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퓨달리즘 - 클라우드와 알고리즘을 앞세운 새로운 지배 계급의 탄생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 노정태 옮김, 이주희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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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를 짧게 하자면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었으며 영국, 호주, 미국에서 수년간 경제학 교수로 재직한 진보 경제학자라고 한다. 현재는 아테네 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리스 재무장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국제 풀뿌리 운동인 DiEM25를 공동 설립하고 유럽 민주주의의 부활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내용이지만 굳이 언급한 건 저자의 이력이 본서의 색깔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본서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인터넷을 만나 변이되어 클라우드 자본이라는 독특하고 독한 체제로 변이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전환점의 절정을 2008년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자본은 저자가 테크노퓨달리즘이라 명명한 기술 봉건주의 시대를 장악한 자본가들을 말한다. 저자는 현재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인터넷을 만나며 중세의 인클로저가 야기한 독한 봉건체제로 시대를 역행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자본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며 테크노퓨달리즘 시대이자 사회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은 무형의 영역이지만 분명 무형의 영토이며 그 영토의 지대를 받고 있는 것이 클라우드 자본이다. 이들은 아무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웹상에서 사람들의 활동에 대한 지대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 관리자, 마케터, 분석가, 금융가, 엔지니어 인력군을 공유하며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뉘며 계급을 형성하는 모습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새로운 산업국가]라는 저작에서 1967년 그려냈는데 그 과정이 이어져 결국 테크노퓨달리즘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제 클라우드 자본가와 디지털 농노로 나뉜 시대가 되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사실 현재는 플랫폼과 클라우드 사용료를 내지 않고 살 수 없는 구조가 아닌가. 본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이전에 본 어느 책에서는 DARPA에서 최초의 웹이 시작되고 이걸 이전받아 월드와이드웹이 창조되었는데 페이스북과 구글 서비스의 전신이 그랬듯 이건 민간 사업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신기술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개발해서 정부 차원에서 대중화하면 대중은 의혹을 재기할 수 있다. 의도와 방식에 대국적으로 저항할 명분도 민중이 갖게 되고 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이런 기술들은 개발 직후 민간에게 양도된 후 민간사업으로 탈바꿈해 보급된다) 월드와이드웹 그러니까 인터넷의 현재 소유권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빌 게이츠라고 한다. 인터넷 접속 자체를 수익화한다면 빌 게이츠가 로버트 휴 벤슨이 말한 [세상의 주인]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기존 세상의 주인에게 반역의 기미를 보이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인터넷 자체를 수익화하지는 않았다. 되려 인터넷 안에서 다수의 클라우드 자본가가 테크노퓨달리즘 시대를 열 기회를 제공했을 뿐이다.

 

인터넷과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많은 소비를 하고 있고 이러한 수익은 다시 클라우드 자본가들에게 넘어가며 부의 불평등은 극한에 이르는 구조이다. 일부 유투버나 BJ들이 부를 쌓는 것을 보며 그들이 클라우드 자본이 흘리는 콩가루라도 얻고 있으니 누군가 이익을 얻고 누군가 더 큰 이윤을 낳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에 당연한 순리가 아니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테크노퓨달리즘이라는 변종 자본주의의 양상은 모두가 수긍하는 속에 극한의 극한의 극한으로 극단적인 불평등을 낳고 키우는 중인 것이다. AI와 로봇으로 모든 노동이 대체되는 순간이 와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누군가 능력주의가 기울어진 거란 걸 말할 때 누군가 엘리트가 세습되고 있다고 주장할 때 누군가 부가 세습되고 있다고 열변할 때 대안을 만들자는 공론이 나왔어야 했다. 이제는 초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야기될 인류세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한 감상만 일고 만다.


#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바루파키스 #21세기북스 #기술봉건주의 #클라우드자본 #디지털농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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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오디세이 -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
오드레 뒤쉬투르.앙투안 비스트라크 지음, 홍지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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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개미학자 두 분이 13개의 장과 50개의 단원을 각자 서술하여 개미들의 생태를 전하는 책이다. 개미들의 생태라면 너무 광범위한데 본서는 그 중에서 저자들이 수렵개미라고 칭하는 개미들의 선발부대원들 또는 특수부대원이나 개미 정부의 요원들과 같은 개미들의 삶을 전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개미는 현재 집계된 것만으로도 13800종에 이르고 아마도 25000종은 지구에 서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생물종이다. 인류 경우에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각기 생태가 다르다고 추적되었듯 현재까지도 다채로운 종이 활동하는 개미들은 더더욱 현격한 생태의 차이를 보인다. 기대에 차 본서를 읽으려 한 이유는 개미들의 육아와 사회적 헌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렵개미라고 분류한 개미들의 야외활동만을 기록한 책이라기에 다소 실망할 뻔했는데 야외활동에서도 그들의 삶과 모험과 활동 속에서 여지없이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엿보였다.

 

개미들의 삶을 엿보기 전에 그들의 비주얼에 관해 논하자면 개미는 종이 다르기에 외양에 있어 친척 관계일 가까운 종 사이에서도 인간에 비유하자면 인간과 티라노사우르스 격의 큰 격차를 보이는 개미들도 있다. 그리고 얇은 피막에만 둘러싸여 공격시 쉽게 폭발해 버리는 종부터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어 거북이처럼 느린 종도 있고 병정개미들은 특수양육을 해서 머리가 비대한 공격성 개미로 자라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곧 쓰러질 것처럼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그리고 개미는 자기 체중의 2000배 이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인간 경량급 역도선수가 자기 체중의 3배를 들고 고체중의 선수가 자기 무게의 1.5배 정도를 드는 인간의 경우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격차이다. 개미의 펀치 속도는 인간의 수백 배에 이른다. 달리기(이동) 속도도 개미를 말의 크기만큼 확대한다면 순식간에 기차를 추월할 정도의 속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수영이 가능한 개미 종도 상당하며 수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홍수가 난다거나 했을 때는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해 거대 뗏목을 만들어 온 군락이 탈출한다. 이때 각자 공기방울을 안아 부력을 상승시킨다고 한다.

 

또 개미들은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개미는 대개 시각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아직까지의 과학은 짐작하고 있다. 홑눈과 겹눈으로 편광까지 계산해 길을 찾는 것으로 아직까지의 연구로는 짐작하는 것이다. 개미들은 출생 초기 애벌레 상태부터 굴 내부에서만 생활하다가 굴 밖으로 처음 나서게 되면 다량의 빛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두뇌가 급격하게 자극받는다고 한다. 개미학자들은 이때 개미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굴 밖으로 처음 나온 개미는 몇 걸음 옮기고는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몇 걸음 옮기고는 뱅글뱅글 돌기를 무슨 의례를 진행하듯이 시행하는데 이때 입체적으로 자기 집의 위치를 파악해낸다고 한다. 이 의례가 끝나고 나서는 개미를 아주 먼 곳으로 이동시켜 던져 놓는다고 해도 처음 이탈된 장소로 찾아가 다시 자기 집으로 향할 수 있다고 한다.

 

개미가 버섯농사를 짓거나 진딧물을 사육한다던가 하는 내용은 이젠 상식에 가깝기에 넘어간다 해도 다른 상식인 노예를 부리는 경우는 다시 봐도 신기했다. 다른 개미굴을 습격해 타 군락을 모조리 몰살하며 알을 탈취해 부화시켜서 애벌레 시절부터 자신들의 페로몬을 발라가며 양육하는데 노예개미들은 감쪽같이 이들을 가족이라고 속아 넘어간다. 그렇게 다 자라면 노예로 부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예가 된 노예개미는 주인 개미를 자매인 혈족으로 알고 그들이 개미지옥 같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목숨을 던져 구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예 개미가 같은 상황에 빠지면 주인 개미들은 못 본 척 무시하고 가버린다고 한다. 개미가 사는 세상도 아주 냉혹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성체가 된 이후의 개미들을 노예로 부리는 개미 종도 있는데 이들은 한 개미굴을 목표로 여러 부대가 침입에 타 군락을 모조리 살육하고는 몇몇을 살려두며 노예로 부리는데 가혹한 대우에 노예개미들은 주인 개미들이 보지 않을 때 주인 개미 종의 애벌레들을 살육하기도 한단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특정 개미 종 중 여왕개미가 하나의 군락 자체를 훔치는 경우가 있는데 수태를 마친 이 여왕개미는 다른 종의 궁전에 침입해 미혼산 같은 가스폭탄을 터트리며 주위를 혼란스럽게 한 상태에서 해당 굴의 원래 여왕개미를 도륙하고는 그녀의 피와 페로몬을 뒤집어쓰고는 그 개미 군락 전체를 속이며 그 군락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그리고는 해당 군락의 모든 개미가 다른 개미 종인 이 여왕개미의 알을 부화시키고 애벌레를 양육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이 여왕개미의 알에서 나온 애벌레도 놀라운데 이 알이 부화해 애벌레가 나오면 양육하던 해당 개미들은 자신과 다른 종이란 것을 페로몬으로 알 수 있는데, 새로운 여왕개미의 애벌레 역시 신경 가스폭탄 같은 걸 배출해 다른 개미들이 최면에 걸리도록 만든다고 한다. 살벌하기도 소름끼치기도 놀랍기도 했다.

 

어떤 개미 종은 나무 위에 올랐다가 천적을 만나거나 위험에 처하면 아무리 높은 나무에서도 뛰어내린다고 한다. 이 종류의 개미는 고공 스카이다이빙을 해 바람을 타고 내려오다가 공중에서 비행하듯 나무의 줄기에 안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개미 종은 극소수의 종뿐이다. 그리고 개미는 이동거리를 최단거리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미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크고 넓은 공간에 거대하게 지도를 배치해 수십 수백의 여러 지역에 위치를 표시하고 연결해 미로를 만들어 개미들을 풀어놓고 이들의 이동경로를 연속사진이나 특정 색깔을 띠는 색소 등으로 표시해 파악하면 모든 연결점의 최단 거리가 파악된다고 한다. 이를 개미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는데 번거로운 반면에 탁월한 최단거리 파악법 중 하나다.

 

이들은 전투도 이채로우면서 처절한데 이들의 힘과 펀치에 대해 이미 언급했으므로 사실적인 전투묘사는 생략하고 보자 해도 자신의 얇은 피막으로 인해 개미 자살폭탄을 자처하게 되는 개미 종이 있기도 하고 전투 중 작은 부상이나 여러 팔다리를 잃는 개미 전투원도 있다. 치료가 가능한 개미들은 치료를 다른 개미들이 전담하기도 하고 치료가 불가능한 개미는 자신을 옮기려는 다른 개미들에게 저항해 격전장에서 홀로 죽음을 감당하기도 한다. 살아남은 상이용사들은 개미 굴 입구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자신과 같은 소속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초병 역할을 한다. 인간 경우에도 해병대 전우회가 자경단 역할을 하며 우범지역을 돌아보는 등 자원해서 헌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미 경우에도 그와 같아 보인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개미들은 한 지역으로 이동해 공동묘지가 형성된다. 같은 군락의 개미는 그렇게 처우하지만 적군 개미는 따로 버려지거나 적군 개미의 시체를 들고 적지에 가서 포로와 교환하기도 한다. 여기서 개미학자들은 개미는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궁금해 검사를 거치자 그들이 리놀렌산인가의 냄새로 시체를 파악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같은 군락의 개미 하나에 개미 시체 냄새와 같은 것으로 파악된 냄새를 입히자 개미들이 해당 개미를 공동묘지에 버리고 다시 그 개미가 돌아오면 또 공동묘지로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 시체 냄새를 씻기 위해 그 개미는 두 시간을 물가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개미는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 저항하기 위해 특정 박테리아를 뒤집어쓰기도 하는데 버섯 농사를 짓는 개미나 특정 식물로 빵을 만드는 개미 같은 경우에 특히 그런 유익 박테리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종 유해한 박테리아에 노출되어 생을 마감하는 개미들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식구들에게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굴 밖으로 나가 떠돌다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동충하초가 된 개미의 경우 대부분에 곤충학자들이 개미가 동충하초가 되는 감염으로 개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거지를 이탈해 먼 곳으로 가 죽는 것으로 판단하는 걸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의 개미학자들도 이들이 주거지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이 해당 박테리아의 영향은 아닌가 싶어 죽음을 예감한 개미는 다 굴 밖으로 멀리 떠나는지 실험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생물종이 노출되면 죽음에 이르는 CO2를 개미가 흡입하게 했더니 다른 최면 효과는 없을 단순 가스인데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모두 주거지에서 멀리 떠나가 죽었다고 한다. 개미들의 의무감, 책임감에서 느껴지는 바가 적지 않았다. 개미라는 작은 생명체는 시계침만한 그 작은 뇌로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운 삶의 양식과 도덕성을 보이는 걸까 생각되기도 했다. 어쩌면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태생적으로 프로그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본서를 보면 모든 개미들이 이타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주 맛있고 영양가 높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다른 개미부터 데려와 자신들 군락의 거주지로 먼저 가져가는 개미가 있는 반면 같은 종 같은 군락의 개미인데도 불구하고 저 혼자 먹고 마는 개미도 있었다. 개미학자들이 추적관찰 한 결과 한번 이타적인 개미는 쭉 이타적인 선택만 하고 한번 이기적인 선택을 보인 개미는 쭉 이기적이었다고 한다.(일주일의 관찰이었으나 대개 1~2개월이 일생인 일개미의 생애에서 짧은 기간은 아닐 것이다. 여담이지만 단백질 중심의 식단을 받은 일개미는 그보다 더 단명하는 반면 당도 높은 식단의 일개미는 1년 이상 장수를 했다고 한다) 개미들도 개성을 지닌 것이다. 사람 각자의 인격이 다르듯 개미들도 인간의 인격처럼 개미격이 있다면 그것이 다 다른 것이다.

 

이 짧은 리뷰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었지만 다채로운 개미 종마다 특성과 개미 각자의 개성을 보며 인간이 갖추어야 할 품성은 무엇이고 다른 생물종과는 다른 인간만의 독자성은 무엇일까 생각하게도 되었다. 개미의 모험과 일상과 죽음이 인간에게도 깊은 사색과 이채로운 감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기회였다. 본서에서는 지금까지 파악된 13800종이라는 개미 종 가운데 75종이 언급되고 있다. 개미 종들의 이름이 한국어로 프랑스어로 라틴어로 너무 많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본 리뷰에서는 이름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실 다 읽고 난 본인도 개미 이름만으로 어떤 개미였나를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개미라는 대상이 모호하다가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해주는 책이 본서다. 1장의 단락들을 제외하고 48단락의 제목들이 가만히 보니 모두 영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제목들이었다. 생물학이자 곤충학이 담긴 책이지만 정말 영화 같고 문학 같은 감상을 남기는 책이기도 하다. 영화 관람처럼 문학 감상처럼 다가서도 좋을 만한 책이라고 선뜻 권해드릴 수 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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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0년 전쟁 - 변방에서 지배자로, 끝나지 않은 도전
이지훈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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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서두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을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변수로 보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 상황으로 보아 민주당 정권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해도 불안정성의 규모가 작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긍정적인 관점으로만 보자면 테슬라의 사주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가 2500억을 후원하며 트럼프를 지지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마당에 배터리 분야에서만큼은 전기차에 대해 불리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유리한 고점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다. 전기차의 수요와 판매가 정체되는 캐즘을 타파할 전략이 마련되는 것이 되려 트럼프 정권하에서일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K-배터리 30년 전쟁]이라는 본서는 말 그대로 한국 배터리 업계의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저작으로 본서의 소개로는 지난 역사의 복기가 다음 역사를 준비하는 효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산업의 관계자들이 그 분야의 30년 역사를 모를 것 같지는 않기에,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선도하는 분야에 대한 상식을 알아간다는 의의와 투자 대상에 대한 일반 상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1000조를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 한국을 이끈 조선업계의 기록도 깨고 있는 수치이다. 이미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변수, 정권교체로 바이든 정부의 IRA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변수, 그리고 겨우 2년의 기술적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본서의 소개 광고 카피가 주목하도록 하는 바다.

 

과거 일본이 선도하던 배터리 산업이라는 한국입장에서는 불모지에 LG와 삼성이 뛰어들며 시작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격동이 시작된지 이제 대략 30년이라고 한다. 후발 주자였던 한국의 기업들이 어떻게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 본서이기도 하다. ‘배터리는 화재의 위험성이 높다. 그렇기에 기회다라는 사고의 전환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이 시작되었고 지속된 것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주행 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지만 안정성이 보다 나은 LFP 배터리보다 효율성은 높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에 전념했다. 본서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성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화재 위험성이라는 난점이 크기에 일본은 이를 고려하지도 않았던 시절에 우리 기업들이 선점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효율적인 성능이지만 화재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LFP 배터리를 대거 사용하고 있고 향후에도 LFP 배터리를 주요 구성요소로 사용할 전망이 크다고 한다. LFP는 중국이 주요 생산국으로 노동 비용과 원자재 비용, 생산단가가 총체적으로 낮기도 해서 우수한 성능의 한국 배터리라고는 하지만 경쟁력에서 중국이 뒤지지 않아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를 지지하는 경향성이 바이든 정부의 IRA였다. 환경문제를 화두로 친환경 기업의 산업에 368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인데 한국 배터리를 주요 소비하는 전기차 몇 개 사에만 60억 달러를 보조하기로 한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도 직접적인 보조를 받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서를 보면 우리 기업인들은 IRA의 수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벤트였다고 진작부터 전망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랬다면 IRA의 수혜가 없는 상황의 경영도 이미 대비해 놓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말했듯 중국은 우리 기술과의 격차가 2년 정도에 지나지 않고 노동력, 원자재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기업 역시 이전부터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리튬 등의 자원확보를 위해 힘써왔다. 포스코에서는 이미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의 염호를 획득했고 서호주의 필바라 미네랄 지분을 일부 인수하기도 하는 등 자원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몇 차례나 정권교체가 있기 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온 과정이 누적된 결과이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라는 불안정성이 크기에 이를 안정화시키려는 기술 개발이 이어져왔고 그 결과 분리막 기술인 SRS 기술 등이 개발되어 왔는데 LG가 보유한 이 분야 특허권만해도 500개에 이르러 로열티로도 수익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허 분쟁들을 거치기도 했고 LGSK이노베에션 간의 특허 소송전을 거치기도 했다. 기술력으로 우열이 가려지기는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배터리 산업은 우리 기업들이 타자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기에 신기술의 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지속이 성패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우리 기술과 중국의 격차가 겨우 2~3년 정도인 것을 우려하며 중국 배터리 산업의 우위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중국은 배터리 외에도 양자컴퓨팅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들에서 세계 선두를 확고히 하고 있는 지점들이 적지 않고 유투브 채널 SOD에서 보면 국제 과학 학술 저널들에서 각 분야의 중국에 연구를 인용하는 경우는 우리 연구를 인용하는 경우의 100배 가까울 지경이라고 한다. 중국은 미국과 선두를 경쟁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선두를 확보한 영역들이 다수이고 앞으로도 그 외 많은 분야에서 선두가 될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패트로 달러를 흔드는 가장 큰 요소가 중국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해온 행적들을 볼 때 미국은 중국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대만을 꼬투리로 시작될 미국의 중국 침몰시키기는 실현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볼 피해가 심히 우려되지만 한국이 그 시기만 잘 넘긴다면 중국의 침몰이 한국에 나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1000조를 수주했다고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과거에도 조 단위의 수주를 하고도 200억의 위약금만으로 수주가 파기된 경우가 있었다. 그 역시 화재 위험이라는 불안정성 때문이었다. 이 불안정성을 타파하는 기술 개발만 선점하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배터리 산업에서 확고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우리 배터리 산업의 역사와 현재를 아는 과정이 삶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돌연한 우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배우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그 길에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 까닭에 본서는 투자자가 아닌 분들에게도 읽어볼 가치가 큰 책이지 않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K-배터리30년전쟁 #이지훈 #리더스북 #웅진지식하우스 #K배터리 #서평단 #리뷰 @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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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
짐 터커 지음, 박인수 옮김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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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드라마인 신혜선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나 마크 윌버그 주연의 영화 [인피니트]를 보면 자신의 전생들을 모두 기억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전생의 자신에 능력들을 모두 구현해낼 수 있어 다방면에서 실력과 경험치가 출중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전생에 전생에 전생 무수한 전생들 속에서 자신의 인연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신혜선이 연기한 반지음을 보다가 문득 아련히 생각하게 됐다. 무수한 전생에서 나를 사랑했던 이가 그 전생들을 다 기억하고 태어나 있다면 그리고 어디선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 이가 정말 있다면 난 말하고 싶었다. 어서 날 찾아와 달라고 아직도 난 널 기다리고 있다고.

 

이런 상상이나 상념에 빠지게 하는 드라마와 영화들에 우리가 빠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후세계와 환생에 대한 원형적인 하나의 상을 우리 내면에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서 [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는 그런 공상 같은, 인간이 가진 원형 중 환생에 관한 부분을 다룬 저작이다. 본서의 저자 짐 터커는 이안 스티븐슨이라는 환생과 전생의 기억 연구에 개척자이신 분의 제자로 버지니아 대학의 정신의학 및 신경행동과학과 부교수이자 인지연구 소장이라고 한다. 기독교인이었던 짐 터커는 이 분야에 대해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저작을 읽고 관심과 의문을 가지게 되어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안 스티븐슨 박사는 연로하셔서 1990년대 은퇴하시고 짐 터커 박사는 본서를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그간 연구와 저작들을 인용하기도 하며 2005년 미국에서 출간했다. (이안 스티븐슨 박사는 2007년 작고하셨다)

 

본서의 소개 카피들은 전생 기억에 관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본서에 대하여 과학적인 연구라고 평가하는데, 전생의 기억에 대한 주제라고 하지만 무속인이나 심령가의 막연한 뜬구름 잡는 추측이나 가정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연구다 보니 가설과 검증에 있어 체계적이고 치밀하려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본서의 독자들 가운데 자신이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믿는 분들 중 일부는 왜 검증이 더 쉬울 현재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이전까지의 연구로 저술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의혹이 언뜻 스쳐갔으나 의문이 금세 해소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인 현재는 컴퓨터, 스마트폰, 무엇보다 SNS등이 발전해있다. 검증이 쉬운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기록을 누구나 엿볼 수 있는 시대이기에 거짓이나 조작이 더 순조로울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타인의 기록을 쉽게 엿볼 수 없는 과거 사례의 연구가 더 신뢰할 만할 수 있다 생각된다.

 

본서에서 전생 기억을 이야기하는 아기들과 아동들은, 자신의 가족 사이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지인의 자녀(태아)였는데 다시 태어났다는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자신의 전생에 부모라거나 형제라거나 배우자라거나 자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그들과 자신 사이의 사소한 이야기들부터 형이었던 전생의 자신이 동생에게 다른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몰래 특정 기종의 권총을 준 둘만의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안 가서 죽게 된 여성은 얼마 후 다시 태어나 자라 6살 아이가 되었는데, 자신의 전생의 아기였던 11살 아이에게 보이는 그 아이의 절절한 모성애를 어떻게 거짓이고 연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6살인 엄마가 11살인 딸이 병들자 안절부절 못하고 애태우는 심정을 어찌 조작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또 환생한 후 자신의 전생 부인에게 돌아가 결혼한 남아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자라고 나서 결혼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전생의 자신을 죽인 이에게 보이는 아이들의 공격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얀마에서 태어난 전생의 일본군 군인이었던 여아가 보여주는 군에 대한 집착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여아가 전생에 자신이 남자였던 걸 기억하고 톰보이로 자라나며 남성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전생의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상세한지 아기가 전생의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나 손녀만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차만 있는 사진에서 어느 차가 전생의 자신 차인지를 알아보고 가족들도 꺼내보지 않던 할아버지의 유년시절 친구들과 찍은 학급 사진에서 누가 전생의 자신인지 명확히 짚어내는 수준이다. 이 시절에는 타인의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타인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라지만 앞서 말했듯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든 연구는 1950년대의 사례부터 1980년 이전까지의 사례다. 생면부지의 타인의 사생활을 깊이 알 가능성이 없는 시대였다는 말이다. 게다가 연구자들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아이와 그 가족이 이익을 목적으로 사실을 조작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본서에 사례로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의 전생에 살해당할 때 갖게 된 상처의 위치와 같은 위치에 모반을 지닌 채 태어나거나 전생에 신체적 특징과 같은 모반을 지닌 채 태어난 아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다 전생 기억을 주장했는데 확인해 보면 이 아이들이 자신의 전생이라고 주장하는 사망자들의 생전 신체적 특징과 일치했다. 우연이라 보기 쉽지 않은 경우들이다. 전생과 신체적 특징을 공유한 사례들에 대해 저자는 최면을 건 상태에서 차가운 동전을 뜨거운 무언가로 인식하도록 하고 신체에 닿았을 때 화상을 입는 경우들을 예로 들기도 하며 심리적인 각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반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의 심리적 각인이 현생의 몸에 모반이라는 변화를 가져오는 근거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를 예로 들며, 뇌가 손상을 입어도 인격이 변화하는 데 뇌가 형성되기도 전에 전생이 있었으며 그걸 기억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에 대하여, 저자는 텔레비전을 설치하면 방송이 나오며 텔레비전을 분해했다가 재조립해도 또 갓 생산된 부품으로 조립해도 방송은 나온다고 반박한다. 유물론적 환원주의의 관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

 

본서는 단순하게 봐도 흥미를 끄는 주제지만 흥미만으로 끝나지 않고 삶 이후의 삶에 대한 의문과 관심 그리고 영혼과 우주와 세상의 다차원 구조에 관한 의문에까지 이끈다. 공자께서는 귀신이나 현실적이지 않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배격했고 부처님께서도 무아라시며 나라는 것은 매순간 변화하는 것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현실 그 이상을 바라기도 하고 윤회 전생하는 나는 무엇인가 의문을 품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때론 비현실이 때론 비일상적인 의문이 현실과 일상을 살게 해주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비일상적이기만 한 본서도 읽고 사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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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로리 파슨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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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Carbon Colonialism]으로 탄소 식민주의라는 정의가 이 시대를 제대로 고발하고 본서의 방향성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제목이다. 도대체 [재앙의 지리학]이라는 한국어 제목으로의 변경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 로리 파슨스는 로열홀러웨이런던 대학에서 인문지리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며 기후변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색깔을 짧게 짚어보자면 300쪽의 책이라고는 하지만 판형이 작고 분량이 많지 않아 기후위기와 함께 세계 불평등을 함께 조망한 작은 에세이집 같은 느낌이다. 정보 전달을 목적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하는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기후위기로 야기되는 문제를 전하는 칼럼이나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에세이 느낌을 많이 준다.

 

본문을 읽으며 느껴진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나로서는 늘 주지해오던 사실들을 언급한 책이다 보니 에필로그에서 정리해 주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했듯 에세이풍으로 다가오다 보니 문제적 대목에서 오히려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대목들이 세상 이야기 중 하나로 느껴지며 지나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되려 에필로그가 더 인상적으로 남는 경향이 생겼다. 다른 분들이 처음으로 독서하실 때는 에필로그부터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환경에 대한 여섯 가지 신화라는 주제로 본서를 정리하고 있는데 첫 번째 신화: 기후변화가 더 많은 자연재해를 유발한다?” “두 번째 신화: 소비를 통해 기후붕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 신화: 환경주의자들은 넷제로를 위해 싸운다?” “네 번째: 국경 안보를 강화해 수십억 명의 기후 이주민을 가로막아야 한다?” “다섯 번째: 지속가능성은 국내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섯 번째 기후과학은 정치와 무관한 합의다?”까지로 정리하고 있다.

 

본서의 본문에서 가장 주지되는 것은 다섯 번째여섯 번째이기도 한데 그 중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공급망이 다변화되어있는 현실에서 자국의 탄소배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의 규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던 국내에서의 기업의 탄소배출을 제재하면 그 기업은 타 국가로 생산시설을 확충해 탄소배출을 이어가던가 해당 기업이 다수의 국가에서 탄소배출을 가중해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두 번째 신화도 여기서 깨질 수밖에 없는 게 국가나 개인이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문제에 기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해도 그 의도와는 달리 공급망이 다변화된 현실에서 한 국가가 생산했다는 라벨이 붙은 제품에서 이미 여러 국가의 원재료들이 소모되었으며 그 여러 국가의 원재료가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환경파괴와 인적 피해 그리고 탄소배출을 제한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저자가 주목하도록 하는 바다. 이미 배터리 관련 도서와 환경 문제에 관한 다른 책에서 언급되어있는 사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책들에 의하면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전기차 생산이 장려되어 해당 부품인 배터리의 원재료가 되는 리튬 생산지인 콩고에서 어린이가 노동현장에서 혹사당하고 중금속에 중독되어 폐인이 되거나 죽어가는 상황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걸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싶기만 하다. 한 국가의 자국내 탄소감소와 그 지속만 생각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구조라는 말이다.

 

여섯 번째인 기후과학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저자의 문제 제기도 공감 가지만 나로서는 저자와의 방향성은 다르다. 저자는 루퍼트 머독이나 일부 언론의 기후위기와 환경주의를 비난하고 기후위기설이 개발을 저지하는 작용을 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언급하며, 환경주의와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도전받는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나로서는 세계경제포럼이나 빌더버그 회의 등 초극부층들과 정치가들의 국제적인 연대로 볼 때 또 이미 이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후원하고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설을 보편화하며 추구하는 그들만의 계획이 있다고 본다. 이 계획에 대한 저항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그들 내부에서 소규모의 문제 제기를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짐작된다. 기후위기설은 이미 전 세계 대중에게 보편적 상식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거나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고 해도 대중이 비웃는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는 지경이다. 기후위기설을 극대화하려고 UNEP 국제연합 환경계획국의 최종지도층이 데이터를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 사실로 밝혀져도 또 미국 정부에서 기후환경분야 해당 부서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돌연 데이터 조작 사례를 고백하고 고발해 봤자 이미 대중은 기후위기설을 정설로 보고 이런 사례를 꽁트로 치부해버리는 지경이다. 본서의 저자가 주장하는 방향과는 다르지만 분명 기후과학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신화환경주의자들이 넷제로를 위해 싸운다는 말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저자의 말에 첨언하자면 환경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 기업과 초극부층들은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탄소배출을 극단적으로 하는 전세기를 타고 국제회의 등에 참여하는 형국이다. 이들의 주장은 허위일 뿐이라는 말이다. 넷제로를 주장하며 혁신하려는 제도와 기술들은 새로운 시기의 파괴적 혁신이 되어 막대하디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의 저자인 박영숙님의 이 분야 저작 가운데 하나인 [기후재난과의 전쟁]에서도 기후위기설을 기반으로 한 넷제로를 완성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거나 적용을 앞둔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모든 기술과 제품의 혁신은 초극부층의 새로운 시장이 되는 것이다. 이 변혁의 끝에 대중의 절대다수가 AI의 발전으로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해도 초극부층 그들만의 사이에서 새로운 변혁으로 인한 그들만의 경제가 이어질 것이다. (도태된 다수의 인류는 CBDC나 다른 형식의 디지털코인으로 사용화폐의 용도 제한이나 사용기한이라는 제재를 겪고 15분 도시제와 탄소 발자국 추적으로 전방위적인 자유를 제한당하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류 대다수가 실업자가 된 상황에 그 인류의 생존을 극부층이 감당하려 할 이유가 없다. 인구가 현재와 같이 지속될 가망은 없으며 살아남은 인구도 생존방식을 제한당할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기후위기설이라는 거대 규모의 작은 거짓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여섯 번째주장과 취지에서 보자면 초극부층이 정치가들을 후원해서 당선시키는 전 세계적인 취지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보장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제도의 성립 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신들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 다수가 방해된다면 문제의 싹을 처리할 것은 자명하다.

 

첫 번째세 번째저자의 주장은 사실 기후위기로 해안선이 높아지고 각국이 바다로 침식할 거라는 과거부터 주장되어오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가장 큰 피해자가 될거라던 도서 지역의 국가들이 현재 기후위기설의 수혜로 관광대국이 된 마당이고 환경주의자들의 경고대로라면 이미 침몰했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어떠한 피해도 입은 전적이 없다. 일부 토네이도나 태풍의 피해나 지진의 피해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한반도의 삼국시대 기록만 보더라도 2천 년 전부터 환경 피해가 막심하던 시기가 있었으며 이런 시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하나의 주기로 보아도 될 문제라는 말이다. 지금보다 환경이 더 혹독하고 기후의 변화가 극심하던 시기에도 인류는 살아왔다. 그 시기들에 탄소가 현재 농도보다 높을 때도 기후가 낮았던 시기가 있었고 탄소가 현재보다 낮을 때도 현재보다 기후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과학이 증거하고 있다. 탄소가 결코 기후변화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위기란 없다. 기후가 재앙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설을 보편적 상식으로 조작해내는 인간들이 진정한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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