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을 좋아하지 않지만,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는 추리 소설가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범죄형’이다. 범죄형 추리 소설가는 탐정보다 범죄자를 좋아한다. 범인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 행위와 심리를 묘사한다. 범죄형 추리 소설가가 쓴 추리 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조연에 불과하다. 또 다른 유형은 ‘탐정형’이다. 탐정형 추리 소설가는 탐정이 추리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 에도가와 란포, 이성규 · 오현형 함께 옮김 《음험한 짐승》 (시간의물레, 2022년)
* [절판] 에도가와 란포, 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본격 추리 2》 (도서출판 두드림, 2009년)
※ <음울한 짐승> 수록
란포의 견해가 나오는 출처는 그의 소설 <음험한 짐승>이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가의 두 유형을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란포는 실제로 범죄형 추리 소설과 탐정형 추리 소설을 즐겨 썼다. 하지만 그가 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범죄형 추리 소설이다. 탐정이 나오지 않은 범죄형 소설도 썼는데, 이런 소설은 추리 소설이 아닌 ‘환상 소설’ 또는 ‘공포 소설’로 보기도 한다.
* 에도가와 란포, 권일영 옮김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검은숲, 2016년)
* 에도가와 란포, 권일영 옮김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 (검은숲, 2017년)
란포는 일본에 추리 문학과 환상 문학을 본격적으로 확립하는 데 공헌했다. 일본 문학사에서 이 소설가가 서 있는 위치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비슷하다. 포 역시 범죄형 추리 소설과 탐정형 추리 소설을 즐겨 썼다.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이다.
* 에드거 앨런 포, 에도가와 란포 해제, 이진우 옮김 《포와 란포》 (도서출판b, 2021년)
※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 수록
* [절판] 에도가와 란포, 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 추리 1》 (도서출판 두드림, 2008년)
※ <2전짜리 동전> 수록
탐정소설의 역사는 에드거 앨런 포부터 시작된다. 란포 역시 『탐정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글에서 포의 업적을 언급한다. 란포는 포가 1841년에 발표한 <모르그 가의 살인>을 시작으로, <마리 로제의 불가사의한 사건>, <황금 벌레>, <네가 범인이다!>(Thou Art the Man), 1845년에 발표한 <도둑맞은 편지>까지를 탐정소설로 본다. 란포는 탐정소설에 대한 포의 관심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란포는 암호를 푸는 과정이 묘사된 포의 <황금 벌레>에 영감을 받아 단편 추리소설 <2전짜리 동전>을 썼다. 이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란포는 정식으로 추리 소설가로 데뷔한다.
* 에도가와 란포, 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년)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두 번째 선정 도서는 란포의 소설 선집인 《에도가와 란포》다. 이 책에 총 다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 에도가와 란포, 박용만 옮김 《파노라마 섬 기담》 (시간의물레, 2022년)
* 에도가와 란포, 채숙향 옮김 《도플갱어의 섬》 (이상미디어, 2019년)
* 에도가와 란포, 김단비 옮김 《파노라마 섬 기담 / 인간 의자》 (문학과지성사, 2018년)
이 책에 유일하게 실린 중편은 <파노라마 섬 기담>이다. 란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미 번역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도플갱어의 섬’이라는 다른 제목의 번역본도 있다.
* [절판] 에도가와 란포, 김은희 옮김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 환상》 (도서출판 두드림, 2009년)
《에도가와 란포》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중에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압화와 여행하는 남자>다. ‘압회(押絵)’라고 하는 일본식 전통 공예의 원래 명칭은 ‘오시에(押し絵)’다. 국내에 생소한 명칭이라서 번역된 작품 제목이 제각각 다르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에 실린 작품 제목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이다.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란포 전단편집 3: 기괴 환상》)’라는 제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