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도시 2 - The Border City 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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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내 불편해야 했다. 그건 내 자신에 대한 것이다.
송두율교수가 이땅에 와서 뜨거운 논쟁의 와중에 있을 때, 나 역시 이 땅에서 숨쉬고 살고
있었고, 그가 떠난 후에도 이 땅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증언하는 얼마되지 않는
그 시간을 송두리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관람자의 시각이상을 가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때 송두율 교수 편을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간 것이다. 결국 그 시대를 증언한 사람은 송두율 교수 자신과 이 영화뿐인것 같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아직도 집단적 반공이데올로기에 맹목적인 이 사회였고, 철학자
이전에 인간에 대한 실존적 기록이었으며, 좌나 우나 하나의 인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
했던 집단적 광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몸 속에 배어버려 이제는 있는지도 모르는 맹목적
자기 검열이었다.  

어느새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쟁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그리고 사형제도는 다시 부활하려
하다. 보호감호제도도 부활하자고 한다. 집권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겠다고 난리다.
어느새 우리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어디까지 후퇴하고 있는지
가늠하지도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불편한 물음에 답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 일어났고 계속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저 묵묵하게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제 기억하라고 한다.
맹목적 광기의 그 집단적 광태를 기억하라고 한다. 그건 지금의 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
보라는 이야기다.  

37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경계인에게 조국은 흑아니면 백을 강요한다. 그러한 강요가 싫어
외국에서 37년을 체류하고 살아온 사람에게 그 기나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향하라고
강요한다. 무엇을 전향할까? 이곳도 저곳도 속하기 싫어 경계에 살아온 사람에게 이 땅에서
살려면, 경계를 버리라고 한다. 경계는 회색이고 회색인은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이 땅에서 살려면 확실하게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경계인이
아니다. 그건 적이다. 같이 살 수 있지만, 적이다. 그걸 인정해야 이 땅에서 살 수 있다.  

9차례나 조사를 받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보여주는 진보진영의 모습도 가슴 아프긴 마찬
가지다. 그들은 이 땅의 운동을 위해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송두율교수에게 무엇을 요구 했
던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라고 응원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양심을 버리고 전술적으로
사죄하라고 한다. 그가 지켜온 인생의 가치와 사상의 편력이 이 땅에서는 경계인으로 살아
남기위한 전술적 가치보다 더 하잘것 없는 것이었다.
결국, 언론에 두들겨 맞고 친인들에게 쓴소리 들어가며 전향서의 이름이 붙지 않은 전향을
발표하고 송두율은 구속된다. 그리고 세인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면서 그는 싸음을 진지
하게 진행한다. 훈수두는 사람들 없이 홀로 고독하게.... 

어쩌면 파국 앞에서 두려워서 갈팡질팡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구속된 이후에
담담하게 자신을 돌아봤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싸움끝에 그는 독일로 돌아갔다.
그의 조국 방문이 남긴 것은 아직도 이 땅은 기본적 자유가 억압되어 있고, 그 실체는
아직도 건재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그 억압의 기재는 스스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 언론을 믿지 말고 특히 보수언론을,,, 그리고 진보적이라면서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의제를 잘 선정하지 못하는 진보언론을....

믿어야 할 건 양심이 시키는 자신의 의지다. 그는 초반에 의지의 싸움에서 패배했으며,
마직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이겨냈다. 국가보안법을 상대로 한 상처투성이의 승리였다.
변한 듯 변하지 않고 후퇴해버리는 우리의 자화상이 끔찍해 보이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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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3-2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려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개봉한 곳이 많지 않을텐데.

머큐리 2010-03-22 13:43   좋아요 0 | URL
이 영화땜시 처음으로 이대로 들어갔다능~ 이대 안 모모에서 상영하고 있어요 시간되는대로 오이지군하고 꼭 보시길~~ ^^
 
페어러브 - The Fair Lo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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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보다 그 존재를 흔드는 힘이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자신의 존재적 흔들림을 감수하고 특정한 타인과 소통하고자 열망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존재의 흔들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나이나 국적이나 인종적 차이에 따른 차이가 존재할까?
난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사랑은 그 차이를 지우는 폭력적인 행위라고 본다.
자신도 모르게 갈등하면서도 이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마술적인 힘 앞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행복하거나 절망하거나 도전하거나 패배한다.   

부녀지간이라 해도 될 나이 차를 가진 두 남녀의 사랑은 그래서 애틋하다.
사회적 인식의 차별이 두렵고, 나이가 두렵고, 살아갈 미래가 두렵다. 그럼에도 둘의 사랑은
아니 그렇기에 둘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과 비교되고, 일반적인 사랑이 드러내지 못하는
지점을 포착해 낸다.  단순하게 끌림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존재를 걸어야 하는 것이
사랑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것에 대한 부정이어야 하며,
친한 지인들과의 관계마저 파탄에 이를 수 있는 모험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끝임없는
의혹에 대한 점검이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이다.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욕망(욕정이 아니다)
을 투영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은 시작된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보편적인
함정이다. 다만, 세대차이가 심하게 나는 두 사람의 갈등은 특이점은 서로에 대한 미래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미래를 설계하기에 남자는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고
여자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오십이 넘도록 사랑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노총각(?) 형만은 카메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평범한 기계공이다. 그는 기계속에서 부품과 부품과의 관계는 알아도 살아 움직이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툴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 별것 없고 그저 착실하게
살아가기만 고집하는 그에게 친구의 딸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되버린 남은이란 존재는
그의 삶과 인생에 대해 무지막지한 쓰나미와 마찬가지의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삶이 변화하길 바라는 남은은 사랑하는 사람과 무언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
하지만, 형만은 현실적인 문제를 들먹이며 주저한다. 사랑하지만 두려운 것이다.
남은과 미래를 설계하기엔 그는 이미 너무 늦었고...그럼에도 사랑은 그를 가만히 안주
하지 못하게 한다.  

당돌한 아가씨 남은... 아빠의 친구를 오빠라고 부르고,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이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사랑에 있어서만은 형만 보다 노련하고 용감하다. 하지만 사랑이란 서로의 차이를
지우는 마법인 법... 둘의 인생의 차이나 나이의 차이나 경험을 차이를 넘어서 사랑하는
사람들 그 본연의 설레임과 수줍음과 아픔과 희망을 이야기 한다.  



둘의 사랑이 어떻게 될까? 그런데 사랑에서 결말이 중요한 것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그 둘의 사랑이 얼마나 애타며, 질투하게 만들며, 아프고, 또 행복함을
이야기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것.
여기서 둘의 사랑이 이루졌는지 둘의 미래가 함께 되는지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평생을 살면서 가슴 시리게 어느 한 사람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 주는 행복아닐까....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사랑이 주는 행복을 참 이쁘게 담아냈다. 

역시 국민배우 안성기... 그리고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부터 좋아했던 이하나의 깜직한
매력 역시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면 이유다 . 
그리고 영화 속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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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1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현실에서 일반 소시민 남자가 저런 사랑을 하고자 하면 원조교제라고 욕먹지요.저런 나이차가 있음에도 주위에서 인정받으려면 남자가 월등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되지 않을까요?

머큐리 2010-03-11 08:40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그래서 주인공도 많이 갈등했었구요...하지만 획일적 보편적 시선의 폭력까지 감수하려는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았구요. 사랑 역시 돈과 지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아직은 세상이 조금은 낭만적이지요...ㅎㅎ
 
밀크 - Mil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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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밀크....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없는 나는 이 사람을 영화를 통해 알게되었다.
영화는 밀크의 녹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암살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되는 그의 투쟁에 대한 증언을 녹음하면서 영화는 밀크의 생애 마지막 8년의 도전과
사랑과 행동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40세가 되기 전까지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한 남자가 애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1970년의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히피
문화가 살아있고 그나마 게이들이 살기에 적합한 지방이였고, 밀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로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땅이었다. 게이바는 수시로 경찰에게 참탈
당하고 게이들은 변태이자 변종 취급을 받고 있었고, 애인과 함께 길을 걷던 사람이 살해
되도 게이라는 이유로 수사마저 편파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본 밀크는 정치적 운동의
필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시의원에 출마한다.  

3번의 낙선을 겪고 나서야 1977년에 시의원에 당선된다. 시의원에 당선된 시점은 당시
동성애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이었고, 동성애자는 교사로 취임하는 것을 규제하
려는 법률를 저지하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리고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밀크는 소수자들
을 대변하는 정치가로 성장하게되지만.....

영화 중간 중간에 당시 시대를 담은 기록필름들이 삽입되어 있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고 다큐적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감독이 소수자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다. 밀크가 시의원에 당선되기 위한 선거운동의 주요 의제는
 게이뿐아니라 노동, 노인복지와 청소년 교육, 장애인복지정책 그리고 자신과 같이
차별받는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였다.


스스로가 차별을 인식한 소수자였기에 그가 제기한 정치적 이슈가 바로 그의 왜곡된
삶을 고치기 위한 투쟁이었다. 몇명의 애인을 자살로 몰아간 사회적 편견과 그에 대해
맞서지 못한 자신의 뼈저린 아픔이 그를 행동으로 이끌고 간 이유였다.
그건 삶에서 자신이 더이상 희생당하지 않겠다고 결의함으요...더불어 사회가 가하는
폭력에 대해 더 이상은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사명이었다.

다정다감하며 섬세한 하비 밀크를 연기함으로 숀펜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밀크를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한다는 것... 대단한 배우임에 틀림없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동성애적 차별과 편견이 무척이나 심하고 그에 따른 왜곡과
편견이 판치는 나라에서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상당할 것인데...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아쉽다.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편견에 맞서 그들은 환자도 정신병자도 아니며,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그의 외침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는 대중들에게 연설할 때 항상 이렇게 인사했다고 한다.  

"저는 하비 밀크입니다. 여러분을 동지로 모십니다..."

이 인사에 손을 내밀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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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3-0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저도 봤는데 완전 감동에, 또 감동. 이런 삶을 살야아 할 텐데...

머큐리 2010-03-01 17:55   좋아요 0 | URL
ㅎㅎ 보셨군요.. 이 영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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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주제를 알콩달콩 풀어나가는 재주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란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되는 존개이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대와는 다른 소소한 즐거움외엔 별 할말이 없는 영화다.  
우리에게 대통령이란 냉혹하고 차가운 사람이며, 사람들에게 군림하고 사람들에게 명령
하는 존재일 뿐이다. 국가를 대표하면서도 국민과 각을 세우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다. 왜?  

제한된 간접 투표로 선출되지만, 이 한정적인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위임을 받아 통치권을 행사한다. 더불어 통치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동의하에서 이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 해방 후 대통령들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으며, 정적을 제거하는데 권력을 남용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정적에 대한 집요한 복수는 관례처럼 되풀이되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다. 왜?

대통령도 집에가면 좋은 가장일 수도 있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내일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검열과 통제 속에 꾸며지고 각색된 이미지만 국민들
에게 떠돌아 다닌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니 단순한 사실인지도 그들에 대한 인의 장막
속에서 알 수가 없어지고 다만 대통령이라는 기표만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대통령도 평범한 인간임을 강조한다. 로또 당첨에 고뇌하고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대톨령보다 아내로서의 갈등에 괴로운 평범한 사람이 강조된다
왜?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과 정치적 보복이라는 화두가
떠돌던 시점이었고,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쳐나가 촛불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영화속의 대통령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대통령과
틀리다. 그것도 천지차이로 틀리다. 그것은 영화는 결국 자신이 꿈꾸는 꿈의 스토리를
마음껏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결국 꿈의 공장이니까.... 

영화속의 대통령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너무나 인간적이므로 대통령 같지가 않다.
현실의 대통령이 영화와 같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탄핵이나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든다. 그러나 낭만이 지나치다 보니 무언가가 사라졌다.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낼 수 있는 정치 얘기는 사라지고 주변의 뒤틀림과
조소만 가득하다. 그러나 그건 그냥 배경일 뿐이다. 뒤틀림과 조소로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하려 했다면... 그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라는 영화가 있다. 마찬가지로 로맨틱 코메디로 분류해야 할 듯한 영화인데
낭만적이지만 미국 정치의 흐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겸비되어 있어 웃고 즐기는
사이에 미국 정치에서 실종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점이 있었다.
같은 형식과 같은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임에도 정치와 무관한 대통령을 담아낸다는
사실 하나로도... 아직까지 무언가 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색깔을 담아내기에는 무언가 부담스러웠을까?

모르겠다. 만일 지금의 정권이 아니라면, 그냥 만족스럽다고 평했을지도... 아무리
영화가 꿈을 담는다지만, 현실과 상관없는 꿈이고 그냥 바라는 이상향만 그려냈다면
무언가 무책임하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그렇다는 얘기다.
잔잔하게 웃음도 감동도 주는 영화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버려 안타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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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좋았는데요, 무척. 정말 장동건이 대통령 했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 '')

L.SHIN 2010-02-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덕분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형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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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배우를 보는 경우보다는 감독을 보는 경우가 좀 더 괜찮은 영화를
볼 확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송강호라는 이름은 그냥 내 발길을 극장으로 이끈다.
이제는 좀 식상할 만도 할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툭툭 내뱉는 대사들 하나하나는
어쩌면 이 새대를 살아가는 중년들이 항상 뱉어내는 말이라 그런가?

밥벌이를 위해 간첩을 잡는 일에 투철한 국정원 요원과 남파되어 임무를 완료하고 북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픈 간첩이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만나서 벌어지는
영화의 스토리는 일상 속에서 남과 북의 관계를 그대로 투영하는 듯 해서 그리 만만하게
볼 액션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버린다.  

두 사람은 체제 대립 상 어쩔 수 없이 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이다. 그럼에도 그 둘에겐
공통점이 있다. 국정원 요원인 한규(송강호)는 일에 치여 가정을 돌보지 못해 아내에게
이혼당한 서글픈 이 시대의 가장이고, 지원(강동원)은 국가의 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일련의 사건으로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둘 다, 돌아갈 곳이 없이 떠돌이로 지내야 하는 신세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국가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실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둘 사이의 긴장은 남과 북의 정세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일상의
자잘한 흐름도 국가의 정책과 전혀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결국 체제가 갈라져 다툼이 심할수록
피해는 일반 국민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지난할 수 밖에 없다. 서로를 경계
하고 이용하는 사이에서 신뢰란 싹틀 수 없는 것이다. 일상을 같이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바로 이해하게 될 때, 신뢰란 싹이 트는
것이다. 이것 역시 남과 북의 관계와 동일하다.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있어야 긴급한 상황(?)에서도 관계가 유지됨을 보여준다
는 점에서 이 영화의 미덕이 살아 남는다. 그 이해와 신뢰는 자신이 충성하는 조직의 논리
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더 큰 위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결국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킬러로 등장하는 '그림자'가 하는 말 "너무 낭만적으로 본다"는 대사는
혁명이나 배신자들에 대한 단호한 응징의 의지를 나타내지만, 결국 낭만이 빠지 혁명은
그저 피냄새 자욱한 사건일 뿐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과연 역사는 낭만을
허락하는지... 어쩌면 그 피비린내가 역사를 여기까지 움직인 동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피냄새를 지우고 함께 공존하기를 원한다고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그럼에도 피냄새를 지우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과 북에 대한 관계 뿐 아니라, 이 땅에서 근로하는 외국인들의 처지와
실상을 매우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도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과연 인간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은 사실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사람을 화폐로 등가시키는 이 사회의 무지막지 함에
대한 항의도 종종 드러난다. 
한철의 대사에서 드러나는 극우적 발언들 속에서 묻어나는 이 나라 보수들의 정서 역시
날 것으로 드러난다. 부정적인 모든 것을 내부의 문제가 아닌 제3자에게 씌우는 반공이데올
로기는 영화로 봐도 썸찟하기만 하다.  

'그림자'가 물어보듯이 과연 낭만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
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 영화는 낭만의 승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영화 마지막에
난 그 승리를 결코 예감하지 못한다. 낭만적으로 보기에 역사는 너무 냉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낭만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때론 쓸쓸하고 때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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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1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 강동원이 이번 영화로 엄청 많이 배웠다...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존재가 송강호때문이고요..^^

머큐리 2010-02-17 17:37   좋아요 0 | URL
송강호...삶인지 연긴지 헷갈리는 진정한 배우죠..그쵸??
강동원의 슬픈 눈빛은 정말 찡~하던데요..ㅎㅎ

순오기 2010-02-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걸 볼까~ 하다가, 울고 싶어서 하모니를 봤어요.
덕분에 실컷 울었더니 정화된 느낌이에요.^^

머큐리 2010-02-17 17:31   좋아요 0 | URL
너무 우는 영화는 쫌...그런데 말입니다..보신 분들은 다들 추천하는 그 영화를 보셧군요..^^

novio 2010-02-18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적 요인에 의해 피치못할 사연을 만드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있길 빕니다. 그리고 환경에 의해 파괴되는 내용을 정확하게 글로 옮긴 이 글, 정말 훌륭합니다.

머큐리 2010-02-18 10:09   좋아요 0 | URL
이런 글 쫌 몸둘바를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혹 외국에서 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