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있는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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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 뇌 영상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의학자로서 닌텐도 두뇌 트레이닝시리즈의 감수를 맞기도 했던 전력을 가진 분이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뇌과학 분야 의학자라고 한다.

 

이 저작은 대부분의 일본 대중서가 그렇듯 큰 분량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밀도 높게 관련 분야의 정보를 전하고 있다. 상식적인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검증한 과학적 연구의 성과를 담고 있기에 상식이 증명되었다는 견지에서 신뢰가 더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독서의 뇌과학]은 독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주지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의 악영향과 대비하기도 하고 알츠하이머 환자가 독서 후 증세가 완화되고 유의미하게 치매 상태에서 벗어난 예를 들기도 한다.

 

뇌과학을 제목으로 삼은 만큼 독서가 뇌의 사고를 담당하는 배외측 전두엽과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 그리고 어휘를 담당하는 측두엽 하현 등 전방위적으로 뇌를 자극한다는 것이 초반의 검증이다. MRI를 통해 검증된 사항이라 반론을 크게 제기하지 않아도 될 만한 정보가 아닌가 싶다. 창의적 발상을 할 때는 배외측 전두엽 아래에 위치한 브로카 영역과 측두엽 하현의 기능이 활발해진다는데 독서 자체가 이 영역들을 자극하기에 독서만으로도 사고하는 부위인 배외측 전두엽을 비롯해 창의적 발상의 영역인 이곳들을 자극함으로 독서만으로도 사고와 창의적 발상을 다 향상시킬 수 있다.

 

입으로 읽는 것이 무엇보다 뇌 기능 향상에 효과적이라고도 하는데 짧은 낭독만으로도 기억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효과가 혹시 알츠하이머를 완화하는데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는 약으로는 알츠하이머 진행을 둔화할 수는 있어도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고 약을 써서 알츠하이머가 나았다는 보고는 전무하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의 연구로는 알츠하이머 환자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낭독을 시행하도록 한 결과 알츠하이머 진행이 완화되고 유의미한 회복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낭독이 가장 독서의 효과를 크게 보는 방법이라는 데 입으로 읽는 것만으로 뇌의 전 영역이 가장 크게 자극받는다고 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읽어주는 사람의 사고하는 뇌인 배외측 전두엽이 자극받을 것 같지만 마음의 뇌라고 하는 배내측 전두엽이 작용한다고 한다. 이 부위는 정서를 당담하는 부위라고 한다. 이때 듣고 있는 아이도 청각 영역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뇌라고 하는 변연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양육자와 자녀 모두의 안정감과 만족감이 커지는 행위가 책을 읽어주는 행위이며 당연히 양육자와 자녀 사이에 정서적 교감과 안정감이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는 스마트폰이 뇌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루고 있다. 태블릿PC도 그렇지만 이런 기기의 화면은 작으면 작을수록 뇌에 주는 악영향이 커서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뇌를 파괴한다고 해석되리만치 폐해가 컸다. 스마트폰 사용을 지속할 경우 사고하는 뇌인 배외측 전두엽의 기능은 중단되고 사고뿐만이 아니라 기억과 회상에도 악영향이 지대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이용은 이해와 기억과 회상 그리고 사유 전체에 막대한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저자의 연구 결과이다. 학습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마트폰 이용 자체가 기억을 막기 때문에 옛 방식인 사전 찾기 등이 오히려 기억에 유용하다고 한다. 저자의 연구 외에 나 개인적으로 찾은 정보에서도 기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7초에서 20초간의 지속이 중요하다는 정보가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단어를 찾을 때부터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7가 걸릴 일도 없기 때문에 확인한 단어가 기억에 저장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독서도 기기를 이용한 독서보다 종이책 독서가 유용하다고 하며 저자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이때는 연구보다는 독서가들의 증언을 기반하고 있기에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본서는 독서를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상식이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 확신으로 남는 경험이 될 저작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독서를 망설일 분들도 계실 듯하지만 앞서 말한 감상처럼 상식이 확신이 되는 경험으로 즐거운 독서를 이어나가시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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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트 - 타인을 지배하는 어둠의 최면 마인드해킹 시리즈 1
Dr.Z 지음 / 성숙한삶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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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최면 심화 단계 또는 대인 통제 기술의 하나라고 인식되는 개념에 대한 강의서와도 같은 책이다. 본서를 통해 저자의 가르침을 다 듣고 보면 휴먼 해킹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공학 기술과도 맥락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저자 자신이 스스로를 최면 계통에서는 상위 몇 %에 속한다고 자신하고 1만 시간의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리만치 저자의 긍지와 전문성이 드러나는 저작이기도 하다.

 

최면, 세뇌, 사회공학, 콜드리딩 등에 관심이 깊은 분들이 호기심 가질 만한 책이 분명하고 전문 용어들과 개념들이 쉽게 인지되지 않기도 하는 저항은 있지만 한 번 읽고 말 책은 아니기에 몇 차례의 독서를 더해 가면 흘러가듯 내면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로서는 [세뇌와 탈세뇌] 그리고 호오포노포노에 대한 저자의 저술들을 통해 저자의 깊은 전문 지식에 대한 신뢰가 있어 더 본서에 지식들이 궁금했다. 내가 처음 이런 가르침들에 관심이 깊어진 이유는 초딩 시절부터 최면에 관한 책을 읽으며 누군가로부터 최면당하거나 세뇌가 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공학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부터 그 두려움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타인에 의해 내 의지를 통제당하는 경우의 수를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본서와 같은 류의 가르침들을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자의 저작들을 접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저자의 가르침들은 최면에서 시작해 마법 계열에 이르며 영성 체험 전반을 아우르는 규모였다.

 

본서의 내용도 최면 테크닉을 이론적으로 담기도 했으나 또 실행 가능하도록 설명한 책이기도 하다. 그 가르침을 체화하는 양식으로 선도와 토마베치 기공술 그리고 레이키를 담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가르침 전반에서 호오포노포노나 끌어당김의 법칙 같은 현실을 제어하는 마음의 힘 같은 느낌도 있고 사회공학의 양식이라고 느껴지는 대목들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양식들의 바탕은 모두 인간 심리의 이해와 심리에 대한 제어의 기법들이기에 당연히 저자의 가르침들에서 심리학과 최면과 영성의 기운이 아울러 인식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 않나 생각된다.

 

저자는 이론이 아닌 일상에서 적용되는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기법을 선호하고 있고 그것이 본서에서 가르치는 기법들을 선도와 기공, 레이키의 양식에 더해 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계열의 가르침들에 목마르신 분들 가운데 다양한 교육 세션과 대학의 전문적 과정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저자분의 여러 저작들이 상당히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모든 과정을 마치신 분들이 자신의 이해를 돌아보는 차원에서 읽어보아도 좋을 저작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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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
로버트 러프킨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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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정말중요한]으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가 부제이다. 제목과 부제에서 직시되듯 기존의 임상 의학에 실제 적용되는 의학 이론과 치료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는 내용이다. 보수적인 분들에게는 그렇다면 기존의 의료 기준과 의사들은 모두 돌팔이란 말이냐?’라며 발끈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대중 언론에서도 이미 우리가 흔히 찾는 임상의들이 적용하는 치료법들이나 처방약들이 기존에 30~40년 또는 그 이상 사용되어 오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신약 사용에 있어서도 보수적이라 오랫동안 검증되어왔다고 인식되는 의약품들의 복제약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 처방이 일반적이라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란 걸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은 본서의 주장과 정보가 거부감만 가지게 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실 것이다.

 

대체의학이라는 분야에서 역시 기성 의료체계에서 다년간 활동하시던 의사분들이 진로를 바꾸어 환자와 만나는 경우가 많다.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계열 국가들에서 출간되고 한국에도 번역된 (기성 의학 체계와는 다른 치료체계를 전하는) 대체의학서들의 저자들을 보면 다들 기존 서양의학의 임상의셨던 분들이 저술하신 것들이었다. 예전에 출간 소식을 우연히 듣고 소개글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분량이 부담스럽고 전문적인 내용 같기에 선택하지 않은 대체의학서가 있었는데 그 책의 저자분도 기존 서양의학의 임상의셨던 분이었다. 많은 의사분들이 기존 임상의학에서 불만족이나 불완전함을 느끼고 전향하시기도 하는 것이다.

 

모두 기존 의학의 불완전한 면이 없지는 않다는 걸 직감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기존 서양의학을 완전히 신뢰하기만 해서는 차도가 없을 질환이나 증상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에 이에 대해 언급한 책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본서의 저자분은 의사이고 저자분 어머니는 전문 의료 영양사셨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아버지께서는 고혈압, 통풍성 관절염, 이상지질혈증, 당뇨 전 단계로 돌아가셨고 저자 역시 수년이 지나고 나서 같은 네 가지 질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 경험이 계기가 되어 저자가 기존 의학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게 되었고, 의료 탐사보도를 하는 친구의 도움과 영상진단의학을 전공해 여러 질환에 대한 상식과 징후를 눈으로 보아 아는 저자의 특징이 더해져, 기존 의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그릇된 통념과 상식에 대해 지적하고 정정하는 본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200편 이상의 평가논문과 14권의 저작을 집필한 의학 전문 저자이기도 하며 의학 교과서를 집필한 현직의사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기존 서양의학 상식에 배치되는 치료법을 상담으로 전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질환을 대체의학적 시선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가 자신이 의대에서 가르친 대로 살았더니 내 건강이 망가졌다는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 다른 대체의학 연구로 전향한 임상의들보다 더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본서에서는 신진대사, 비만,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 알츠하이머병, 정신건강, 수명 등 10가지의 질환이랄까 스펙트럼(정신 의학은 다양한 질환을 다루고 있기에 스펙트럼이라고 했다)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신진대사의 이상을 초래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면 인체가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는 주제가 근간이며 기존 의학에서 한 질환의 한 요인을 대상으로 처방하여 집중해 치료하려는 치료 방법이 오히려 병의 치유를 더디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걸 임상 경험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장인 12장의 건강설계에서는 그 전 장들에서 줄곧 언급한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오히려 병원에서 얻은 질환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건강 유지의 비결과 질환 치료의 방법은 단순명료하기도 해서 실천하기가 너무도 쉽다. 어제 다 읽은 책인데 나는 이미 조리에서 사용하는 기름과 식습관을 바꾸었다.

 

저자가 저술한 내용들이 너무도 명쾌하고 명료해서 독자가 불신할 대목들이 없으며 어렵거나 비싼 치료법을 제시하지도 않기에 일상에서 실천하기 너무도 적절해 보인다. 자신이나 가족 또 친지의 건강 문제가 있는 분들과 평소 건강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진 분들은 누구라도 상식 차원에서 읽어보시라 권해도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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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음치유 상담소 - 오래된 불안, 자기비판과 작별하는 곳
애니 짐머만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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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선물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마지막 달에 선물로써 찾아온 책이다. 북 레터와 함께 온 책으로 편집자께서는 곁에 두고 천천히 읽을 책으로 권하고 있기도 하다. 독서 후에 느낀 바로도 빠르게 읽기보다는 충분히 여유롭게 읽어야 이 책 속의 마음치유 상담이 일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여겨졌다.

 

저자는 심리상담가로 내담자와의 상담도 있지만 온라인으로도 상담을 이어간다고 한다. 본서에는 저자 자신의 심리상담 사례를 가상의 인물들로 각색하여 여러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이 책의 삼담은 정신분석학에 입각한 상담들로 그로부터 마음치유의 과정을 써나갔다.

 

정신분석은 과거의 좌절과 억압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분야라고 알기에 자신의 과거에서 현재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마음치유를 갈구하는 분들에게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본서는 Part1Part2로 나뉘고 Part1은 나를 이해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면 Part2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이다. Part1에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이해한다는 것을 담론하고 우울, 불안, 트라우마, 중독, 자기비판을 다루고 있다. Part2는 관계를 시작하기 전, 관계를 시작할 때, 관계를 유지할 때, 관계가 끝날 때의 4가지 단계로 관계와 관계에서의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

 

심리학이나 마음치유에 관심이 있어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학설과 개념들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가상의 상담 사례로 흥미를 유도하고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는 문제에서 벗어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문제와 관계에서의 문제를 여러 구도로 전하고 있다 보니, 이 책에서 다루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분석과 치료를 다루는 책들이 많기에 본서의 내용이 간략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 중 이런저런 문제들을 느끼고 있던 분들에게 자각과 인식에서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어느 정도의 대안을 제시하기에, 자기 문제를 객관화하도록 도와 이후 다른 대응을 할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 관계에서의 문제를 스스로 자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또는 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더움을 가지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의뢰인이란 말보다 환자라는 말을 돌봄의 의무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 선호한다며 책 전반에 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말로는 의뢰인도 환자도 아닌 내담자라는 표현이 더 낫지 않나 싶다. 대화가 필요해 대화하러 온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본서를 통해 상담치유를 결심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도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되고 내담자가 되어 상담치유사에게 또는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받는 건 불편하다 싶은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도 이 책과 같은 책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신분석학에서 큰 궤적을 남긴 여성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심리치유를 할 수 있다고 가르쳤고 그러한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좀 더 자기 치유에 다가서는 길을 원하는 분들이라도 꼭 상담치유가 아니라 대중서인 본서와 같은 책들부터 시작해 깊이 들어서며 치유의 순간을 맞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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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 인간 - 단순한 회복을 넘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회복탄력성의 힘
알리아 보질로바 지음, 손영인 옮김 / FIKA(피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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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외상 후 성장에 대한 책이리라 짐작하고 읽게 되었다.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건 책의 소개 카피인 단순한 회복을 넘어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회복탄력성의 힘이라는 문구도 오해에 한 몫을 했지 않나 싶다. 독서 후 저자가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Resilience , 회복탄력성으로 주로 번역되는 회복력이지 외상 후 성장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나눈 장들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인식, 소속감, 호기심, 추진력을 회복력의 주요 구성 요소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에디스 시로의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에서도 언급되는 외상 후 성장에서도 중요히 다루는 요소들이지만, 저자의 서술 전체에서는 외상 후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감상보다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해 과제를 수행해내는 힘에 관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뉴질랜드 특수부대에 장교로 근무하며 군인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에서 빠르게 회복하여 과제를 완수하는 과정을 보며 심리학자로서 강력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접근하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보인다. 가장 인상적이던 사례가 가장 친한 친구와 대화 중이던 상태에서 적이 난입해 친구인 다른 병사를 죽이고 그 적도 치명상을 입었는데 친구가 죽는 걸 바로 눈 앞에서 감당한 병사가 그 상황에서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그 적을 치료했다는 내용이다. 이 군인은 이후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보이며 다음 업무들에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회복력이라는 것은 이렇게 트라우마 상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완전히 무너졌다가 다시 회복하며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상태로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성장이나 성숙이 아니라 업무 수행에 영향을 주는 진행력 다시 말해 일종의 추진력인 것이다. 일상적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회복력과 외상 후 성장의 차이가 와닿지 않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다면 어느 날 자기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여성의 집에 여러 범죄자들이 들이닥쳐 이 여성에게 처참한 폭력을 사용하며 윤간하고 나간 상황이라고 치자. 그 일이 있은 직후 여성이 넋나간 듯 있다가 욕실로 가 씼고 나와 바로 출근을 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회복력이자 억압이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겪고 난 직후 여성이 삶의 의미를 잃고 괴로워하며 사람들과 만나는 자체를 두려워하며 세상을 떠나버렸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여성의 사연을 접하고 이렇게 있지 말자 나만큼 고통스럽고 나처럼 쓰러진 여성들을 위해 힘을 내자며 성폭력 피해 여성단체에서 피해 여성들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이 트라우마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사회가 피해자들을 2차 가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리고 힘을 다한다면 이건 외상 후 성장이다. 회복력이 있는 이는 강해 보이지만 기존의 위험을 드러나지 않게 미뤄두거나 살짝 보강해 대응한다. 외상 후 성장을 이룬 사람은 기존의 가치관, 세계관의 탈바꿈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리모델링 정도가 회복력이라면 허물고 축대와 골조부터 새로 지어올리는 것이 외상 후 성장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물론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것도 주제에 약간은 담고 있지만 빠르게 일상적 상태로 돌아오고 성과를 내는 데에 주력해 서술하고 있다. 세상이 전쟁터라면 부서져 괴로워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줄 입장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괴로움으로 가득찬 나날도 거치는 것이 인생이다. 아프다고 자각하고 아프다고 소리칠 순간이 주어지면 손실이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한 회복력 저작은 인간으로서 이해하기는 다소 난해하지 않나 싶다.

 

본서의 내용은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일 때는 적용할 만하다. 그러나 완전히 부서져 세상을 버리고 싶은 순간에 적용하기는 난감하다. 이 책대로 하자면 그런 붕괴와 파괴의 순간에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만이 작용해 아주 오래 정신적 타격이 지연되며 장기 트라우마 상태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이 책은 일상의 소소한 괴로움 정도가 있는 스몰 트라우마인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매뉴얼이 될 수는 있어도 트라우마로 당장 모든 게 무너진 사람에게는 권할 만하지 않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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