스템, 초거대 AI, 대규모 언어 모델, 엣지 AI, 온 디바이스 AI, 클라우드 플랫폼 환경, 온프레미스 환경]이었다.

 

리뷰를 쓰는 본인은 이과도 아니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본서에 대해 얕은 배경지식의 초보 독자가 남기는 리뷰로서 최적의 신뢰도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는데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특화되지 않고 다방면의 데이터가 방대하게 주어지면 초거대 AI라고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생성형 AI라는 것은 판별만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사진, 작곡, 작문 등의 작업도 수행 가능한, 무언가를 생성 가능하도록 개발된 AI라고 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도 특화되어 개발되지 않는다면 접근 가능한 데이터의 일반적인 통계에 가까운 답변을 남긴다고 한다. 다만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적 데이터와 논리 체계를 기본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하는 게 전문가 시스템으로 받아들였다. 저자의 비유로는 김치에 대한 데이터가 무수하게 많지만 대부분 배추김치에 대한 데이터가 가장 많기 때문에 대규모 언어 모델에 김치에 대해 물으면 배추김치를 답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이 적용되면 총각김치나 백김치에 대한 레시피도 상세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초거대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차이를 저자는 완성된 자동차를 가져와 일부 튜닝을 거쳐 자기만의 차로 만드는 것이 초거대 AI를 특정 분야에 사용하는 법이라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특정 분야에 특화하기 위한 과정은 자동차의 엔진을 가져다 전체를 새로 만들어 자기 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하고 있기도 하다.

 

클라우드 플랫폼 환경이라는 것은 AIHER라는 영화에서 사만다가 자신이 무수한 사용자들과 대화하며 개선되어 왔다고 마지막에 고백하는 것에서 설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스마트워치를 이용하는데 AI가 개인 스마트워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공용 서버에 있으면서 개인 스마트워치를 통해 기능한다면 이게 클라우드 플랫폼 환경에서 기능하는 것이다. 엣지 AI는 집 등 개인 공간에 있는 서버에 AI가 존재하며 개인 스마트워치를 통해 기능하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또는 온프레미스 환경은 애초에 스마트워치 안에 AI가 탑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 뇌리에 깊이 새겨진 이세돌 기사와의 바둑 대전으로 유명한 AI인 알파고도 바둑만을 위해 개발된 바둑 특화형 AI가 아니라 금융, 에너지 분야 등 시계열 예측을 위해 개발한 AI라고 한다. 본서를 읽으며 AI를 경이롭게만 바라보던 시야가 한층 일반적인 시야로 좁혀지는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리뷰에서는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비유들은 이과적 사고와 전문성을 기진 전문가들 가운데에도 문과적인 감성으로 서술할 필력을 가진 분들이 있구나 하는 감상에 이르게 했다. 저자의 전작으로 [이것이 인공지능이다][청소년을 위한 이것이 인공지능이다]가 있다고 하는데 인공지능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들로 가까이 할 만하겠다는 미더움이 생겼다.

 

인공지능에 관련한 대중서를 서너 권 읽어보았는데 어려운 전문 내용으로 이해에 장벽을 느끼게 하는 여타의 인공지능 책들에 비해 풍부한 비유가 이해를 북돋우는 본서와 같은 대중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싶다. 나와는 벽이 있는 분야지만 쉽게 이해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생성형AI다 #김명락 #슬로미디어 #기계학습 #전이학습 #초거대AI #대규모언어모델 #클라우드플랫폼환경 #온프레미스환경 @chae_seongmo @slody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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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렸을까? 제목이 뭘까? - 대표 화가 70명의 215작품을 439문제를 통해 각인하는 명화 기억법
WG Contents Group 지음 / 북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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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대표 화가 70명의 215작품을 439문제를 통해 각인하는 명화 기억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70215439]이라고 따로 강조할 정도로 명화 인식을 위해 간단하고 탁월한 책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다.

 

[그림을 보는 기술]처럼 기술적인 측면에서 명화 읽기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나,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 시리즈나 [이코놀로지아]처럼 그림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그림을 독해하는 책도 있고, 예술가의 생애나 일화와 더불어 그림을 소개하거나 각 미술관을 주제로 그림을 안내하는 책 또 하나의 주제별로 그림을 나열한 책 또는 기억이나 정신 건강 등의 실용적인 목적에서 그림을 소개하는 책 등 그림과 관련한 책들은 아주 많은 분류가 있기도 하다. 그렇게 다각도의 여러 미술 안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미술 장르와 화가들의 그림을 두루 보며 미술가와 제목을 식별할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전문적인 해석이나 서정적인 감상만큼 미술 작품들을 간단히 식별하는 것도 다양한 정보의 습득을 중시하는 시대이다 보니 중요하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박식하냐 잡다하냐를 논할 수도 있을 문제이긴 하지만 각각을 분류하며 식별이 시작되면서야 그 각각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인식될 여지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그림에 대한 식별이 가능할 이 책의 필요성도 크지 않나 싶다.

 

본서는 앞서 주지했을 것이듯 각 화파의 화가 70인의 대표작 215 작품이 실린 책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술 양식은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9가지 양식이다. 9가지 미술 양식의, 시대를 풍미한 70인의 화가의 대표작들이 215 작품 수록되어있다. 그림이 수록된 종이 재질 자체도 그렇고 그림을 선명히 옮기고 있는 색감도 그렇고 출판사에서 정성을 들인 부분이 크게 느껴지는 책이다. 9개의 챕터는 각각 미술 양식의 특징인 어원, 시대, 의미와 의의, 화풍의 시작 지역 등을 해시태그로 키워드를 소개하며 시작하고 각 화가별로 그의 자화상과 함께 생몰연대와 출생지를 소개한 후 해시태그로 그가 그 미술 양식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의 화풍, 널리 알려진 제자가 있다면 그의 유명 제자 등을 나타내어 준다. 그리고 작품과 생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모두 키워드만 대략 소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마치 핵심 요약 필기노트처럼 핵심을 파악하는데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림들은 앞서 말했듯 색감을 선명하게 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점은 아무리 거대한 그림도 판형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본서에서는 감상에 이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미술책들 가운데 이 정도 수준을 보이는 미술 안내서는 이런 판형의 책 중에서는 찾기 어려울 거란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는 감상에 포커스를 둔 책이라기 보다는 제목에서 명백히 짐작 가능하듯 누가 그렸는지, 제목이 뭔지, 이 그림의 미술 양식은 뭔지, 그림의 주제는 뭔지, 어디에(어느 미술관에) 있는 그림인지, 이 그림에서 사용된 미술 기법은 무엇인지 등을 빠르게 식별하는 데 주목하도록 한 책이다. 깊은 감상 이전에 그림 자체를 식별하도록 하는 책인 것이다. 439개의 문제로 그림과 화가를 또 그 그림의 양식을 식별하도록 해 주고 있으며 챕터가 지날 때마다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까지 하고 있다. 마치 미술 시험을 위한 족집게 요약 노트 같기도 한 이 책은 깊지는 않더라도 폭넓게 확실히 알게 해주는 기능에서 만큼은 탁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에세이풍의 감상서나 기술적인 감상법을 찾는 분들이 아니라면, 다양한 미술 양식을 두루 알고 싶고 각 미술 양식별 화가들의 대표작은 반드시 식별하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이만큼 최적의 대중 미술서는 다시 없지 않을까 싶다.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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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2-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 감상에 도움이 될 책 같네요.^^

이하라 2025-02-13 14:34   좋아요 1 | URL
네. 딱 그런 책입니다^^
 
생존자들 -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들의 역사
이준호 지음 / 유월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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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알아야 세상을 해석하는 눈이 생긴다거나 역사를 통해 사람과 삶을 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은 흔히 접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개 그 폭과 깊이가 헤아리기 힘든 역사의 면면은 다가서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자신이 절실히 느끼는 삶의 주제와 닿는 역사는 무엇인지 평소 헤아려 보며 사는 분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대개 부와 경제, 전쟁 또는 지리라는 주제로 많은 분이 대중 역사서를 찾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에게 와닿는 역사의 주제는 무엇일까? 지금과 같이 다음 팬데믹을 우려하고 각지의 전쟁이 확전될까를 염려하며 경제 불안이 가중되는 게 걱정인 시대라면 생존이 아닐까?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생각이 잦은 분들에게는 경제적 생존과 사회적 생존 그리고 말 그대로의 생존 자체가 화두가 될 수도 있을 시절이다. 그런 까닭에 본인 역시도 [생존자들]이라는 본서의 출간과 함께 다른 미사여구를 고려하지 않고도 충분히 이 책에 이끌림을 느꼈다.

 

본서에 등장하는 생존자들이 겪은 전쟁의 참상과 그들의 생존기는 처연하기도 무겁기도 했으나 전쟁이 무언지 그리고 전쟁이 그치기 위한 노력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독일의 점령으로 900일간을 살육과 폭력, 죽음의 공포에 놓였던 레닌그라드 시민들과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1시간여의 클래식 음악 연주를 방송한 소련의 선택 그리고 굶주림으로 연주 연습 도중 연주자들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이어지는 데도 연주를 감행한 연주자들의 역사는 처연함과 장엄함 그리고 안타까운 가운데 희망이 움트는 듯한 환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군이 독일의 각지를 점령하게 되었을 때 소련 군인들이 보여준 집단 강간이라는 복수의 모습은 그들 소련군과 독일군의 행태가 오러랩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실망과 절망으로 이르게 했다. 본서 내용을 벗어나 더 나아가 보자면 우리 민족이 겪은 일제 강점기하의 일본의 강제 징용과 위안부 사건,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 실험 등도 인간에 대한 실망과 절망을 하기에 충분한 예시들이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아우슈비츠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자원해서 잠입했던 폴란드군인 비톨트 필레츠키의 사례나 독일군의 수용소인 폴란드 소비보르 수용소에서 저항하고 탈출한 알렉산드르 페체르스키의 이야기는 인간의 정신이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기도 한다는 인간 승리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종전 후 폴란드의 이념 갈등으로 같은 수용소 출신의 폴란드 수상에게 사형당하는 비톨트 필레츠키의 말로 그리고 소련군의 독일 각지 점령시 독일 민간인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야만과 침탈 그리고 종전 14년 후 피해 여성의 고발 회고록에 대한 당시 독일 국민들의 반응은 생의 허무함과 부조리 그리고 착잡함을 느끼게 했다. 함선이 침몰하는 속에서도 승선원들과 망망대해에서 상어 떼의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찰스 맥베이 함장이 생존했다는 이유로 거쳐야 했던 억울하게 책임을 모두 전가 당한 판결 역시 사람과 삶에 대한 착잡함과 비애를 갖게 했다.

 

일본군 포로 수용소에서 야만과 폭력과 인권 유린을 감당하다 못해 일본군이 식인을 하기 위해 마구 살육하는 사건들 마저 감당하고도 살아남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일본과의 우방으로서 관계마저 책임을 다했다. 여기서 인간 정신의 승리로 마무리 되나 싶었으나 다시 독일군의 고문 전문가이자 살육가인 클라우스 바르비는 유대인들을 선별해 살인하는 수용소로 보내기 위해 유대인 어린이들이 있는 고아원까지 급습했다고 한다. 유대인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강간하기까지 하며 전방위적으로 그 자신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이 인물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하게 하는 건 그의 행위만이 아니다. 종전 후 그런 그를 임용하고 국제재판소에서 전쟁범죄로 그를 검거하려 하자 그를 도피하도록 도운 미국 정부는 한층 더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악마도 이용하고 악마 그 자체가 되기도 하는 것 그게 인간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서는 생존이란 화두만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역사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인간 스스로에게 다양한 정서적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잘못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가 필요하다는 말들은 많이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조금만 살아봐도 인간이란 같은 잘못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교훈과 정서적 동요를 다시 또다시 새겨야 할 일이다. 반복이 끝나기를 다짐하면서 말이다. 개인으로서는 무력한 것이 전쟁이라 해도 우리는 알아야 하고 새겨야 한다. 우리에게 그칠 힘이 갖춰지는 날까지. 그런 의미에서 읽고 새길 가치가 큰 저작이라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존자들 #이준호 #유월서가 #2차세계대전 #홀로코스트 #포로수용소 #살육 #집단강간 #고문 #탈출 #용서 #생존 @your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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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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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다크 판타지이 소개가 무엇보다 끌리기도 했지만, 등장 캐릭터들 소개도 나름 매혹적이었다. 송현우, 이명천 등 주요 인물과 소진주, 진운, 정원석 같은 주변 인물의 소개부터도 설정과 서사가 몰입하게 하는 듯했다.

 

책을 펼치면 내지의 제목이 나오고 바로 뒷장부터 바로 [등장인물 소개]가 등장하는데 독자가 몰입하도록 만드는 요소는 여기부터가 아닌가 싶다. [조선판 다크 판타지]라는 사뭇 신선한 장르이기도 한데 등장인물들의 설정부터가 끌리는 데다가 읽어나가며 낙죽장도와 마패 등 아이템들의 특색도 잘 살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 판타지이면서 호러, 오컬트 장르와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가 잘 어우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편소설이다.

 

과거시험에서 문과 장원급제를 한 주인공 송현우는 무과 급제를 한 이명천과 막역한 사이였다. 장원급제한 그는 암행어사로 낙점되어 암행을 떠날 날을 앞두게 되지만 이명천의 여동생과 급제 이후 바로 혼인을 한다. 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별채에서 밤을 보내고 바로 다음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내는 죽어 목이 잘려있다. 놀란 그는 안채에 가보지만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태고 사랑채의 아버지에게 가자 아버지 역시 사망하고 머리는 잘려 머리가 어디 있는지조차 찾을 수도 없는 상태이다.

 

이 모든 상황에 놀라고 분노한 그에게 안개와 함께 외눈 귀신, 외다리 귀신, 외팔이 귀신이 나타나자 그는 아버지 시신 곁에 놓인 피에 물든 사인검을 들고 무작정 공격한다. 포도청에 포교로 자리하게 된 이명천은 살인 사건이 났다는 그것도 자신의 친구 송현우의 집이라는 말을 듣고 달려간다. 그리고 이명천은 송현우의 아버지인 병조판서와 그 아내 그리고 자신의 여동생이 무참히 살해된 현장을 보게 되고 송현우 주변인들의 고변을 듣고 송현우를 포박한다. 포도청 옥사에 갇힌 송현우는 절망하고 자결하려 하지만 목에 그은 상처가 나으며 까마귀를 따라가 천격당의 소진주를 만나 여정이 시작된다.

 

가족의 죽음, 갓 혼인한 아내 죽음에 되려 살인범으로 몰리는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이 모든 상황을 가져온 존재에 대한 분노의 힘을 동력으로 여정을 떠난다. 애초에 암행어사로 낙점되어있던 그는 암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숨겨둔 곳에서 마패 등 장비를 챙기고 소진주가 배려한 진운이란 인물과 어둠이란 개와 함께 암행을 시작한다. 신비한 힘을 지니며 시작된 그의 암행을 그를 쫓으라는 밀명과 함께 암행어사가 된 이명천과 이 모든 사건의 실체를 밝히라는 명을 받은 부마 정원석이 각각 그를 뒤쫓으며 여정이 이어진다.

 

사망한 아버지의 시신 곁 병풍에도 쓰여있던 무원’, 그리고 천격당주 소진주가 언급한 무원을 밝혀내고자 무원이 있다는 남쪽으로 향하는 송현우는 마주치는 고을에 이어지는 변고에서 자신의 가족과 아내를 죽인 귀신들의 흔적을 찾게 되고 그들을 무찌르게 된다. 그런 그를 뒤쫓는 이명천의 오해는 깊기만 하고 가짜 암행어사 송현우와 진짜 암행어사 이명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결국 송현우는 무원의 비밀이 담긴 섬에 이르고 자신의 부친과 전대 임금부터 이어지던 은밀하고 음침한 진실에 다가서게 되는데...

 

이 소설은 역사 소재이면서도 장르부터도 판타지와 호러, 오컬트,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담고 있고 전대부터의 비밀과 얽힌 복수 그리고 어둠의 길을 가는 암행어사의 암행이라는 서사가 어우러져 있다. 또 등장하는 귀신들과 주인공 송현우가 지니게 된 귀기어린 힘과 그의 아이템 낙죽장도와 마패가 보이는 십이지신과 귀령들이 보이는 진기한 장면들과 독특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몰입감있게 소설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역사 오컬트 판타지라는 독특한 장르를 매끄럽게 묘사해낸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 책 분량으로 끝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실제가 되어 다음 권을 기다리는 설렘을 지니게 되기도 한다. 던져진 대부분의 미스터리는 부담스럽지 않게 무사히 해소되지만 마지막에 주어지는 주박신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다음 미스터리를 기대하게 한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자주 접하지 않는 분들도 무겁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앞으로 여러 콘텐츠로 재생산될 이야기일 것 같아 더더욱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무겁기만 한 주변 때문에 색다른 휴식처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다가서 볼 만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 텍스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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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보고서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비밀코드
스콧 배리 카우프만.캐롤린 그레고어 지음, 안종희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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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의 서재를 통해 출판사 필름으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엔 대부분 자신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기를 기대하고 부모 역시 자신의 자녀가 평범하기보다는 영재이고 천재이기를 바라고는 한다. 그런 기대는 세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뛰어난 업적을 남긴 천재나 위인들을 보며 이르는 동경에서 기인한다. 어떤 부모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자녀를 영재로 만들기 위해서 영재 교육 등 갖은 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천재를 동경하고 천재가 되고자 만들고자 하는 시대라면 천재에 대한 이해와 그 구성 요소에 대한 파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천재에 관한 연구나 천재성의 요인이나 요소에 대한 이해를 우리는 충분히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러한 연구와 추구는 어느 시대에나 그랬겠지만 현대에 이르러 더 열성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천재보고서]라는 한국어 제목 마따나 천재의 구성 요소 중 창의성에 대한 깊은 천착이 담긴 저작이다.

 

저자는 남다른 창조성을 보이는 천재들의 비밀은 무언지 전문적인 연구들을 종합해 차분히 풀어나가고 있다. 창의적인 천재들이 보이는 특성을 심리학과 뇌과학을 들어 분석하고 그를 개인이 실천함으로써 개인의 내면에서 천재적인 창의성을 이끌어내도록 안배한 책이다.

 

본서의 [들어가며]에서는 천재들이 보이는 특성 중 다양한 요소를 색다른 방식으로 뒤섞어 드러내는, 이들의 특성을 주지시키며 천재적 창의성은 그저 하나의 요소만이 아니라 성격(인격, 개인이 갖는 속성)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서문만이 아니라 이 정의가 결국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에 대해 결론짓는 정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천재들이 보이는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진 양상인 미친 것 같기도 할 정도의 남다른 이들의 인간적 특성이 사실 반쯤 미치기도 해서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은 정신 질환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친 것과는 다른 게 자아 강도 척도에서도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자아 강도 척도란 심리적 안정성과 건강, 뛰어난 현실 감각, 개인적 적절성(삶의 도전과 책임을 충분히 감당할 정도로 유능하다고 느끼며 자신을 신뢰하는 감각이며 자존감과 자신감 형성에 기여)과 활력, 도덕적 관용, 인종적 편견의 부재, 정서적인 외향성과 자발성, 그리고 지성등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천재적 창의성을 가진 이들은 양가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그간의 모든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 내린 저자의 결론이기도 한데 대개의 천재는 외향성과 내향성, 개방성과 폐쇄성, 통합 수렴과 다각도의 독자성, 고립과 친화성 등등등 여러 방면에서 대립되는 성향을 모두 보인다는 것이다. 우울하면서 쾌활하고 이타적이면서 개인주의적이고 과묵하다가도 사교적이기도 한 양상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여러 요소들의 대립쌍을 한 사람이 동시에 보이는 부분들을 많이 드러내는 것이 천재적 창의성을 보이는 이들의 특징이다.

 

정의하기 쉽지 않은 이런 천재들의 특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저자는 상상 놀이에서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 챙김, 민감성, 역경을 유익한 기회로 바꾸기, 다르게 생각하기에 이르기까지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모두 각 분야의 전문 연구를 근거로 한 제시이다.

 

이 모든 장들은 각각의 심리학 연구들과 뇌과학 연구의 결과들을 총합해서 옮기며 창의적 천재성을 보이는 이들의 특성과 결부 지은 저자의 해설을 곁들인 것이다. 각 분야 천재들의 예시나 인터뷰가 담기기도 해 독서가 재미나고 쉽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천재성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삶을 살아가는 데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성찰하게 만들기도 한다. 천재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나 자신과 나의 삶 그리고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여정을 새삼 돌아보게도 만드는 책이다.

 

자녀를 위해 읽던가 자신을 위해 읽다가 보면 자신은 이미 천재였고 천재의 여정을 걷고 있었던 것이구나 하는 착각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저작이다. (자신)의 삶이 그려내어지는 책이라면 자연히 우리 모두가 창의성의 특성을 보일 삶을 살아왔고 그러므로 모두가 창조력을 보일 수 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니겠다는 감상이 든다.

 

우리는 이미 모두 천재다 그 천재성을 드러낼 날을 기다리는 중일 뿐이다이것이 이 천재보고서의 숨은 결론이 아닐까?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의 천재성을 자각하기 위해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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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02-07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이미 천재다. 그 천재성을 드러낼 날을 기다릴 뿐‘ 이라는 이하라님의 말씀에 무척 공감합니다.
저도 조건과 인연이 맞으면 언젠가는 적당한 시기에 드러남을 믿습니다.
다만 아직 때가 안 됐을 뿐... ㅎㅎ
좋은 리뷰 글 감사 합니다. _()_

이하라 2025-02-08 00:35   좋아요 1 | URL
인연이 닿는 시절에 진정한 자신과 조우하는 것이 인생인 듯합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자기 신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끔 성장하는 것이 천재성의 진정한 가치 같습니다.
리뷰 읽어주시고 반응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힐님^^

시냇물 2025-02-09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復本을 말씀하시는 분이 天才를 지향하시면 어디로 가시는거죠?

이하라 2025-02-09 08:30   좋아요 0 | URL
천재성이라는 건 자신의 천성을 모두 발현하는 경우를 말하기에 우리 모두가 천재이고 그 천재성을 드러내는 경우와 아직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인연이 닿으면 자신만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