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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원 -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루시아 임펠루소 지음, 조동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평점 :
평점
4점 ★★★★ A-
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로 알려진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다.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미술은 서구회화의 전통에 변혁을 일으켰다. 이전 화가들이 물체를 정확하게 묘사했다면 모네가 주목한 것은 물체에서 반사되어 나온 빛이었다. 모네는 잠깐 생겼다 사라져 다시 오지 않는 찰나의 빛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았다.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빛과 더불어 꾸준하게 관찰한 것은 정원의 모습이었다. 모네는 정원 자체를 미적 공간이 아니라 예술 작업의 일부로 인식했다. 그는 반평생을 파리 근교 마을인 지베르니(Giverny)에 살면서 정원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모네는 수많은 걸작을 남겼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수련’ 연작이다.
모네 이전에 화가들은 정원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정원의 화가’인 모네의 업적이 워낙 자자해서 정원을 즐겨 그린 화가들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술의 정원》은 우리가 몰랐던 예술 작품 속 정원의 역사를 보여준다. 정원의 역사와 서양 미술사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그렇지만 미술사의 부분 집합인 정원의 역사는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알지 못한 ‘공백’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원은 그림 배경으로 취급되었다. 수많은 예술가가 정원 그림을 그렸지만, 모네가 등장하기 전까지 정원은 ‘있으면서도 없는’ 그림 소재가 되었다.
《예술의 정원》의 저자 루시아 임펠루소(Lucia Impelluso)는 건축가이다. 그는 정원을 ‘살아 있는 건축’으로 비유한 표현을 언급하면서 정원이 회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한다. 대다수 화가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휴식처에 가까운 정원을 즐겨 그렸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정원의 용도와 형태도 변했다. 정원은 꽃과 나무로만 채운 장소가 아니다. 그 속에 당대 사람들이 열광한 미적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정원을 운치 있는 외관으로만 이해하면 정원이 탄생하게 된 시대 양식을 읽지 못한다.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다른(allos)’과 ‘말하기(agoreuo)’라는 단어가 합쳐서 만들어진 ‘알레고리아(allegoria)’에서 유래되었다. 그림이 된 정원은 알레고리가 되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원의 상징적 의미는 시대마다 달라졌다. 중세 수도원의 정원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원을 둘러싼 벽이 하나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개방적인 르네상스 정원은 자연을 통제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봉건주의 체제에서 왕권주의 체제로 전환된 시대에 만들어진 정원은 더욱더 화려해지면서 규모도 커졌는데 권력을 과시하는 장소가 된다. 이렇듯 정원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을 말하는’ 장소다. 저자는 정원 그림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내 소개한다.
정원은 시대가 선호하는 미적 취향과 예술가의 개성을 양분 삼아 회화에서 다시 피어났다. 《예술의 정원》은 독자의 눈길을 끄는 그림들이 펼쳐진 정원 같은 책이다. 하지만 정원을 관리하려면 그 속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예술의 정원》에도 잡초가 있다. 그 잡초는 바로 이곳저곳 생긴 ‘오탈자’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뽑아서 제거해야 할 오탈자가 많다.
※ 《예술의 정원》에 있는 잡초들
* 18쪽
바위에 핀 붉은 나리(Lilium chalcedonium)는 아폴로와 히아신스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며,[주1] 페르세포네가 백합꽃을 따는 도중 하데스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일깨우기도 한다.
[주1] 히아신스의 어원은 ‘히아킨토스(Hyakintos)’다. 히아신스의 학명은 ‘Hyacinthus orientalis’다. 히아신스는 붉은 나리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나리는 백합의 순우리말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의 학명에 라틴어 ‘Lilium’이 포함되어 있다.
* 48쪽: 비트르비우스 → 비트루비우스(Vitruvius)
* 65쪽: 브라망테 → 브라만테(Bramante)
* 70쪽: 에페수스의 다이아나(비너스)[주2] → 에페수스의 아프로디테(비너스)
[주2] 다이애나(디아나, Diana)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Artemis)와 같은 신이다. 비너스(베누스, Ven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와 같다.
* 87쪽
꽃 정원의 의미는 아폴로에 의해 꽃으로 변한 플로라(Flora),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 히야신스(hyacinth), 클리티아(Clitia)의 조각으로 구체화되었다. [주3]
[주3] 꽃의 신 플로라는 아폴로와 관련 없다. 플로라는 제피로스의 아내다. 히야신스는 ‘히아신스’의 오자다. [주1]에 언급했듯이 히아신스는 꽃 이름이고, 히아신스의 유래가 된 인물명은 ‘히아킨토스’다.
* 95쪽: 카톨릭 → 가톨릭
* 97쪽: 19세가 → 19세기
* 133쪽: 클로드르 로랭 →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 137쪽
과거 위인들의 흉상 옆에는 알렉산더 포프, 존 바너드 등 유명 정치인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주4]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는 영국의 시인이다.
* 144쪽: 몽테스키 → 몽테스키외(Montesquieu)
* 146쪽
영국의 조지 2세의 마리아 공주와 프레드릭 2세 부인의 제안에 따라 영국식 정원으로 리모델링된 후 최종적으로는 프리드리히의 아들 빌헬름(William)이 18세기 후반에 완성하면서 빌헬름스회에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주5]
[주5] ‘프레드릭 2세’와 ‘프리드리히(Friedrich)’는 같은 인물이다. ‘프레드릭(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프레더릭’으로 쓰는 게 맞다)’은 프리드리히의 영어식 발음이다.
* 208쪽
도나텔로의 조각 <유디트와 다비드>[주6]는 비아라르가(Via Larga) 정원의 의도를 보여주는 도상학적 계획의 일부다.
[주6] ‘<유디트와 다비드>’가 아니라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다. 책에 ‘홀로페론’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확한 표기는 홀로페르네스(Holofernes)다.
* 209쪽: 벨베델레 → 벨베데레(belvedere)
* 279쪽: 포르투칼 → 포르투갈(Portugal)
* 312쪽: 파르나수스 → 파르나소스(Parnassus)
* 325쪽:
마담 드 몽테스판 후작 부인[주7] → 마담 드 몽테스판 또는 몽테스판 후작 부인
[주7] 프랑스어 ‘마담(madame)’은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마담은 부인과 같은 의미의 단어다. ‘마담 드 몽테스판 후작 부인’으로 표기하면 겹말 오류가 된다. ‘마담 드 몽테스판’, ‘몽테스판 후작 부인’으로 고쳐 써야 한다.
* 337, 340, 353, 362쪽: 프라고나 → 프라고나르(Fragonard) [주8]
[주8] 493쪽에 ‘프라고나르’로 적혀 있다.
* 352, 413쪽: 악기 루트 → 류트(lute)
* 379쪽
모네는 자신의 정원 자체를 예술 작업으로 생각했다. 마치 화가가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영감으로[주9] 받아 그림으로 옮기듯, 정원을 그림으로 생각하며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 것이었다.
[주9] 영감으로 → 영감을
* 406쪽: 트렌트 공의회 →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주10]
[주10] 트리엔트는 이탈리아 영토인 트렌토(Trento)의 독일어 명칭이다.
* 494쪽 [미주 6]
실레노스(Silenu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도주의 신 [주11]
[주11] 실레노스는 반인반수 님프(Nymph, 요정)다. 포도주의 신은 디오니소스(Dionysos)다.
* 501쪽 [미주 10]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점묘파 화가 [주12]
[주12] 피사로를 비롯한 몇몇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그들은 점묘파 화가로 분류되지 않는다(혹시 피사로를 점묘파 화가라고 주장한 내용이 있는 책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달라). 대표적인 점묘파 화가는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와 폴 시냐크(Paul Signac)다.
* 512쪽 [미주 20]: 키포르스 → 키프로스(Cyprus)
* 323쪽: 피터르 브뤼헐
* 458쪽: 대 얀 브뢰헬
* 491쪽: 피터 브뤼헬
* 512쪽 [미주 14]: 피터 브뤼겔 [주13]
[주13] 이름 표기를 하나(피터르 브뤼헐)로 통일합시다!
* 512쪽 [미주 2]: 호메로스(Homeros)
* 513쪽 [미주 46]: 호머(Homer) [주14]
[주14] 호머는 호메로스의 영어식 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