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평점


2.5점  ★★☆  B-





오귀스트 뒤팽(Auguste Dupin)이 나오는 탐정소설을 발표 연도순으로 열거하면 <모르그 가의 살인>(1841), <마리 로제의 불가사의한 사건>(1845), <도둑맞은 편지>(1845). 탐정이 나오지 않는 추리소설<황금 벌레>(1843)<네가 범인이다!>(Thou Art the Man, 1844)가 있. <네가 범인이다!>추리소설로 분류하기 애매모호한 작품이라서 대부분 연구자와 번역자는 이를 제외한 네 편을 포의 추리소설로 소개한다. 일본의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 乱歩)는 1949년에 발표한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글에 <네가 범인이다!>가 추리소설이라고 주장한다. [주1]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3부작 중 하나다.공포를 주제로 한 시리즈에 맞춘 단편 선집이라서 탐정소설과 추리소설이 모두 빠져 있다. 환상적이며 불가사의한 현상을 소재로 한 고딕 소설(Gothic novel)만 수록된 선집이다. 출판사가 호러’와 관련된 세계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기 위해 포 문학의 노른자’인 추리소설을 제외한 선집을 만든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한 글이 없다는 것이 책의 문제점이다포가 어느 시대에 살았으며 그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문학이 어떤지 알지 못한 채 그의 소설을 읽으면 포 문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포를 모르는 독자가 고딕 소설을 읽으면 시시하게 느낄 것이다. 이러면 포의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독자와 작가들이 포의 소설을 호평하는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독자들이 포의 소설을 시시하고 고리타분한 글로 보지 않게 하려면 포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해설 글의 역할이며 해설 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다.


포의 소설에 국내 독자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인명이나 책 제목이 나온다. 포는 작가가 되기 전에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포의 소설에 고대 작가들이 쓴 책 제목이나 문장이 제법 많이 나온다. 포가 언급한 고대 작가 중에 유명한 사람도 있고, 지금은 완전히 잊힌 사람들도 있다. 작품 줄거리와 관련 없는 불필요한 묘사라서 슬쩍 지나가듯이 읽으면 된다. 그래도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표현을 자세히 알고 싶어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들도 있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번역자는 주석을 달아야 한다.










번역자의 주석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25사티로스(Satyr)’가 나온다. ‘사티로스가 언급된 포의 소설은 <어셔가의 몰락>이다. 번역자는 사티로스를 디오니소스의 자손으로 뿔이 달린 반인반수라고 설명했다사티로스는 풍요와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를 따르는 정령이다. 사티로스의 혈통을 묘사한 고대 기록들이 제각각 달라서 명확하지 않지만, 대부분 신화학자는 헤시오도스(Hesiodos)의 기록을 주로 참고한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사티로스의 아버지는 고대 토속 신 헤카테로스(Hecaterus)이며, 어머니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아르고스(Argos)의 왕 포로네우스(Phoroneus)의 딸이다. 사티로스의 아버지를 디오니소스라고 묘사한 고대 문헌이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오탈자도 눈에 띈다.



* 31





쾌할한 쾌활한


 


* 278





실중팔구 십중팔구

 



* 280





아바리안나이트 아라비안나이트

 



* 383




 

포로투갈 포르투갈



포에 관한 흥미로운 여담. 포는 비평가로 활동했는데, 같은 출신지 작가들을 좋게 띄워주는 주례사 비평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가와 편집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도 무조건 언급했다. 포는 오자를 지적하는 일을 새로운 비평문학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2]





[1] 에도가와 란포, 이진우 옮김,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 포와 란포, 도서출판b, 2021년, 7~8쪽.


[주2] 폴 콜린스, 정찬형 옮김,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역사비평사, 2020,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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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평점이 짠거야? 근데 진짜 오자 많으면 책 읽을 맛 안 나지. 포가 그런 말을 하니 나도 오자에 대해선 관대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든다. ㅋ

cyrus 2024-07-01 19:58   좋아요 0 | URL
번역만 잘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평점을 좋게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번역자는 독자에게 작품이 어떤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만큼 번역자는 번역한 작품과 작가를 잘 알아야 하죠. 번역자는 단순히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번역된 작품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그래서 이 책에 평점을 낮게 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