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수르채그에서 심야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매달 금요일 저녁 8부터 모임이 시작됩니다.

 

올해 초에 다양한 분야의 신간 도서를 읽는 <신간회>를 꾸려봤는데요예상한 대로 참석 인원이 없었어요독서 모임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봤어요제가 모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했고요무엇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신간 도서를 읽는 일이 독서 모임 참석을 어렵게 만드는 진입 장벽이라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이번에 특정 분야의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꾸려보기로 했어요.






 

모임 이름은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입니다국내 문학을 제외한 세계문학 작품들을 함께 읽어봐요장편과 단편 소설뿐만 아니라 시집희곡산문도 읽어볼 예정이에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는 너무나도 유명한 외국 문학 작품들만 읽는 모임이 아닙니다국내에 유명한 외국 작가들이 썼는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학 작품생소한 외국 작가들이 쓴 낯선 문학 작품을 읽는 모임입니다.

 

사실 저도 독서 편력이 심한 편이라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대표작흔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문학 작품에 눈길이 갑니다그래서 이 모임을 통해 제가 잘 몰랐던 생소한 작가들의 문학 작품들을 직접 찾아서 읽으려고 해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첫 번째 선정 도서]

* 슈테판 츠바이크, 정상원 옮김 감정의 혼란》 (하영북스, 2024)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첫 번째 선정 도서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선집 감정의 혼란입니다슈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작가입니다감정의 혼란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표제작 <감정의 혼란>, <아모크>, <책벌레 멘델>, <체스 이야기>입니다. <감정의 혼란>, <체스 이야기>, <책벌레 멘델>은 이미 번역된 작품이지만, <아모크>는 이번에 처음 번역된 작품입니다.

 

<감정의 혼란>은 세 번이나 번역된 츠바이크의 대표작입니다. <감정의 혼란>이 수록된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김선형 옮김 감정의 혼란》 (세창미디어, 2022)

 

* 슈테판 츠바이크, 서정일 옮김 감정의 혼란: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녹색광선, 2019)

 

* 슈테판 츠바이크, 박찬기 옮김 사랑을 묻다사랑의 본질에 관한 4가지 질문》 (깊은샘, 2020)


* [구판 절판] 슈테판 츠바이크, 박찬기 옮김 《감정의 혼란》 (깊은샘, 1996)


1996년에 번역된 책의 개정판입니다제목과 표지가 바뀐 책으로 2020년에 재출간되었습니다. <감정의 혼란외 <모르는 여인의 편지>, <달밤의 뒷골목>, <황혼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체스 이야기>는 많이 번역된 작품입니다. <체스 이야기>가 수록된 책은 총 두 권입니다(절판된 책은 제외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최은아 옮김 체스 이야기》 (세창미디어, 2021)

 

* 슈테판 츠바이크, 김연수 옮김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문학동네, 2010)




제가 고른 소설 선집 감정의 혼란》 대신에 <감정의 혼란>과 <체스 이야기>가 실려 있는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세계문학 심야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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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6-04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 사는 분들이 부럽네요. 사이러스님과 독서 모임이라니! 거기다 슈테판 츠바이크라니! 서울이었다면 바로 참석인데 아쉽습니다. >.<

cyrus 2024-06-04 19:59   좋아요 1 | URL
모임장이 지역에 찾아가는 독서 모임,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ㅎㅎㅎ 대구에 독서 모임이 많아서 제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이 많이 없어요 ^^;;

blanca 2024-06-0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들 참석하시기를...멀어 아쉽네요.

cyrus 2024-06-04 20:00   좋아요 0 | URL
두 명만 참석해줬으면 좋겠어요. ^^;;
 



<수레바퀴와 불꽃>서한용 님(예전에 서울의 최해성’, 줄여서 서해성이라고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애서가다)김지용 님이 만든 독서 모임이다. 두 분은 절친한 친구 사이이며 책 읽기를 좋아한다. 만나면 책 얘기를 했고, 독서와 대화의 폭을 더 넓히기 위해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분이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 주로 만나는 곳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카페다.

 

내가 한용 님을 20226월 강남 코엑스 근처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제일 먼저 꺼낸 단어가 수레바퀴와 불꽃이었다. 그날 책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면서 언급했는데, 친구가 바로 김지용 님이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아홉 번째 도서]

* 김지효 인생샷 뒤의 여자들: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오월의봄, 2023)



 

4월 27일 토요일 <수레바퀴와 불꽃> 아홉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선정 도서는 인생샷 뒤의 여자들: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이다. 모임 참석 인원이 2명 이상이면 독서 모임은 세미나실이 있는 <더 숲>이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진행된다. <더 숲>은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문화 복합 공간이다.






 

나는 객원 회원 자격으로 독서 모임에 처음 참석했다. 그날 모임에 특별한 손님 두 분이 오셨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의 저자 김지효 님<오월의 봄> 출판사 편집자 임세현 님이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20대 여성들이 셀카 찍는 행위와 그에 따른 심리적 반응을 분석한 책이다. 20대 여성들이 주도한 셀카 문화가 페미니즘과 어떻게 맞닿아서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저자는 셀카 찍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녀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페미니즘은 남성의 시선에만 맞춰진 아름다움의 기준을 비판한다. 그녀가 만난 젊은 페미니스트는 셀카를 즐기면서도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셀카 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한다.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을 좀 더 예쁘게 나올 수 있게 보정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난 셀카를 찍는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원래 저자가 쓴 대학원 학술 논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문이 셀카를 즐겨 찍는 페미니스트들과 그녀들을 분석하는 연구자들 모두 읽히길 바랐다. 그래서 논문을 직접 출판사에 투고했다. 대학원생과 학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저자의 논문은 모든 독자가 볼 수 있는 한 권의 단행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열두 번째 도서]

*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교양인, 2023)

 

* [절판]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교양인, 2005)




독서 모임 전에 모임 참석자들은 책 감상문과 발제를 단톡방에서 공유했다. <수레바퀴와 불꽃>의 진행 규칙이다. 저자는 모임 참석자들의 감상문에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말했다저자는 자신의 책이 남성 독자들이 읽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책을 읽고 페미니즘에 입문한 독자들이 있다고 했다. 내가 만난 페미니스트들 대부분은 정희진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을 읽고 나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알기 시작했다. 작년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제목을 단 두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5월 21일 오전 6시 50분에 내용 수정]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페미니즘의 도전의 두 번째 개정판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도전과 다른 별개의 책이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이 어떤 책인지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고, 책을 잘못 소개했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열 번째 도서]

* 제니퍼 프레이저, 정지호 옮김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심심, 2023)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열한 번째 도서]

*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20, 개역판)




5월이 지나가기 전에 오월의 봄에 나온 책들을 읽어야겠다.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많다. 7월 초에 있을 <수레바퀴와 불꽃> 열 번째 모임 선정 도서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모임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레바퀴와 불꽃> 열한 번째 모임 선정 도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고, 열두 번째 모임 선정 도서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이다. 세 권 모두 가지고 있는 책들이라서 다음 모임에 안 나올 수 없다. 주말 일정을 잘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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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이름이 뭔가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수레바퀴 하면 저는 헤세가 떠오르고,불꽃은 이스크라가 떠오르는데 이 둘이 또 참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네오.ㅎㅎ
cyrus님 객원 회원에서 곧 정식회원이 되실거 같은데요. 소개하신 책들 중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얻어갑니다. 궁금하네요.

cyrus 2024-05-21 06:46   좋아요 0 | URL
모임 첫날에 모임 이름의 의미가 뭔지 물어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음 모임에 참여하면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

건수하 2024-05-20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개정판이 아니고 최근의 한국 상황에 대해서 낸 별도의 책이랍니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을 사놓고 못 읽고 있었는데 cyrus 님 후기를 보니 책장에서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모임 후기들도 기대하겠습니다 ^^

cyrus 2024-05-21 06:48   좋아요 0 | URL
제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사놓고도 머리말을 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페미니즘의 도전>의 개정판이라고 착각했어요. 책 정보 수정하겠습니다. ^^
 




사실 오늘 고전 읽기 모임에 안 오려고 했었다. 한 주에 한 번 플라톤(Plato)의 대화편을 읽고 있다. 오늘이 플라톤 대화편 읽기 마지막이다. 1월 고전 읽기 모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화편은 향연이다. 글은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2)

 

* 플라톤, 강철웅 옮김 향연(아카넷, 2020)




향연을 다 읽긴 했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에 대해 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향연의 주제는 사랑이다.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오늘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플라톤 특유의 긴 문장을 눈으로 따라가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한 향연 참석자들의 견해 일부에 공감한다고 했다. 나도 이 향연에 껴서 사랑에 대한 내 견해를 밝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또한 지혜라고 했다(소크라테스의 변명/변론). 연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서로 다른 내 삶과 연인의 삶이 포개진 채 살아보면 사랑이라는 감정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연애관이 정립된다.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이 사랑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인을 만나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지 않았으면서 사랑은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는 태도는 솔직하지 못하다. 난 아직 사랑을 모른다. 나의 무지함을 알고 있어서 오늘 모임에 참석해야 말지 고민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랑꾼이다. 그는 자신과 성격이 정반대이자 정념에 쉽게 사로잡히는 알키비아데스(Alkibiades)를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사랑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다친 알키비아데스를 구출했다. 동료 장군들은 전쟁 승리에 기여한 공로로 알키비아데스가 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소크라테스의 용기에 감탄한 알키비아데스는 장군들에게 정작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소크라테스라고 건의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상을 양보한다(향연220e, : 368). 이 대목은 소크라테스의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연인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사랑꾼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 아몬드 단거, 장미성 옮김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 철학자의 탄생(글항아리, 2022)




플라톤의 대화편은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한 사람의 생애를 정확하게 기술하기가 어렵다. 여전히 소크라테스는 수수께끼에 가려진 철학자다. 비록 가설이지만,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는 사랑 앞에서 진지한 소크라테스를 보여준다. 소크라테스는 못생긴 외모육체적 욕망을 경계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년기에 들어선 소크라테스의 모습만 보고 있다.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대화편과 기타 문헌들을 근거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소크라테스를 새롭게 복원한다. 젊은 소크라테스는 행동이 민첩한 군인이었고, 레슬링 선수였고,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했고, 연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 플라톤, 이기백 옮김 《크리톤(아카넷, 2020)

* 플라톤, 전헌상 옮김 《파이돈(아카넷, 2020)




그동안 나는 크리톤파이돈에 묘사된 소크라테스의 견해를 따져가면서 읽었다크리톤에서 자신의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가 나약해 보였다파이돈의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불변하다고 주장하면서 눈에 보이는 현상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그렇지만 향연을 읽었을 땐 그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만약 플라톤이 향연에 부제를 달았다면 이렇게 썼을 것이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향연에 들어오지 마라.’ [] 운이 좋게도 사랑을 진지하게 논하는 자리인 향연에 나는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짧든 길든 연애를 하고 난 후에 다시 향연에 참석하고 싶다. 과연 그날이 올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 플라톤이 세운 학교인 아카데미아(academia)의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 기록의 출처가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가 훨씬 지나고 나온 거라서 실제로 있었던 문구인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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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4-01-2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 아기도 있지만, 아직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하는거지 알수 있는건 아닌 모양입니다...

cyrus 2024-02-01 05:5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사랑을 잘 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SNS에 연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짧은 영상들이 많이 나와요.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사랑 전문가인 것처럼 말하거든요.

페크pek0501 2024-01-28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작가가(체홉이었는지...) 소설에서 그랬어요. 사랑에 대해서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고요. 사람에 따라 달라 여러 경우가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로 이해했어요.
사랑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작가로 알랭 드 보통을 꼽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소설을 읽으니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후로 발표된 작품들 중에도 사랑에 대한 소설이 많은데 소설이면서 사랑에 대한 에세이로 읽혔어요.^^

cyrus 2024-02-01 05:59   좋아요 0 | URL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정말 유명한 책인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알랭 드 보통이 쓴 다른 책들 몇 권은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유독 이 책은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네요. ^^;;
 




지난주 목요일에 비가 조금 내렸다. 쉬는 날이면 책방이든 카페든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찾으러 나간다. 비가 내린 목요일이 쉬는 날이었다




















플라톤, 이기백 옮김 파이돈》 (아카넷, 2020)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플라톤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향연》 (도서출판 숲, 2012)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장소이자 책방인 <일글책>에서 읽으려고 한 책들을 가방에 담았다. 내가 읽고 있는 책과 독서 모임 참석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을 챙겼다. 플라톤(Plato) 파이돈이 독서 모임 선정 도서다. 그런데 토요일이 거의 코앞에 왔는데도 정작 <일글책>에 오면서 읽은 책은 파이돈이 아니었다.


책방 주인장이 작년에 직장인이 되면서 평일 <일글책>은 책방 주인장을 대신해 일일 책방지기 두 분이 지키고 있다. 책방지기 한 분은 책방 근처 연극 극단에 소속된 배우다. 또 다른 책방지기는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회원이며 별칭은 조약돌이다


목요일은 약돌 님이 책방에 출근한 날이었는데 파이돈을 읽었다. 이미 파이돈을 읽기 시작한 회원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는 소크라테스(Socrates)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약돌 님은 파이돈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를 상당히 어려워했다. 고전 독서 회원들의 불만을 듣고 있으니 얼른 파이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 파이돈를 읽기 시작했다.


아테네 법정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죄명으로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내린다. 소크라테스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인다. 독약을 마시기 전에 자신을 따르는 두 명의 추종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래서 철학자인 파이돈(Phaedo)과 피타고라스학파에 소속된 에케크라테스(Echecrates)의 증언을 토대로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한 대화를 복원한다. 이 대화편이 파이돈이다.


대화편의 주인공은 소크라테스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병에 걸려서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플라톤이다. 사실 파이돈의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에 가깝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 개념어 이데아(idea)’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아는 모든 존재의 순수한 원형(原型) 또는 참된 실재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데아는 하늘 어딘가에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이해하려면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을 몸과 철저히 분리된 것으로 인식한다. 이 순수한 영혼은 몸과 결합하기 전에 이미 이데아를 알고 있다. 플라톤이 된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데아를 상기한다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영혼은 자신이 체득한 이데아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나 역시 파이돈을 힘겹게 읽었다. 이미 이 책의 주제를 잘 알고 있어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찬찬히 살펴보는 게 지루했다. 나는 영혼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영혼 불멸을 주장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약돌 님은 소크라테스가 박코스 신도를 올바르게 지혜를 사랑해 온 사람이고, 자신이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했다는 발언(69d~69e)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박코스 또는 바쿠스는 술과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와 비슷하게 묘사된 로마의 신이다. 바쿠스 축제는 떠들썩하고 무질서하기로 유명하다. 바쿠스 신도들은 축제가 되면 미쳐 날뛴다(웃자고 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이성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는 욕망에 몸을 맡기는 바쿠스 신도들을 왜 긍정적으로 평가했을까정말로 궁금하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불멸성을 근거로 내세워 철학자는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되며 초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회원인 소소은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인식에 거리를 두었다. 소소 님은 살려고 하는 의지 역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을 힘들지만, 그대로 어떻게든 견디면서 살아가는 태도. 살아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소 님의 생각은 마치 니체(Nietzsche)() 철학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니체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철학을 비판했다. 니체는 관념적인 이성과 영혼을 도덕적으로 유지하는 고대 철학보다는 몸에서 우러나오는 욕망을 발현하는 철학을 선호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김남우 옮김 비극의 탄생(열린책들, 2014)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비극의 탄생(아카넷, 2007)

* 프리드리히 니체, 이진우 옮김 비극의 탄생. 반시대적 고찰(책세상, 2005)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이 사람을 보라(아카넷, 2022)

* 프리드리히 니체, 이동용 옮김 이 사람을 보라(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백승영 옮김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책세상, 2002)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적 예술(이성, 질서)’디오니소스적 예술(감정, 무질서)’의 합일을 강조한다. 두 가지 개념이 합쳐진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비극의 특징인데, 이성을 중시한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부터 비극의 본질이 변색되었다고 주장한다니체는 자신이 쓴 책들을 소개한 이 사람을 보라에서 비극의 탄생》이 그리스(예술)을 와해시킨 소크라테스를 최초로 비판한 책이라고 자평했다.


플라톤의 글이 나만 지루하게 느꼈던 것은 아니다. 니체 역시 도덕과 최고선을 설파하는 플라톤에 반감을 느꼈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플라톤은 지루하다. 결국 플라톤에 대한 나의 불신은 깊은 곳에까지 이르고 있다.

 

(우상의 황혼중에서, 박찬국 옮김, 169~170)




몸과 정신을 철저히 구분하려는 소크라테스식 이분법을 비판한 회원들도 있었다. 나도 별로였다. 사실 난 플라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이분법은 상당히 오랫동안 서양철학의 기본 뼈대가 되었다. 이분법은 또 다른 이분법을 낳는다. 이성, 정신, 영혼을 중시한 철학자들은 남성이었다. 이것과 반대되는 감정, , 욕망은 모두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혔다.


고전 독서를 즐기는 분들 대부분은 텍스트를 눈으로 읽고, 그걸 머릿속에 입력한다. 고전 한 권을 다 읽으면 입에서 텍스트가 줄줄 나온다. 그들은 스스로 기뻐한다. ‘내가 어려운 고전을 다 읽었고, 제대로 이해했어.’ 이런 분들은 고전(사상)과 한 몸이 된 상태다. 고전을 너무 좋아하면 거리를 두지 못한다. 고전을 적당한 간격으로 거리를 두면서 읽는 일은 비판적 읽기를 뜻한다. 고전에 애착을 느끼면서 읽는 건 좋지 않다. 현재 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읽는 중이다. 위대한 두 철학자와 저 사이 중간에 니체가 서 있다니체 이외에 또 생각나는 철학자들을 부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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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읽는 중이지만 니체나 쇼펜하우어에게 거리두기는 더 힘들게 느껴져요. 뭔가 압도적이기도 하고 와닿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요.ㅎㅎ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겠습니다.^^

cyrus 2024-01-27 20:39   좋아요 1 | URL
저는 쇼펜하우어를 읽어보고 싶어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요. 제목만 봐도 지루함이 느껴지는 책이지요.. ㅋㅋㅋㅋ 요즘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정작 이 철학자의 대표작을 심도 있게 언급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제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알아가도록 노력해볼께요. ^^;;

blanca 2024-01-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도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열심히 읽고 토론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영혼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저도 생각해 보니 믿는지...잘 모르겠어요.

cyrus 2024-01-27 20:40   좋아요 0 | URL
살다 보면 영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겠죠? ㅎㅎㅎ 일단 지금은 영혼을 믿지 않습니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이 올해로 2년째다. 지난해는 고대 그리스 고전 문학을 읽었다면, 이번 해는 고대 서양 철학을 본격적으로 읽어 나간다. 첫 번째 텍스트는 플라톤(Plato)의 대화 편 소크라테스의 변명(또는 변론)이다. 1월 6일 올해 첫 번째 토요일이 바로 올해 첫 모임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서울에 가야 해서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2)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할 『소크라테스의 변명번역본은 천병희 교수의 책(이하 변론’)으로 정해졌다다른 후보 번역본은 정암학당 소속 연구자들이 번역한 아카넷 판본(이하 ‘변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추천했다.


아카넷 판본의 플라톤 전집본문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옮긴이의 각주가 많은 편이다옮긴이는 변명』에 묘사된 소크라테스의 재판 장면뿐만 아니라 당시 아테네의 모습과 사회적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나처럼 텍스트를 깊이 읽는 독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석 읽기를 즐긴다. 하지만 친절한 주석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주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천 교수의 변론은 각주의 양이 적다. 그래서 주석의 유혹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본문 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변론의 각주 중에 검토해야 할 것이 있다.

 


* 각주 9, 25쪽

 

 Leontinoi, Gorgias, Keos, Prodikos, Elis, Hippias. 이들은 이 무렵 아테나이에 와서 활동한 이름난 소피스트들이다.



출신지와 고대 철학자 이름을 같이 쓸 땐 중간에 쉼표를 넣지 않는다출신지 of 철학자 이름식으로 써야 한다. 따라서 각각 ‘Gorgias of Leontinoi’, ‘Prodikos of Keos’, ‘Hippias of Elis’로 표기해야 한다. 



















강철웅 옮김 소피스트 단편 선집》 (전 2권, 아카넷, 2023)

*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소크라테스》 (소요서가, 2023)




각주 10번 소피스트에 대한 천 교수의 설명은 소크라테스(Socrates)와 소피스트를 철저히 구분하는 기존의 견해를 답습하고 있다.



* 각주 10, 25

 

 소피스트는 원래 특수한 기술이 있는 지자(知者)라는 뜻인데, 기원전 5세기에 이 말은 보수를 받고 지식을 전수하는 순회 교사들을 지칭했다. 그들은 지리, 수학, 문법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으나 출세를 위하여 젊은이들에게 주로 수사학을 가르쳤다.



수사학의 핵심은 로고스(logos)’, 이다. 로고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소크라테스는 직접 글을 쓰지 않았다. 고르기아스는 말이 가진 설득의 힘이 인간의 영혼을 움직이는 신적인 힘과 맞먹는 것으로 이해했다. 당시 그리스인은 설득의 힘을 신령스러운 능력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고르기아스는 설득의 힘을 가진 로고스를 (arete)보다 중요하게 인식했다. 그러나 모든 소피스트를 덕의 기능에 무관심한 수사학 전문 교사로 규정할 수 없다. ‘첫 번째(최초의) 소피스트로 알려진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말과 덕의 기능 모두를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다. 그는 고르기아스와 다르게 덕의 교사임을 자처했다.


천 교수의 각주 10번은 소피스트를 소크라테스와 대비되는 비 철학적 학파로 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소크라테스 대 소피스트는 고대 철학의 주류 견해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으나 소피스트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거의 밀려난 상태다. 소크라테스를 묘사한 고대 철학자들의 텍스트들을 연구한 루이 앙드레 도리옹(Louis-Andre Dorion)은 자신의 책 소크라테스(소요서가, 2023)소피스트들도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적 질문을 성찰의 특별한 대상으로 삼았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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