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도시 2 - The Border City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내 불편해야 했다. 그건 내 자신에 대한 것이다.
송두율교수가 이땅에 와서 뜨거운 논쟁의 와중에 있을 때, 나 역시 이 땅에서 숨쉬고 살고
있었고, 그가 떠난 후에도 이 땅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증언하는 얼마되지 않는
그 시간을 송두리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관람자의 시각이상을 가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때 송두율 교수 편을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간 것이다. 결국 그 시대를 증언한 사람은 송두율 교수 자신과 이 영화뿐인것 같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아직도 집단적 반공이데올로기에 맹목적인 이 사회였고, 철학자
이전에 인간에 대한 실존적 기록이었으며, 좌나 우나 하나의 인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
했던 집단적 광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몸 속에 배어버려 이제는 있는지도 모르는 맹목적
자기 검열이었다.  

어느새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쟁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그리고 사형제도는 다시 부활하려
하다. 보호감호제도도 부활하자고 한다. 집권당이 사법부를 길들이겠다고 난리다.
어느새 우리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어디까지 후퇴하고 있는지
가늠하지도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불편한 물음에 답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 일어났고 계속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저 묵묵하게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제 기억하라고 한다.
맹목적 광기의 그 집단적 광태를 기억하라고 한다. 그건 지금의 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
보라는 이야기다.  

37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경계인에게 조국은 흑아니면 백을 강요한다. 그러한 강요가 싫어
외국에서 37년을 체류하고 살아온 사람에게 그 기나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향하라고
강요한다. 무엇을 전향할까? 이곳도 저곳도 속하기 싫어 경계에 살아온 사람에게 이 땅에서
살려면, 경계를 버리라고 한다. 경계는 회색이고 회색인은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이 땅에서 살려면 확실하게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경계인이
아니다. 그건 적이다. 같이 살 수 있지만, 적이다. 그걸 인정해야 이 땅에서 살 수 있다.  

9차례나 조사를 받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보여주는 진보진영의 모습도 가슴 아프긴 마찬
가지다. 그들은 이 땅의 운동을 위해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송두율교수에게 무엇을 요구 했
던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라고 응원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양심을 버리고 전술적으로
사죄하라고 한다. 그가 지켜온 인생의 가치와 사상의 편력이 이 땅에서는 경계인으로 살아
남기위한 전술적 가치보다 더 하잘것 없는 것이었다.
결국, 언론에 두들겨 맞고 친인들에게 쓴소리 들어가며 전향서의 이름이 붙지 않은 전향을
발표하고 송두율은 구속된다. 그리고 세인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면서 그는 싸음을 진지
하게 진행한다. 훈수두는 사람들 없이 홀로 고독하게.... 

어쩌면 파국 앞에서 두려워서 갈팡질팡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구속된 이후에
담담하게 자신을 돌아봤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싸움끝에 그는 독일로 돌아갔다.
그의 조국 방문이 남긴 것은 아직도 이 땅은 기본적 자유가 억압되어 있고, 그 실체는
아직도 건재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그 억압의 기재는 스스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 언론을 믿지 말고 특히 보수언론을,,, 그리고 진보적이라면서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의제를 잘 선정하지 못하는 진보언론을....

믿어야 할 건 양심이 시키는 자신의 의지다. 그는 초반에 의지의 싸움에서 패배했으며,
마직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이겨냈다. 국가보안법을 상대로 한 상처투성이의 승리였다.
변한 듯 변하지 않고 후퇴해버리는 우리의 자화상이 끔찍해 보이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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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3-2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려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개봉한 곳이 많지 않을텐데.

머큐리 2010-03-22 13:43   좋아요 0 | URL
이 영화땜시 처음으로 이대로 들어갔다능~ 이대 안 모모에서 상영하고 있어요 시간되는대로 오이지군하고 꼭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