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여러분, 귀에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저는 cyrus라고 하옵니다!

 

 

인간의 양쪽 귀에 구멍이 있다. 이것을 우리는 귓구멍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하려는 것은 귓구멍이 아니다. 아주 특별한 구멍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귓바퀴 앞에 있는 작은 구멍이다. 내 귀에 4개의 구멍이 있다. 귓구멍과 구분하기 위해 여기서는 작은 구멍이라고 부르겠다.

 

 

 

 

 

    

 

작은 구멍은 말 그대로 작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바늘에 살짝 찔려서 생긴 흉터처럼 생겼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귓바퀴 앞에 아주 미세한 구멍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도 작은 구멍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구멍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 그들은 내게 묻는다. 저 구멍은 뭐에요? 정말 신기하네요.”

 

특별한 구멍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그 작은 구멍에 향하는 시선들이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꼈다. 사람들은 작은 구멍의 정체를 알려고 했다. 내가 그 구멍이 생긴 이유를 모른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어떤 사람은 작은 구멍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했다. 귀에 구멍이 네 개나 있으니 남들보다 더 잘 들리겠네요.” 사람들은 작은 구멍을 뚫어지라 살펴본 다음에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작은 구멍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는 또 다른 특별한 현상이 있다. 작은 구멍에서 누런 고름이 나온다. 이 고름이 갑자기 나오는 건 아니다. ‘작은 구멍이 있는 부위가 간지러울 때가 있는데, 그쪽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문지르면 구멍에 고름이 나온다. 고름은 아주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 초등학생 시절에 나는 이 고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작은 구멍에 고름이 나오는 걸 어찌 알았는지 나를 놀리는 아이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장난이 심한 어떤 녀석은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는 척하다가 네 귀에 냄새나!”하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그때 작은 구멍이 생긴 이유와 거기에서 고름이 생기는 원인을 알았더라면 그들에게 설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나는 작은 구멍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몰랐다. 너무나도 답답해서 부모님에게도 여쭤봤지만, 부모님의 대답도 내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지 못했다.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작은 구멍이 있었다고 말할 뿐이었고, ‘작은 구멍에 고름이 나오니까 그 부위에 절대로 손으로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어머니의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작은 구멍이 있는 부위가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고, 간지러움을 느낄 때마다 손으로 그 부위에 갖다 댔다. 결국, 왼쪽 작은 구멍에 문제가 발생했다. 작은 구멍이 있는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염증이 생긴 부위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귓바퀴 앞에 작은 혹이 생기고 말았다. 그 안에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고름이 생겼다. 그때 당시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수술이 두려운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혹이 생긴 부위에 고약을 붙여주었다. 고약을 붙이니까 고름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왔고 혹의 크기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고약을 붙이지 않으면 또 염증이 재발하면서 고름이 생겼다. 그러면서 혹도 다시 커졌다. 반년 동안 고약을 붙인 채 등교를 했다. 나를 만만하게 보던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귀에 고약을 붙이고 다니는 나를 놀렸고, 부풀어 오른 귓바퀴를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내 모습이 얼마나 특이했으면 초등학교 담임선생마저 농담할 정도였다. 나는 아직도 담임선생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귓바퀴에 고름이 생겨서 고약을 붙인다고 말하자 그는 회초리를 들면서 고약을 붙인 부위를 때리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회초리로 거기) 때려도 돼? 그러면 덜 아플 텐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는 선을 넘는 말을 하고 말았다. 어린 제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못했고, 그것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귓바퀴에 혹이 생기니까 나를 곤란하게 만든 상황이 생겼다. 귓바퀴에 난 혹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바늘을 찌르는 듯한 통증은 수면을 방해했다. 혹에 물이 들어갈까 봐 조심스럽게 머리를 감았다. 미용실에서 이발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나는 미용실 직원에게 혹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해야 했고, 직원은 최대한 혹을 건드리지 않은 채 구레나룻을 잘랐다. 사실 미용실에 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서 혹을 가리고 싶다는 생각했다.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면 내 혹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한마디씩 말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혹이 왜 생겨났는지 물어보는 건 당연했고, 내가 혹이 생긴 원인을 설명하면 불쌍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너 정말 안 됐구나.” 나는 미용실에 갈 때마다 아주머니들의 구경거리가 되었고, 그녀들은 날 불쌍한 아이로 취급했다. 아주머니들은 자신들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불쌍한 아이의 엄마가 누군지 알고 싶어 했다.

 

이제 작은 구멍의 정체를 밝힐 때가 되었다. 이십여 년 만에 작은 구멍의 정체를 알았다. 작은 구멍의 정식 명칭은 선천성 이루공(congenital auricular fistula)이다. ‘이루공(耳瘻孔)귀 주위에 생긴 구멍에 의해 일어난 부스럼 또는 혹을 말한다. 귀 안쪽에 주머니처럼 생긴 빈 공간이 있다. 그래서 작은 구멍을 통해 침투한 세균에 의해서 주머니 같은 공간에 고름이 생기고 염증이 일어난다. 염증이 반복되면 그 부위를 적출하고 구멍을 피부로 메꾸는 수술을 한다.

 

선천성 이루공은 기형의 일종이다. 나처럼 태어날 때부터 귓바퀴에 작은 구멍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두세 명만이 선천성 이루공이 있다. 선천성 이루공은 엄마 뱃속에서 태아의 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귓바퀴의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작은 구멍이 만들어진다. 선천성 이루공은 유전이 된다. 내 외가 쪽 사촌 동생도 선천성 이루공이 있다. 어머니와 고모는 선천성 이루공이 없다. 아마도 외가 쪽 조상 중에 선천성 이루공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기형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바로 다음 대에 유전되기도 하지만 몇 대를 지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내 자식의 귀에 선천성 이루공이 생길 확률은 반반이다.

 

 

 

 

 

 

 

 

 

 

 

 

 

 

 

     

 

* 닐 슈빈 내 안의 물고기(김영사, 2009)

 

 

 

선천성 이루공이 왜 아주 적은 사람들에게만 생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내 안의 물고기라는 책을 쓴 미국의 진화생물학자는 닐 슈빈(Neil Shubin)은 선천성 이루공을 인간 진화의 흔적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손, 머리 등 인간의 신체는 물고기의 지느러미, 오래전 멸종한 무악어류(턱이 없는 원시 어류)의 머리와 닮은 점이 많다. 실제로 인간의 해부 구조는 물고기와 매우 유사하다. 슈빈은 2004년에 틱타알릭(Tiktaalik)이라는 물고기 화석을 발견했다. 틱타일락의 해부 구조는 우리가 아는 물고기의 해부 구조와 다르다. 여느 물고기처럼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있지만, 초기 육상동물의 팔과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있다. 틱타알릭은 물속에 살던 어류가 땅 위에 사는 양서류로 진화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됐고, 슈빈은 인간의 몸은 물고기가 진화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선천성 이루공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물고기 아가미가 퇴화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 보통이 아닌 몸(그린비, 2015)

 

    

기형의 몸은 흥미와 혐오를 동시에 유발하는 구경거리가 되기 쉽다.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Rosemarie Garland Thomson)보통이 아닌 몸(Extraordinary Bodies)에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프릭 쇼(freak show)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기형 인간 쇼는 비정상이라고 규정된 장애 형상들을 보여 줌으로써, 구경꾼들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은 정상이라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제 나는 내 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다. 내 귀에 왜 작은 구멍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은 구멍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신체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구멍이 있는 부위가 간지럽고 고름이 나오지만, 그것 외에는 불편함 없이 잘살고 있다. 나는 내 귀에 작은 구멍이 두 개나 있구나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나를 만나게 되면 내 귀를 주의 깊게 보시길.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10-1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게 있었군요. 너댓 번을 만나도 전혀 몰랐네요.

cyrus 2019-10-17 17:48   좋아요 0 | URL
구멍이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아요. 오래 만난 친구들도 모르는데요.. ㅎㅎㅎ

강나루 2019-10-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당하게 밝히시다니
독서를 통해 당당하게 우뚝서셨군요
님을 응원합니다

cyrus 2019-10-17 17: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제야 몸의 비밀을 알게 돼서 속이 시원합니다. ^^

카스피 2019-10-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친척 형님도 cyrus님처럼 이루공이 있는데 주기적으로 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염증이 생겨서 아프다고 하시더군요.큰 병은 아니지만 생활에 불편함이 많으실것 같아요.

cyrus 2019-10-17 17:51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는 크게 한번 염증이 생긴 이후로는 재발하지 않았어요. 이루공을 건드리지 않고, 고름을 짜니까 염증이 생기지 않았어요. 고름 나오는 건 빼곤 불편한 점은 없어요. ^^;;

감은빛 2019-10-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을 읽고 처음 알았어요.
어려서부터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게다가 놀림까지 받았다니!

유전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이 정말 애들 엄마와 저를 적절하게 반반씩 닮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을 때면,
그 생명의 신비에 정말 깜짝 놀라요.
내가 죽더라도 나를 닮은 내 자손이 이 세상을 살아갈 거라는 건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cyrus 2019-10-17 17:56   좋아요 0 | URL
유전 현상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해요. 특히 격세유전이요. 부모와 친자식의 유전은 문제없는데, 그 친자식의 자식이나 후손에게 유전 이상이 생길 수 있어요. 부모 조상이 가지고 있던 유전 문제가 후손에게 나타난 것이죠. 사실 제 친자식이 이루공을 가지고 태어날까봐 걱정됩니다.

2019-10-1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0-17 17:57   좋아요 0 | URL
구멍이 두 개 더 있다고 해서 청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ㅎㅎㅎㅎ

붕붕툐툐 2019-10-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구멍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는 저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일까요? ㅎㅎ
저도 며칠 전 귀를 뚫어서 혹이 났을 때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네요~~

cyrus 2019-10-17 17:59   좋아요 0 | URL
귀걸이를 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해요. 바늘로 귀에 구멍을 뚫는 것만 봐도 아픔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주사바늘은 무섭지 않아요.. ㅎㅎㅎㅎ

AgalmA 2019-10-25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여전히 진화 중이잖아요. 기형이니 뭐니 떠드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완전체인 줄 안단 말입니까(도리도리)... 인간의 자의식은 어떤 방식으로도 오만함을 폭로하기에 말하는 게 너무 무서워요😱

cyrus 2019-10-28 17: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래에는 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에 시력이 완전 좋은 사람을 보기 힘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