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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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인데 내전은 민주주의 국가만의 위기는 아니겠지만 국가 간의 전쟁을 제외하면 민주주의 국가가 처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인 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 글로벌 정책전략, 국제관계 당당 교수로 내전,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며 세계은행과 유엔, 미국국방부와 국무부에 적극적 조언을 하는 고문이자 미국 다수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전문 분야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또 현대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와 같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에게 상식적인 내용일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에 대부분의 내전 상황들을 시사 프로그램과 역사 대중서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저자의 시선이랄까 관점이 참 상식적이라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본서에서는 미얀마,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북아일랜드, 이라크, 우크라이나, 기타 등등의 다양한 국가들의 경우가 사례로 등장하고 이들 국가가 내전 상황에 빠진 이유를 종교, 민족, 인종, 계층 등 다양한 양식으로 인간이 차이를 인식하는 부분들에서 찾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내전 상황을 지나치게 된 이유를 정치적 역량과 사태 수습의 적절함에서 찾고 있다. 미국을 예시로 들면서 선진국에서도 인종 갈등 외에도 정치 성향의 차이까지 차이가 드러나는 다양한 부분들이 내전 상황을 초래할 여지를 자아내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이런 시각 이상의 대안 제시는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내전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부분에 주목했다는 의의 이상을 본서에서 찾기는 어렵다. 차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시선을 주목하도록 해 갈등을 증폭할 수 있는 정치가가 있다면 제3 국가와 개도국,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내분과 내란이 유도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갈등의 요소를 딛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대두된 정부가 있어야만 갈등이 해소되고 내전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 정도가 본서의 내용에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평등을 희구하지만 인간이 완전한 평등을 구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어디서나 불평등하다는 자각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체격, 외모, 운동기능, 지능, 예술성, 재치와 사교성 등 대부분의 조건을 맞춤해 인간을 디자인해 출시할 수 있는 유전자 기술이 등장해 인간이 평준화된다고 해도 그리고 경제 상황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조성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불평등을 인식할 것이다. 차이에서 열등감이나 자만을 느끼도록 인간은 춴천적으로 그렇게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모르겠지만 감정과 지성과 의식이 고르게 갖춰진 인간이라면 그리고 해탈 상태에 머물지 않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나 타자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이런 갈등은 법이나 윤리만으로 무마되는 것도 아니란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발전한 미래라면 이런 차이와 불평등의 인식이 내전이나 내분으로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되기는 한다. 하지만 짐작이 다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선조들도 현대의 우리가 이런 수준일 것이라 짐작하지는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인간의 속성이 드러나 차이를 인식하고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 밖의 타자나 타 집단을 향해 폭력성을 드러낼 때, 갈등의 증폭이 폭력으로 야기 될 때 우리는 전쟁이나 내전이나 내분이나 테러를 겪게 된다. 나 또는 우리와 타자, 타집단 사이의 갈등이 폭력 양상일 때를 우리는 테러나 전쟁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애초에는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되던 이들 간에서 벌어질 때 내분, 내란, 내전으로 지칭한다. 인간은 갈등 속에서 발전하는 존재이기에 이런 갈등 상황이 순조롭게 완만하고 포용적이며 문제 해소의 과정으로 순리적으로 이어지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나, 모든 갈등이 발전 지향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자는 살아 돌아올 수 없고 망해서 타국에 국가가 흡수된 상황은 이후의 향방을 아득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문제 해소의 완벽한 법을 알지 못하고 순조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주시하며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향방도 어디를 향할지 모를 것처럼 보인다. 타국가에서의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우리 역시 순조롭게 해소될 여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본서에 더 주목해야 하고 사유할 꺼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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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MBTI로 읽다
임수현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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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디페랑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와 함께 다가서게 되었다. 제목에 ‘MBTI로 읽다’라는 문장이 있기에 각 MBTI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상을 주는지 그리고 해당 MBTI에 사람들에게 감명 깊을 책을 추려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와는 다소의 오해가 있었지만 각 소설의 인물을 MBTI로 분석해 접근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저자에 대해서는 이미 검색을 거치셨을 것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한데, 많은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학력만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정계 경험까지 있는 데다 그 이후에는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너무 아름답다. 책을 선택하며 작가의 외모까지 논하거나 고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4차원 사기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장르별 독서법]과 [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은 솔깃한 책이다. 본서를 읽으며 MBTI라는 체계를 근거 삼아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 속 인물들의 심리와 욕동과 관계를 분석하는 저자의 명철함을 보면서 저자의 전작들에 대한 궁금함과 끌림도 일었다.

본서는 책 소개글과 소개 이미지에서 언급되듯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해설을 ‘작품 해제’로 담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하고 ‘MBTI 분석’이라며 주동 인물의 심리와 행위와 관계를 분석해 준다. 각 작품마다 인물의 역할과 관계와 심리가 간결하게 그래프로 주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문학 소개서들에서는 작품 해제 이후 줄거리 중심으로 해설해 주는 데 그치고 있는 것에 반해 저자는 주동 인물의 심리 유형를 분류하면서 심리와 욕동과 행위와 관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해 해설해 준다. 물론 더 깊이 있게 다가선다면 한 작품의 인물과 관계 분석만으로도 각 문학 작품의 분량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접근을 이런 분량에서 이 정도 수위의 깊이로 다가선 경우는 임수현 작가와 같은 경우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대표적으로 ‘청구야담’이나 ‘변신 이야기’처럼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작품들의 경우 인물을 특정짓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인상 깊은 인물 몇몇만 이런 분석을 시도했다. 이건 해당 작품만을 집중해 분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저자에 앞으로의 저작들도 기대되는 바인데 본서와 같은 심리분석에 기반한 작품 해설을 넓게가 아니라 인상적일 한 작품에만 집중해서 한다면 정말 깊이와 대중적 인지 차원에서 다른 저작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저자의 취향과는 다른지 모르겠는데 [의천도룡기]나 [천룡팔부]에 대해 저자의 접근과 같은 양식의 저작이 등장한다면 아니면 신필 김용의 전 저작들에 대해 임수현 저자의 접근과 같은 분석이 시도된 저작들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미친 듯이 히트하지 않을까, 베스트셀러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본서는 때때로 따분한 문학을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조금은 깊이 이해하며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책이지 않은가 하는 감상이 들었다. 나처럼 문학과는 소원한 성인이나 다양한 문학에 대해 어찌 접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다가서 볼 만한 저작이라고 권하고 싶다.

#서울대권장도서MBTI로읽다 #임수현 #디페랑스 #권장도서 #MBTI분석 #인물심리로접근 #인물이해 #인물로작품이해 @chae_seongmo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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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이다 : I AM THAT I AM -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라
네빌 고다드 지음, 홍주연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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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네빌 고다드의 신간인데다가 성경 문구 중 하나님을 가르키는 가장 유명한 영어 문장이 제목이라 선뜻 욕심이 간 책이다. 내 기억으로는 네빌 고다드의 책은 그의 가르침을 요약한 [네빌링](독서를 권하지 않는다. 네빌의 가르침은 그의 문장으로 읽어야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요약으로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다)을 제외하고는 [믿음으로 걸어라] 이후 본서를 읽었다. 감상을 남기자면 [믿음으로 걸어라]의 경우 기독교 가르침을 신사상적으로 해석해 이견이 다소 크기도 했으나 본서의 경우는 종교적 느낌이 행간마다 있기는 하지만 종교 해석 중심이 아니라서 더 독서에 부담이 없었다. 하나님을 자신에 대한 인식 또는 자신의 의식이라고 보며 기독교와는 명백히 다른 견해를 표방하고 있기에 신사상의 특징으로 해석되는 부분들에서도 종교 해석적인 부분에서의 거부감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책은 대부분 마음의 힘에 관심이 있는, 씨크릿 류의 가르침을 애정하는 이들이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정반대로 마음의 힘보다 자유의지는 없다. 인간은 숙명에 좌우되는 존재다라는 식의 견해를 지닌 사람들도 (그러고 싶다면) 자신의 견해를 타파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지 않은가 싶다.

 

네빌 고다드는 자신의 마음대로 이룬다는 것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자신에 대한 관점과 태도의 변화가 선행해야 될 것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한 편으로 자신의 뜻대로 다할 수 있다거나 마음 먹은 대로 다 된다는 것도 인간의 착각이라고 못 박고 있기도 하다. 마음의 힘을 논하는 책들 대다수가 마음만 먹으면 다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반해 그와 같은 가르침이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기도 해 의외였다. 어찌 되었건 네빌도 자신이 열망하고 가정(상상)하는 것이 현실을 불러오는 열쇠라고 말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대부분에 것들이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정의의 변화 곧 자기 인식의 변화가 자신에게 주어지고 나서야 자기가 만든 환경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자기 정의가 자기의 모든 것을 만든다’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라는 게 네빌을 비롯한 신사상가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는 하다.

 

그리고 소망하고 열망하고 이루려는 자체에 대한 지속감정의 역할을 논하기도 한다. “삶에는 한계가 없기에 궁극적 운명은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하나님을 인식하는 자체, (그가 말하는 하나님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의식이기에) 우리의 진정한 실체를 인식하는 자체를 운명이라 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궁극적 운명이라면 결국 한계 없는 자기 본성을 깨닫고 그를 느끼고 구현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경지나 상황을 이루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스스로 한정(규정) 짓는 것이고 그에 대해 이루는 힘은 지속하는 것만큼이나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 가정을 현실로 여기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여느 신사상 책들처럼 무언가를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결핍을 인식하는 것이기에 부족한 것에 주목하지 말고, 이미 이루어낸 상황을 가정(상상)한 이후 그 삶 속에 있는 것을 느끼고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네빌 고다드의 이 가르침은 이루는 데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본성을 바로 보는 상태와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삶이라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읽다 보면 대중 누구나 유년의 삶과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 그리고 성인 이후의 삶에서 자기의 바람만이 자신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의도와 의지만으로 나의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많은 분들이 경험하면서 사는 바일 것이기 때문에 반박과 이론의 여지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의 의지가 작용하는 경우도 익히 경험하면서 살기에 수긍되는 때도 많고 깊다. 결국에는 나의 영향력과 타인의 영향력이 충돌하거나 조화하면서 만들어지는 게 현실일 것이고 대부분 자신의 영향력이 더 크기를 바라기에 본서와 같은 신사상류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경우라면 다른 저자들의 책보다 네빌 고다드의 책이 제법 깊고 짙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네빌 고다드의 책은 심리학만 근거하지 않고 최면 효과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성과 영적 차원에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의 화법이랄까 강연 스타일은 대중의 깊은 목마름을 채워주는 힘이 있다. 그저 성경 말씀을 더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충분히 묵상을 거쳐 검증한 것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들어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권해도 좋을 책 같다.

#나는그것이다 #네빌고다드 #터닝페이지 #네빌링 #끌어당김의법칙 #형이상학 #성공법칙 #서평단 #도서제공 @turningpag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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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코드 -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
길종철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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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에 관심을 갖는다. 시나리오든 대본이든 소설이든 장르를 떠나 무언가 써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풀어내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싶으니 말이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창조해내고 싶은 마음이 만나 창작의 욕망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창작의 욕망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가고 싶은 바람과는 약간 다를 것이다. 그저 자기 현시욕이라면 창작이 아니라 더 손쉬운 길이 많으니까 말이다. 사회에서 자신을 인정받을 길은 많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인정받던 길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창작욕을 불태운다. 전문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생업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창작의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일까?

 

나로서는 이건 대화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자식으로서의 페르소나,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페르소나, 아버지나 어머니로서의 페르소나, 친구나 이웃으로서의 페르소나, 선배나 후배로서의 페르소나, 직업과 지위로서의 페르소나...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가면을 필요로 하고 그 가면과 함께 사람들과 대화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걸 떠나 더 깊고 진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의 발현이 창조성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찌 보면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며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은 바람이 창작이란 매개를 통해 이야기로 구축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도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드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는 스토리텔링의 주목적을 상대방(관객, 독자, 시청자, 청중 등)과 소통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라는 은유는 삶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인생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을 저자는 창작의 근본적 동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인생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고 설득력있고 몰입할만하게 만드는 법이 담긴 책이 본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 DNA의 네 가지 요소를 주동인물, 초목적(궁극적 목적), 반동인물(세력), 동기로 보고 있으며 스토리텔링의 3요소를 캐릭터와 플롯, 그 이면의 주제라 정의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의 관심, 주목, 집중,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에너지를 논하는데, 그게 갈등과 딜레마와 아이러니다.

 

본서의 부제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이다. 하지만 많은 작법 저작들이 있는 바에야 여기서 말하는 비밀도 비밀이라 하더라도 공공연한 비밀일 뿐일 것이다. 8가지라는 분류는 책의 목차를 좀 더 부각하도록 하기 위한 정의 같고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스토리 DNA와 스토리텔링의 3요소, 그리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에너지가 바로 저자가 하려는 작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를 위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변호인], [7번방의 선물], [서울의 봄], [범죄도시] 시리즈 등 대흥행한 천만 영화들이 예시로 쓰이고 부수적으로 국내외 흥행 영화들이 서술되어 있다.

 

위에 기술한 영화 가운데 내가 본 영화는 4편 정도인데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에 별로 끌리는 편이 아니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본서를 읽고 나서 영화를 인생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창작의 요소를 배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해석해낼 나름의 눈과 이해를 깨우치기 위해 한 번씩은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라는 은유가 삶을 담고 있다면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읽어내지 못하면서 창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무모하지 않나 싶다는 깨우침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작법서를 읽으며 가장 크게 일깨워진 것은 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본서도 창작을 위한 책이지만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읽어내는 인생 독해력을 더해 줄 거라 생각된다. 많은 분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생을 읽을 수 있기 위해 그리고 소통하기 위해 본서를 읽어 보려는 의지를 가지실 수 있었으면 바라게 된다. 다른 작법서들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천만코드 #길종철 #프런트페이지 #시나리오작법 #창작 #스토리DNA #스토리텔링3요소 #몰입에너지 #인생독해력 @frontpag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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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술 기초 체력 수업
노아 차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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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은 대중이 경험하기 가장 수월한 예술 분야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에 사람들은 전문지식 없이는 다가설 수 없으리라는 작은 두려움과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망설임과 부담감, 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중의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장애일 것도 같다. 클래식 음악은 그래도 듣는다는 게 그나마 큰 무리는 없다고는 하지만 이 시대에는 물론 과거는 더했겠지만 아는 게 없이 다가설 용기를 쉽게 낼 수 없는 분야가 미술이 아닌가 싶다.

 

그런 두려움과 부담감은 몇 권의 미술 분야 책을 읽고도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미술관에 걸음을 하지 못하게도 한다. 그런데 본서의 제목은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이다. 과연 본서를 읽으면 미술에 관한 전문소양이 있는 사람처럼 미술관을 거닐고 싶게 될까? 나는 그리 거창한 기대보다는 미술 이해를 위한 한 걸음을 딛게 되기를 바라며 본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의 경력 중 어느 대학들에서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되었는지나 어느 대학들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어디에 출연하고 강연을 펼쳤는지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여름이 되면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방학을 보냈다는 대목과 주로 관심을 가진 대목이 미술 범죄이며 미술범죄연구협회(ARCA)를 설립해 매년 여름 미술 범죄와 문화유산 보호 대학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2020년 삼성과 협업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도난당한 미술품’ 12점을 모아 전시했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저자의 저작에 흥미로운 부분이 더욱 짙게 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본서는 11개의 장으로 나뉘어 미술의 역사와 기법, 화가들과 그들 작품의 특징, 미술품의 복원과 보존, 그리고 미술품 도난 등의 범죄 사례, 진품의 판별 그 과정에서의 오류와 정정의 역사 등 다채로운 미술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다.

 

20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예술로 여겨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인 훌륭한가’, ‘아름다운가’, ‘흥미로운가라는 질문으로 예술의 정의를 시작하며, 마르셀 뒤상의 []으로 인해 현대 예술의 사조가 고대부터의 정의에서 일부 벗어나기도 했다는 이야기로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는 다시 선사시대 동굴 벽화를 이야기하며 인간의 예술 창조는 굶주림과 공포 가운데서도 시작되었다고 결코 배부르고 등 따신 이후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성은 핍박과 굶주림과 소외와 학대와 방치 속에서도 파괴되는 과정 속에서도 결코 사그라들기만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인간이 인식하는 과거의 첫 시절의 예술 활동인 선사시대 동굴 벽화는 그걸 무엇보다 강력하게 증거하는 듯하다.

 

작품의 개념과 그 개념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방식을 바사리는 이탈리아어 인벤치오네 invenzione와 디세뇨 Disegno로 대중화했다고 한다. 인벤치오네는 발명, 개념, 아이디어라는 뜻이고 디세뇨는 디자인, 그림, 계획을 뜻한다고 한다. 구상하는 것이 인벤치오네이고 물리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디세뇨인 것이다. 대중은 대개 감상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예술이 누군가의 감상을 목적으로 창조되는 것을 감안할 때 예술가의 창조는 대중의 감상이 있기에 완성되는 것이고 우리의 감상이 예술가에 창조의 목적을 완성하기에 창작자와 감상자는 예술을 완성하는 하나의 완성된 구조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의 생도 우리가 누군가가가 감상하라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 해도 분명 누군가에게 각자의 인식과 감흥에 걸맞는 감상을 주게 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까이 보고 실제가 드러나야 감상할 수 있는 생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본서는 예술과 감상에 대한 눈을 초반부터 안겨주려 노력하고 그로부터 30점의 작품을 통해 미술사조를 돌아보고 조각의 역사라는 장은 따로 할애하여 각 작품들을 통해 때로는 열정과 자극도 동원해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복원과 보존에 관한 설명과 미술 범죄에 관한 장은 미술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역동적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미술품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다룬 장은 효용과 가치를 중시하는 이 시대에 마치 맞는 접근 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장도 있고 결말에서는 미술의 미래를 논하는 장으로 마무리된다.

 

본서는 감상자의 눈을 갖추게 하는 데서 시작해 다양한 장르로 미술을 조망하게 하는 다채로운 서술을 선택했고 이는 아마도 다양한 독자들의 구미를 조금씩 각각에 맞게 만족시키는 저술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미술사 도서들만으로는 경직되어 미술을 알아가기 어려운 것 같았다는 독자들에게 조금은 더 다가서고 몰입하게 해 줄 책이 아닐까 싶고 그런 의미에서 권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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