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동대구역점 오픈
지난달에 알라딘 중고서점 동대구역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대구 동성로점, 대구 상인점에 이어 대구에서 세 번째로 들어선 알라딘 중고서점입니다. 대구에 있는 중고서점은 총 네 곳입니다. 나머지 한 곳은 ‘Yes24 반월당점’입니다. 대구도 알라딘 중고서점과 Yes24 중고서점이 있는 지역이 되었네요. 중고서점 개장 소식을 접하면 양가적인 감정이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사는 지역에 중고서점이 하나 더 생겨서 기분이 좋습니다. 지갑의 두께가 얇아지더라도 제가 원하는 책이 서점에 있으면 무조건 가서 살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서점이 늘어나면 헌책방과 동네 책방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헌책방을 찾는 단골손님 대부분은 연세가 많은 분입니다. 그분들의 건강이 점점 좋지 않게 되면 외출을 하지 못할 것이고, 헌책방에 가는 일도 줄어들겠죠. 그리고 헌책방을 오래 운영하신 분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힘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 중에 두 곳은 문을 닫았어요. 손님이 너무 없다 보니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헌책방도 있어요.
동대구역점 후기를 쓸려고 했는데, 헌책방이 사라지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 시작했네요. 각설하고 동대구역점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제가 동성로점 후기 이벤트에 참여해서 ‘우수 후기’에 당첨되었고요, 상인점 후기 이벤트에서는 ‘최우수 후기’에 당첨되었어요. 당연히 이 후기를 쓴 목표는 2회 연속 ‘최우수 후기’로 당첨되는 것입니다. 최우수 후기로 당첨될 수 있는 참신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해봤는데요, 남들이 쓰지 않는 방식으로 후기를 써봤습니다. 그리고 중고서점을 자주 애용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 새로 생긴 동대구역점에 대해서 소신을 밝혔습니다.
서점 내부 모습을 담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어요. 지난주 토요일에 동대구역점에 갔는데요, 역시 휴일이라서 그런지 서점에 온 손님들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가 없었어요. 손님들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어요.
새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서점이라서 그런지 내부 공간은 비교적 넓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알라딘 굿즈 진열대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점점 공간이 좁아지겠죠?
G(소설, 에세이, 여행) 책장에서 찍은 내부 모습입니다. 벽 쪽에 있는 D 책장은 음반, 만화, 라이트노벨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기다란 통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외국도서로 채워진 D 책장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고 싶은 책을 담을 수 있는 스테인리스강 바구니는 검색용 컴퓨터 책상 밑에 있어요. 동성로점과 상인점에 많이 가본 저는 바구니가 출입구 주변에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대구역점에 들어오면서 한동안 바구니를 찾아 헤맸답니다. 동대구역점에 처음 오신 분은 바구니의 위치를 기억해두세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는 성인용, 아동용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성인용 책상과 의자는 다른 서점(동성로점, 상인점)에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해요. 책상 위에 휴대폰, 노트북 충전기, USB 등을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있습니다. 아동용 책상은 의자에 앉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비스듬한 형태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책상 위에 스케치북과 물감을 놓여 있네요. 책을 덜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자리를 좋아하겠어요. 물론 성인용 책상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요.
B 책장(청소년, 부모, 어린이)과 C 책장(유아) 주변 공간이 다른 책장이 있는 공간과 비교하면 넓어요. 서점에는 적어도 손님들이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공간을 가만히 놔둘 알라딘이 아니죠. 손님들 지나가는 공간 한가운데에 알라딘 굿즈 진열대를 놓던데요, 저는 진열대를 자꾸만 들여놓으려는 알라딘의 공간 배치 방식이 손님 친화적인 공간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의 눈길을 끌도록 상품을 진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의 쾌적한 보행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잘 유지해주었으면 합니다.
A 책장이 있는 곳에 가면, ‘알라디너의 선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책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알라디너들로부터 높은 평점이 받은 책들이 꽂혀 있어요. 막연하게 책장에 ‘알라디너의 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책을 진열하기보다는 ‘특정 알라디너의 닉네임’을 언급하면서 그분들이 직접 추천한 책들 위주로 책장을 마련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로쟈의 선택’, ‘다락방의 선택’, ‘syo의 선택’, 이런 식으로 말이죠. 조유식 대표이사님!(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알라디너가 ‘온라인 알라딘’과 ‘알라딘 서점’을 지금까지 유지하게 만든 열혈 구매층이고 팬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역시 새로 생긴 서점이라서 그런지 제가 사고 싶은 책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요즘 책 소비를 자제하고 있는 중이라서 지름신을 막느라 참고 또 참았습니다. 책장 하나하나 둘러보다가 ‘절대로 사면 안 되는 책’도 만납니다.
G37 책장 제일 아래쪽에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소설 전집인 《우울과 몽상》이 꽂혀 있네요. 가격은 12,000원입니다. 정가(28,000원)의 반값에 2,000원 할인된 가격입니다. 책 상태는 좋아요. 그러나 안사는 게 좋아요. 번역이 정말 구리거든요.
G37 책장 제일 아래쪽에 절판된 《주석이 달린 앨리스》가 있어요. 책 겉모습만 보면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하지만 이 책의 번역도 그다지 좋지 않아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책입니다.
서점 후기에 ‘절대로 사면 안 되는 책’을 언급하니까 마치 제가 알라딘 영업을 방해하는 손님 같네요.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이런 후기를 한 번쯤 써보고 싶어요. 저의 오랜 소원을 이루게 해준 알라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대구역 안 생겼으면 이런 솔직한 후기를 못 썼을 거예요.
개점한 지 얼마 안 된 서점인데 책을 안사고 그냥 갈 수 없었어요. 언젠가는 읽게 될 책들을 골랐어요.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다음 글에서 밝히겠습니다.
아! 깜빡 잊을 뻔했네. ‘알라딘 중고서점 검색기’ 어플에 ‘동대구역점’을 추가해주세요. 서점이 문을 연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왜 어플 업데이트를 안 합니까?