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31가지 이야기
한정엽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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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어체가 인상 깊다. 키워드는 거의 익숙한 것들인데 세부 내용을 자세히 모르겠는 경우도 유익할 것 같다. 미국의 경제 발전사를 31가지 키워드로 접근해 가며 경제 상식을 확장해 주는 책이다. 그리 무겁지 않은 서술이라 다가서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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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아크 만들기 - 캐릭터 변화 곡선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구축하는 법
K.M. 웨일랜드 지음, 박지홍 옮김 / 경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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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에 관한 책들을 읽는 이유는 우선 창작에 유익하기를 바래서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의 여정에서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있는 눈이 간절해서이다.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창작 관련 저작들은 대개 삶이라는 여정에 지도 역할을 얼마간 해 주는 것 같다는 감상 때문에 종종 이런 책들을 유심히 읽고는 한다.

 

웨일랜드의 본서도 창작에 유익하기를 바랬지만 인생의 굴곡을 담담히 받아들일 눈을 주는 것 같았다. 인물과 이야기의 굴곡을 이야기하는 캐릭터 아크는 성장하고 성숙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와 몰락하며 더욱 나락으로 가는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항상성을 유지하며 주위를 변화시키는 플랫 아크로 나뉜다. 모든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인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허위를 인식하지 못해서이고 역자는 허위를 가짜로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극의 여정에서 인물이 깨닫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가짜, 허위, 착각, 오류 뭐라고 칭해도 좋을 이것이 지속되게 하는 요인들을 유령이라고도 명명하고 있다.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는 저자가 가짜라고 말하는 허위에 갇힌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정상 세계에서, 자신을 가둔 유령들을 깨고 진실을 깨닫는 과정이다.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는 가짜 속의 세상이 정상 세계이고 그 가짜를 깬다고 해도 실상에 좌절하며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리는 환멸로 끝나기도 하고, 상황이 시작보다 더 극도로 나빠지는 하강으로 끝나거나, 인물이 이전보다 더 나쁘게 변화하는 '타락'으로 끝맺어지기도 한다. 앞서 말한 플랫 아크처럼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진짜 삶에서 사람은 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변화하기도 한다.

 

삶에서 변화의 여정 중에 있다면 나는 어떤 변화의 과정에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의 주기를 돌아보며 어느 시절 어떤 변화의 굴곡을 거쳤는지 헤아릴 수도 있을 저작이다.

 

창작을 위해 세 액트를 전체 사분할하여 삼단 구조인 서양의 이야기 구조가 동양처럼 4단 구성을 이루며 이야기의 변화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영향이 주어져야 하는지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캐릭터 아크를 수학 공식처럼 대입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쓴 이야기들도 그렇고 [메멘토] 같은 영화를 떠올려봐도 그렇고, 이야기의 구조에서 공식을 대입하기보다 원리를 융통성있게 대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고 인생의 굴곡이 어떤 노선에 있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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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7-18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못했습니다~~인사이트를 나눠주심에 감사드려요~~

이하라 2024-07-18 23:03   좋아요 0 | URL
극찬에 놀라 멍하다가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게 미소를 나눠주셨습니다. 많이 감사드려요.^^
 
마음챙김 -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연민 수행
샤우나 샤피로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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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한국어 제목은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 연민 수행 마음 챙김]이지만 영문 제목은 직관적이게도 [Good Morning, I Love You]이다. 본서의 대미에 등장하는 말이기도 한데 한국어 제목이 지성적으로 접근하는 수행 전문서 같은 느낌이라며 영문 제목은 대중 교양 에세이풍의 여운을 준다. 국내 출판사가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못 제안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마도 영문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안녕, 사랑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면 국내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서는 언제가부터 위빳사나를 마음챙김 명상이란 이름으로 대중화한 서양인들의 태도마따나 수행을 주제로 하지만 하나의 명상이자 묵상 테라피적인 여운을 준다. 저자의 일화들이 많이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고 전문 수행서로서 보다는 대중적인 명상 에세이 느낌을 안겨주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챙김이 의도만큼이나 호의와 태도가 중요하다며 호의의 중요성과 태도를 갖춰가는 이야기를 전체적인 맥락의 줄기로 삼고 있다. ‘행복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만으로 뇌의 행복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근간의 뇌과학 연구를 들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호의와 삶에 대한 그리고 수행에 대한 태도의 중요성을 주목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관건은 작은 습관이 자리 잡는 것이라는 데 공감하게도 된다. 과거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에서는 행복하겠다는 심정은 오히려 행복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으니,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며 행복이 자연히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일상이 행복에 가깝거나 무난할 때 진리일 주장이고 빅터 프랭클의 주장은 고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일 때 절대적으로 진리일 말이다. 주변 모든 것이 불운과 불행과 부당함일 때도 살아가다 보면 마주치게 된다. 그것도 언제 헤어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 말이다. 그런 순간에 무턱대고 행복하겠다는 선언은 오히려 그 선언이 좌절되며 끝없는 절망으로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이 시대의 일반적인 일상적인 삶의 고뇌들은 좌절의 시기가 길지 않다. 그런 무난한 역경의 시절에는 근간의 연구에 기반한 샤피로의 주장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책의 제목에서는 자기연민이라고 언급된 자기 자비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를 근거로 자존감은 좌절의 시기에 절망하고 낙담하게 만드는 작용을 더 크게 만든다고 하며, 오히려 자기 자비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쉽게 다시 일어서고 회복하며 상황과 사태를 조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를 입증하는 데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것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성취하는 데서 그리고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자존감이고, 그 어느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사랑과 호의를 잊지 않는 것이 자기 자비이기 때문이다. 잘나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어느 때이건 사랑하는 것이 자기 자비라는 말이다. 잘하면 칭찬하고 낙담할 때는 힘을 북돋워 주고 자기 비판적인 상황일 때는 위로해 주는 것이 자비이다. 자비(慈悲)는 산스끄리뜨어 마이뜨리가 한자로 차용된 것으로 이건 타인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때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 기쁨과 즐거움을 지켜주고자 하며 타인이 기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을 때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을 말한다. 카루나를 차용한 한자어로 타인이 슬퍼하고 괴로워할 때 그 슬픔과 괴로워함에 함께 안타까워하며 슬픔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는 마음과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행복지키미의 역할을 해주는 기능이 자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비는 타인에게만 기능해야 할 것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좌절하고 절망하고 낙담하는 순간에 자신을 버려버리게 되고 타인에 대한 자비는 일어날 여지도 없게 된다. 이타적인 인간이라도 자기에 대한 자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본서는 마음 챙김을 기반으로 묵상 같기도 한 다양한 수행체계들까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의도와 호의와 태도를 조성하는 가벼운 수행체계들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이 무겁지 않고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 안정적인 수위이다. 무겁고 건조한 매일이라면 일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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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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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는 운명론적이라 다소 거슬렸지만 [사피엔스]는 3개의 혁명으로 인류의 발전상을 해석하고 있으며 인지혁명 중 상상하는 것을 믿는 특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깊이, 통찰로 다가왔다. 인류의 발전상을 달리 해석하는 [위어드]와 [호모 사피엔스]가 궁금한 것도 [사피엔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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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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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무엇이 이것을 촉발했을까? ...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론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 우리는 이것을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라고 부를 수 있다. ... 하지만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를 일으킨 원인보다는 그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이래 행태를 신속하게 바꾸고 새로운 행태를 유전자나 환경의 변화가 없이도 미래 세대에 전달 할 수 있었다.


...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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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혁명이 일어날 즈음 지구에는 몸무게 45킬로그램이 넘는 대형동물 약 2백 속이 살고 있었다. 농업혁명이 일어날 즈음 이들 중 남은 것은 약 1백 속에 지나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바퀴, 문자, 금속도구를 발명하기 한참 전부터 지구 대형동물의 절반가량을 멸종으로 몰아갔다. 이런 생태적 재앙은 농업혁명 이후에도 규모만 작아졌을 뿐 수없이 재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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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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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수렵채집인들이 야생 밀 채취에서 집약적인 밀 경작으로 전환한 목적은 정상적인 식량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기존에 우리는 개척자들이 처음에 마을을 세우고 이것이 번영하면 그 중앙에 사원을 건설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괴베클리 테베가 시사하는 바는 그 반대다. 먼저 사원이 세워지고 나중에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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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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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500~3000년 어느 시기에, 익명의 수메르 천재들이 뇌 바깥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대량의 수학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맞춤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수메르인들은 인간의 뇌에서 비롯되는 사회질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 왕국, 제국의 출현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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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히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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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미국인들이 수립한 가상의 질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위계질서를 확립했다. 이 선언서는 위계질서로 혜택을 받는 남자와 위계질서에 힘을 빼앗긴 여자 사이의 위계질서를 창조했다. 또 자유를 향유하는 백인과 평등한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흑인 및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위계질서를 창조했다. ... 미국의 질서는 또한 부자와 가난뱅이는 계층이 다르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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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최초로 등장한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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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인간의 경제사는 미묘한 춤과 같다. 사람들은 이방인과의 수월한 협력을 위해서 돈에 의존하지만, 그것이 인간적 가치와 친밀한 관계를 손상시킬까 봐 두려워한다. 한편으로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돈과 상업의 이동을 막아온 공동체라는 댐을 기꺼이 파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와 종교와 환경이 시장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막아줄 댐을 건설한다.


14

기원전 200년경 이래로 인간은 대부분 제국에 속해 살았다. 미래에도 대부분 하나의 제국 안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제국은 진정으로 세계적일 것이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이라는 환상이 실현될지 모른다.


15

우리는 세상의 신념들을 신 중심의 종교와 자연법칙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신 없는 이데올로기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일관성이 있으려면, 적어도 불교, 도교, 스토아철학의 일부 분파는 종교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목록에 올려야 한다. 그리고 거꾸로 많은 근대 이데올로기 속에 신에 대한 믿음이 계속 존재하며 그 중 일부, 대표적으로 자유주의는 그런 믿음이 없다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16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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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의 금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실험실과 대학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 대부분의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그 연구가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누군가 믿기 때문이다.


18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인류가 어떻게 해서 앨러머고도와 달-수많은 다른 목적지가아니라-에 도착했는지를 이해하려면, ... ... 다른 방향들을 무시하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밀어붙인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고려해야 한다.


19
15~16세기에 유럽인들은 빈 공간이 많은 세계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럽인의 제국주의 욕구뿐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이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빈 지도는 심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약적인 진전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세계의 많은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20
자본과 정치의 힘찬 포옹은 신용시장에서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어떤 경제가 지닌 신용의 양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이나 새 기계의 발명 같은 순수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체제 변화나 좀 더 대담한 해외정책 같은 정치적 사건들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1
소비지상주의 윤리가 꽃피었다는 사실은 식품 시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통 농업사회는 굶주림이라는 무시무시한 그늘 속에서 살았다. 오늘날의 풍요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만인데, 그 폐해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입는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22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값비싼 사치품에 돈을 흥청망청 썼지만, 농부들은 한 푼 한 푼을 아끼면서 검소하게 살았다. 오늘날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부자는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데 반해, 그만큼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자동차와 TV를 산다. 자본주의 윤리와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 부자의 지상계율은 "투자하라"이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계율은 "구매하라!"다.


23
점점 치밀해지는 국제적 연결망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서서히 약화시켜,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이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타이 국민들이 독립성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을지라도, 사실 그들의 정부는 독립적인 경제, 외교 정책을 수행할 수 없으며 혼자 힘으로는 전면전을 벌이고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도 확실하다.


24
3장 [제국의 비전]에서 설명했듯, 우리는 지구 제국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국 역시 그 국경 내에서 평화를 강제한다. 그리고 그 국경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25

사람들의 기대가 충족되었느냐의 여부, 쾌락적 감정을 즐기는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주된 질문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고대의 수렵채집인이나 중세의 농부보다 이런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을까?


26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7

만일 사피엔스의 역사가 정말 막을 내릴 참이라면, 우리는 그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데 남은 시간의 일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인간 강화' 문제라고도 불리는 이 질문에 비하면 오늘날 정치인이나 철학자, 학자, 보통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는 논쟁은 사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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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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