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이 책은 서울의 현대사를 횡단하는 데 최단 거리의 이동 경로를 제시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박해천(디자인 연구자, 『아파트 게임』 저자)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임동근, 김종배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8월 10일 ~ 8월 16일 (당첨자 발표 : 8월 17일)

발송: 8월 19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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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행복의 비밀》

(La Paix du Menage, 1830년,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의 ‘사생활 장면’에 수록)

 

 

 

 

발자크가 글을 쓰던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는 가장 긴박한 변화의 흐름에 직면해 있었다. 나폴레옹의 등장과 연이은 왕정복고라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 귀족 사회는 붕괴하였고, 누구나 글을 읽을 줄 아는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층이 등장했다. 이제는 영웅이 아니라 일반대중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였다. 발자크는 당시 급변하는 사회 속의 복잡한 인간상과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인간 희극>을 구상하게 된다. <인간 희극>은 프랑스 사회 풍속사의 전모를 보여주는 거대한 벽화다. 그래서 발자크의 소설에서 당대 사회에 공유된 대중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La Paix du Menage)의 원제는 ‘가정의 평화’다.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 중 「사생활 장면」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발자크의 초창기 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군과 맞선 바그람 전투에 승리하여 유럽 패권을 차지하기 시작한 1809년 이후이다. 이 시기는 나폴레옹의 절정기였다. 소설은 나폴레옹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발자크는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가 벌어지는 파리를 ‘완전히 취해버린 제국의 두뇌’라고 표현하면서 사치스러운 향락에 빠진 사회 풍조를 묘사했다. 그리고 군인에 열광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광적인 행동'이라고 썼다. 나폴레옹 전성기에 최고의 신랑감은 군인이었다.

 

군인을 그렇게 매력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일찌감치 혼자 몸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이었을까? 죽은 남편이 남겨 놓은 연금이었을까? 아니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소망이었을까? 가슴에 숨겨 둔 연정을 전쟁터에 묻겠다는 남자의 강한 의지 때문에, 여자들이 그렇게 군인에게 이끌렸던 것일까? 아니면 한 여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라는 매력으로 남자들의 그런 광적인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모든 이유가 복합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 중에서, 14쪽)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프랑스는 모든 국민이 병역 의무를 지는 국민 개병제를 채택했다. 징병제를 통해 종래의 10배인 200만 명 규모의 상비군을 키워냄으로써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영광’을 맛볼 수 있었다.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는 군인에게 훈장과 연금이 지급되었다. 또한, 공을 세운 뒤에 전사한 군인의 가족도 국가가 주는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금전적 혜택 덕분에 군인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늘어났고, 군인 출신의 귀족들은 상류사회에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일등 신랑감의 조건도 달라졌다. 화려했던 나폴레옹의 시대는 저물고, 부르봉 왕조의 샤를 10세를 향한 민중의 불만이 7월 혁명을 알리는 불씨를 피웠다. 혁명으로 인해 복고 왕정은 무너지고, ‘시민왕’ 루이 필리프를 왕으로 맞이한 7월 왕정이 성립하면서 귀족 세력의 부귀영화는 막을 내렸다. 혁명의 주체인 부르주아, 즉 자본가 계급은 산업 자본주의 시대를 지배하는 기득권층이 되었다. 학력이 높고, 돈 잘 버는 상인자본가들이 일등 신랑감으로 급부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발자크 자신도 귀족이 되기를 원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귀족들처럼 흥청망청 노는 것을 좋아했다. 책상에 앉아 펜을 잡기 시작하면 상류사회를 냉소하는 작가가 되었지만,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상류 사회에 편입하고 싶은 ‘귀족 발자크’(de Balzac)로 변신했다. 발자크 평전을 쓴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를 돈과 신분을 차지하려고 귀족 미망인을 유혹하는 속물로 묘사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중적인 삶은 <인간 희극>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발자크는 《나귀 가죽》(문학동네, 2009)의 서문에서 작가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풍속과 성격에 친숙할 정도로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한 권의 책을 쓰기 이전에 모든 성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모든 풍속을 겪어보며 지구 전체를 주유하고 모든 열정을 느껴보아야 한다. 혹은 정념의 나라, 풍속과 성격, 본성에 관한 일과 도덕에 관한 일, 이 모든 것이 그의 생각 속에 들어와야 한다. (《나귀 가죽》 서문 중에서, 17쪽)

 

상류 사회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 파리로 몰려오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르주아들이 선호하는 유행문화도 잘 알았다. 《고리오 영감》의 라스티냐크처럼 맨몸으로 파리에 정착하여 성공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발자크의 소설을 읽었다. 그들은 발자크의 소설에 나오는 세련된 부르주아들처럼 흉내를 냈고,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발자크의 비범한 관찰력은 사회의 풍경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만들어준 윤활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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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파상의 벨아미도 그런 인물중 하나죠~ 상류층으로 진입하기 위해 미모를 파는~~ 옴므파탈~

사이러스님~ 계속 발자크로 유혹하고 계세요~~ 😆😆

cyrus 2015-08-10 21:42   좋아요 0 | URL
프랑스 근대문학을 요약하면 ‘스탕달, 발자크 → 플로베르 → 모파상, 에밀 졸라’로 이어져요. 발자크 전 작품을 다 읽으면 플로베르, 모파상, 졸라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

stella.K 2015-08-0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내가 호강한다.
그렇지 않아도 발자크란 작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작심하고 한 작가의 작품을 몰아서 읽을 줄 아는 네가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다.ㅋ

cyrus 2015-08-10 21:4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고리오 영감>만 읽으면 발자크를 다 안다고 착각했어요. 인내심이 언제까지 갈지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전작주의 독서를 해보려고 합니다. ^^
 
사랑과 행복의 비밀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강주헌 옮김 / 큰나무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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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에 발자크의 단편소설 ‘사랑과 행복의 비밀’(원제: 가정의 평화)‘아듀’가 수록되어 있다. 두 편 모두 <인간 희극>에 포함된 단편소설이다. 발자크의 초창기 작품이라서 원숙기에 나온 장편소설들보다 덜 알려진 점이 아쉽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은 1830년에 발표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발자크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두 편의 이야기는 나폴레옹 전성기(‘사랑과 행복의 비밀’)와 그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의 시대(‘아듀’)를 배경으로 한다.

 

 

 

 

 

오토 폰 파버 두 파우르  「베레지나 강 건너기」 (19세기경)

 

 

‘아듀’는 1812년 베레지나 전투 때문에 생이별을 하는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베레지나(Beresina)는 강 이름이다. 빅토르 페랭이 지휘하는 프랑스군은 철수하는 과정에서 베레지나 강을 건너려고 하다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바람에 수많은 병력을 잃고 말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빅토르 원수’가 바로 빅토르 페랭이다. 이야기의 슬픈 결말보다 러시아군의 공격과 추위 앞에 두려워하는 프랑스군을 묘사한 장면이 더 인상적이다.  서로 살아남으려고 강을 건너는 뗏목 위에서 동료를 밀치는 프랑스군의 이기적인 행동은 전투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의 역자는 발자크의 삶과 작품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할 뿐, 두 편의 작품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역자는 발자크의 소설이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다’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크게 띄워주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작품 해설이 너무 빈약하다. 나폴레옹이 등장했던 프랑스 역사를 모른다면 나폴레옹 시대를 설명하는 발자크의 서술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발자크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프랑스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발자크의 소설에는 당대 사회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언급되는 문장이 많이 나온다. 이런 문장에 역자가 주석을 달아서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발자크의 소설을 이해하지 못한다. 독자가 발자크의 소설을 재미없어하는 또 다른 이유가 번역에 임하는 역자의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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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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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Peau de Chagrin (1831년, <인간 희극> 제2부 ‘철학 연구’에 수록)

 

 

 

여기저기에서 갖가지 욕망이 유령처럼 떠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욕망의 존재다. 욕망은 삶의 기본 조건이지만, 때때로 존재론적 절제를 거치지 않을 때 자신의 존재 자체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다. 우리는 늘 절제와 자기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대개 승자는 후자다. 많은 사람이 욕망을 인위적으로 억압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욕망이 사라질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으로 추방당할 뿐이다. 무의식 속으로 숨은 욕망은 의식으로 떠오르는 길을 차단당한 채 점차 정신적 상처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심리적 콤플렉스는 신경증이나 정신분열과 같은 증세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욕망의 억압은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인간은 욕망이라는 동력에 힘입어 행동하기 때문에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은,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제거하라고 강조하는 꼰대 느낌의 가르침만으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

 

발자크의 소설 《나귀 가죽》에 나오는 주인공 라파엘은 열정적인 삶을 꿈꾸었으나 겨결국에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그에게 인생이란 한 판의 도박이다. 라파엘은 도박에 빠져 마지막 한 푼까지 다 날려 쪽박을 차게 된다. 회한 끝에 삶을 마감하기로 작정하고, 센 강에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강변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나귀 가죽을 얻게 된다. 이 가죽은 마법의 부적이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준다. 그야말로 우연히 도깨비 방망이를 얻게 된 형국이다. 그 대신 소원 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가죽의 크기뿐만 아니라 라파엘의 목숨도 줄어든다. 빈털터리가 된 라파엘은 가죽의 영적인 힘을 체험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다. 가죽 덕분에 라파엘은 단숨에 부자가 되고, ‘라파엘 드 발랑탱’이라는 귀족 이름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라파엘은 더 많이 욕망했다. 가죽과의 거래가 계속될수록 그의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죽음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게 되자, 불안한 라파엘은 가죽을 늘이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허사였다. 라파엘이 삶을 욕망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나귀 가죽의 역설은 파우스트가 그 자신의 영혼을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에게 거래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욕망을 좇는 사람들의 불행은, 근본적으로 행복한 삶의 잣대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오로지 물질적인 부만을 욕망하면서 삶 전체를 그 욕망 충족에 맡긴다. 라파엘은 물질적인 부를 얻기 위한 야망이 과도하게 넘친다. 가죽을 얻게 된 그 날 저녁에 라파엘은 친구에게 자신의 과거사를 얘기한다.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대목이 장황해서 지루하긴 하지만, 그가 욕망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는 가난한 아버지 밑에서 눈총과 학대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아들이 법학 공부를 하기를 원했고, 아들의 일상을 사사건건 개입했다.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낀 라파엘은 3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돈과 명성을 안겨다 주는 소설을 쓸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상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러던 중 라스티냐크(<인간 희극>의 특징인 ‘인물의 재등장 수법’이 적용되어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이 《나귀 가죽》에서도 등장한다)의 도움으로 페도라 백작 부인과 허망한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의 상심 끝에 도박에 빠져든다. 라파엘의 고백이 지루하게 느껴져도, 작가의 암울한 과거를 생각한다면 주마간산 격으로 읽을 수 없다. 가죽을 얻기 전, 라파엘의 삶은 발자크의 젊은 시절과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이다.

 

발자크의 어머니는 소설을 쓰기를 원하는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머니의 경제적 지원이 끊긴 발자크는 금욕 생활을 하면서 글을 썼다. 자신도 라파엘처럼 훌륭한 걸작을 남겨서 어머니 앞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발자크는 문학적 성공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명예의 맛을 너무나도 간절했기에 그 맛에 중독되고 말았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발자크는 돈과 여자들을 향해 열심히 쫓아 따라갔다. 발자크에게도 자신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수명을 단축하는 마법의 나귀 가죽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문학이었다. 발자크는 정열적인 글쓰기를 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욕망이 컸다. 어쩌면 그는 명예의 보상이 따라오는 문학에 대한 욕망이 남다른 문학적 열정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라파엘이 가죽을 늘리고 싶었던 것처럼 발자크는 자신의 작품들을 <인간 희극>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전집으로 만들려고 했다. 비록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다행히 발자크의 나귀 가죽은 줄어들지 않았다. 세계문학사에 ‘발자크’라는 이름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가진 물욕은 끝이 없는 것인가. 그 욕망의 한계는 어디인가. 쾌락, 소유의 욕망이 정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떨쳐낼 수 없는 숙명의 늪이다. 비록 물질적인 풍요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인간다운 삶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한 삶의 토대마저 잃어버리고 내면의 황폐함만 남게 된다. ‘인간의 내면’까지 해부하여 관찰하고 싶었던 발자크는 그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욕망이 한 사람을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잡히지 않는 욕망을 바라보는 라파엘은 마치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굶주림의 천형을 받은 탄탈로스를 떠올리게 한다. 탄탈로스의 죄명은 욕심이다. 신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려 했기 때문이다. 라파엘 역시 상류층 사람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 끝없는 욕망의 끝은 허무의 끈이다. 그 끈을 자르지 않는 한 인간은 늘 좌절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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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어디서 보던 표지가 보여 깜짝 놀랐어요 ㅎㅎ
도둑이 제발 저린셈~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 하고 봉인해 뒀는데 사이러스님덕분에 다시 볼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ㅎㅎ

cyrus 2015-08-08 20:18   좋아요 0 | URL
라파엘이 고백하는 대사를 끝까지 참고 읽으셨다면 소설의 절반을 다 읽으신 겁니다. 그 다음 장면부터는 이야기 진행이 빨라져서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

yamoo 2015-08-0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모으고 있슴다. 한 열 댓권 모았는데, 발자크의 이 작품은 아직이네요. 리뷰를 보니,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흠...그러고 보니 발자크 작품은 아직까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어여 구입하여야 겠습니다~ 덕분에 컬렉션 추가 항목이 늘었어요!^^ 감솨~

cyrus 2015-08-08 20:20   좋아요 0 | URL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의 인기에 가려진 발자크의 최고 작품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이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

페크pek0501 2015-08-07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망이 있어야 삶의 성공도 있지만, 욕망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욕망의 포로가 되고 나면 행복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그 삶은 망가진 인생을 향해 가고 있기 마련이죠.
어느 정도의 욕망만 가져야 하는지 어느 선에서 만족이란 깃발을 꽂아야 하는지, 그걸 아는 게 어렵습니다.
˝‘인간의 내면’까지 해부하여 관찰하고 싶었던 발자크는~~˝ -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문장에 있군요. ^^

성실함이 느껴지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cyrus 2015-08-08 20: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요즘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욕망을 절제하라고 말하는데, 말이야 쉽죠.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빚을 갚기 위한 유일한 도구는 내 손에 쥔 펜이었다.”

 

발자크는 펜 하나로 ‘문학의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산더미처럼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하는 ‘생계형 소설가’였다. 출판업, 인쇄업 등 사업에 손을 대다가 모두 실패하고 많은 빚을 떠안았다. 발자크가 글을 쓰던 집(현재는 발자크 기념관이 되었다)에는 앞문과 뒷문이 있다. 빚쟁이들이 집에 찾아오면, 발자크는 뒷문으로 부리나케 도망갔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발자크는 커피를 즐겨 마셨고, 수많은 여인과 염문을 뿌렸다. 귀족이 되고 싶어서 자신의 이름에 귀족 칭호(‘de’)를 붙여 지금의 ‘오노레 드 발자크’가 되었다. 외출할 때는 커다란 보석이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낭비벽과 여성 편력이 심한 발자크는 누군가를 비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언론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었다. 그래도 발자크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정말 남들보다 열심히 썼다. 오후 4시에 잠자리에 들고 자정에 일어나 매일 14시간 이상을 글쓰기에 매달렸다. 발자크는 애초에 글을 쓰지 않았으면서도 출판사에 미리 출판 계약을 맺었다. 너무나 많은 출판 계약을 맺는 바람에 계약을 어기는 일이 많았지만, 발자크는 빚을 갚기 위해서 출판 계약을 하나라도 놓칠 수 없었다. 20년간 쓴 소설이 100편을 넘었는데, 빚이 그를 ‘다작하는 기계’로 변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발자크는 자신이 만든 소설들을 묶어 만든 <인간 희극>을 구상할 수 있었다.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 풍속사의 전모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 ‘인간 희극’이라는 총체적인 제목을 붙여 사회사적 구상 아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야말로 <인간 희극>은 19세기 프랑스 풍속사를 다룬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발자크는 <인간 희극>을 총 세 가지 주제로 분류했고, 장편과 단편이 포함된 총 137편의 작품을 쓸 생각이었다. 그중에 ‘1부 풍속 연구’는 여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며 <인간 희극> 항목 중에서 제일 많은 작품이 포함되었다.

 

 

제1부 : 풍속 연구 (사생활 풍경, 지방 생활 풍경, 파리 생활 풍경, 정치 생활 풍경, 군인 생활 풍경, 전원생활 풍경)

 

제2부: 철학 연구

 

제3부: 분석 연구

 

 

<인간 희극>에 압축되는 세상은 돈과 쾌락을 추구하는 허위와 허영으로 가득한 곳이다. 도시 경쟁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골 출신 젊은이, 물질적 어려움이나 출세에 대한 압박으로 사회나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탕진하는 이들이 <인간 희극>의 주인공들이다. <인간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는 2천여 명이다. 여기에 재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총 573명이나 된다.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 라스티냐크는 25번이나 재등장한다. 이처럼 발자크는 동일인물을 다른 소설에서 재등장시켜 독자들이 서서히 특정 인물에 대한 인상을 파악하게 했다.

 

한창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발자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의 원대한 기획은 미완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처음에 기획했던 137편의 작품 목록 중에 완성된 작품만 해도 총 91편이다. 국내에 번역된 발자크의 <인간 희극> 작품은 20여 편에 불과하다. 발자크가 ‘<인간 희극>의 작가’로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희극>의 전체적인 면모를 비중 있게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발자크 번역본들은 <인간 희극>의 구성방식만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 희극>의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책으로 피에르 바르베리스의 《발자크》(화다, 1989)가 있다. 여기에 소개할 <인간 희극> 작품 목록은 바르베리스의 책을 참고했다.

 

앞으로도 발자크 관련 책을 더 찾아보면서 궁금하거나 미흡한 점을 보완할 것이다. 발자크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참고도서 또는 국내에 번역되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발자크의 작품을 알고 있다면, 여기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다. 

 

 

 

 

 

 

 

 

 

 

 

 

 

 

 

 

 

※ <인간 희극>의 총 작품 수와 완성된 작품 수가 출판사 해설마다 차이가 있다. 《나귀 가죽》(문학동네, 2009)의 역자는 <인간 희극>이 총 89편의 작품만 남겼다고 소개했다. 《고리오 영감 / 절대의 탐구》(동서문화사, 2012) 해설에서는 <인간 희극>의 수록 작품을 125편이라고 잘못 소개했다. ‘총 137편 기획, 완성 작품 91편’이라고 언급한 책은 《프랑스 근대 문학 - 볼테르, 위고, 발자크》(웅진지식하우스, 2010)와 《책 :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들녘, 2003)이다.

 

 

 

 

※ 작성 공간이 부족하여 작품 목록을 따로 페이퍼로 작성하여, 먼댓글로 연결했습니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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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자크 <인간 희극> 작품 목록
    from 冊性愛子 2015-08-06 21:20 
    ※ 굵은 글씨체로 된 것은 국내에 번역된 작품 9. <인생의 첫출발> 문학과지성사, 200813. <사랑과 행복의 비밀> 큰나무, 200028. <무신론자의 미사> 펀앤런, 1996 (절판) 34. <유르슐르 미루에> 만남, 199747. <골동품 진열실> 국학자료원, 1999 (절판)49. <잃어버린 환상> 서울대학교출판부, 2012 51. <랑제
 
 
지금행복하자 2015-08-06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귀가죽을 읽다가 도대체 읽히지 않아 중도 포기한 저에게는 비운의 작가네요~~
츠바이크의 발자크평전도 궁금해요~
카사노바 읽고 있거든요~~

cyrus 2015-08-06 21:32   좋아요 0 | URL
행복하자님의 심정을 저도 이해합니다. 발자크는 인물과 장소를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듯이 묘사하는 편이라서 문장이 길어요. 장황하게 묘사하는 문장을 읽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발자크 평전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발자크의 삶을 먼저 알고 나서 소설을 읽어보면 한층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Dora 2015-08-0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귀가죽이 프로이트가 임종직전 읽었던 작품 아닌가요?

cyrus 2015-08-07 17:5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최근에 <나귀 가죽>을 읽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stella.K 2015-08-0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금도 의문인게 발자크가 무슨 영감이 그리도 많아
하루 14시간씩 글을 썼냐는 거야.
보통 작가들이 작품 하나를 쓰려면 여러 가지 자료도 모으고
조사도 하고 그럴텐데 쓰는데만도 꼬박 14시간이었다면 그럴 시간은
없었을게 아닌가 싶어. 그러고도 책을 냈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한때 츠바이크를 좋아해서 몇 권 읽었는데 내가 발자크 평전도 읽었더라구.
물론 기억은 당연히 안 나고...ㅋㅋ


cyrus 2015-08-07 18:00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기에는 발자크는 글 쓰는 실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문장이 길고, 투박해서 그냥 교정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발자크가 대단한 게 뭐냐면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세밀하게 관찰하듯이 묘사했다는 점이에요. 발자크가 무명작가 시절에는 거의 백수처럼 지냈다고 해요.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을 거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글 쓰는 일 밖에 없을 거예요. 역시 폴 오스터의 말처럼 정말 고독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말로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쓸 땐 정말 확실하게 끝장 보는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