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언어의 탄생과 추위의 정복

이 장은 제목과는 달리 불의 이용보다는 언어 탄생에 더욱 주목하는 장이기도 하다. 솔직히 불보다도 언어의 탄생이 더 몰입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는 도구의 발달과 집단생활로의 확장, 예술하는 인간으로의 진화 모두를 언어의 탄생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언어 없이 표준화된 도구, 동굴벽화, 구슬 등을 제작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하면서.

 

고생물학자들은 대형 짐승을 사냥하려면 고립된 인간이나 소규모 집단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한다. 또 더 큰 집단이 성립하려면 계급이 있어야 하므로 역시 언어가 필요해진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두뇌의 용적과 사회 집단의 규모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두뇌의 크기는 저자의 말마따나 사회적 지능과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사자는 언어가 없이도 집단 사냥을 잘하고 있다는 조지 샐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계급이라던가 서열은 아직까지의 학자들이 언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동물 세계에서도 흔하기 때문이다. 앞서 등장한 사자만이 아니라 늑대나 하이에나 등 무리 생활을 하는 포유류에서 서열이라는 계급 차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다못해 개미와 벌 등 곤충 세계에서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언어가 없는 침팬지나 비버 더욱이 까마귀 같은 조류의 일종까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짝짓기를 준비하는 조류 중 자기 집을 갖은 장식구로 인테리어하며 치장하는 사례도 있다. 집단생활과 도구 사용과 예술의 경우가 언어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예들이 아닐까?

 

그러나 과연 언어를 인간만의 발성에 대해 한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나는 묻고 싶다. 중국어의 경우 성조라 하여 말의 높낮이에 따라 하나의 발음이 여러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한국어의 경우 발음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눈이 겨울 철 내리는 눈인지 시각의 주체인 눈인지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같은 발성도 문맥의 따라 어의가 달라진다. “내 말 알아들어?”의 말과 저 큰 말은 종류가 뭐야?”의 말이 같은 말이 아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도 길이와 높낮이와 연결 순서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조적이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발성이라면 그것이 원시적이라 할지라도 발전의 어느 단계에 있느냐가 문제이지 언어인 것은 명백할 것이다.

 

또 무리 생활을 하고 집단 사냥을 하는 동물들이 사냥을 계획하고 사냥 상황에서의 상황 판단을 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사고를 공유하지 못하리라 보는 것도 다소 어폐가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사고는 또 어떤가? 암컷 고릴라에게 수화를 가르치자 자신의 어미가 죽었을 때의 상황과 정서를 피력해 나갔다는 사례는 유명하다. 게다가 그 암컷 고릴라는 꽃은 아름답다. 나는 꽃이다.”라는 수화까지 했다. 결국 그 고릴라가 말하고자 한 것은 나는 아름답다.”는 명백한 삼단논법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언어가 없이는 사고가 없다는 전제는 우리가 언어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한 것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우리는 어떠한 단어를 배우기 이전에도 자신의 특정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 답답해하다가 해당 단어를 배우고 나서야 미흡하지만 이런 표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어휘로는 표현 못 할 개념이나 심정을 느껴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동물들도 자신의 심정을 발성 못 해서 그렇지 복잡한 구조로 사고와 정서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해 보아야 하리라 생각된다.

 

언어는 더 세분화한 도구 제작과 사용, 조직 생활의 다분화, 사고와 정서 표현, 추상적인 사고의 명료화를 불러왔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집단생활과 도구 사용과 예술의 효시가 언어 탄생이라는 데는 공감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된 그림 그리는 원숭이와 코끼리들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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