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책]방
EP. 14
2021년 7월 4일 일요일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 더코너북스
오늘 오전에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에 갔다. 두 번째 방문이다. 이곳은 토, 일요일에 문을 열고(토요일과 일요일에 여는 시간이 다르다. 토요일은 오후 2시, 일요일은 오전 11시다), 밤 9시에 닫는다. 매달 마지막 주말은 휴무일이다.
보통 헌책방에 가면 마음에 드는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직립보행’에서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지금 바로 읽을 수 있는 책 세 권만 사야 한다. 인문학 분야의 책뿐만 아니라 소설, 사회과학, 과학, 역사 분야의 책들도 있다. ‘직립보행’은 한 마디로 말하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헌책방’이다. 동네책방 같은 헌책방이라 볼 수 있다.
3, 40년이나 된 헌책방을 인간의 생애 주기에 비유하면 노년기에 가깝다. 대구에 재개발 구역이 많이 생기면서 늙은 헌책방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에 덧붙여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자면, 대구시청 주변에 있는 헌책방 두 곳(동양서점, 평화서적)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 동양서점은 이미 6월에 폐점했고, 평화서적은 폐점 준비를 하고 있다.
‘직립보행’도 헌책방 고유의 특징이 있고, 이에 따른 장단점도 있다. 장점은 시중에 구하기 힘든 책이 꽤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서관 서고에 없는 책도 그곳에 있다. 단점은 그런 희귀본들의 가격이다. ‘직립보행’을 동네 책방인줄 알고 방문한 손님 입장에서는 책값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책을 사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비싼 책값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헌책방에서 고가의 책을 사본 적이 있는 나도 그 심정을 이해한다.
‘직립보행’ 책방지기는 자신이 구매한 책, 특히 희귀본이 팔려가는 것을 볼 때마다 아쉬운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책방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절판된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에로티즘의 역사》(민음사, 1998)를 구입했는데, 책방지기는 그 책을 다 읽고, 나중에 다시 팔면 안 되겠느냐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직립보행’에서 구매한 책을 다 읽고, 그 책을 다시 같은 곳에 판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손님은 ‘무소유의 독서’를 지향하는 분인 것 같다. 나는 그 분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오늘 ‘직립보행’에 가보니 책방지기의 평생 동반자로 추정되는 여성 한 분이 계셨다. 내가 니체(Nietzsche)와 관련된 책들을 향해 눈길을 주고 있으니까 그분이 들뢰즈(Deleuze)와 푸코(Foucault)의 책을 추천했다. 철학과 관련해서 그분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는데 내공이 느껴졌다. 그분은 책방지기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은 마치 누나가 남동생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방지기와 철학 책을 추천한 분의 관계가 궁금했다. 부부일까, 남매일까? 아니면 책을 좋아해서 만난 친구? 다음번에 두 분을 만나면 여쭤봐야지.
오후에 대구 남구에 있는 ‘선택의 자유’라는 책방에 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곳 휴무일이 월요일이라고 알고 갔는데‥…. 책방지기는 공식 휴무일이 아니더라도 개인 사정이 있다거나 아니면 자기가 내키는 대로 책방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곳은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남구에 위치한 또 다른 책방 ‘더코너북스’에 갔다. ‘더코너북스’는 조용한 동네 안에 있다. 이곳에 책을 사면 책방지기가 직접 만든 가죽 책갈피를 받을 수 있다.
매일신문에 <문득 동네책방>라는 기사가 연재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책방을 소개한 기사인데 ‘더코너북스(11회)’와 ‘직립보행(20회)’이 소개되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문득 동네책방’이라고 검색하면 기사 전문과 책방 내부를 담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는 <문득 동네책방>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방이다.
지금까지 가본 대구의 동네책방(괄호 안의 숫자는 <문득 동네책방> 연재 순서). 아직 안 가본 책방이 많다.
(1) 고스트북스
(4) 담담책방
(5) 심플레이스
(7) 서재를 탐하다
(9) 물레책방
(11) 더코너북스
(20) 직립보행
(29) 읽다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