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는 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수많은 철학자를 찬양하라고 만들어진 기념비가 아니다. 철학사는 철학자라는 산봉우리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지도. 대부분 철학사 지도는 고대 그리스에 있는 산봉우리에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리스가 아닌 지역에서 활동했다. 철학사에서 언급되는 고대 그리스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그리스 본토의 도시 국가들과 이들에게 지배받은 식민 도시 국가들을 가리킨다. 서양 최초의 철학자로 알려진 탈레스(Thales)는 가장 먼저 생긴 철학 산봉우리다. 탈레스는 현재 튀르키예 영토가 된 이오니아의 밀레토스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다. 이오니아는 그리스의 식민 도시였다. 


철학사 지도의 종류가 많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지도에 표기된 철학자 산의 개수도 차이가 난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철학자 산들을 비중 있게 다루는 철학자 지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져서 유통된 대부분 철학사 지도는 최신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철학사 지도들은 현대 철학자로 분류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산들까지 소개한다. 철학자 산을 오르려면 철학자 산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철학 사상을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철학자 지도마다 철학 사상에 관한 주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아주 잘 만든 철학자 지도를 딱 하나만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철학사 지도에 적힌 내용은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수정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가 추가될 수도 있다. 맨 처음 언급했듯이 철학사는 불완전한 지식이 담긴 지도이지 완벽한 기념비가 아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철학이 아닌 철학사를 사랑하는 경우가 있다.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르다.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검토하면서 숙고한다. 플라톤(Plato)의 대화 편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묘사된 소크라테스(Socrates)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최대로 좋은 일은 여기 사람들에게 그러듯 그곳 사람들을 검토하고 탐문하면서 지내는 일입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지혜로운지, 그리고 누가 지혜롭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은 아닌지 하는 것들을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41d, 112)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자들을 많이 아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사상을 지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으로 여기지 않는다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자들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한계나 결점으로 보일 만한 내용이 있으면 검토한다.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자의 견해를 검토하는 철학 공부는 모든 논변을 동원해서 저항하는 행위.

















플라톤, 전헌상 옮김 《파이돈》 (아카넷, 2020)



 자네들은, 내 말을 따를 거라면, 소크라테스는 조금 생각하고 진리를 훨씬 많이 생각해서, 내가 뭔가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자네들에게 믿어지면 동의하되, 그렇지 않다면 모든 논변을 동원해서 저항하게나


(《파이돈》 91c, 98)



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을 숙고하고 검토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의 일차적 목표는 철학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원전을 쉽게 가공한 철학사를 편애한다. 철학 원전에 본격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이해하기 힘든 철학 용어는 외운다. 철학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철학 사상의 정수가 담긴 용어만 알고 있으면 철학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철학자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앵무새. 앵무새가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듯이 철학 앵무새는 철학사 내용을 똑같이 흉내 낸다. 철학 앵무새는 철학자들에 저항하는 힘이 없다. 앵무새는 똑똑하지만, 철학 앵무새는 똑똑한 척한다.


철학 앵무새가 되지 않으려면 철학 원전을 직접 읽고, 철학사를 검토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사실 이런 독서 방식의 과정은 번거롭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오독의 위험성도 있다. 그래도 철학사 지도가 알려주는 쉬운 길보다는 철학 원전이 알려주지 않는 어려운 길에 도전하고 싶다.


항상 책을 읽으면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가 만든 책갈피를 사용한다. 그 책갈피 속에 적힌 칸트(Immanuel Kant)의 말이 내게 책을 적극적으로, 좀 더 거칠게 읽으라고 부추긴다.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나는 이 책갈피에 또 하나의 용기를 눈빛으로 적는다. “나의 무지와 오류를 인정할 용기를 가져라!” 이런 용기까지 충만하면 철학을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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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을 좋아하지 않지만,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추리 소설가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범죄형이다. 범죄형 추리 소설가는 탐정보다 범죄자를 좋아한다. 범인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 행위와 심리를 묘사한다. 범죄형 추리 소설가가 쓴 추리 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조연에 불과하다. 또 다른 유형은 탐정형이다. 탐정형 추리 소설가는 탐정이 추리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 에도가와 란포, 이성규 · 오현형 함께 옮김 음험한 짐승(시간의물레, 2022)

 

* [절판] 에도가와 란포, 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본격 추리 2(도서출판 두드림, 2009)

※ <음울한 짐승> 수록




란포의 견해가 나오는 출처는 그의 소설 <음험한 짐승>이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가의 두 유형을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란포는 실제로 범죄형 추리 소설과 탐정형 추리 소설을 즐겨 썼다. 하지만 그가 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범죄형 추리 소설이다. 탐정이 나오지 않은 범죄형 소설도 썼는데, 이런 소설은 추리 소설이 아닌 환상 소설또는 공포 소설로 보기도 한다.

















에도가와 란포, 권일영 옮김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검은숲, 2016)


에도가와 란포, 권일영 옮김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 (검은숲, 2017)




란포는 일본에 추리 문학과 환상 문학을 본격적으로 확립하는 데 공헌했다. 일본 문학사에서 이 소설가가 서 있는 위치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비슷하다. 포 역시 범죄형 추리 소설과 탐정형 추리 소설을 즐겨 썼다.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이다.























* 에드거 앨런 포, 에도가와 란포 해제, 이진우 옮김 《포와 란포》 (도서출판b, 2021)

※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수록


[절판] 에도가와 란포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본격 추리 1》 (도서출판 두드림, 2008)

※ <2전짜리 동전수록




탐정소설의 역사는 에드거 앨런 포부터 시작된다. 란포 역시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글에서 포의 업적을 언급한다. 란포는 포가 1841년에 발표한 <모르그 가의 살인>을 시작으로, <마리 로제의 불가사의한 사건>, <황금 벌레>, <네가 범인이다!>(Thou Art the Man), 1845년에 발표한 <도둑맞은 편지>까지를 탐정소설로 본다. 란포는 탐정소설에 대한 포의 관심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란포는 암호를 푸는 과정이 묘사된 포의 <황금 벌레>에 영감을 받아 단편 추리소설 <2전짜리 동전>을 썼다. 이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란포는 정식으로 추리 소설가로 데뷔한다.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두 번째 선정 도서는 란포의 소설 선집인 에도가와 란포. 이 책에 총 다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에도가와 란포, 박용만 옮김 《파노라마 섬 기담》 (시간의물레, 2022)


에도가와 란포, 채숙향 옮김 《도플갱어의 섬》 (이상미디어, 2019)


에도가와 란포김단비 옮김 《파노라마 섬 기담 / 인간 의자》 (문학과지성사, 2018)




이 책에 유일하게 실린 중편은 <파노라마 섬 기담>이다. 란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미 번역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도플갱어의 섬이라는 다른 제목의 번역본도 있다.
















[절판] 에도가와 란포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 환상》 (도서출판 두드림, 2009)




에도가와 란포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중에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압화와 여행하는 남자>압회(押絵)’라고 하는 일본식 전통 공예의 원래 명칭은 오시에()’국내에 생소한 명칭이라서 번역된 작품 제목이 제각각 다르다《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에 실린 작품 제목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이다.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란포 전단편집 3: 기괴 환상》)라는 제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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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27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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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취향(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또는 그런 경향

(표준국어대사전)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Paul Auster)는 작가라는 직업을 이렇게 정의했다작가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다. 이 말은 오스터의 자전적 글 빵 굽는 타자기》(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2000년) 나온다. 글의 원제는 ‘Hand to mouth’하루 벌어 근근이 먹고 산다는 뜻이다빵 굽는 타자기》는 가난과 싸우면서 글을 썼던 작가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전업 작가로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글만 써서 생계를 이어가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생계비를 벌 수 있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부업으로 글을 써야 한다. 오스터는 대부분 작가가 이중생활을 한다고 했다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는 작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부업과 본업을 넘나드는 삶을 살아왔다.


빵 굽는 타자기의 부제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젊은 시절 오스터는 주제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소설, 연극 대본, 서평 등을 썼다그는 폴 벤저민(Paul Benjamin)이라는 필명으로 탐정소설을 썼다. 이 글은 오스터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원래 이 소설은 Hand to mouth에 수록된 작품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권의 책으로 따로 나왔다제목은 스퀴즈 플레이(김석희 옮김열린책들, 2000).


닥치는 대로 글 쓰는 생계형 작가들을 주제로 큐레이션을 한다면 나는 이 작가를 반드시 포함할 것이다. ‘이 작가’ 또한 소설비평문을 썼다그가 남긴 수많은 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시와 탐정소설이다이 작가는 세계 최초로 탐정소설을 쓴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포의 본업은 평론가다. 그는 미국 문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평론을 썼다. 포는 전업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궁핍한 삶이 그의 재능을 막아섰다포병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포는 형의 이름을 몰래 빌려서 시와 소설을 발표했다. 잡지에 투고한 글의 원고료는 쥐꼬리만 한 수준이었다포는 자신의 글을 마음껏 실을 수 있는 신문과 잡지를 발간하기 위해서 직접 언론사를 차렸다하지만 경영난에 빠지게 되면서 신문과 잡지가 폐간되었다.


포는 잡지에 게재한 단편소설들을 모은 소설집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 이야기>(Tales of the Grotesque and Arabesque)을 발표한다그러나 불행하게도 포는 자신의 첫 소설집을 펴낸 출판사를 잘못 만났다출판사가 포에게 인세(royalty)를 주지 않은 것이다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대부분은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고딕소설(Gothic novel)이다고딕소설은 공포 소설의 시조에 해당하는 장르다


포는 소설가보다는 시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그래서 그의 단편소설에 시가 삽입되어 있다. <어셔 가의 붕괴>에 나오는 유령의 궁전(The Haunted Palace)은 포가 직접 쓴 시다. 포는 자신이 쓴 고딕소설과 탐정소설을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오락거리로 여겼다포의 고딕소설은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 대중의 취향에 맞았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그의 소설이 유행한 지 한참 지난 독일풍(Germanism)’을 지나치게 모방한다고 비판했다포는 소설집 서문에 비평가들의 냉담한 평가를 반박하기 위해 공포를 이렇게 정의했다.



공포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영혼의 보편적인 문제이다.”

 

(폴 콜린스에드거 앨런 포삶이라는 열병, 81)

 


대중을 위한 글은 문학적으로 우수하지 않다는 이유로 저평가받기 쉽다. 그래서 공포 소설과 추리소설은 어린이나 대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독자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작품또는 교육에 유익한 작품은 고전이 될 수 있다는 좁은 편견은 편 가르기 독서를 조장한다. ‘편 가르기 독서에 익숙한 독자들은 오랜 세월 인정받은 고전을 아주 좋아한다고전에 분류되지 못한 작품이나 책특히 장르문학이라는 이름이 따로 붙여진 추리소설과 공포 소설, SF, 판타지 소설 등을 즐겨 읽는 독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전이 아닌 책을 읽는 일 자체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편 가르기 독서의 문제점은 독자 본인이 낯설어하는 장르나 주제의 책에 친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완전히 다른 독자의 독서 취향을 무시한다.


엄격하게 작품을 비평하기로 악명 높은 포는 대중 소설을 관대하게 평가했다오히려 그는 대중 소설을 싸구려 오락거리로 바라보는 비평가들의 고상한 도덕주의와 실속 있는 독서를 지향하는 교양주의를 비판한다.



터무니없음이 고조되면 엽기를 만들고,

두려움의 빛깔이 짙어지면 공포가 됩니다.

재치를 과장하면 우스꽝스러워지고,

독특함이 기괴함과 신비스러움을 낳습니다.

당신은 아마 이 모든 것들을 나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나는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것들이 나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면 먼저

사람들이 읽는 책이 되어야 합니다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원하는 것입니다.


(폴 콜린스에드거 앨런 포삶이라는 열병, 53)



포는 비평가들이 호평하는 문학과 독자들이 좋아하는 문학은 항상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포의 문학론에 독자는 주인공이다주인공이 된 독자는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고른다만약 포가 지금 살아서 추리소설과 공포 소설을 가볍게 여기는 독자나 비평가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취향입니다. 취향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입니다. 존중해주시죠.”






<cyrus의 주석>



* 45





그레세의 베르베르와 샤르트르 수도원』 [주]

 

 

[] 장 바티스트 그레세(Jean Baptiste Gresset)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다. 주요 대표작은 <어셔 가의 붕괴>에서 제목으로 언급된 작품 두 편이다.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오페라로 만들어진 <베르베르>(Vert-Vert ou les voyages du perroquet de la visitation de Nevers)<샤르트뢰즈>(La Chartreuse). 샤르트뢰즈는 프랑스령 알프스 산악 지대에 있는 수도원이다. 샤르트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Chartres)과 다른 건물이다샤르트뢰즈와 샤르트르는 철자가 다른 명칭이다. 샤르트르 수도원은 오역이다.





* 316







티에스트 티에스테스(Thye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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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0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런 성향이 없진 않지. 딴뜻은 없고 단순히 고전 안 읽은 게 넘 많아서.
근데 너 땜에 포가 좋아지려고 한다. 포의 단편선을 읽는다면 이 책으로 해야겠군! ㅋ
요즘 나도 대중소설 읽고 있는데 잘 썼더군. 옛날엔 왜 그렇게 폄하했는지 모르겠어.
대중소설에 민감한 부류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이지.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그러는데 독자는 팔짱끼고 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 같이 관심 가져주고 잘하면 박수쳐 주고 그래야지.

cyrus 2024-07-02 22:23   좋아요 0 | URL
제가 추천하고 싶은 포 단편선은 열린책들, 민음사, 그리고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에요. ^^

- 2024-07-0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포에 동의해요! 독자가 주인공이죠. 그리고 읽는 사람은 압니다. 느낀다고 생각해요.

cyrus 2024-07-02 22:36   좋아요 0 | URL
요즘 출판사들은 신간을 내면 서평단을 모집하더군요. 독자들을 끌어들여서 신간을 홍보하려는 출판사의 전략이 판매 부수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책을 사서 책을 평가하는 독자들은 많이 주목받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서 읽은 책의 리뷰를 보면 출판사 서평단 활동을 한 독자들의 리뷰 수가 많아요. 출판사가 책 홍보를 위해 독자들을 선택하고 있으니 이런 상황이 저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어요.

서니데이 2024-07-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석희님 번역이 좋은 책이 많은 편인데, 이 책에는 이런 부분이 있었군요.
잘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찾으신 걸 보면 눈이 좋으십니다.
단편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여름밤에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7-02 22:37   좋아요 1 | URL
예전에 여러 번 읽은 이야기라서 결말은 다 알지만, 오랜만에 읽으니까 좋네요. ^^

젤소민아 2024-08-20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cyrus 2024-08-20 23: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포그니 2025-06-12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cyrus님. 저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포의 단편집을 사고 싶었는데, cyrus 님의 책 리뷰를 보니 선택이 쉽네요. 😍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신지 참 신기해요. 감사합니다 ><

cyrus 2025-06-16 06: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포그니님. 저는 평범한 독자입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틀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책을 읽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평점


2.5점  ★★☆  B-





오귀스트 뒤팽(Auguste Dupin)이 나오는 탐정소설을 발표 연도순으로 열거하면 <모르그 가의 살인>(1841), <마리 로제의 불가사의한 사건>(1845), <도둑맞은 편지>(1845). 탐정이 나오지 않는 추리소설<황금 벌레>(1843)<네가 범인이다!>(Thou Art the Man, 1844)가 있. <네가 범인이다!>추리소설로 분류하기 애매모호한 작품이라서 대부분 연구자와 번역자는 이를 제외한 네 편을 포의 추리소설로 소개한다. 일본의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 乱歩)는 1949년에 발표한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글에 <네가 범인이다!>가 추리소설이라고 주장한다. [주1]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3부작 중 하나다.공포를 주제로 한 시리즈에 맞춘 단편 선집이라서 탐정소설과 추리소설이 모두 빠져 있다. 환상적이며 불가사의한 현상을 소재로 한 고딕 소설(Gothic novel)만 수록된 선집이다. 출판사가 호러’와 관련된 세계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기 위해 포 문학의 노른자’인 추리소설을 제외한 선집을 만든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한 글이 없다는 것이 책의 문제점이다포가 어느 시대에 살았으며 그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문학이 어떤지 알지 못한 채 그의 소설을 읽으면 포 문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포를 모르는 독자가 고딕 소설을 읽으면 시시하게 느낄 것이다. 이러면 포의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독자와 작가들이 포의 소설을 호평하는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독자들이 포의 소설을 시시하고 고리타분한 글로 보지 않게 하려면 포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해설 글의 역할이며 해설 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다.


포의 소설에 국내 독자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인명이나 책 제목이 나온다. 포는 작가가 되기 전에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포의 소설에 고대 작가들이 쓴 책 제목이나 문장이 제법 많이 나온다. 포가 언급한 고대 작가 중에 유명한 사람도 있고, 지금은 완전히 잊힌 사람들도 있다. 작품 줄거리와 관련 없는 불필요한 묘사라서 슬쩍 지나가듯이 읽으면 된다. 그래도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표현을 자세히 알고 싶어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들도 있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번역자는 주석을 달아야 한다.










번역자의 주석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25사티로스(Satyr)’가 나온다. ‘사티로스가 언급된 포의 소설은 <어셔가의 몰락>이다. 번역자는 사티로스를 디오니소스의 자손으로 뿔이 달린 반인반수라고 설명했다사티로스는 풍요와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를 따르는 정령이다. 사티로스의 혈통을 묘사한 고대 기록들이 제각각 달라서 명확하지 않지만, 대부분 신화학자는 헤시오도스(Hesiodos)의 기록을 주로 참고한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사티로스의 아버지는 고대 토속 신 헤카테로스(Hecaterus)이며, 어머니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아르고스(Argos)의 왕 포로네우스(Phoroneus)의 딸이다. 사티로스의 아버지를 디오니소스라고 묘사한 고대 문헌이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오탈자도 눈에 띈다.



* 31





쾌할한 쾌활한


 


* 278





실중팔구 십중팔구

 



* 280





아바리안나이트 아라비안나이트

 



* 383




 

포로투갈 포르투갈



포에 관한 흥미로운 여담. 포는 비평가로 활동했는데, 같은 출신지 작가들을 좋게 띄워주는 주례사 비평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가와 편집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도 무조건 언급했다. 포는 오자를 지적하는 일을 새로운 비평문학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2]





[1] 에도가와 란포, 이진우 옮김,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 포와 란포, 도서출판b, 2021년, 7~8쪽.


[주2] 폴 콜린스, 정찬형 옮김,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역사비평사, 2020,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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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평점이 짠거야? 근데 진짜 오자 많으면 책 읽을 맛 안 나지. 포가 그런 말을 하니 나도 오자에 대해선 관대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든다. ㅋ

cyrus 2024-07-01 19:58   좋아요 0 | URL
번역만 잘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평점을 좋게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번역자는 독자에게 작품이 어떤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만큼 번역자는 번역한 작품과 작가를 잘 알아야 하죠. 번역자는 단순히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번역된 작품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그래서 이 책에 평점을 낮게 줬어요. ^^
 
빛의 아틀리에
실비 제르맹 지음, 박재연 옮김 / 마르코폴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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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렘브란트(Rembrandt), 페르메이르(Vermeer),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그들 이름에 항상 따라오는 꾸밈말이 있다. 빛의 화가. 이 세 사람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세 개의 팔레트를 사용했다. 화가들의 손에 여러 색깔 물감으로 수놓은 수채화용 팔레트가 있다. 나머지 두 개의 팔레트는 눈이다. 빛의 화가는 물감이 정해준 색보다는 빛이 빠르게 움직이면서(빛의 속도는 1초에 지구 둘레의 일곱 바퀴 반을 돌 정도로 엄청 빠르다) 생기는 찰나의 색을 좋아한다. 신비한 빛의 효과가 만든 색은 물감에 없는 색이다. 아주 특별한 색을 발견한 빛의 화가는 두 눈에 물감을 풀어 빛과 섞는다. 작고 동그란 팔레트에서 화가 본인만 느낀 빛 색이 태어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학문과 예술의 신은 총 아홉 명이다. 제우스(Zeus)기억의 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이에 태어난 아홉 자매다.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아홉 자매를 무사이(Mousai)라고 부른다. 무사이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를 가리키는 뮤즈(Muse)’의 어원이다. 재미있게도 아홉 자매 중에 그림을 그리는 신이 단 한 명도 없다. 따라서 화가의 뮤즈라는 표현은 어색하다빛은 투명한 뮤즈. 빛은 무한해서 투명하다. 빛은 실체가 기묘해서 투명하다. 빛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입자와 파동 형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만약에 화가들의 재능을 보호하는 뮤즈가 있다면, 그녀는 바로 이다. 뮤즈가 된 빛은 얼굴이 두 개여야 한다.


예술의 신이 되지 못한 빛은 화가들이 즐겨 쓰는 화구(畵具)로 전락했다. 화구의 주인은 화가다. 빛은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천연 도구가 아니다. 빛은 무한한 아틀리에(작업실)’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은 위대한 화가들을 숭배하기 위해 쓰는 표현인 빛의 거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빛의 거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빛은 인류보다 제일 먼저 태어났다. 빛은 여전히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하다. 최초의 화가가 나타나기 전에 빛의 아틀리에가 생겼다빛의 주인은 화가가 아니다. 반대로 되어야 한다. 화가의 주인은 빛이다


실비 제르맹의 빛의 아틀리에미술 감상문 또는 예술 에세이에 가깝다. 그녀가 만난 세 명의 화가 모두 빛의 거장이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페르메이르,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아차, 실수했다! ‘빛의 거장이 아니라 빛의 아틀리에를 빌려 쓴 거장이다실비 제르맹은 모든 화가가 빛의 제자라고 말한다


프란체스카, 페르메이르, 라 투르는 빛을 경배한 동방박사. 그들은 밤의 마구간에서 태어난 빛을 만나기 위해 빛의 아틀리에로 향했다. 세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을 빛에 바친다. 빛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갔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꿈>

1466년경



 

프란체스카는 수학자. 그가 빛에 바친 선물은 기하학이다. 그는 기하학을 이용해 빛과 형상, 공간을 정교하게 배치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천문학자>

1668년경



 

페르메이르가 가져온 선물은 철학이다. 페르메이르는 수수께끼로 남은 화가다. 그가 남긴 그림들도 수수께끼로 칠해져 있다. 그가 동시대에 활동한 철학자들이 쓴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없다. 실비 제르맹은 페르메이르의 작품인 <지리학자> <천문학자>를 감상하면서 진리를 사랑하는 페르메이르를 상상한다.

   






조르주 라 투르

<타오르는 불꽃의 마리아 막달레나>

1640년경



라 투르는 까다로운 선물을 가지고 왔다. 이 선물의 정체는 어둠이다. 라 투르의 어둠은 빛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암흑이 아니다.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희미한 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라 투르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지휘봉이 된 붓으로 어둠에 지시한다. “여기 빛의 아틀리에에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주1] 빛을 위해서 양보하라.” 빛의 아틀리에에 들어온 어둠은 겸손하다. 마침내 조화를 이룬 빛과 어둠은 캔버스 앞에서 지휘하는 라 투르의 붓에 맞춰 야상곡을 연주한다. 라 투르의 그림은 눈으로 느끼는 야상곡이다.


모든 화가가 빛의 아틀리에를 이용한 시간을 (작업실 대여비)으로 환산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의 경매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화가들은 빛의 아틀리에를 무료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빛의 아틀리에를 돈 주고 사용하면 화가들은 빚쟁이가 된다. 빛은 화가들을 위해 아낌없이 아틀리에를 빌려준다. 빛을 빌려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위대한 빛쟁이.





[주1] 패러디한 문장의 원문은 단테(Dante)신곡지옥 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내 앞에는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들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 37~9, 35,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22)





* 65쪽 각주





마르셀 프루스트, 갇힌 여인 [주2]



[2] 갇힌 여인7로 이루어진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부 제목이다.





* 72

 




 블랑쇼<죽음>에서 비범함은 내가 죽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라고 썼다.[3]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가시적인 세계, 빛과 색의 끝, 즉 보이지 않는 세계와 밤의 가장자리에서 멈춘다.



[3]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죽음>죽음의 선고(고재정 옮김, 그린비, 2011)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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