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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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글쓰기는 종이 위에 호흡하는 일이다. 숨을 들이쉬면 산소를 마시고, 내쉴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우리 몸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산소의 농도가 낮아진다. 이때 숨이 가빠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우리 삶의 이산화탄소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이다부정적 감정의 생김새는 다양하다분노는 시간이 지나도 화를 품고 있어서 항상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질투와 미움은 타인의 마음을 찌르는 날붙이다. 열등감은 내 마음을 쪼그라들게 하는 감옥이다. 좁은 열등 감옥에 오랫동안 갇히면 마음의 몸집이 작아진다. 열등 감옥 수감자는 작아져서 초라해진 자신의 존재를 더더욱 감추려고 한다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은 삶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건강한 내 삶을 지키고 싶으면 글을 써보자종이에 대고 이산화탄소를 뱉자.[주] 어떻게 하면 뱉을 수 있을까.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은 종이에 호흡하기, 즉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이다. 호흡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생명 활동이다. 호흡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 또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이 책에서 말하는 내 삶의 이야기는 자전적 수필(essay)을 뜻한다자전적 수필을 쓰려면 부정적 감정의 이산화탄소를 끄집어내서 뱉어내야 한다. 부정적 감정의 이산화탄소는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살인 기체. 하지만 살인 기체가 종이를 만나면 이라는 울창한 숲이 생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글 숲은 글 쓰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다부정적 감정의 이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삶이 무기력해진다글을 쓰면 정신이 개운하다. 글 숲의 주인은 글쓴이다. 글 숲의 주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리 높여 외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것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나는 여기에 있어(13)’라고.


저자는 글 쓰는 사람의 영혼은 배움을 즐기고, 자신을 위해 성장하고, 성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글 쓰는 사람의 영혼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이다. 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뜻을 가진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의 얼은 정신과 영혼이다. 반면 부정적 의미의 얼은 밖으로 드러나 있는 흠 또는 다른 사람 때문에 겪는 피해. 자전적 수필은 얼의 두 가지 얼굴이 있는 글이다. 글에서 표현된 얼의 한쪽 얼굴은 글쓴이의 내면 상태다. 글을 쓰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자전적 수필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숨기고 싶은 흠이나 약점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다. 또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진단하기 위해 기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전적 수필은 글쓴이의 얼이 담긴 얼글이다.


우리는 상황과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자전적 수필을 꾸준히 기록하면 시시각각 달라진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 ‘글 숲이 우거질수록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글 숲 주인의 모습과 얼도 다양해진다. 한 사람이 종이에 만든 글 숲속에 얼의 화음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하나의 글 숲은 ()의 얼글이다.





[] 김수영의 시 의 시구들(‘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 마음껏 뱉자’)를 인용해서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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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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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0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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