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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설득 -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케빈 더튼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1월
평점 :
본서에 끌린 이유는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라는 카피와 ‘극한 상황에서도 설득하는 천재들의 묘수’가 담겨있다는 식의 카피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카피에 ‘설득’당해버렸기에 일어난 욕망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소개글에서도 이런 매혹적인 설득의 문구가 발견되는데 심리학 박사이자 ‘사회적 영향력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라는 문구이다. 설득에 관한 책이면서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라니까 무엇보다 이 책이 관계와 영향력 면에 있어서 높은 성취를 가져다주리라 기대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지 않겠나? 저자의 약력마저 설득력을 갖추었다.
본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주제 전달에 있어서의 설득력만큼이나 유머와 위트가 적절히 배어있다 못해 책 전반이 재미지게 느껴지는 문체가 독서 자체를 몰입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이 책이 말하는 반전 설득(Flipnosis)을 체득하게 되느냐는 것이 중요하기도 할 텐데 그 면에서는 일독만으로는 체득이 쉽지 않으리라 판단되기도 했다. 이해력과 습득력이 남다른 분들에게는 다른 감상이 일겠지만 평균 정도의 지능인 본인에게는 설득 전반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고 모든 경우의 설득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가 정의한 요소와 개념들을 이해하는 정도가 가장 먼저 습득되는 바였다. 그리고 그걸 떠나 재밌는 독서였다는 감상이 가장 먼저였고 말이다.
영어사전에도 없는 Flipnosis란 제목을 초설득이라 번역한 출판사의 센스도 이 책에 대한 이끌림에 한몫했지만 많은 분이 본서를 선택하고 나면 무엇보다 저자의 서술 자체에서 책의 매력을 찾을 것 같다.
본서의 시작은 런던의 호화 연회장에서 값비싼 은제 소금통을 훔쳐나가는 신사 한 명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소금통을 본래 자리로 가져다 놓도록 만든 윈스턴 처칠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윈스턴 처칠은 양심을 강조하는 윤리가가 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법의 엄정함을 이야기하며 준법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윈스턴 처칠은 그저 그 소금통과 한 쌍인 은제 후추통을 주머니에 넣고 그 신사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후추통을 꺼내며 “다 들킨 것 같습니다. 다시 가져다 놓아야겠어요”라고 재치있는 설득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설득은 상당히 유효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드는 일화의 하나로 치매 노인인 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하려 자신의 친구와 가려는데 맥주 한 잔만 더하고 가려다 약속 시간에 무척이나 늦게 도착한 그에게 아버지가 굉장히 심하게 화를 내어 벌어진 일을 싣고 있기도 하다. 당시 크게 화가 난 그가 그 자리에서 나가버리고 비가 와 질퍽해진 거리를 빠르게 지나 지하철 역까지 온 그를 그의 친구가 쫓아왔다고 한다. 어떤 설득에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에게 그의 친구는 단 한마디로 그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 말은 “너 내가 언제 뛰는 거 봤어?”라는 말이었다. 그의 친구는 177Kg이 넘는 거구로 평소 절대로 뛰지 않는 친구였다. 저자는 그의 친구가 뛰는 모습을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친구의 설득은 너무도 유효히 작용했고 그는 다시 돌아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했다.
여기서 저자가 전하는 반전 설득의 요소들을 돌아보자면 그건 ‘의외성’이 핵심이고 눈앞의 것을 잃느냐 얻느냐는 ‘단순성’, 그리고 본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 ‘자신감’, ‘공감 능력’의 네 가지 추가 요소가 설득을 좌우한다고 한다. 앞서 예를 든 저자의 예시들에서도 이 요소들이 발견되지 않는가?
비행기를 탄 무하마드 알리는 좌석벨트를 하라는 승무원의 말에 “난 수퍼맨이라 그런 게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승무원은 “수퍼맨이면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죠”라고 대꾸해 알리가 좌석벨트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일화도 그렇다. 위트 속에 ‘의외성’이 있고 그 의외성은 ‘공감 능력’과 함께 전달되어 상대에게 ‘설득당하는 편도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이 청자에게 유효했으며 무엇보다 화자가 ‘자신감’있고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달했기에 유효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말하는 의외성, 단순성, 이익이 된다는 인식, 자신감, 공감 능력은 대부분의 모든 설득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요소인 것이다.
저자는 이후 설득이 유효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인간 세상의 일상적 사례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각각 생물들의 생리까지 담고 있기도 하다.
아기의 울음과 얼굴이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 대부분에게 보호와 보살핌의 본능을 불러오는 까닭을 풀어나가기도, 또 어미새의 부리 밑 빨간 점에 집착하는 아기새들의 생태를 보고 하고 있기도 하고, 부엉이 눈을 연상하게 하는 무늬의 나비는 이로 인해 다른 천적들의 공격으로 부터 벗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요소 하나로 돌이킬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을 ‘관건 자극’이라고 부른다. 저자가 말하는 반전 설득에서는 이런 관건 자극을 찾아내고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 같기도 했다.
저자는 유효한 설득의 예로 식물에 영향을 주는 균체가 식물의 꽃이 아니라 이파리에서 자신의 균에 전염된 꿀물과 같은 맛을 내는 액체를 생성하게 하고 이파리를 꽃잎과 같은 빛깔로 착각하게 만들어 곤충들을 매개로 다른 식물들에 이 균체가 전파되는 과정을 다루기도 한다. 자연계에서도 설득과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결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집요함도 설득에 필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데 특수부대원이 무장을 해제한 상태에서도 총을 든 적들이 나타나자 총검 하나를 빼들고 적들을 제압한 실화를 예로 들기도 하고 있다. 저자에게는 설득이 생존과 같은 정의라고도 받아들여지는 바였다. 사실 이 예시는 다른 장병들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전투의지를 꺽지 말라 생존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말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설득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설득 알고리즘의 변수들을 분해해 세 가지 불변의 법칙을 조합하기도 했다.
1 내용, 메시지 자체
2 전달 방식, 상대가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지 가늠할 서술 방식
3 사회적 관계성의 범위 속에서 설득하는 화자의 말을 어찌 평가할지 정신적 요인들 파악
저자는 이 불변의 법칙을 사례집을 만들 정도로 중시하는데 사실 불변의 법칙이라지만 설득의 요소들을 너무도 단순화해서 이것만으로는 설득의 과정과 설득의 충분조건이 뭔지 이해하기 난해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반전 설득의 4가지 요소도 너무도 단순해 보이는데 이 불변의 요소 3가지는 그보다도 더 단순해서 설득이라는 건 결국 관심의 밀도가 깊은 사람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접근하느냐가 관건인 것일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서에서 든 예들은 저자가 단순화해서 전하는 반전 설득의 요소들이 서로 복합되어 시너지를 일으키는 실례들이기에 저자가 말하는 요소들이 실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본서는 숱한 일화와 실화 그리고 자연과 사회의 예시들을 메시지 전달의 요소로 삼고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예시들은 재치와 익살을 담고 있기도 감동을 담고 있기도 놀라움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설득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보면 이 책의 서술 자체가 저자의 메시지에 설득당하도록 안배된 하나의 설득 과정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다만 주제보다 등장하는 일화들에 재미에만 빠지다 보면 서술하는 주제가 아니라 서술 방식이 주는 재미에 매몰되어 주제 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독서의 난점이 다소 있기도 했다. 나도 재밌게 읽고 나서 다시 페이지를 넘기며 주제를 재확인한 경우에 해당한다.
본서를 설득력을 갖추기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 이를테면 [XX일 과정, 설득력 연습]같은 식으로 설득력을 향상시키는 체계화된 연습 교재로 삼으려는 분들이 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라며 재독으로 본서에서 저자가 전달하는 설득의 요소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일상에서 본서와 유사한 예시의 경우들을 찾아내면서 실제 적용해 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설득력을 주제로 한 다각도의 인문학서이자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이며 상식의 확장을 위해 읽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게 가장 탁월한 독서의 방향성이지 않을까 싶다.
인디캣 책곳간을 통해 출판사 미래의창으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