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아테나(Athena)는 지혜의 신이다. 아테나는 호메로스(Homer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Odysseus)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위해 여러 차례 도와준다.
* 호메로스,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 (민음사, 2022)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 (도서출판 숲, 2015)
‘멘토’의 어원으로 알려진 나이 많은 현자 멘토르(Mentor)의 정체는 아테네다. 지혜의 신은 멘토르로 변신하여 방황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모험가가 된다. 독자는 글자들이 헤엄치고, 출렁이는 종이 바다를 항해한다. 모험의 목적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 그 보물은 바로 독자 본인의 진짜 모습이다. 그 보물을 얻으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된다.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해일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수많은 책에 휩쓸리지 않는다. 또 지식인들이 만든 ‘섬’에 들어갈 수 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4, 5월의 책]
* 《여/성이론 통권 제47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4월 한 달 동안 《여/성이론 통권 제47호》를 읽었다. 내겐 너무 힘든 모험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지식인들의 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섬들에 사는 지식인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 섬의 지배자들은 다음과 같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캐런 바라드(Karen Barad),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 등이 있다. 버틀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이다. 《여/성이론 통권 제47호》의 기획 특집으로 분류된 글들의 주제는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이다. 기획 특집 첫 번째 글 『신유물론(들)과 페미니즘, 그리고 버틀러 비판』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사상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버틀러를 비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방 <직립보행>의 부부 책방지기는 내겐 아테나와 같은 존재이다. 특히 ‘보행’ 님은 버틀러, 들뢰즈(Deleuze),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로저 브라이도티 등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한 분이다. 그분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책방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4월 마지막 주말은 <직립보행> 휴무일이었다. 진작에 제대로 물어볼 걸 그랬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섬 주변을 마냥 혼자 배회할 수 없다. 모험이 실패했으면 다음 여정을 위해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 《여/성이론 통권 제47호》 제일 마지막에 실린 『성평등 전주 예술인 전시 퇴출 사건의 쟁점들: 검열과 차별의 기준점이 된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들의 과도한 검열을 비판한 글이다.
『소녀, 농약, 좀비』는 요절한 소녀의 삶을 신유물론적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다. 소녀는 경제발전이 국가 생존의 문제로 강조하던 1970~1980년대를 살았다.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쓰러지게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박정희 정권은 식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농업 정책을 내세운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국 농촌에 ‘통일 벼’를 보급했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량이 늘어났다. 일찍 노동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소녀는 1988년에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한다.
이 글에 언급된 ‘좀비’는 자본주의 체제에 밀려나거나 소외된 하층민 또는 노동자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여 피와 땀을 흘리면서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부르주아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가난에 벗어났다고 확신한다. 그들의 눈에는 일하지 않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위험한 좀비로 보였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건강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좀비가 되고 싶지 않다.
『소녀, 농약, 좀비』에 고쳐야 할 곳이 있다.
* 63쪽 주 43
DDT는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의 약자이며 [중략] 1874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된 DDT가 살충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1939년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에 의해 밝혀진 후 2차대전 중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대거 사용되었고 1945년 10월 미국에서는 살충제로 일반인들에게 시판이 되기도 했다.
DDT의 정확한 명칭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로’ 한 글자가 빠졌다.
* [절판] 로버트 E. 하워드 외, 정진영 엮음, 《좀비 연대기》 (책세상, 2017)
* 64쪽
‘좀비’는 원래 ‘신(god)’이라는 뜻의 니제트어와 콩고어인 ‘nzambi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티의 민속종교인 부두교 전설에 등장하는 ‘비약 노예’ 이야기가 보태져 오늘날 회자되는 좀비 이미지가 탄생하였다. 부두교의 전설에 따르면 사람에게 약물을 써서 가사 상태로 만든 후 장례를 치르고 매장한 뒤 그 무덤을 파서 다시 살려내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상태지만 인지능력이 이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상태가 되는데 그렇게 된 사람을 농장 노예로 팔아 노예노동을 하게 만들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1929년에 『마법의 섬(Magic Island)』(윌리엄 브룩)이라는 소설에 등장했고 [생략]
작가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윌리엄 시브룩(William Seabrook)’이다. 번역된 『마법의 섬』은 좀비를 소재로 한 단편 공포소설 선집 《좀비 연대기》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