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을 번역한 분은 백영미 씨다. 이분이 번역한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이다.
* [개정판???]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2023)
* [구판 절판]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2004)
* 아서 코난 도일, 백영미 옮김 《셜록 홈즈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 (황금가지, 2002)
* 아서 코난 도일, 백영미 옮김 《셜록 홈즈: 더 얼티밋 에디션(왓슨 편)》 (황금가지, 2018)
《감각의 박물학》 초반부에 셜록 홈스가 언급된 내용이 있다.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홈스 시리즈 중 하나인 장편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 나온 홈스의 말을 인용한다.
* 18쪽
셜록 홈스는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한 여성을 편지지의 냄새로 알아보며, “일흔아홉 가지 향수가 있는데, 수사관이라면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5쪽]
In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Sherlock Holmes identifies a woman by the smell of her notepaper, pointing out that “There are seventy-five perfumes, which it is very necessary that a criminal expert should be able to distinguish from each other.”
그런데 ‘일흔아홉 가지의 향수’는 오역이다. 원문은 ‘seventy-five perfumes’다. 번역하면 ‘일흔다섯 가지의 향수’여야 한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와 《감각의 박물학》 원서를 살펴보면 ‘seventy-five perfumes’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영미 씨가 번역한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번역이 잘 되어 있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286쪽
《셜록 홈즈: 더 얼티밋 에디션(왓슨 편》 271쪽
“세상에는 75종의 향수가 있는데 범죄 전문가라면 반드시 그 냄새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지.”
절판된 《감각의 박물학》 구판(18쪽)에도 오역이 그대로 있다. 단순히 번역자의 사소한 실수로 보면 안 된다. 책을 만든 편집자도 오역을 방기한 책임이 있다. 자, 다시 한번 《감각의 박물학》을 펴낸 번역자와 편집자들에게 묻는다(여기서 내가 항의해봤자 그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겠지만). 구판에 있는 오역을 확인해보지 않고, 고치지 않은 이 책이 정말 개정판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역자는 피라냐를 ‘식인 물고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원서에는 ‘식인 물고기’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 233~234쪽
아마존강 유역에서 온 친구는 메인 코스로 호두 버터 맛이 나는 가위개미와 구운 거북 그리고 식인 물고기 피라냐의 맛있는 살을 택한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134쪽]
Our Amazonian friend chooses the main course—nuptial kings and queens of leaf-cutter ants, which taste like walnut butter, followed by roasted turtle and sweet-fleshed piranha.
역자도 그렇고, 대다수 사람은 피라냐가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물고기의 살뿐만 아니라 인간의 살까지 뜯어 먹는다고 믿고 있다. 영화에서는 피라냐가 식인 물고기처럼 나오니까.
* 매트 브라운, 김경영 옮김, 이정모 감수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동물 상식 바로잡기》 (동녘, 2023)
그러나 피라냐의 공격성은 과장되었다. 피라냐는 죽은 물고기의 살을 먹기도 한다. 피라냐 떼에 갑자기 가까이 가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얌전하게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또 인간의 살을 먹으려고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피라냐 떼가 있는 물속에서 수영할 수 있다. 실제로 피라냐 떼에 공격받아 치명상을 입었거나 사망한 사례는 드물다. (참고: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동물 상식 바로잡기》 「피나랴가 사람을 물어뜯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