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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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기억력을 좋게 하는 것이다. 살면서 기억이 흐릿하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적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기억력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실 기억력이 좋으면 공부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분명히 좋은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기억을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이것은 이 책의 지은이가 주장하는 핵심인데 '왜 기억하는가'를 생각한다면 기억에 관한 제대로 된 개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살면서 왜 기억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기억력이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 했지 기억하는 기본 개념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지은이의 말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하는 좋은 질문 같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어떤 기억은 오래 지속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어 버린다. 잊어 버린 기억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고만 좀 잊어버렸으면 할 때가 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잊었으면 하는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서 괴로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기억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보고 겪은 모든 일들을 하나 하나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 만큼의 뇌 용량이 안 되어서 그럴 것이다. 이때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그 선택의 근거가 되는 것이 '맥락'과 '도식' 이라는 틀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의 기억을 '덩어리 째'로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공감각 적으로 하는데 예를 들어 경찰에서 수면 요법으로 기억을 불러오려고 할 때 주위 환경을 상세하게 묻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떤 사물까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는데 이것은 우리가 상황을 덩어리로 기억하기에 그 공간을 다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필요에 의해 기억할 뿐 늘 우리가 기억하지는 않는다.


요컨데 우리의 뇌는 기억을 하는 것이 1차 목적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수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데 그것을 다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뇌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는데 뇌의 작용이 우리의 의지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기억의 부재로 불편할 때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같은 장면을 봐도 똑 같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같은 상황을 보는데 어떻게 기억이 다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각각 갖고 있는 경험과 기억에 따라서 매번 정보를 새롭게 재구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상상을 할 때와 기억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억 속에 상상이 섞여 들어가서 비슷하지만 다른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기억 자체도 왜곡되고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기억을 다 믿으면 안 된다. 


사실 과거의 내 기억 중에서 안 좋은 기억을 나중에는 좋게 포장해서 기억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은 좋은 것일 수 있는 게 그 기억으로 내가 삶을 괴로워하기 보다 좋은 쪽으로 왜곡해서 기억한다면 삶을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이것이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해 진화

시킨 적극적인 생존 방식이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을 적절하게 변형 시키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아무튼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살면서 좋은 점이 많다. 시시콜콜 기억하는 것이 어떤 작업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고 내가 살아가는데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더 기억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호기심'을 가진 인간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사실 인류가 문명을 발달 시키고 지금까지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더 좋은 것 인가에 대한 호기심, 더 잘 살기 위한 호기심 등등 더 많이 머리를 쓰는 행위 자체가 기억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도 더 많은 시간을 머리 쓰는 행위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자꾸 보고 또 보고 하니까 기억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와중에 문제를 풀면서 답을 맞춰가는 그 행위 자체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기억이 좋아야 하고 어른이 되어 살면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기억이 좋아야 한다면 노인이 되어서는 치매나 뇌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억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 치매가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무엇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관한 생각은 어떻게 하면 더 기억력 좋게 하는가에 대해서 이 책은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전개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처럼 내가 기억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책은 사실 쉽지 않다. 초반부의 과학적인 설명이 조금 어려운데 그 부분을 지나면 지은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방향을 느낄 수가 있다. 조금 천천히 되새기면서 읽어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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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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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 대왕과 더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큰 위인이다. 그의 호인 '다산'은 여러 지역이나 단체에서 쓰일 정도로 정약용이라는 인물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진정한 천재급 위인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수준급 이상의 능력을 가졌었다. 저작물도 많은데 '목민심서' 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려진 명저인데 그만큼 속의 내용이 시대를 관통하는 진정한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다산이 태어나서 자랐던 시기가 조선의 국운이 서서히 지고 있었던 때라는 것이다. 조선의 문물이 흥성 했던 세종 때라면 더 큰 활약을 했을 것이나 그가 전성기였던 정조 시기는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라고는 하나 왕조의 모순이 점점 극대화되는 시기였고 영-정조 개인의 능력으로 왕조의 수명을 늘여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 시기에는 한번 실수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정조의 신임을 받던 그가 하나의 문제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천주교 문제다.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특이하게도 실학자들에 의해 종교가 아니라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되면서 도입이 되어 신자가 되는 구조였는데 그것이 주로 남인 학자들에게 일어났다. 다만 천주교는 당시 조선에서 금기시되는 사상이었고 비교적 온건적으로 대했던 정조 시대라고 해도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 자체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런 천주교를 정약용이 믿었던 것이다. 잘나가던 젊은 신료에게 공개적으로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은 단순히 벼슬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걸 사안이었다. 


이 책은 천주교를 믿는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다산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그의 진면목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제목처럼 다산이 쓴 일기에서 속 마음을 낚아 채어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켜 해석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내용이 깊다. 일단 다산이 쓴 일기는 사실을 위주로 적어서 직접적인 감상을 나타내는 부분이 적다. 즉 자신의 속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산의 일기는 혼자만 보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쓴 것 같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행간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넌지시 알리는 식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글에서 주관적인 내용을 찾아야 하는데 지은이가 그 세밀한 작업을 통해서 다산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산의 일기 중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부분에서 당시 다산의 상황과 시대상을 해석하고 있다. 시대상으로는 정조 후반기 1795년에 해당된다. 이때 천주교 즉 서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금정찰방으로 좌천되면서 쓴 것이 금정일록이다. 사실 아무리 정조라고 해도 나라가 엄금하는 서학을 신봉하는 다산을 두둔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완전히 내치지는 않고 작은 외직에 두면서 공을 세우면 중앙으로 불러들이려고 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정일록인데 여기 일기에서 단순하게 찰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찰방은 역참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지 누구를 쫓고 하는 관리는 아니다. 그런데 다산은 금정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았다는 천주교 지도자 이존창을 검거하고 중간 리더인 김복성까지 검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산이 서학을 버리고 정학(성리학) 으로 돌아섰다는 명분을 줄려고 정조가 기획한 것이고 다산은 잘 따랐던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상황을 통해서 이런 것이 잘 흘러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무마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성호 이익이 남긴 저서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기도 했고 퇴계 이황의 편지를 읽고 감상문을 쓴 '도산사숙록' 까지 썼다. 이 모든 것은 다산을 중앙으로 불러들이려는 정조의 배려이기도 했지만 실제 다산의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다산이 천주교를 믿었지만 배교했다고 하긴 어렵다. 이제 서학을 버리고 정학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이긴 했고 그 뒤로 천주교와 관련된 행동이나 말은 없었다곤 하지만 속까지 믿음을 저버렸진 않았을 것 같다. 다산은 중앙 정치계에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자 한 야망을 버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배교자의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겉으로 다시 서학 추종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관직 생활을 이어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여러 일기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고 다산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이나 드라마 등 많은 매체에서 다산을 은근히 다정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서 사실 그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었는데 확실한 것은 그가 여러 분야에서 상당히 박식하고 똑똑하고 활동력도 있었지만 성격 자체는 직선적이면서 강팍한 면도 있었고 일기의 내용과 배치를 봤을 때 교활한 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 원한을 두고 오랫동안 남을 비판한 것도 있는 것을 보면 대인의 면모가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위대한 정약용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와 똑 같은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다산의 다양한 모습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능력 있는 신하를 잘 쓰고자 여러모로 안배를 했던 정조와 그런 정조 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다산과의 인연은 1800년을 끝으로 끝나고 만다. 1795년 금정찰방으로 내렸다가 금방 조정으로 복귀할 것 같았던 다산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몇 년 후에나 정조의 가까이에 안착하게 되지만 정조의 갑작스런 승하로 끝내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 정조 승하 몇 년 전 그 중요한 시기에 다산 정약용이라는 출중한 능력의 인물이 잘 쓰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만일 다산이 일찍 중앙으로 복귀했다면 정조 사후 조선이 급격히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책은 참 잘 쓰였다. 정약용 연구의 전문가인 정민 교수가 딱딱하고 객관적인 일기를 여러 기록과 대조하고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비교 분석해서 그때의 모습을 잘 복원하고 있다. 다산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그리고 정조와 그 시대가 어떠했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는 역작이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의 진면목을 입체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정약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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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곽재식 지음 / 구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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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는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장르의 글들을 많이 써온 독특한 사람이다. 고등 학교 때는 중국어를 익혔다니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과학자란 특성으로 SF와 관련된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진정한 실력은 정말 글 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몇 년에 한 번 책을 낸다면 곽작가는 금세 책을 뚝딱 만들어낸다. 솔직히 그가 쓴 책들 중에서 '명작'이라고 부를만한 책은 없다. 하지만 졸작도 없다. 전체적으로 수준작을 꾸준히 펴내는데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없는 능력이다.


무엇보다 곽작가 글의 가장 큰 미덕은 쉽게 잘 읽힌다는 것이다.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여길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쓴다. 외국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직업을 택해도 잘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고 나름 곱씹을 이야기꺼리가 많다. 가끔 TV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재미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남들은 별 것 아니고 넘어가는 것에서 생각 못한 생각들을 만들어 낸다. 아이디어 뱅크라고 해야 하나. 창의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의 글쓰기 능력을 잘 발휘한 내용이다. 이른바 '엽편 모음집'. 엽편은 아주 짧은 글을 말하는데 보통 단편보다 짧은 글들이다. 읽어 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엽편 보다는 좀 긴 것 같지만 나름 완결까지 무리 없이 잘 쓰여진 글들이다. 사실 장편보다 단편이 글을 쓰기 어렵다. 짦은 분량 이내에 기승전결을 다 넣으려면 적당하게 내용을 안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잘못하면 길어지거나 짧아진다. 그런 면에서 여기 실린 작품들은 어느 정도 완성도가 괜찮은 글들을 모은 것 같다.


표제작인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를 보면 해장국에서 외계인을 연상시킨 것이 참 창의적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어디서 해장국 먹다가 문득 생각 난 것 같다. 긴 장편도 아니니 부담 없이 마음 속의 아이디어를 짧은 글로 만든 것 같은데 제일 인상적인 작품이다. 내용이 그렇게 흘러갈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역시 난 상상력이 부족한가 하는 느낌도 들게 했다.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이 망하는 이야기'는 인공지능에 관한 기존의 생각들에서 벗어난 작품인데 역시 생각 못했던 내용이다.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 나왔던 고도로 발달한 기계에 의한 인류 멸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 책 내용대로 인공지능에 빠진 인류보다는 인류보다 진화한 인공지능에 의한 지구 멸망이 더 그럴싸한 것 같다. 


총 13개의 작품이 있는데 엽편모음집 이라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금방 읽을 수 있다. 짧게 시작해서 짧게 끝나기 때문에 하나하나 논평하기도 힘들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참 생각이 다양하고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것들, 작은 것들, 눈여겨 두지 않는 것들에서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낸다. 그래서 곽재식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며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깝게 느끼는 대상을 소재로 쓰기에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생각의 신선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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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임용한 지음, 손무 원작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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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손자병법' 이라는 책을 들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전쟁사에 관한 최고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 많은 병법서들이 나왔지만 이 책을 능가하는 책은 없었다. 전쟁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담고 있어서 책이 나온 지 수 천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책이 나온 것은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춘추 시대 끝 무렵이다. 이때는 시기적으로 '청동기 시대' 다. 우리 역사로 봐도 상당히 오래 전의 시대인데 이때 벌써 인류의 자산이라고 할 책이 나온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지만 그 내용이 인간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책의 내용이 사회에서도 통용이 된다. 그래서 처세나 기업 운용 등과 관련해서 해석한 많은 책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손자병법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위해서 만든 책인 만큼 전쟁 측면에서 해설하는 책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이 그런 아쉬움을 상당히 메꿔준다. 책의 지은이인 임용한 작가는 전쟁사에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역사가인데 서양과 동양의 수 많은 전쟁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잘 소개한다. 이 책에서도 각 장에 관련 있는 실제 전쟁의 예를 적절하게 전개 시키고 있어서 손자병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계 , 작전 , 모공 , 군형 , 병세 , 허실 , 군쟁 , 구변 , 행군 , 지형, 화공 , 용간 순으로 쓰여져 있는데 사실은 이것보다 내용이 더 많다고 한다. 다만 시대에 따라서 지금까지도 그 뜻이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쓰여진 것이 13편이기에 보통은 이것만 소개한다고 한다. 물론 중간에 소실되어 알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13편의 내용은 전쟁의 근본적인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해서 읽힐 것이다.


책을 펼치면 우선 1편 시계부터 나온다. 이 부분은 처음의 계획이라는 뜻인데 손자가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한다. 전쟁이라는 것은 패하면 엄청난 고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에 신중해야 함을 말한다. 승리한다고 해도 나름의 피해가 있기에 전쟁이란 것은 없어야만 하지만 일단 전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생사가 걸린 일이기에 여러 가지 검토할 것을 이야기한다. 즉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국지 조조의 예를 통해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해야 제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의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은 전력을 다 해야 할 때 다하지 않고 괜한 양동 작전으로 힘을 분산시켜서 결국 본 전투에서 지고 말았다. 이때 전력을 다 했다면 일본군이 이겼을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편에서 전쟁을 할 때 생각해야 할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하는데 많은 적절한 예를 들고 있어서 병법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게 한다. 마지막 편인 용간은 간자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간자는 지금 말로 스파이 간첩을 말하는데 전쟁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미 그 당시에 간자를 이용한 첩보전이 활발했다. 간자를 이용하면 그 만큼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고 더 크게 보면 전쟁 자체를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1차 세계 대전의 '타겐베르크 전투' 에서 열세의 독일군이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은 암호를 해독해서 적절한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독일군이 2차 세계 대전에서 절대로 해독 할 수 없다는 '이니그마' 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으로 결국 패하고 만다는 것은 역사를 뒤돌아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지만 손자는 근본적으로 전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미 1편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손실이 많음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애초에 전쟁을 하지 않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을 만들라고 한다. 말하자면 '이기는 싸움만 해라' 인데 우리 이순신 장군의 전투 상황과 똑같다. 이순신 장군은 23번 싸워서 23번 이긴 최고의 명장인데 이 23번은 이길 싸움을 철저히 준비해서 이긴 것이다. 질만한 상황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승기를 가지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원칙이다.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읽힌다. 지은이인 임용한 작가는 전쟁의 역사를 쉽게 잘 풀이하기로 유명한데 그 진가가 잘 발휘된 책이다. 손자병법 13편의 내용에 맞는 동서양의 수 많은 전투를 적절하게 제시해서 이 희대의 병법서를 쉽게 접근하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왜 오랫동안 수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는지 수 많은 위인들이 읽었는지를 그 가치를 느끼게 된다. 꼭 손자병법을 읽는다고 생각 안하고 책에 소개된 수 많은 전투 일화를 읽기만 해도 그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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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 빌런
존 스칼지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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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존 스칼지' 는 '노인의 전쟁' 을 통해서 처음 접했는데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책을 많이 펴낸 유명 작가다. 그런데 이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실 SF 소설이라고 해도 쉽게 잘 안 읽히는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쉽게 잘 읽히는 책이 좋다. 어차피 재미 있으라고 읽는데. 그런 면에서 존 스칼지 작가는 SF 본연의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 흥미롭게 글을 잘 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나온 책은 기본에 많이 봤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아니다. 뭔가 소품 같기도 한데 읽어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데 처음에는 다른 작가가 썼나 싶을 정도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나타나긴 하지만 기존의 배경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게 잘 쓴다는 그 특성이 이 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주인공인 찰리는 거의 반 백수의 신세로 하루하루를 대출금을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길 고양이다. 그러던 어느날 TV를 통해 외삼촌이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어릴 때 이후로 본 적도 없고 연락도 거의 안하고 살았던 거의 남이나 다른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별 다른 감정도 없을 터. 그런 그에게 삼촌의 비서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마틸다 모리슨. 그녀는 삼촌의 장례식 유족 대표자를 맡아 주면 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온전하게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 집은 찰리가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그의 배다른 형제 세 명과 공동 상속을 해 놔서 언제든지 쫓겨날 지도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장례식을 조금 도와주면 이 집을 내가 가지게 해 주겠다고? 안 하면 손해지. 찰리는 수락하지만 정작 장례식장에 가니 분위기가 좀 묘하다.


사실 삼촌은 주차장 관리와 관련한 회사를 가지고 있는 부자라는 정도밖에 아는 게 없다. 그런데 장례식을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찾아 온 사람도 묘하다. 추모하러 온 것이 아니라 뭔가 확인하러 온 듯한?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장례는 치르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집이 폭발한다. 졸지에 살 곳이 없어진 찰리. 그런 그에게 마틸다는 누구를 따라가라고 한다. 누구를?

바로 그가 기르던 고양이 '헤라'를 따라 가란다. 헤라는 마치 사람처럼 그를 이끌어가는데 헤라를 따라가니 집이 나온다. 그 집에서 살란다. 그런데 찰리를 놀라게 한 것은 헤라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은 고양이라는 것이다! 바로 글을 쓸 줄 아는 생각하는 고양이.


헤라는 컴퓨터 자판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헤라가 그냥 길고양이가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하는 관리자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삼촌의 숨겨진 일이라고 한다. 단순한 주차장 관리 회사가 아니었나? 이제 삼촌의 일은 그의 일이 되었다. 삼촌 일을 정식으로 찰리가 대행하게 되는 것이었다.


놀랄 일은 또 이어진다. 바로 돌고래들. 돌고래가 지능이 높은 건 알겠지만 찰리가 본 돌고래는 거의 사람급이다. 돌고래의 울음 소리를 사람 말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를 통해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지금 노동 쟁의 중이다. 돌고래가 노동 쟁의라니! 찰리는 점점 삼촌의 사업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대체 정체가 뭐야?


이제 찰리는 삼촌의 사업을 정식으로 운영한다. 그는 빌런들의 공갈과 협박에 대처해야 하고 고양이들을 돌봐야 하고 돌고래들과 노동 협상을 해야 한다. 그전에 빌빌거리며 살던 찰리가 아니다. 그런데 무능한 듯 보였던 찰리가 아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점점 상황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숨겨진 재능이 있었던가. 연락은 안 했지만 늘 주시하고 있었던 삼촌의 혜안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 소설 초반 약간 무기력했던 찰리가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잘 펼쳐지는 내용이었다.


고양이나 돌고래가 사람과 같은 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SF 소설이라고 해야 하긴 하겠지만 판타지적인 느낌도 있고 빌런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액션 소설 같기도 하고 복합적이긴 하지만 암튼 뭐든 간에 재미가 있다. 역시 글도 잘 쓰고 상상력도 풍부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나름 현실을 풍자하고 여러 상황을 통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내용 자체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등장 인물과 내용 전개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다. 그냥 재미있는 책이란 생각으로 읽다 보면 존 칼리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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