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민감한 주제를 알콩달콩 풀어나가는 재주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란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되는 존개이다 보니,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대와는 다른 소소한 즐거움외엔 별 할말이 없는 영화다.  
우리에게 대통령이란 냉혹하고 차가운 사람이며, 사람들에게 군림하고 사람들에게 명령
하는 존재일 뿐이다. 국가를 대표하면서도 국민과 각을 세우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다. 왜?  

제한된 간접 투표로 선출되지만, 이 한정적인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위임을 받아 통치권을 행사한다. 더불어 통치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동의하에서 이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 해방 후 대통령들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으며, 정적을 제거하는데 권력을 남용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정적에 대한 집요한 복수는 관례처럼 되풀이되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다. 왜?

대통령도 집에가면 좋은 가장일 수도 있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내일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검열과 통제 속에 꾸며지고 각색된 이미지만 국민들
에게 떠돌아 다닌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아니 단순한 사실인지도 그들에 대한 인의 장막
속에서 알 수가 없어지고 다만 대통령이라는 기표만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대통령도 평범한 인간임을 강조한다. 로또 당첨에 고뇌하고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대톨령보다 아내로서의 갈등에 괴로운 평범한 사람이 강조된다
왜?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과 정치적 보복이라는 화두가
떠돌던 시점이었고,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쳐나가 촛불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영화속의 대통령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대통령과
틀리다. 그것도 천지차이로 틀리다. 그것은 영화는 결국 자신이 꿈꾸는 꿈의 스토리를
마음껏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결국 꿈의 공장이니까.... 

영화속의 대통령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너무나 인간적이므로 대통령 같지가 않다.
현실의 대통령이 영화와 같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탄핵이나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든다. 그러나 낭만이 지나치다 보니 무언가가 사라졌다.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낼 수 있는 정치 얘기는 사라지고 주변의 뒤틀림과
조소만 가득하다. 그러나 그건 그냥 배경일 뿐이다. 뒤틀림과 조소로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하려 했다면... 그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라는 영화가 있다. 마찬가지로 로맨틱 코메디로 분류해야 할 듯한 영화인데
낭만적이지만 미국 정치의 흐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겸비되어 있어 웃고 즐기는
사이에 미국 정치에서 실종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점이 있었다.
같은 형식과 같은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임에도 정치와 무관한 대통령을 담아낸다는
사실 하나로도... 아직까지 무언가 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색깔을 담아내기에는 무언가 부담스러웠을까?

모르겠다. 만일 지금의 정권이 아니라면, 그냥 만족스럽다고 평했을지도... 아무리
영화가 꿈을 담는다지만, 현실과 상관없는 꿈이고 그냥 바라는 이상향만 그려냈다면
무언가 무책임하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그렇다는 얘기다.
잔잔하게 웃음도 감동도 주는 영화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버려 안타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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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좋았는데요, 무척. 정말 장동건이 대통령 했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 '')

L.SHIN 2010-02-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덕분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