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아테나(Athena)지혜의 신이다. 아테나는 호메로스(Homer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Odysseus)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위해 여러 차례 도와준다.














 

 

* 호메로스,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민음사, 2022)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멘토의 어원으로 알려진 나이 많은 현자 멘토르(Mentor)의 정체는 아테네다. 지혜의 신은 멘토르로 변신하여 방황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모험가가 된다독자는 글자들이 헤엄치고, 출렁이는 종이 바다를 항해한다. 모험의 목적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그 보물은 바로 독자 본인의 진짜 모습이다그 보물을 얻으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된다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해일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수많은 책에 휩쓸리지 않는다또 지식인들이 만든 에 들어갈 수 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4, 5월의 책]

/성이론 통권 제4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4월 한 달 동안 /성이론 통권 제47를 읽었다. 내겐 너무 힘든 모험이었다이 책에 나오는 지식인들의 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섬들에 사는 지식인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 섬의 지배자들은 다음과 같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캐런 바라드(Karen Barad),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 등이 있다. 버틀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이다/성이론 통권 제47의 기획 특집으로 분류된 글들의 주제는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이다. 기획 특집 첫 번째 글 신유물론()과 페미니즘, 그리고 버틀러 비판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사상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버틀러를 비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방 <직립보행>의 부부 책방지기는 내겐 아테나와 같은 존재이다. 특히 보행님은 버틀러, 들뢰즈(Deleuze),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로저 브라이도티 등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한 분이다. 그분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책방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4월 마지막 주말은 <직립보행> 휴무일이었다. 진작에 제대로 물어볼 걸 그랬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섬 주변을 마냥 혼자 배회할 수 없다. 모험이 실패했으면 다음 여정을 위해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성이론 통권 제47제일 마지막에 실린 성평등 전주 예술인 전시 퇴출 사건의 쟁점들: 검열과 차별의 기준점이 된 페미니즘페미니스트들의 과도한 검열을 비판한 글이다.


소녀, 농약, 좀비는 요절한 소녀의 삶을 신유물론적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다. 소녀는 경제발전이 국가 생존의 문제로 강조하던 1970~1980년대를 살았다.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쓰러지게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박정희 정권은 식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농업 정책을 내세운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국 농촌에 통일 벼를 보급했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량이 늘어났다. 일찍 노동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소녀는 1988년에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한다


이 글에 언급된 좀비는 자본주의 체제에 밀려나거나 소외된 하층민 또는 노동자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여 피와 땀을 흘리면서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부르주아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가난에 벗어났다고 확신한다. 그들의 눈에는 일하지 않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위험한 좀비로 보였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건강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좀비가 되고 싶지 않다.


소녀, 농약, 좀비고쳐야 할 곳이 있다.

 

 

* 63쪽 주 43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의 약자이며 [중략] 1874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된 DDT가 살충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1939년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에 의해 밝혀진 후 2차대전 중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대거 사용되었고 194510월 미국에서는 살충제로 일반인들에게 시판이 되기도 했다.



DDT의 정확한 명칭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한 글자가 빠졌다.

















* [절판] 로버트 E. 하워드 외, 정진영 엮음, 좀비 연대기(책세상, 2017)



* 64


 ‘좀비는 원래 (god)’이라는 뜻의 니제트어와 콩고어인 ‘nzambi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티의 민속종교인 부두교 전설에 등장하는 비약 노예이야기가 보태져 오늘날 회자되는 좀비 이미지가 탄생하였다. 부두교의 전설에 따르면 사람에게 약물을 써서 가사 상태로 만든 후 장례를 치르고 매장한 뒤 그 무덤을 파서 다시 살려내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상태지만 인지능력이 이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상태가 되는데 그렇게 된 사람을 농장 노예로 팔아 노예노동을 하게 만들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1929년에 마법의 섬(Magic Island)(윌리엄 브룩)이라는 소설에 등장했고 [생략]



작가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윌리엄 시브룩(William Seabrook)’이다. 번역된 마법의 섬은 좀비를 소재로 한 단편 공포소설 선집 좀비 연대기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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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5-02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 어려울 건 알지만 47호 땡투하겠습니다!!!! 사놓고 안 읽겠지만 ㅋㅋㅋ 현시점의 제가 가장 읽고 싶은 사람들은 앨러이모 / 버라드 / 그로츠 거덩요 ㅋㅋㅋ 알려쥬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23-05-05 09:00   좋아요 1 | URL
땡스투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여/성이론> 읽다가 어려워서 내용 정리를 하지 못했어요. 신유물론 관련 글 본문 바로 밑에 참고문헌이 언급된 주석이 있어요. 읽어야 할 책이 많던데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저는 캐런 버라드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일단 양자역학부터 다시 공부해야겠어요... ^^;;

공쟝쟝 2023-05-05 11:01   좋아요 1 | URL
버라드 관련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양자역학 ㅋㅋㅋ 저는 김상욱 박사님 좋아해서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고 읽어도 무리는 없었습니다. 벵하민 라바투트의 지적인 소설 <우리가 세상을…>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도움되었는데, 다 버라드 읽으려고 과거의 내가 한 거구나 해서 뿌듯함!!!

레삭매냐 2023-05-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빡신 독서모임 중독자!

대단하십니다 고저.

cyrus 2023-05-05 09:01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달궁 모임 하면 참석하겠습니다! ^^
 




오레스테이아(Oresteia) 3부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대표작이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신들>, <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세 번째 도서]

* 아이스킬로스, 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도서출판 숲, 2008)

 


[대구 책방 서재를 탐하다 & 읽다익다 -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19월 도서]

* 천병희 옮김 그리스 비극 걸작선: <오이디푸스 왕> 3대 비극 작가 대표 선집(도서출판 숲, 2010)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만 수록되었음


 
















*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열린책들, 2012)

*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유문화사, 2015)




오레스테이아는 오레스테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레스테스(Orestes)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그리스 미케네(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의 아들이다. 고대 그리스는 여러 개의 도시 국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모든 도시 국가들의 병력을 결집한다. 수많은 부대를 이끌고 출항하려는 순간 뜻밖의 문제가 생긴다. 함선들을 움직여 줄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이다. 예언자 칼카스(Kalchas)아르테미스(Artemis)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제물을 바치면 출항할 수 있다고 예언한다. 그런데 칼카스가 지목한 제물은 바로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Iphigeneia). 결국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전쟁터로 향한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는 딸을 죽인 남편에 앙심을 품는다. 그녀는 아이기스토스(Aegisthus)를 정부(情夫)로 삼아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아이기스토스의 아버지 티에스테스(Thyestes)는 미케네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복형 아트레우스(Atreus)와 다툰다. 아트레우스는 아가멤논의 아버지다. 아트레우스의 아내 아에로페(Aerope)와 티에스테스의 간통 관계가 발각되면서 아트레우스는 끔찍한 복수를 실행한다. 그는 티에스테스의 세 아들을 죽인 다음 그들의 신체 일부를 음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동생을 초대해 그에게 음식을 내놓는다. 아들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 티에스테스는 인육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이때 아트레우스는 티에스테스의 눈앞에 잘려 나간 시신 일부를 내밀면서 음식 재료를 밝힌다. 티에스테스를 추방하면서 아트레우스의 복수는 성공한다


하지만 두 형제의 복수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티에스테스의 열세 번째 아들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을 죽여서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로 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뒤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인 <아가멤논>은 두 사람이 아가멤논을 복수하게 된 계기를 보여준다2부부터 오레스테스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코로스(khoros, 노래를 부르면서 극의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우두머리인 코로스 장()은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불경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의 복수가 정의로운 살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코로스 장의 비난에 떳떳하게 맞선다살인은 비윤리적 행위다. 이 자명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는 코로스 장의 편에 서게 된다. 그래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한 몇몇 독자라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살인 행위를 꾸짖는 코로스 장처럼 말을 할 것이다. 나는 이 견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살인 행위를 원한과 복수, 이 두 개의 단어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결국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꼭 잔인하게 죽였어야 했냐?’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살인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선 1부 복수극의 발단인 아가멤논의 살인 행위에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 보자. 그러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단순 살인이 아닌 국가 권력에 저항한 단독 행위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아가멤논은 제단 옆에서 직접 딸을 죽여야 하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 참전을 위한 그리스 동맹의 서약을 저버릴 수 없다고 고집한다. 그러면서 딸의 희생은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한 일이니 결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윽고 손위 왕이 이렇게 말했다네.

복종치 않는다는 것은 진정 괴로운 일이오.

하나 내 집안의 작은 자식을 죽임으로써

제단 옆에서 이 아비의 손을

딸의 피로 더럽힌다면,

이 또한 괴로운 일이오.

그 어느 것인들 불행이 아니겠소?

하나 어찌 동맹의 서약을 저버리고

함대를 이탈할 수 있단 말이오?

처녀의 피를 제물로 바치기를 그토록

열망하는 것도 바람을 잠재우기 위함이니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오.

나는 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오.”


 

(<아가멤논> 205~217, 천병희 옮김, 37)




아가멤논은 도시 국가들의 군주 앞에서 내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쟁에 승리해서 평화가 찾아오면 만사(萬事)가 잘될 것이다. 아가멤논은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정당하다라고 인식하는 동시에 딸을 죽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낸다. 그런데 아가멤논의 진짜 문제는 이피게네이아의 죽음 이후의 행보에 있다.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기리는 만사(輓詞: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를 공표하지 않았다. 또 그녀를 공적으로 애도할 수 있는 어떠한 장도 마련하지 않았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은 점차 미케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간. 그들은 그리스군의 승리를 간절히 염원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한밤중에 사자(使者)가 불을 피운 것을 보게 되는데, 그 불이 승전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환성을 지를 정도로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군의 승리라고 확신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반응에 비웃는다.




얼마 전 불의 첫 사자(使者)가 밤중에 와서

일리온이 함락되고 파괴되었음을 알렸을 때

나는 기뻐서 크게 환성을 질렀어요.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로 나를 나무랐지요. “불의 신호를

믿고 트로이아가 이제 폐허가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쉽게 감격하는 게 여자에게 어울리는 일이긴 하죠.”

이런 말은 나를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게 했죠.

그래도 나는 제물을 바쳤고, 그들도 여자인

나를 따라 시내 곳곳에서 기쁨의 환성을 질렸어요.

신전마다 향은 머금은 불을 피우고

향기로운 그 불꽃 위에 술을 부으며 말이오.

 


(<아가멤논> 586~595, 천병희 옮김, 52)

 


미케네 사람들은 불의 신호가 정말 그리스군의 승리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들의 속임수인지 의심한다(<아가멤논> 종가, 475~478). 이 사람들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쉽게 감격해서 섣불리 판단하는 어리석은 여자(두행숙 옮김, 열린책들)’라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이성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행위를 중시하는 미케네 사람들이 분별력이 없는 어리석은 왕비를 따르겠는가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16번째 도서(2019년에 완독)]

* 주디스 버틀러, 윤조원 옮김 위태로운 삶: 애도의 힘과 폭력(필로소픽, 2018)




만약 아가멤논이 없었던 기간에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통치력이 생겼더라면왕비는 이피게네이아를 애도했을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폭력, 애도, 정치라는 글에서 국가가 애도해야 하는 대상을 알리는 공적 부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공적 부고에 속한 고인은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했거나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반면 공적 부고 명단에 없는 이름들은 애도 불가능한 대상으로 돼버린다. 심지어 국가는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애도할 수 있는 공간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버틀러는 애도 대상을 차등적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슬픔의 위계질서까지 만든다고 비판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세상을 떠난 군인, 테러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 일면식도 없는 타지 사람을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외국인 등의 소식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함께 슬퍼한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군인의 죽음, 국가가 미리 대처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을 피하지 못한 시민, 제대로 된 작업복을 입지 않은 채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뿐. 국가와 국민은 합심해서 그들만의 공적 부고 명단을 작성하고, 명단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배제한다평범한 우리도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상을 규제하는 국가 권력의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버틀러는 개인 또는 집단을 위한 애도와 슬픔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야 한다면서 재차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배제의 논리에 따라, 어떤 삭제와 이름 지우기를 통해서 애도가능한 삶이 결정되고 유지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폭력, 애도, 정치중에서, 위태로운 삶71)

 



이피게네이아는 잊힌 것이 아니라 지워졌다. 전쟁이 끝나면 살아남은 자들은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아가멤논과 미케네 사람들은 공적 부고에 전사자들의 이름만 빼곡히 적는다. 명단에 이피게네이아의 이름을 적을 여백이 없다. 그러는 사이 이피게네이아 단 한 사람의 희생은 애도할 수 있는 죽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클리타임네스트라는 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분노했다그녀의 살인 행위는 단순히 딸을 죽인 남편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아가멤논은 불평등한 애도 분위기를 조성한 국가 권력 그 자체다. 국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가볍게 보는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클리타임네스트라였다그렇지만 미케네 사람들은 그녀의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허망하게 죽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아가멤논을 애도한다. 아이기스토스는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기 위해 피의 복수에 동참했다. 이런 그가 원수의 딸을 알기나 할까? 만약 이피게네이아가 아들이었다면? 과연 아가멤논은 자신이 죽인 아들을 어떤 방식으로 애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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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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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  A+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 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 이문세 5집 수록곡 <시를 위한 >(1988) 중에서 -





책은 물건이 아니다. 책은 생명 그 자체다. 최초의 책은 미생물들의 보금자리인 흙으로 빚어져서 만들어졌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미생물들은 책의 일부가 되었다.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야기를 활짝 피우게 하는 토양이다인류는 기름진 책을 펜으로 경작(culture)했고, 책 위에서 자란 교양(culture)을 먹으면서 자라왔다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로 책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갈대를 파피루스(papyrus)’라고 부른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은 파피루스 밭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건져낸다. 공주는 그 아기를 아들로 삼아 모세(Moses)’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모세의 목숨만 건지지 않았다. 갓난아기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까지 만들어지게 될 한 편의 이야기까지도 건져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려면 우선 그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이야기가 남아 있어야 한다.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청년 윤동주는 가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헤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이름까지. 동주가 언급한 소중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그렇지만 이네들의 이야기는 동주의 가슴 가까이에 있다. 불행하게도 동주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일찍 눈 감았고 바람이 되었다. 그가 원고지에 띄운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었다.


갈대 속의 영원책을 애지중지해 온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기리는 책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책들은 아주 연약했고 수명이 짧은 편이었다. 자유로운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 권력자에 의해 파손되거나 망각의 시간에 흠뻑 젖어버린 책들은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책들은 제목만 전해질 뿐이다. 책은 죽어서 제목만 남긴다. 다행히 운이 좋으면 내용 일부만 살아남는다. 책을 사랑한 사람들은 단순히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독자로 살지 않았다. 책을 보존하는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들은 책이 사라지면 그 속에 있는 지식과 이야기도 같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3(Ptolemaeos III)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왕은 자신이 모은 책들을 보관할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개인 서재는 도서관이 되었다. 하지만 튼튼하게 도서관을 지었어도 연약한 책들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도서관은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책을 사랑하지 않은 권력자는 도서관을 파괴하거나 폐허가 된 도서관을 재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책을 두려워한다. 용감한 독자는 책을 학살하는 권력자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책을 경작할 때 사용된 펜은 권력에 저항하는 무기가 된다.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Achilles)가 나오는 호메로스(Homer)일리아스를 가장 좋아했다. 이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린 왕은 아킬레우스처럼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길 원했다. 그의 야망은 한 권의 위대한 책이 되는 것이었다책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류를 영원히 기억되고 완벽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 책 덕분에 세상을 살다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을 순 없다. 책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로운 이야기를 걸러내지 못한다. 부당한 권위를 두 눈 똑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키는 책은 영원히 덮을 수 없다. 오히려 최악의 세상 한가운데에 펼쳐져 힘차게 펄럭거린다. 반면에 진실을 짓밟고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종이책이 아니다. 못된 권력자와 불한당 앞에서 딸랑거리는 요란한 종(bell/servant)이다.


우리의 몸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으며 한 편의 글로 기록한다. 내 삶을 기록해야 기억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을 잊지 않은 책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cyrus의 주석



* 25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 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주1]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주1]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일화는 과장된 전설이다. 식초에 든 진주는 녹긴 하지만, 순식간에 녹지 않는다. 진주가 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클레오파트라는 완전히 녹지 않은 진주를 삼켜야 한다. (참고: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클레오파트라, 진주 숨은 비밀?, 200578일 작성)






* 415



 

 고대의 두루마리가 교체되면서 우리는 시, 연대기, 모험, 허구, 사상의 보물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수 세기 동안 부주의와 망각은 검열이나 광기로 인한 파괴보다 훨씬 많은 책을 파괴해갔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유산을 구하기 위한 큰 노력을 알고 있다.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없는)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획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하나하[2] 모두 복사하는 참을성 있는 작업에 착수했다.


[2] 하나하나의 오자.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하나하나 읽는 참을성이 있어야 오자 한 개 정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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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서사의 꿈이야말로
모든 닝겡들이 희망사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스칸다르
는 자신의 위대한 페르시아
원정을 시로 표현해줄 호메
로스가 같은 이가 없음을
레알 한탄했다는 믿거나 말
거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stella.K 2023-04-16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 같다.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일기도 써야한다고 생각해. ㅎㅎ
암튼 너의 리뷰도 멋지고
책도 멋질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읽어봐야겠다.^^
 



일주일에 세 번 알라딘 동성로점에 간다. 한 번 서점에 방문하면 책을 잔뜩 구매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적게 주문하면 여섯 권, 많이 주문하면 열 권)을 받으러 서점에 간 것뿐인데 2, 30분 지나고 나오면 구매한 책은 곱절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눈길만 주는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은 내 마음속 장바구니에 꽤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다. 3월의 장바구니를 채운 많은 책 중 한 권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역사 추리 장편소설 흑뢰성이었다.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옮김 흑뢰성(리드비, 2022)



 

지난달 중순에 대구 장르문학 전문 서점 <환상 문학>이 첫 독서 모임 공지를 올렸다. 모임 일정은 한 달 격주 금요일이었고, 47, 421일 일정과 414, 428일 일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대구 최초의 장르문학 전문 서점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첫 번째 독서 모임에 참석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평일 저녁에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할 자신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잔업으로 인해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었던 독서 모임 <우주지감>에 불참하거나 늦게 출석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를 좋아하는 장르문학 마니아들이 많이 신청하길 바라면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상에 충실히 살기로 했다.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에 나를 포함해서 총 일곱 명의 정기 회원이 참석하고 있다. 그중에 향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회원이 있다. 향기님은 장르문학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역시 장르문학 마니아답게 그분은 <환상 문학> 독서 모임에 신청했다. 3월 말에 <환상 문학> 독서 모임 공지가 다시 떴다. 모임 신청자 수가 적어서 그런지 모임 일정이 47일과 421일로 변경되었다. 43일까지 신청자가 없으면 독서 모임이 취소된다고 했다. 대구에 흔하지 않은 장르문학 독서 모임이 시작도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신청 링크를 눌렀다.

 

모임 신청한 당일 흑뢰성를 받으러 <환상 문학>에 방문했다. 흑뢰성은 일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서 내겐 무척 낯설었다. 흑뢰성을 다 읽은 책방지기한테 흑뢰성을 쉽게 읽는 방법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책방지기는 흑뢰성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과 관련된 지식을 알아가면서 읽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만 읽어보라고 하셨다. 시키는 대로 읽으니까 생각보다 소설이 술술 읽혔다.

 

47일에 <환상 문학> 첫 번째 독서 모임이 진행되었다. 그날 30분 정도 잔업을 하게 되었고, 결국 내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향했지만, 모임 시작 전까지 서점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피로가 쌓이면 입 안에 염증이 생긴다. 말을 할수록 통증이 느껴져서 발언보다는 경청에 집중하려고 했다. 헐레벌떡 서점에 와보니 책방지기와 향기님, 딱 두 분만 계셨다.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책방지기는 흑뢰성의 등장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들려줬다. 그런 다음에 책 속의 주요 장면들을 짚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모임 때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생략하겠다. 지금 모임 후기를 쓰려고 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모임 때 한 발언은 흑뢰성서평을 쓸 때 언급되는 내용이라서 여기서 밝힐 수 없다. 장르문학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스포일러다. 그러므로 장르문학 전문 독서 모임만큼은 그날 나온 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책과 모임 분위기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환상 문학> 첫 번째 독서 모임 후기가 용두사미로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참석하려는 다른 독서 모임 일정을 소개하겠다. 내 근황에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1. 대구 인문학 서점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422일 토요일 오전 10















* 아이스킬로스, 천병희 옮김 《아이스킬로스 비극 전집》 (도서출판 숲, 2008) 『아가멤논

 




2.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 스타킹>: 430일 일요일 오후 2

장소: 카페 스몰토크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이론 통권 제4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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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2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너의 근황이야 항상 궁금하지. 네가 안 알려주니까 모르는거지. ㅋ
아쉽게 됐다. 처음엔 다 그렇지. 울나라가 독서인구가 워낙 저조해서 그렇긴 하지만 잘 되리라 응원한다.
근데 입 아파서 어쩌나. 몸 잘 돌보래이.^^

cyrus 2023-04-16 09:44   좋아요 1 | URL
음, 생각해보니 제가 개인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알라딘 블로그에 자주 표현하지 않았네요.. ㅎㅎㅎ 주로 책 이야기만 했죠.

장르문학 독서 모임은 책방지기, 저, 그리고 저랑 같이 고전 읽기 모임에 참석하는 분 딱 세 명이 모여서 진행했어요. 살면서 삼자대면 독서 모임을 하게 될 줄이야.. ㅎㅎㅎ 정말 재미있었어요. ^^

지금은 구내염 다 나았어요. :)

기억의집 2023-04-12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흑뢰성 빌려서 읽었어요. 처음에는 인물 파악하기 힘들어서 애 먹었는데 읽다보니 적응이 돼서 술술 읽히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최고작이다라는 세간의 평에는 글쎄 싶었어요.

점점 책 읽는 인구가 줄긴 하는가 봅니다. 취소가 돼서 아쉬움이 크겠어요 ㅠㅠ

cyrus 2023-04-16 09:47   좋아요 0 | URL
저는 결말까지 읽어보고 평점을 주려고 해요. <흑뢰성> 중간까지 읽었는데요, 일단 좋습니다.. ^^

장르문학 독서 모임은 취소되지 않았어요. 저 포함해서 세 명이 모여서 진행했어요. 이번 주 금요일은 <흑뢰성>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에요. 뭐 그날도 변함없이 세 명이 모일 것 같아요.. ^^;;

blanca 2023-04-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뢰성 궁금하네요. 한번 읽어볼까요. 일본 중세시대 배경이라니...관심 가네요. 저도 피곤하면 구내염 작렬입니다.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단계고요.

cyrus 2023-04-16 09:48   좋아요 0 | URL
다 나았다 싶으면 또 생기는 게 구내염이죠.. ㅎㅎㅎ
 




감각의 박물학을 번역한 분은 백영미 씨다. 이분이 번역한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이다.

















 


* [개정판???]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23)


* [구판 절판] 다이앤 애커먼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2004)




















* 아서 코난 도일, 백영미 옮김 셜록 홈즈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황금가지, 2002)


* 아서 코난 도일, 백영미 옮김 셜록 홈즈: 더 얼티밋 에디션(왓슨 편)(황금가지, 2018)

 


 

감각의 박물학초반부에 셜록 홈스가 언급된 내용이 있다감각의 박물학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홈스 시리즈 중 하나인 장편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 나온 홈스의 말을 인용한다.

 

 

* 18


 셜록 홈스는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한 여성을 편지지의 냄새로 알아보며, 일흔아홉 가지 향수가 있는데, 수사관이라면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5]

 

 In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Sherlock Holmes identifies a woman by the smell of her notepaper, pointing out that “There are seventy-five perfumes, which it is very necessary that a criminal expert should be able to distinguish from each other.”



그런데 일흔아홉 가지의 향수는 오역이다. 원문은 ‘seventy-five perfumes’. 번역하면 일흔다섯 가지의 향수여야 한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감각의 박물학원서를 살펴보면 ‘seventy-five perfumes’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영미 씨가 번역한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번역이 잘 되어 있다.

 


* 바스커빌 가문의 개286

셜록 홈즈: 더 얼티밋 에디션(왓슨 편271

 

 “세상에는 75의 향수가 있는데 범죄 전문가라면 반드시 그 냄새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지.”

 


절판된 감각의 박물학구판(18)에도 오역이 그대로 있다단순히 번역자의 사소한 실수로 보면 안 된다. 책을 만든 편집자도 오역을 방기한 책임이 있다, 다시 한번 감각의 박물학을 펴낸 번역자와 편집자들에게 묻는다(여기서 내가 항의해봤자 그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겠지만). 구판에 있는 오역을 확인해보지 않고, 고치지 않은 이 책이 정말 개정판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역자는 피라냐식인 물고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원서에는 식인 물고기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 233~234


 아마존강 유역에서 온 친구는 메인 코스로 호두 버터 맛이 나는 가위개미와 구운 거북 그리고 식인 물고기 피라냐의 맛있는 살을 택한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134]


 Our Amazonian friend chooses the main coursenuptial kings and queens of leaf-cutter ants, which taste like walnut butter, followed by roasted turtle and sweet-fleshed piranha.



역자도 그렇고, 대다수 사람은 피라냐가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물고기의 살뿐만 아니라 인간의 살까지 뜯어 먹는다고 믿고 있다. 영화에서는 피라냐가 식인 물고기처럼 나오니까.
















* 매트 브라운, 김경영 옮김, 이정모 감수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동물 상식 바로잡기(동녘, 2023)



 

그러나 피라냐의 공격성은 과장되었다. 피라냐는 죽은 물고기의 살을 먹기도 한다. 피라냐 떼에 갑자기 가까이 가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얌전하게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또 인간의 살을 먹으려고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피라냐 떼가 있는 물속에서 수영할 수 있다. 실제로 피라냐 떼에 공격받아 치명상을 입었거나 사망한 사례는 드물다(참고: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동물 상식 바로잡기》 「피나랴가 사람을 물어뜯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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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4-0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일일이 대조해서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네요.
책을 읽으면 번역이 된 상태로 읽게 되니까요.
하나씩 찾아서 읽으면 좋지만,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cyrus 2023-04-12 06:33   좋아요 1 | URL
책을 읽다가 이상하건 애매한 단어나 표현이 눈에 들어오면 일단 의심해봅니다. 구글에 검색만 잘하면 원서에 있는 구절을 찾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모든 원서가 전체 공개가 된 게 아니라서 아예 못 찾는 경우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