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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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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  깜짝이야! "  

내 동생은 가끔 내 방에 있는 책꽂이를 종종 들러볼 때가 있다.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학생 때보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동생이지만 본인 말로는 쉬는 날이면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하던데,,,  쉬는 날 집에 오게 되면 하루를 거의 수면과 인터넷 눈팅으로 지내기가 다반사인 동생의 모습은 사회생활에 찌들린 현대인들의 독서수준 실태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내 동생이 집에서 10분이라도 책을 읽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에는 책꽂이가 내 방에 있는데 8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들은 따로 꽂아 보관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순정소설을 좋아하는 동생에게는 인문과학 분야의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를 읽을리 만무하지만 어떤 때에는 신간평가단 도서들이 보관하고 있는 곳을 볼 때가 있었다. 아마도 한 권이라도 읽어볼 책이 있을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가보다.   

그동안 8기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 대부분은 분량이 꽤 상당한 책이 많았는데 8기 마지막 선정도서인 제프 스위머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가 제일 분량이 적은 책이다.  그리고 분량처럼 작은 판형에다가 노란색의 디자인은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읽기에도 편한 책처럼(?) 보이게 만든다.  책제목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딱 좋다.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여성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리게 하는 순정소설 제목이 연상된다.  

작은 판형, 작은 분량 그리고 순정소설 같은 제목.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동생의 호기심을 증폭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했던 동생은 무심코 작은 노란 책을 펼쳐본 순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어머~~~  깜짝이야!  이 책 뭐야, 이상한 벌레 사진이 있잖아. "   

동생은 이 책이 사랑의 감정을 다룬 작은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예상했던 것과 다른 책의 내용이라서 한 때 공포의 충격(?)에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동생에게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자, 왜 이런 책을 읽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본의 아니게 신간평가 도서로 공짜로 받은거뿐인데...  동생으로부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오빠로 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지붕 ' 작은 ' 가족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고 있는 보금자리인 집에서 은밀히 살고 있는 곤충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있는 '곤충' 을 평소에 자주 보게 되는 나비, 잠자리 등과 같은 친숙한 녀석들이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곤충들은 바로 빈대, 이, 파리, 바퀴벌레, 개미·집먼지 진드기 등 먼지 가득히 쌓인 집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피부에 누비고 다니면서 인간에게 나쁜 병균을 선사해주는 불편함만 주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해충을 ' 가정용 곤충 ' , ' 작은 가족 ' 이라고 친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친한 가족마냥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을 현미경으로 근접촬영하기도 하였다. 평소에 곤충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거나 심장이 약한 분들에게 읽기를 권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한 곤충 사진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크기의 곤충들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지만 몇 몇 곤충들의 모습은 괴수영화에 나오는 형태가 기괴한 괴물이 연상될 정도로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집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등 우리에게 혐오스런 감정을 느끼게해주는 곤충들에 대한 내용은 읽는데 고역이었다.  안 그래도 바퀴벌레 한 마리에도 속으로 쩔쩔매고 기겁하는 성격인데 평소의 크기보다 큰 바퀴벌레의 사진을 보니 살짝 기겁하기도 했다.   

 

 

   가정용 곤충 종결자, 집먼지 진드기  

그리고 이 책 중에서 관심 있게(?) 읽은 내용은 진드기에 관한 것이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진드기는 특정한 곳에 사는 곳마다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모낭진드기는 인간의 속눈썹에서 사는 진드기의 종류인데 우리 인간의 속눈썹에 최대한 25마리(!) 넘게 산다고 한다.  이들은 속눈썹 모낭에 터를 잡고 새로 난 눈썹을 뜯어먹는다. 눈가에 화장품을 바르는 사람에겐 모낭진드기가 더 많이 산다.  하지만 속눈썹에 25마리 사는 모낭진드기보다 더 한 놈이 있으니 그 곤충이 바로 집먼지진드기이다. 침대 한 대에 집먼지진드기가 10만~1000만 마리쯤 산다. 거기에다가 이불, 베개,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서도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 수만 마리 이상의 집먼지진드기랑 한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피부에서 떨어져나오는 각질을 먹고 사는데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비듬이란다.  그리고 확대된 진드기 사진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실내온도가 21도이면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도 가장 좋아하는 온도인 동시에 ... 

책 속에 소개한 곤충들에서 해충 종결자라면 아마도 집먼지 진드기일 것이다. 집먼지 진드기가 온갖 호흡질환와 피부질환의 원인으로 낙인 찍히고 있는만큼 이들을 박멸하기 위한 다양한 약품와 기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저자는 집먼지 진드기를 박멸하는게 무척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해충통제회사도 집먼지 진드기를 박멸하기가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이니 작은 진드기가 무섭다.  저자는 해충제 대신에 진드기를 박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데 베개 커버를 폴리우레탄으로 씌우고, 60도 이상의 물에서 매주 이불을 세탁하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귀차니즘이 숨겨져 있는 인간들에게는 이런 조건으로 세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말 집먼지 진드기가 혐오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방법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은 해충들을 쫓아낼 수 있는 지침서가 아닙니다

이 책이 우리 눈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해충이라고 불리는 가정용 곤충들의 사생활을 알려준다고해서 이들을 집으로 쫓아낼 수 있는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 하에 책을 읽는다면 도리어 공포 앞에서 연약한 심장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가정용 곤충들을 박멸하는 방법을 일일이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의도로 책을 읽게 된다면 가족으로 여기는 저자에게는 퍽 섭섭하게 느낄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가정용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보금자리의 은밀한 구역을 엿볼 수 있는 경이로운 기회라고 생각하자.  굳이 돈을 안 내고도 우리의 눈에 충격과 공포감을 주게 만드는 3D 영상관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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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쩐지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신간평가도서로 온 것이군요. 역시나 전 벌레는 워낙 싫어해서...리뷰만 읽어도 대 만족이에요.

성향에 맞지는 않은 책이셨을 텐데 참고 독서하시는 것도 대단하십니다! ^^

cyrus 2011-05-14 15:41   좋아요 0 | URL
리뷰 한 편 쓴다고 이 책 네, 다섯 번은 읽었던거 같아요^^;;
분량은 적어서 참 좋았는데,, 막상 펼치기가 두려운 책이에요ㅎㅎ

루쉰P 2011-05-15 07:56   좋아요 0 | URL
뜨아..대단하심. 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나 많이는 못 읽는데..

겉표지만 봐도 펼치기 두렵다는 생각에 동감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1-05-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눈썹이나 옆구리가 가려우면
음... 진드기가 돌아다니나봐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울 코알라가
옆에서 질색팔색을 합니다... ㅋㅋ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유전적으로 조금은 타고난 듯 해요.
아마 선사 시대 대형 곤충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사마귀 이런 녀석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더라구요.

cyrus 2011-05-14 15: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곤충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은 없지만 스멀스멀 기어가는
녀석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소름끼치게 되는 그런 느낌이 오더라구요. ^^;;

잘잘라 2011-05-1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기 시작하면 감당 못할것 같아서,
이 책은 정말 무조건 패~쓰!!!! ㅜㅜ
으으.. 그러나.
정말
모르는게 약,일까요?
아는게 힘,일까요?
ㅜㅜ

cyrus 2011-05-14 15:45   좋아요 0 | URL
이런 곤충들의 습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곤충들의 모습까지
알게 된다면 감당 못할겁니다. ^^;;

BRINY 2011-05-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게 약이다!를 외치며 이 책은 사지 않을랍니다.

cyrus 2011-05-16 12: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BRINY님 ^^

출판사 입장에서는 미안한 말이지만,,^^;; 확대시킨 곤충 사진만 아니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요. 특히 진드니가 바퀴벌레 사진을 보게 되면,,
기겁할거에요ㅎㅎ

감은빛 2011-05-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상하게 여기저기 가려운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
싫든 좋든 늘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에 대해 좀 더 아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역시 시루스님! 멋진 리뷰입니다!

cyrus 2011-05-16 12: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읽고 나니깐 갑자기 쓰고 있던 베개와 침구류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더라구요^^;;

pjy 2011-05-1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은 환경은 곤충에게도 좋은 거죠~~ 우리 쫌 같이 살죠ㅋ 그정도는 괜찮아요~ 다만 서로 잘 모르게! 예의있게!!

cyrus 2011-05-17 13:06   좋아요 0 | URL
pjy님은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군요, 저 역시
그런 편이거든요. 저는 진드기 같은 곤충은 싫어하지만 결벽증에 가깝게
너무 청결하려고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 너무 청결함에 매달리면
나쁜 곤충들을 박멸할 수 있겠지만은,, 살아가는데 피곤할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