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북플 스탬프. 내가 받은 것이 아니다. 모 북플 회원의 글을 읽다가 발견했다. 어제 처음 알았다. 하루에 10편 이상의 서평을 써야지 받을 수 있는 스탬프다. 스탬프 오른쪽 위에 ‘2배’가 추가되어 있다. 기존의 ‘참 잘했어요’ 스탬프를 받으려면 하루에 3편 이상 서평을 쓰고, 5권 이상의 책을 북플 책장(‘읽었어요’)에 추가하면 된다.
하루 만에 서평 3편 이상 쓰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100자평을 제외하고 말이다. A1 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작성하는 데 최소 평균 50분에서 한 시간은 걸린다. 이보다 더 빨리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대충 쓰면 30분 안에 다 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띄어쓰기, 맞춤법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퇴고를 반드시 거치는 성격이라서 글 쓰는 데 뜸 들이는 시간이 좀 많다. 알라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에 서평을 하루 세 편 작성해서 올린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글 한 편 작성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소모했다. 나머지 글 두 편 작성한 시간까지 합하면 네 시간이 넘는다. 무더운 여름날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네 시간 이상 앉아있는 일은 고역이다. 특별 상품이 걸린 이벤트가 아닌 이상 하루에 세 편 이상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
알라딘은 북플 회원의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려고 ‘참 잘했어요 X2’ 스탬프를 만들었을 것이다. 북플로 접속하면 하루에 서평 10편 이상 작성하고 올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100자평 또는 공백을 포함한 500자 이상의 글을 쓰면 된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한다면 ‘참 잘했어요 X2’ 스탬프는 불량 서평만 늘어나는 실패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불량 서평’의 정의를 먼저 밝히겠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형 1) 아직 나오지도 않은 출간 예정작의 100자평. 책이 빨리 나오기를 고대한다거나 엄청나게 기대가 된다는 식의 내용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적립금이 걸린 이벤트 응모를 위해서 작성되는 기대 평이다.
유형 2) “이 책 좋았어요.”, “읽고 싶어요.” 등 무미건조하게 한 줄의 글을 무한 복사해서 작성하는 행태. 독자로서는 이렇게 쓰면 제일 편하다. 하지만 똑같은 문장을 붙여놓은 100자평이 많아지면, 다른 독자들이 출판사 직원들(유령회원)의 소행으로 의심할 수 있다.
유형 3) 책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서평. 가끔 이런 유형의 서평을 만날 때가 있다.
남이 쓴 글들을 가지고 안 좋은 쪽으로 분류한 내 주장에 언짢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좋아요’를 안 누르면 된다. 예전에도 100자평의 용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구매자 Thanks to 적립금’을 받으려고 영혼 없는 100자평을 남발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공들여 쓴 서평은 구매자 Thanks to 적립금을 받기가 불리했다. 한 권의 책을 검색하면 먼저 보이는 것이 100자평이고, 그다음이 ‘마이리뷰’다. 모든 100자평과 ‘마이리뷰’에 있는 글들을 하나씩 다 읽으면서 구매자 Thanks to 적립금을 주는 회원이 아니면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100자평이 구매자 Thanks to 적립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루에 글을 많이 쓰게 하도록 한다면 도배 글을 올리는 회원이 등장한다. 2010년에 모 회원이 하루에 100개 이상 글을 도배하는 회원의 행태를 서재지기에게 알린 적이 있었다. 이 글과 관련 댓글이 지금도 ‘서재지기 게시판’에 남아 있다. 이게 얼마나 심각했으면 ‘파란여우’ 윤미화 님도 도배 글을 올리는 회원을 지탄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미화 님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 그때 당시 서재지기는 도배 글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불편해도 참고 지켜보라는 식으로 답변을 남겼다. 그리고 특정인의 도배 글 현상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지금은 그 검토가 어느 정도 진척 상태를 보였는지 궁금하다. 내가 알기로는 한꺼번에 글 세 편 이상 올리면, '좋아요' 한 개 받고 '화제의 서재글'에 뜰 수 있는 글은 최대 세 편이다.
여기 회원들이 감정 표현을 잘 안 해서 그렇지 하루에 특정인이 작성한 수십 개 이상의 글을 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만일 도배 글이 ‘화제의 서재 글’에 뜨면 정성 들여 쓴 다른 회원의 글이 허무하게 묻히고 만다. 그러면 다른 글을 보지 못한다. 북플의 ‘나의 뉴스피드’에 100자평을 연달아서 다섯 개 이상 올리는 회원이 있어서 바로 친구 관계를 끊었다. 그리고 그런 회원이 친구 요청을 하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상대방의 글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서 자신을 위해서 도배 글을 올리는 건 이기적이다.
‘참 잘했어요 X2’ 스탬프를 받기 위해서 하루에 서평 10편 이상 쓰고 싶은 회원이 있다면 되도록 성의 있게 쓰길 바란다. 아니면 한꺼번에 글을 올리지 말고, 시간을 분배해서 올려도 좋다. 예를 들면 아침 10시에 서평 두 편, 정오에 또 서평 두 편, 그리고 오후 2~4시 사이에 서평 두 편, 저녁 8시에 서평 두 편, 자정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평 두 편 올린다. 그러면 상대방 회원은 그 사람이 하루 동안 올린 10편의 글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도배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참 잘했어요 X2’ 스탬프가 좋은 방향으로 활성화되려면 100자평, 기대 평을 제외해야 한다. 분명 무심결에 도배 글을 올리는 회원이 생기면, 또 다른 회원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서재지기는 이렇게 답변하겠지. ‘도배 글을 올리는 특정 회원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습니다.’ 이 말, 어디서 봤더라?
+ 1주 혹은 2주 동안 A4 1장 반~2장 분량의 서평 10편을 다 쓰고 나면 한 번 날 잡아 시간을 잘게 쪼개서 글을 올릴 생각이다. 나는 떳떳하게 스탬프를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