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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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당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거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 주로 욕망과 관련된 살인이나 실종, 납치 등의 전개를 통해 진정한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하는 고급 역사 추리 소설이다. 당시는 잉글랜드의 내전 상황이었는데 시리즈 내내 이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듯 해도 결국 불안한 정국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턴의 영주가 죽음으로써 시작된다. 영주는 스티븐 왕의 편에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얻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얼마 안 가서 죽고 만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나름 아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해뒀다. 그것은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부탁한 것이었다. 바로 캐드펠 수사가 사는 수도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아버지인 이턴의 영주가 사망한 것이다.


문제는 아이의 할머니인 디오니시어였다. 그녀는 아이를 이용해서 재산을 늘리려고 한다. 나중에 손자에게 이익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 자신의 욕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미래를 부탁 받은 수도원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턴 숲에 한 사람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그를 성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와 그의 일행의 등장은 디오니시어와 수도원 간의 갈등을 더 부채질 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사건이 벌어진다. 수도원에서 묵던 사람이 에이턴 숲에서 살해되고 무엇보다 어린 후계자가 사라지고 만다. 한 사람은 살해되고 한 사람은 실종되고. 이제 우리의 캐드펠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영주의 어린 아들은 수도원이 보호하기로 그의 아버지와 약속을 했는데 사라지다니 캐드펠은 다각도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늘 그렇듯이 이 시리즈에는 단순히 사건 사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 있다. 사람의 기본적이 욕망이나 품은 마음 등이 사건이 일어나게 하고 살인에 까지 이르게 된다. 캐드펠은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나게 해주고 있어서 새삼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다른 시리즈처럼 재미있다. 배경은 현대가 아닌 거의 천 년 전의 중세 시대라서 느린 전개가 장점이긴 하지만 이번 내용은 조금 빠르게 전개가 된다. 그래도 내용이 탄탄하고 치밀하게 전개가 되고 있어서 짜임새 있게 느껴진 책이었다.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 캐드펠의 진지한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다른 캐릭터들도 입체감 있게 그려져서 더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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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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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역사에는 어떤 요인으로 일이 일어나는데 우리는 그 결과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결과만 알면 왜 그렇게 일어났는지를 모른다. 그런 것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결과의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때로는 그것이 다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그것은 역사라는 것이 우리 실생활에서 공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결과는 그냥 평면적인 글로만 알기에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를 통해 본다면 역사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만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던 것이 지도를 통해 보면 아 하고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미 지도를 통해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던 지은이가 지난번 서양편에 이어서 이번에는 동양편으로 돌아왔다. 이 시리즈는 그냥 대충 글로 알고 외우기만 했던 역사를 지도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더 쉽게 이해하게 한다. 수긍이 가는 역사는 외우기도 잘 외워진다. 단순 암기보다 이해를 해야 더 잘 기억에 남는 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실제적인 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에 중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한 장을 차지하고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를 한 장에서 설명한 다음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옯긴다. 유럽에 비해 드넓은 아시아를 설명하기에 조금 분량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하게 다룰 부분은 다 다룬 것 같다.


우선 중국의 발전은 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책에서는 하,수,강 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두 강을 말하긴 하지만 조금 의미가 다르다. 하는 북중국을 대표하는 황하를 말하고 수는 북과 남의 경계인 회수, 강은 남중국을 대표하는 장강을 말한다. 이들 강들이 하나의 분기점이 되어서 각 지역의 지명도 만들어졌기에 강의 위치와 생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강을 끼고 중국 문명이 발달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영토는 크지만 원래 그렇게 컸던 것은 아니다. 중국 주변의 만주, 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등과의 경쟁을 통해 결국 그들을 통합해서 오늘날의 영토가 된 것이다. 북쪽의 황하와 남쪽의 장강은 각각 한족과 비한족의 대표적인 문화 지대였지만 결국 하나의 중국으로 융합이 되었다. 책은 각 지역의 강을 중심으로 중국의 갈등과 팽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주나 요동에서 문명을 시작했지만 결국 한반도로 내려왔다. 그 이유는 남쪽 한반도가 그만큼 살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삶을 영위하는데 북쪽은 너무 추웠고 인구를 부양하고 밀집하기에는 장벽이 있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각 지역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지리의 이름은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등 산과 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서 각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각 지역의 지명을 잘 보면 그 땅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인구가 밀집하고 도시가 발달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아시아에서 중요한 것은 히말라야 산맥이다. 이 히말라야 때문에 남아시아는 고립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동-서아시아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의 평원때문에 인구도 크게 늘 수 있었다. 인구가 늘고 여러 생각들이 나타나면서 종교도 다양하게 펼쳐졌는데 힌두교, 불교에가 만들어지고 이슬람교도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종교로 말미암아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나누어지게 된다. 


신장위구르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이른바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유라시아 무역의 중심 통로였지만 징기스칸의 몽골이 무너지고 해양 무역이 발달하면서 쇠퇴했고 동아시아 만큼의 발달을 이루지 못하면서 오늘날에는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의 영향 아래 살아가게 되었다.


유럽보다 더 넓고 역사도 오래된 아시아를 한 권의 책에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해서 어렵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시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사실 중국만 다루어도 한 권이 모자라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책에 언급된 내용만 이해해도 아시아 세계사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대략적으로 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좋다. 글 자체가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고 핵심적이 내용을 잘 설명해서 여러 자료나 그림, 지도를 통해서 이해를 더 높이고 있다.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전체 아시아 지도를 머리 속에서 그리면서 이해할 수 있게 잘 썼다. 각 지역의 자세한 내용은 관련된 책을 보면 되겠고 이 정도만 해도 핵심적인 아시아 역사를 아는데 무리가 없게 잘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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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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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는 상당히 고급스런 추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캐드펠이라는 카톨릭 수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종의 탐정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실 늘 기도하면서 경건한 삶을 사는 수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해결사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탐정이나 수사관보다도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캐드펠이 수도원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찌 보면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으로 풀어간다. 이미 그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배경은 12세기 전반기다. 1100년대인데 우리 나라는 그때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나고 좀 더 지나서 그 유명한 무신정변이 일어나게 되는 연대다. 지은이는 이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구성해서 이야기만 읽어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잘 파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캐드펠은 나이가 있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전쟁에 나가서 인간 본연의 선악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이후 종교에 귀의해서 수도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런 것과 함께 여러 경험이 어우러져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번 책의 사건은 단순하게 말해서 장미 한 송이로 일어난다. 장미는 어떤 상징일 것이다. 이 장미로 인해서 살인과 실종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디스 펄은 남편을 잃고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를 했는데 조건부다. 조건은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주디스는 젊고 이쁜데다가 재산도 많다. 어느 누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엘루릭 수사는 그 자신도 젊은데 매번 주디스를 보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장미나무 아래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주디스가 납치를 당하면서 행적이 묘연해졌다.


이 사건들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디스의 직원이었던 버트레드가 그녀의 흔적을 쫓다가 죽게 된 것이다. 그는 왜 살인을 당했을까. 그를 죽인 사람은 엘루릭 수사를 죽인 사람과 동일범인가.


이야기는 당연하게 주디스의 주위 인물들을 조사한다. 그들 중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주디스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대부분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구혼을 했을터. 그러나 어떤 인물을 특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게다가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나고 주디스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캐드펠은 계속 해서 주위를 탐문하고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결말은 사람에 따라서 뜻밖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 주디스는 젊은 미망인이다. 아이도 없고 재산은 많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독립적이기 어려운 시대상을 잘 이용한 이야기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 장미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끌어들여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탐욕 등을 잘 버무려 낸 작품이다.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의 솜씨가 여전히 좋고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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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본 백제사 순간들 - 히스토리텔러 이기환 記者의
이기환 지음 / 주류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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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고대사에는 삼국 시대라는 것이 있었고 고구려,백제, 신라가 패권을 겨루다가 당의 지원을 받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것은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삼국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관련된 역사서가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 사기와 삼국 유사밖에 없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그나마 신라는 경주의 유적 유물을 통해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지만 고구려 백제는 신라와 당에 의해 멸망 당한 나라라서 잊혀진 부분이 많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들어와서는 발굴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많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축적이 되어서 어느 정도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시대 역사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건국부터 멸망까지 쭉 다룬 통사는 아니고 중요한 사실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는데 작가가 이런 글쓰기에 솜씨가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소개를 잘 한다.


책은 처음 한성백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오늘날의 수도인 서울은 조선 시대만의 수도가 아니었다. 백제 초기 하남위례성이라는 수도가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서울로 오랫동안 여겨졌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 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없었고 관련한 유물 유적이 없었었다. 그냥 뭔가 강력한 집단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이 있었을 뿐이었는데 1996년 말 백제의 수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백제토기 편들이 무더기로 발견이 된 것이다. 곧 정식 발굴을 통해서 엄청난 유물을 수습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풍납토성이다. 발굴 결과 폭 43m 이상에 현존 높이 11m에 이르는 사다리꼴 형태의 토성임이 밝혀졌다. 이 정도 거대한 규모는 당시 왕권에 준하는 강력한 절대 권력 만이 만들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한성백제의 터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몽촌토성을 하남위례성으로 추정해온 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수도였다는 강력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관련 유물로 봤을때 타당한 것 같았다.

책은 이 풍납토성의 유적 발굴을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이 곳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하고 있다.


무령왕릉의 발견은 한국 고대사 최대의 사건이었다. 이미 조선 시대와 특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웬만한 왕릉은 대부분 도굴을 당했기에 당시까지 남아 있는 처녀 고분은 있으리라고 생각 못했었다. 그런데 한번도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이라니..훗날 무령왕릉으로 밝혀진 이 왕릉은 수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여러 명문을 통해서 당대의 역사를 재정립 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미 이 왕릉은 일제 강점기 당시 공주 지역의 문화재 도둑 가루베에 의해 도굴을 당할 뻔 했었다. 전문 지식도 없이 마구자비로 왕릉을 헤치고 다녔던 이 도굴꾼은 무령 왕릉의 가치를 몰라서 더 파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귀중한 역사가 우리 손에 의해 밝혀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까지 이런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을 발굴 해보지 못했었기에 정말 세밀하게 천천히 발굴을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해치웠던 것이다. 관련된 학자들은 훗날 다 후회하는 심정을 남겼는데 고고학의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백제금동대황로'의 기적 같은 발견과 거기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용 문양을 새긴 백제 시대 명품 구두나 백제판 구구단 목간 등 흥미로운 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 신라에도 영향을 준 것을 보면 당시 백제는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유산은 엄청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멸망과 전잰 등으로 그 진면목을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책은 재미있다. 많은 부분 우연히, 운 좋게 발견되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뻔 했던 이야기와 함께 아주 수준 높은 문화를 누렸던 당시 백제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지은이가 기자이지만 역사 학자 못지 않은 식견과 끈기로 당대 백제를 잘 재현해서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백제의 진면목을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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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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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성은 '생각'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 불안이나 공포심이 있다. 바로 두려움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기에 병에 걸려서 괴롭거나 다른 사건 사고로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보험까지 든다. 이를테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존재 하는지 존재 하지 않는지도 모를 어떤 절대자에 대해서 공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각종 자연 재해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간들의 마음 속에 축적되어온 그런 생각들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발현이 된 것이 바로 '괴물'이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보단 실제로 있다고 눈에 보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마음을 편안하게 했을지도 모른다.일단 본다는 것은 피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괴물은 인간 마음 속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공포감이나 불안, 두려움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근거가 없는 상상 속의 존재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이런 괴물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각 괴물의 존재를 잘 연구한다면 당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근대 괴물 사기극' 은 괴물이라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 책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믿을 만한' 괴물들을 엄선해서 그 존재 이야기를 잘 풀어주고 있다. 사실 괴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좀 더 믿을 말한 괴물이 나타난 것은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대 이후다. 고대의 괴물은 나중 사람들이 봐도 너무 허무맹랑하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에 과학이 발달한 때 이후의 괴물들은 나름 논리성을 갖추고 그럴 싸한 것이 많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29가지 괴물을 이 책에 실었다.

먼저 1700년대의 '동물 인간' 을 소개한다. 사실 인간은 여러 종이었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사피엔스 종만 남았는데 어느 정도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 지식이 퍼진 시대에도 자신과 다르게 생긴 인간을 동물로 취급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이 제법 있었다. 그들에게 '좀 다른' 인간은 일종의 괴물이었으리라. 그랬으니 인간을 '전시'하기 까지 않았겠는가. 이 책의 동물 인간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땅굴을 파고 사는 종이며 일반 인간과는 구별된다고 한다.

주로 유럽 백인을 기준으로 그 생활 형태에 어긋나는 것은 무조건 괴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물론 과학이 더 발달하면서 이 동물인간의 실체를 알게 되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 매혹되었다. 결국 이것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존중이 결여된, 편견이나 혐오를 가졌던 것이다. 인간이 가진 이 추악한 관념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1800년대 괴물들 중에서 '수정궁의 이구아노돈' 은 좀 더 현실적인 괴물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괴물이라고 하겠다. 원래 이구아노돈은 백악기 전기 유럽에서 서식했던 조각류 공룡이다.사실 공룡이야 말로 진정한 괴물 중의 괴물이다. 인간을 압도하는 힘과 몸을 가졌고 인간 역사는 찰라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수 억 년을 살았던 동물이다. 그런데 수정궁 공원의 이구나노돈은 잘못 복원된 고생물의 상징이라고 한다. 에를 들어 앞다리를 들 수 있었던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수정궁의 이구나노돈은 네 발로 걸었다. 책에서는 어떻게 해서 이 고대 생물이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1900년대의 대표적인 괴물은 네스호의 괴물인 '네시'다. 영국 최대 호수인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이 괴물은 수 많은 목격담과 수 많은 사진 등으로 그 진실 여부가 늘 이슈가 되는 괴물이다. 과거의 많은 괴물들이 당대에 반짝하고 그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와서도 이 네스호의 괴물은 죽지 않고 있다. 많은 사진들이 있다고 해도 그 중에 상당수는 조작이고 나머지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생긴 것은 대략 중생대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루스 와 비슷하게 보인다. 이 괴물은 최근까지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떠오르는데 이쯤 되면 이걸 진짜로 믿는지 가짜로 믿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네시 덕분에 스코틀랜드는 관련한 산업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진짜 있다면 모습을 드러냈을 이 괴물은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서 아마도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어중이떠중이에 괴물 같지도 않은 괴물 말고 어느 정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괴물들을 골라 완전 해부한 이 책은 지은이가 수 년을 공을 들여 쓴 책인데 그 노력한 티가 난다. 각 괴물의 특성과 의미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시대성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주요 괴물 소개서' 에 걸맞게 수준 높은 내용을 보여준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에게 무시 당할 수도 있는 괴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토록 고품질의 글을 쓴 지은이가 대단하다. 게다가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흑백 삽화는 괴물을 실제 보고 그렸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수준 높다.

책은 막 쉽게 읽히진 않는다. 괴물들을 가볍게 소개하기 위해 쉽게 쓴 글들에 비해서 어쩌면 '괴물학' 적인 내용이 가득해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환상적인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틀림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책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괴물이다' 하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있다. 조카가 아이였을 때 괴물 놀이를 했었다. 요즘 아이들도 괴물이다 하면서 놀고 있다. 괴물은 친숙한 존재이면서 무섭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데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상상 속의 존재지만 진짜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인류가 멸망 할 때까지 이 괴물은 인간 곁에 있을 지도 모른다.

현대에 들어와서 그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존재감은 여전한 괴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쓴 이 책, 참 귀하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f-e/cafes/10758331/articles/233016?boardtype=L&referrerAllArticles=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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