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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신지학 제1원리
지나라자다사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9월
평점 :
오랫동안 소장만 하고 있던 책인데 신지학 주요 저작인 [씨크릿 독트린]이 POD 도서로 판매 중이라 구매하고서 신지학의 기본 지식을 알고자 이 책부터 읽어 봤다. [씨크릿 독트린] 첫 번째 권은 26일 즈음 도착할 예정이라 그전에 읽어 보면 좋을 만한 소장 도서가 본서와 [신지학 첫걸음]이었다. 신지학 도서들은 대부분 POD 도서라 마치 나만의 책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신지학에 대해서는 세월이라고 할 만큼이나 오래전에 [물질의 궁극 원자 아누]를 읽으며 관심이 생겼다. 어쩌면 신지학이 쌓이고 쌓인 의문들에 대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생겼었고 말이다. 본서를 읽기 전까지는 [물질의 궁극 원자 아누]에서 신지학의 일부 향기를 느껴봤을 뿐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본서를 완독하고 든 첫 번째 감상은 ‘그걸 누가 알겠는가!’ 였다. 신지학은 우주의 발생과 구조, 물질과 생물의 발생과 진화와 구조를 참으로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영혼의 여정과 단계까지 구조화할 정도이다. 이런 체계가 신지학이 태동하던 19세기 말에는 어쩌면 정답일지도 모를 학설이라고 받아들여졌구나 싶고, 이렇게 우주와 물질과 생명 그리고 영혼을 단계적으로 구조화, 체계화한 가르침이 과학의 발전도상에서 초기이겠으나 대중의 자부심과 기대치가 높던 당시에는 참 과학적인 사상이라는 감상을 주었을 것 같다. [오컬트 화학]과 그 프레임의 원류가 과학적 사변과 함께하게 되며 식자층의 믿음에도 불을 당겼으리라 생각되기도 했다.
신지학은 종교적 담론을 과학자의 언변을 보태 형이상학과 실증주의가 더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할 바탕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본서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대부분 신지학을 따르는 이들의 가르침에는 명상이나 마법이 동반된다. 이를 통한 신비체험에 실증이나 검증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분명 신앙(믿음)이 바탕일 수밖에 없는 가르침이 과학적 사변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지학의 성향이 과학에 친근한 사람들을 매료시키지 않았나 싶다.
신지학에 열광적인 사람들 가운데 마법 추종자나 명상가들 같은 영성주의자들 외에 과학도들이 흔한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본서의 후반부에 있는 [진화 속의 원리들]이라는 요약을 보면 과학적 사변성이 조금 드러나기도 해서 정리해 보려 한다.
[진화 속의 원리들]
1 신성한 의식은 생명(Life)과 물질(Matter)로 자신을 숨기고 있다.
2 형태는 생명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죽는다. 생명은 더 나은 유기체 형태로 돌아온다.
3 보이는 형태들, 보이지 않는 형태들 모두 속에는 기하학적 건축이 있다.
4 모든 것은 높은 곳에 있는 원형을 따라 만들어진다.
5 인간은 이기심을 통해 자신의 중심을 강화한다. 그는 자기희생을 통하여 자신의 중심으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6 신성한 생명은 더도 덜도 아닌 완전한 신성으로서 만물 -광물, 식물, 동물, 인간, 천사- 속에 존재한다.
보다시피 이건 신앙 차원의 문제인 것들이다. 하지만 물질 차원을 기하학과 오컬트 화학으로 접근하고 우주의 구조(그 가운데 태양계의 구조가 거듭 예와 원리로 언급된다)와 영적 성장의 과정이 함께 논의되며 영혼의 성장을 단계별로 체계화해 마치 이러한 공식이 창조의 원래 구조이자 근본 목표인 양 인식되도록 안배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류와 과정과 목표를 구체화해서 제시하면 사람이라면 이러한 원리가 진짜 내재해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미더움을 갖게 마련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매료시키는 경향이 깊은 가설이 신지학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화된 구조로 우주와 물질과 생명과 영혼의 단계를 인식하다 보면 대부분 목적의식을 갖게 되고 그러한 목표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식이 고양되는 영향을 받게도 된다. 신념에 찬 인간에게는 의혹과 흔들림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붓다가 언급하지 않은 과정과 단계라는 것이, 모든 영적 성취자들이 이것이 진리라고 선언하지 않은 단계라는 것이 19세기 말에 돌연 등장했다는 것이 의혹이 인다. 신지학의 원리들이 진리였다면 이제까지 그 숱한 영적 깨달음에 이른 이들은 왜 말이 없었다는 말일까? 그래서 하나의 종교단체에서 주장하는 하나의 도그마로서 다가올 뿐 진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매료되는 이들이 아직도 있을 만한 도그마! 나에게는 [신지학의 제1 원리]가 그렇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